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요약
아래 짤이 너무 웃깁니다.🤣🤣🤣
이 글의 나머지 부분에서는 이 짤과 티베트어 숫자 데이터 Tibetan Numerals 에 대해 소개합니다.
1. Tibetan Numeral
위 짤의 출처는 페이스북 lolPhonology 그룹의 이 포스팅이다.
"티베트어 숫자 데이터 과제 제출기한이 앞둔 학부생들 표정" 정도의 의미인데
세상에나, 학부 음운론 수업할 때 티베트어 숫자 데이터 쓰는 건 많은 학교들 공통인가보다. 근데 우리는 이걸 과제로 내본적은 없고 항상 튜토리얼에서 '다함께 풀어보는 연습문제' 정도로 취급했던 것 같다. 단계에 따라 음운론 개론에서는 단순히 '기저형이 뭐니?' 정도로만 물어보기도 하고, 더 높은 수준으로 가면 규칙순이나 제약서열을 통해 분포를 설명해보는 연습을 하기도 한다.
이 데이터가 얼마나 유명하냐면, 통사론 교과서 저자인 Andrew Carnie도 좋아한다.
이 데이터를 포함하여 음운론에서 연습문제로 널리 활용되는 데이터는 그 출처가 Halle and Clements (1983)라는 단행본인 경우가 많다. 책 이름 자체가 "음운론 연습 책"(Problem Book in Phonology) 인데 놀라운 것이 내 나이또래의 연구자들 중 그 누구도 이 책을 실물로 본 적이 없음에도 왠만한 데이터는 친숙하다는 것이다.😁😁 나 역시 이 책을 출처로 가지고 있는 데이터셋을 몇 개 가지고 있다. 티베트어 숫자 데이터도 그 중 하나. 1
그래도 이제는 아마존 주문생산(POD)으로 이 책을 하드카피로 구할 수 있게 된 모양이므로 음운론 덕후? 가 있다면 이 책을 책장에 구비해두는 게 간지일 수도 있겠다.
이 책에 나온 Tibetan numerals 그대로 옮겨오면 아래와 같다. (제1판 기준 105페이지) 문제는 이 책에서 IPA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우리가 표준으로 사용하는 전사체계랑은 다르고 아마도 그것이 이 책의 원본을 자주 보지 않게 된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The following forms illustrate a process of word formation in modern Tibetan (Lhasa dialect). In the transcriptions, the difference between sh and sh, g and g̲ may be ignored.
Note. The items ǰugǰig and ǰuŋa are actually pronounced [ǰugǰɨ] and [ǰöːŋa]. We shall assume that these pronunciations arc due to further, independent phonological processes not of concern here. They may be ignored for the purposes of the present problem.
UR: | |||
1 | ǰu | 'ten' | |
2 | ǰig | 'one' | |
3 | ǰugǰig | 'eleven' | |
4 | shi | 'four' | |
5 | ǰubshi | 'fourteen' | |
6 | shibǰu | 'forty' | |
7 | g̲u | 'nine' | |
8 | ǰurgu | 'nineteen' | |
9 | g̲ubǰu | 'ninety' | |
10 | ŋa | 'five' | |
11 | ǰuŋa | 'fifteen' | |
12 | ŋabǰu | 'fifty' |
1. List the morphemes associated with each of the following meanings. Give all alternants.
- 'ten'
- 'one'
- 'four'
- 'nine'
- 'five'
2. What is the order of morphemes in the Tibetan numeral?
- teens (11, 14, 15, 19):
- tens (40, 50, 90):
3. The simplest way of describing these forms is to set up an underlying representation (UR) for each word consisting of the base form of each of its morphemes. All forms can be derived from this UR by a regular phonological change. Note that the UR need not be identical to any actually appearing word. Determine the UR of each of the words listed above and write it in the space provided. What is the phonological change?
2. Tibetan Numeral (in IPA)
오늘날 이 데이터를 수업 등에 쓰려면 IPA로 번역?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사실 이 책에서 각 기호가 정확하게 어떤 소리를 지시하는 것인지 불분명하다. 특히 ǰ 와 밑줄그은 sh g̲ 의 경우가 그렇다.
밑줄친 분절음이 출현하는 것은 어두, 그리고 고모음 [i, u] 앞에서만이다. 따라서 밑줄을 palatalization의 표현으로 보는 것은 문제가 없어 보인다. 따라서 비-IPA 기호들에 대해서는 아래와 같이 전제하였다.
- ǰ = [dʒ]
- sh = [ʃʲ]
- g̲ = [ɡʲ]
일 것 같지만 확신할 수 없다.
어쨌든, 적어도 '익숙하지 않은 기호는 없도록' 위의 데이터를 수정하면 아래와 같을 것이다. 음성학적phonetic 이지는 않더라도 음운론적으로는 사용 가능한 데이터가 되었다. 👏👏👏 또한 학생들의 편의 혼동을 유발하기 위해 순서를 조금 조절했다. 사실 단일어 그룹과 복합어 그룹으로 나누었다.
a. | dʒiɡ | “one” | g. | dʒubʃi | “fourteen” |
b. | ʃʲi | “four” | h. | dʒuŋa | “fifteen” |
c. | ŋa | “five” | i. | dʒurɡu | “nineteen” |
d. | ɡʲu | “nine” | j. | ʃʲibdʒu | “forty” |
e. | dʒu | “ten” | k. | ŋabdʒu | “fifty” |
f. | dʒuɡdʒiɡ | “eleven” | l. | ɡʲubdʒu | “ninety” |
3. Tibetan Numeral answers
답안을 쓰는 건 업무비밀을 누설??? 하는 것이기 때문에 엄청 조심스럽다.
무엇보다 각각의 기저형을 알아내는 것이 우선이다. 그리고 거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단일어 형태가 곧 기저형은 아니라는 사고의 전환이다. 익숙한 한국어의 사례를 예로 들어보자 (한국어를 모르는 상태에서 한국어를 분석한다고 가정). 한국어에서 chicken을 의미하는 단어가 독립적으로는 [닥]으로 발음된다고 해도 '닭이'[달기], '닭을'[달글] 등과 같은 복합형태 데이터를 보면, 한국어에서 chicken을 의미하는 단어의 기저형은 /닥/이 아니라 /닭/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독립형태가 아닌 복합형태의 분포를 봄으로써 기저형을 유추할 수 있는 것이다.
티베트어로 돌아와서, 4, 10, 14, 40을 나열해놓고 비교해보자. 사실 숫자를 한자어 식으로 조어하는 방법을 안다면 티베트어 데이터는 정말 껌일 수도 있다. 무슨말이냐 하면 4, 10, 14, 40을 four, ten, forteen, forty라고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사, 십, 사+십, 십+사 로 이해하면 이미 문제의 절반은 푼 상태라는 뜻. 나는 영어권 학생을 대상으로 수업을 하기 때문에 forteen을 ten + four으로, forty를 four + ten 으로 분석하는 부분부터 설명을 시작하는데, 중국어나 일본어를 배워본 학생들이나 애초에 중국어가 L1인 학생들이 확실히 더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듯했다.
gloss | form |
사 | ʃi |
십 | dʒu |
십+사 | dʒubʃi |
사+십 | ʃibdʒu |
자 이제 십+사와 사+십 에 해당하는 형태를 분석하면, 티베트어에서 '십'을 뜻하는 단어의 기저형이 뭔지 알 수 있다. 이런식으로 각 기저형을 알아내는 데에서 문제풀이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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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alle, M., & Clements, G. N. (1983). Problem book in phonology: A workbook for introductory courses in linguistics and in modern phonology. The MIT Press.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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