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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분위기 언어학 36

이 영어 노래들은 왜 어색할까? 노래가사의 각운

0. 요약몇 가지 유럽 언어들의 시와 노래에서는 적극적으로 각운(rhyme)이 사용됩니다. 흥미로운 것은, 각운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으면 자국어 노래가 아니고 어색한 노래처럼 느껴진다는 점입니다. 예컨대 가사는 영어이지만 각운이 잘 드러나지 않으면 억지스럽거나 심지어 '영어학습용'으로 만든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이 글에서는 이 '어색함'을 소개합니다. 구체적으로, 이러한 측면에서 약간 의아한 노래의 예시로 유튜버 과나의  노래인 "30 Reasons why Bald Head is Good"과, 클래지콰이의  "Lazy Sunday Moring"를 제시하고, 아주 멋진 각운을 보여주는 노래의 예시로 스텔라 장의 "L'amour Les Baguettes Paris"와 뉴진스의 "Ditto"를 제..

언어변화의 풍경: banned 그리고 non-binary

0. 요약 코로나가 끝나고 대학교로 돌아온 Gen Z들을 보면서 흥미로운 언어 패턴이 보여서 메모합니다. banned와 non-binary를 학업과 관련된 맥락에서 사용되는 양상이 신기합니다. 아마도 이러한 것이 의미확장의 출발이 아닐까합니다. 1. Banned from the school 모국어가 한국어인 채로 외국어로서 영어를 배우면서 느낀 한국어와 영어의 큰 차이 중 하나는, 언어표현의 사용이 얼마나 register의존적이냐 하는 것이다. 십대때는 영어사전을 보면 단어 하나에 뜻이 주렁주렁 달린 것이 낯설었다. 특히 여기 살면서 사람들이 영어 (특히 입말)가 실제로 사용되는 양상을 보면 formal / informal 정도의 register차이만 있고 장르를 넘나들며 표현을 사용한다. tip of ..

시부모 앞에선 남편을 '걔'라고 불러라?

0. 요약 언어는 마치 생물의 진화와 같이 늘 변화합니다. "요즘 것들은..." 식으로 다음 세대의 언어를 제약하려는 노력은 무의미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구세대의 언어는 죽고 차세대의 언어로 대체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1. 언어 예절을 잘 지키자면, 칭호와 호칭을 정확하게 구별해서 써야 할 터인데, 요사이 젊은 세대는 이에 대해서 전연 관심을 보이고 있지 않으며, 여러 세기 동안 지켜져 오던 우리의 전통 언어 예절은 거의 잊혀져가고 있는 실정이다. [73]년 봄 결혼 직후의 며느리를 불러 놓고, 앞으로 시부모 앞에서는 남편을 '걔'라고 지칭(指稱)해 말하도록 타일렀더니 어떻게 차마 남편을 '걔'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난색을 보였다. 어디 그뿐이랴! 대학을 졸업했다는 며느리가 남편 이름 밑에 '씨..

'초등학생 때 자기소개 공감'을 "언어학"해보자

0. 요약이 게시글은 예전에 유행했던 '초등학생 자기소개 공감' 게시글을 음운론의 측면에서 살펴보는 것입니다. 아래와 같이 초등학생이 자기소개하는 말소리를 악보로 표현한 게시물이 유행했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었습니다. 많은 한국어 화자들이 공감했다는 것은 이것이 한국어의 본질에 가깝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이 인기글을 계기로 한국어의 prosodic structure (운율구조)를 생각해봅시다. 음운론의 한 기둥인 운을 낼름낼름 겉핥기 하는 글입니다.  1. '가르친' 것인가?초등학생 자기소개 공감 이미지는 2013년 네이버 웹툰 '어른스러운 철구'에서 처음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2010년대의 새로운 모습이 아닙니다. 제가 어렸을 때 (아주 오랜 옛날) 에도 자기소개의 양식은 동일했습니다. 단..

"미쳤어서" "발려져있다": 선어말어미의 선택

목차 0. 요약이 포스팅은 아래의 유튜브 영상에 나오는 선어말어미의 과잉 선택을 소개하는 것입니다. 가장 처음부분 자막 "얼굴 트러블 미쳤어서 연고가 발려져있어요" 에서 사용된 선어말어미들이 화용론적 이유로 부착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게 요지입니다.  유튜브 영상을 보다가 자막에서 흥미로운 부분이 있어서 간단히 현상을 스케치합니다. 즉, 본격적인/정확한 분석이 아니라 현상을 포착하는 것입니다. 더 세밀한 분석을 나중에 할 수도 있고, 혹은 이 글을 읽는 다른 사람이 할 수 있도록 소개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아래의 스크린캡처는 위 유튜브 영상의 가장 처음 부분에 나오는 것입니다. "생리 직전이라 얼굴 트러블 미쳤어서 연고가 발려져있어요" 라는 코멘트가 자막에 달려있습니다. 입말로 하는 것이 아니..

질의 격률 위반 사례 코쿤의 평양 작업실

0. 요약이 포스팅은 아래의 대화 맥락에서 코드쿤스트가 대화 격률 중 하나인 '질의 격률'을 위반하는 사례를 소개하는 것입니다. 유튜브 영상과 대화 전사가 아래에 제시되어 있습니다. 2022년 9월 2일 MBC 나혼자산다 에 나온 장면입니다.  김지훈: 그래서 작업실이 어디에요?코드쿤스트: 평양에 있습니다.(일동 웃음) 작업실이 어디냐는 게스트 김지훈의 질문에 대한 코쿤의 대답 "평양에 있습니다" 는 질의 격률(Maxim of quality)을 고의로 위반(flouting)한 사례입니다. 코쿤은 이를 통해 화용적 효과를 유발합니다.  목차  1. 화용론의 대화격률언어학의 분과 중 화용론(Pragmatics)은 언어표현이 문자적 의미를 넘어 실제로 활용되는 양상을 연구하는 분야이다. 화용론자가 관심을 가지..

줄이어폰 어떻게 발음하지? 사라지고 있는 ㄴ삽입

0. 요약 유튜브 쇼츠에서 아래와 같이 젊은 세대의 줄이어폰 선호에 관한 기사를 보았습니다. 줄이어폰을 쓰건 말건 별로 관심이 없지만 '줄+이어폰'을 항상 [주리어폰]으로 발음하는 것은 신기했습니다. 왜냐하면 ㄴ삽입이 예측되는 환경이고, ㄴ삽입을 하면 [줄리어폰]으로 발음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1. '줄이어폰'을 어떻게 발음할까? 줄이어폰 (유선 이어폰)은 '줄'과 '이어폰'이 결합된 합성어이고, 특정한 음운환경을 만족하는 복합어에서는 형태소 경계에 ㄴ삽입이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ㄴ삽입은 솜이불을 [솜니불]로 발음하고 환율을 [환뉼]로 발음하는 등의 현상을 말합니다. 반드시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라서 수의적 음운현상 (optional process)이라고 합니다. ㄴ삽입은 복합어라고 항상 일어나는 건 아..

판데믹 혹은 팬데믹 뭐가 맞지?

0. 요약 Pandemic을 한국어로 표현할 때 나는 판데믹이라고 해왔는데, 한국 사회에서 더 통용되는 표현은 팬데믹인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차용어음운론의 측면에서 매우 흥미롭다. 1. Pandemic 국제보건기구 WHO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19를 'pandemic' 으로 선언한 것은 2020년 3월이었다. Pandemic 선언을 보도하는 언론보도에서부터, 진작에 pandemic의 한국어 차용은 발음을 차용하는 것으로 자리를 잡은 모양이다. 즉, '범유행'이라든가 '세계적 유행' 등의 의미차용이 아닌, 이 영어단어의 발음을 차용하기로 약속을 한 것이다. 정부 공식발표나 언론보도에서 사용하는 차용어 표현은 '팬데믹'이다. 그러나 나는 타당한 이유로 '판데믹'이 더 자연스럽다고 생각하는데, 결국 판데믹이 ..

언어학으로 보는 슈스케2 모태솔로 (양의 격률 위반 사례)

이 포스팅은 한국의 인터넷 문화에서 유명한 소위 '슈스케2 모태솔로' 대화를 화용론의 관점에서 다시 보는 글입니다. '갑자기 분위기 언어학(?)' 스러운 포스팅이 될 것입니다. 일단 해당 영상은 아래에 있습니다. '양의 격률' 위반입니다. (참고로 '질의 격률'을 재치있게 위반한 사례는 여기에 있습니다) 0. 요약 해당 참가자의 반복된 대답 "없어요"는 양의 격률(Maxim of quantity)을 유쾌하고 고의적으로 위반한(flouting) 사례로 볼 수 있다. 1. 대화 슈스케2 심사위원인 가수 길은 참가자에게 일상적인 질문으로 '여자친구 있어요?' 라고 물어본다. 이에 대해 참가자는 '있었던 적이 없었다.' 라는 의미를 전달하는데, 직접적인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없어요'를 반복한다. 화용론에서 말..

동작구 승룡사의 야옹스님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있는 승용사를 창건한 스님은 법명이 야옹 이라고 한다. 위에 내가 찍은 승용사 안내 표지판에서 볼 수 있듯이 야옹스님은 1969년 승용사를 설립 창건하였다고 한다.     '야옹'이 법명이라기에 한자어겠거니 추측할 따름이다. 그것은 뜻을 안다거나 기타 언어 내부의 이유가 아니라 '불교에서의 법명은 한자어로 구성된다' 라는 언어외적인 지식과 맥락을 통해 내리는 결론이다. 그러나, 직관적으로 '야옹'은 고양이 우는 소리를 지칭하는 순우리말 표현으로 생각된다. 고양이 우는 '야옹'의 존재감이 워낙에 커서, 맥락 독립적으로는 '야옹'을 한자어로 인식할 수 없다. 다만, '고양이 스님' 정도를 생각할 수 있다.  어쨌든 이 스님의 법명 '야옹'은 분명 두 글자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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