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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학으로 박사유학 30

Gen Z를 대하며 느끼는 묘한 기분

0. 도입30대 중반이 되기 전까지만 해도 저는 결코 세대론의 신봉자가 아니었습니다. 세대론은 그저 '갈라치기' 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고, 그렇게 하는 데에는 득보다 실이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득이라면 그저 '흥미', 가장 큰 실은 '선입견'). 무엇보다 어느 사회건 세대보다 계급/계층이 더 확실한 설명요인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다 커버린 Gen Z를 자주 대면하는 입장에서, 요즘은 세대 간 차이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특히 내가 속한 밀레니얼 세대와 Gen Z가 다른 지점들을 자꾸 직면하다보니, Gen Z가 가진 특이한 지점 뿐만 아니라 내 세대에 대해서도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이 글에서는 대학에 막 입학한 어린 Gen Z들과, 사회/인문학 계열 전공하..

밤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 랩

0. 요약밤산책을 하다가 불이 꺼지지 않은 건물을 보았습니다. 불현듯 불안해졌습니다.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마도 일하고있지 않는다는 자각이 불안감으로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목차 1. 악몽지도교수님과 몇 년동안 지속적으로 미팅을 하고 같이 일을 하게되면, 일 말고도 사적인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됩니다. 제 지도교수님은 테뉴어를 받은지 몇년 되지 않으신 분이신데, 한번은 악몽을 꾼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꿈속에서 박사과정 시절로 돌아갔었는데, 꿈 속에서 너무 고통스러웠다고 합니다. 그래서 잠에서 깼는데, 순간 "아니 나 분명 졸업한 것 같은데 아니었나? 졸업한 게 꿈이었나?" 했었답니다.   이론언어학은 순수학문으로 분류되고, 박사학위를 따는 게 만렙 찍는 것입니다. 박사학위를 따서 공식적으로 언어학자 타이..

시험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

0. 도입 며칠 전 언어학 교양 수업 기말고사의 채점을 끝냈습니다. 지난 중간고사를 너무 잘 봐서, 아예 작정을 하고 시험을 어렵게 낼 수 있는 기회가 생겼었습니다. 그런데도 잘 보는 사람들은 잘 보네요. 마음대로 시험을 어렵게 내는 과정에서 고려했던 몇 가지 요소들이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 나름 효과가 있어보이는 (즉, 학생들이 실수하게 만드는) 요소들을 이 글에 정리해 놓습니다. 아마도 다음에도 어려운 시험을 낼 일이 생긴다면 이런 요소를 응용할 것 같습니다. 아예 "답을 모르겠다"까지가 아니더라도 "시간이 부족하다"라는 인상을 주어도 시험을 어렵게 만드는 데에는 좋은 것 같습니다. 목차 1. 불필요한 맥락을 너무 많이 넣는다. 문제풀이 자체를 위해서는 필요 없는 사회문화적 맥락을 과도하게 집어넣어서..

'어림짐작'으로 쉽게 말하는 사람들

0. 머리말 계산적(computational) 연구에는 반드시 기계 (컴퓨터) 가 사용됩니다. 컴퓨터의 사용은 대충보면 간편해보이는데 실제로는 간단하지 않습니다. 이 글은 언어학 연구에서 컴퓨팅 자원의 사용에 대한 '아무말대잔치'를 다룹니다. 목차 1. 소위 '좋은 시절' "요즘에는 개인 컴퓨터들 성능이 좋아서 본인 컴퓨터에서 결과 쉽게쉽게 나오니 참 좋겠어. 우리때는 데이터가 있어도 분석하려면 학교 컴퓨터 랩 예약해서 겨우겨우 시간 쫓겨가며 해야했는데.." 라고 선배 세대가 말하는 걸 보면 그냥 웃으며 아무 말 하지 않거나, 내 기분이 좀 좋으면 우쭈쭈해드리곤 한다. 2. 연구하려면 돈내세요 모델 하나를 쓰는데 구글 colab에서 100 compute unit이 소요되었다. 15불이다. 그 모델이 성공..

학부생들과의 의사소통 문제

답답해서 쓰는 포스팅. 당연하지만 Teaching team이 학부생들의 이메일 주소나 전화번호나 연락처를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메일 주소 직접 사용을 금지하고 철저히 강의 플랫폼(canvas)을 통해 연락을 하도록 한 것이 거진 5-6년 됐을 것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강의 플랫폼도 학생 이메일 주소로 메시지를 전달할 뿐 IG나 왓츠앱 등 메시징 서비스로 전달하지 않는다. 학생들은 이메일을 쓰지 않는데, 학부 수업의 표준 소통방식은 이메일이라는 점은 심각한 문제다. 우리 세대는 당연히 이메일이나 전화번호를 공유하고 연락하였고, .edu 로 끝나는 소위 '학교 이메일'을 사용해서 연구자 간 연락을 주고받는 것이 업계표준이다. 반면 Gen Z들은 전화번호는 물론 이메일 공개도 꺼린다. 심지어 학업 목적으..

음운론 전공의 카멜레온 같은 위치

제가 S-side 전공자들 사이에서는 '기술전문가'(tech-savvy)스럽고 엄청 꼼꼼한 엔지니어 스타일로 인식되지만 음성학자들이랑 대화하면 엉성하고 추상적이고 이론적인 사람으로 인식되는 것 같습니다. 음운론 전공자들 사이 일반적인 특징인지 아니면 그냥 제가 그런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 얼마전 S-side (통사론 의미론 화용론) 박사과정생들이랑 포닥 사이에서 밥 먹은 적이 있었는데, 저만 P-side였어요. (S-side 전공자들 사이에서 밥먹는 음운론자 실황) S-side 전공자들 사이에서 밥먹는 음운론자 실황 근데 그분들이 저를 바라보는 느낌이 약간... 제가 음성학자들 바라보는 느낌인가봅니다.ㅋㅋㅋ 구체적이고, 체계화되어있고(organized).. 막 엄청 기계랑 도구를 세련되게 사용하는 엔..

내가 준 과자를 TA가 안 먹는 이유

0. 요약 TA는 교수와 학생 사이의 중간 역할을 하고 학생들과 직접 대면합니다. TA에게 먹을 걸 주는 학생들이 간혹 있는데, TA들은 절대로 받지 않습니다. 대부분 감사의 의미로 혹은 친해지고 싶어서 선의로 주는 것이겠지만, 악의적으로 이용하는 학생들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TA가 학생들에게 고통받는 경우를 소개합니다. 목차 1. 만만한 화풀이 대상 교육조교(TA)는 학생들과 가까운 위치이지만, 실질적으로 모든 평가를 합니다. 과목에 따라 TA들이 시험문제를 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TA들에 대한 내적 친밀감을 쌓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주 전형적인 유사관계(parasocial relationship)에 해당합니다. 왜냐하면, 학생들은 교수보다 TA를 더 자주보고, TA가 교..

2019년의 어느 한 주간

0. 요약 이번 글에서는 언어학 박사과정생으로서 일주일을 어떻게 보냈는지 묘사합니다. 2019년 11월의 어느 한 주간에 있었던 일들입니다. 박사과정 진학을 하면 구체적으로 어떤 생활을 하는지 감을 잡는 데 도움을 드리기 위한 목적이고, 부차적으로는 " 코로나 이전"이라는 아주 먼 옛날(?)의 제 일상을 기록해보고자 하는 목적도 있습니다. 목차 1. 2019년 1학기 북미는 9월에 새로운 학년이 시작됩니다. 이 포스팅에서 묘사하는 2019년의 11월 역시, 9월에 시작된 학기가 한창 이어지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지금 구글 캘린더를 보고 있는데, 구글 캘린더에 따르면 이 당시 제가 진행하고 있던 일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매우 바쁜 학기를 보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TAship (교육조교): 2학년 음운론..

라이팅 비효율적으로 공부하기

0. 요약 이 글에서는 유산소 운동하듯 영어 쓰기 공부하는 것에 대해서 적습니다. 반복할 수 있는 간단한 '훈련'을 소개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저는 영어의 원어민이 아닌데다가 학부와 석사까지 다 한국에서 했고[제 이야기] 영어로든 한국어로든 글을 잘 쓰지는 못하지만, 그냥 제가 게으르게 하고 있는 훈련을 소개하면 누군가에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써봅니다. 머리가 좋은 편이 아닌 저도 그냥저냥 영어로 글쓰면서 생활하고 있으니, "야 내가 맘만 굳게 먹으면 쟤보단 잘하겠다" 하신다면 따라서 훈련하면 되겠습니다.ㅋㅋ 비록 이 글의 제목 '비효율적으로 공부하기'가 다소 낚시스럽기는 하지만, 원래 기본체력은 '깊은 장독에 물붓는다' 생각하고 비효율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목차 1. 목표 장르 정해서 ..

박사 후보가 된다는 것

0. 요약 박사 후보생(ABD, All but Dissertation)이 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인가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적겠습니다. 목차 1. 박사 졸업을 하려면 (3대 퀘스트) 학교나 학과마다 다를 것이겠지만 박사학위를 따는 과정은 크게 세가지 퀘스트로 구성됩니다. 순서대로, 코스웍 자격시험 그리고 박사논문입니다. 이 퀘스트에 대해서는 입학 전에 이미 세부적으로 계약(?)을 하고 들어갑니다. 코스웍으로는 어떤 과목을 얼만큼 들어야하고 자격시험은 어떻게 볼 거고에 대해서 세부적으로 합의를 한 상태에서 입학합니다. 학부생 이상이라면 '졸업여건'이라는 개념에 익숙하실테니 더 이상 설명은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박사논문은 예외인데, 입학하는 시점에서 막연하게만 결정된 채로 입학하게 됩니다. 박사논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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