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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분위기 언어학

줄이어폰 어떻게 발음하지? 사라지고 있는 ㄴ삽입

sleepy_wug 2022. 8. 23. 11:05

 

0. 요약

유튜브 쇼츠에서 아래와 같이 젊은 세대의 줄이어폰 선호에 관한 기사를 보았습니다. 

줄이어폰을 쓰건 말건 별로 관심이 없지만 '줄+이어폰'을 항상 [주리어폰]으로 발음하는 것은 신기했습니다. 왜냐하면 ㄴ삽입이 예측되는 환경이고, ㄴ삽입을 하면 [줄리어폰]으로 발음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1. '줄이어폰'을 어떻게 발음할까?

줄이어폰 (유선 이어폰)은 '줄'과 '이어폰'이 결합된 합성어이고, 특정한 음운환경을 만족하는 복합어에서는 형태소 경계에 ㄴ삽입이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ㄴ삽입은 솜이불을 [솜니불]로 발음하고 환율을 [환뉼]로 발음하는 등의 현상을 말합니다. 반드시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라서 수의적 음운현상 (optional process)이라고 합니다.

ㄴ삽입은 복합어라고 항상 일어나는 건 아니고 특정한 음운환경이 만족될 때에만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러한 음운환경은 아래와 같습니다.

 

(1) /n/-insertion in Seoul Korean

∅  →  [n]  ⧸  C ] μ1  ______   μ2[ i/j

"[n] is inserted at the juncture of two morphemes, M1 and M2, when M1 ends in a consonant and M2 begins in a high front vocoid /i j/ (Jun 2015: 419)"
"두 형태소 사이에서 선행 형태소가 자음으로 끝나고 후행행태소가 /i/나 /j/로 시작할 때, 형태소 사이에 [n]을 삽입한다."

 

수의적 현상이기 때문에 ㄴ은 삽입될 수도 삽입되지 않을수도 있습니다.

  ㄴ삽입할 경우 ㄴ삽입 안할 경우
솜이불 솜니불 소미불
환율 환뉼 화뉼
금융 금늉 그뮹

 

'줄이어폰' 이라는 단어 역시 형태론적으로 '줄+이어폰'의 구조를 가지고 음운론적 환경을 만족하기 때문에 ㄴ삽입의 대상이 됩니다. 음운론적 환경에 대해 부연하자면, 첫째 형태소 '줄'이 자음으로 끝나고, 이어지는 둘째 형태소 '이어폰'이 /i/ 모음으로 시작하는 것입니다.

'줄이어폰'을 ㄴ삽입하여 발음하면 아래와 같이 도출되어 [줄리어폰]이 됩니다. 도출과정에서 사용된 IPA는 엄청 매우 무척 훌륭하고 우수한 한글 IPA 변환 웹앱[링크]을 사용했습니다.

UR (기저형) /tɕul + iʌpʰon/ '줄이어폰'
N-insertion
(형태소경계 +에 n이 삽입됨)
tɕul n iʌpʰon
Place assimilation
(삽입된 n이 l에 동화됨)
tɕu ll iʌpʰon
SR (도출형) [tɕulliʌpʰon]

 

그러나 해당 영상에서는 한번도 ㄴ삽입을 하지 않고 계속 [주리어폰] [tɕuɾiʌpʰon] 이라고만 합니다.

 

Royalty free image of a wired headphone
유선 헤드폰 Royalty free image from https://pexels.com/

 

 

2. ㄴ삽입은 역사적 어두 ㄴ의 흔적인가?

고광모(1992) p.33-35에서는, ㄴ삽입이 역사적으로 어두에 ㄴ이 있던 단어들의 존재로 인한 보상적 및 유추적 현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말하자면 이렇습니다. 한국어에는 닢(>잎), 니빨(>이빨) 등 원래 ㄴ으로 시작하던 낱말들이 있습니다. 이런 단어들은 오늘날 잎, 이빨 로만 발음됩니다. 두음법칙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단어들이 어두가 아닌 환경에 올 때에는 ㄴ이 살아납니다. 꽃(발음상 꼳), 송곳이빨(발음상 암) 등입니다. 이 사실로부터 화자들은 유추적으로 생각하여 어두에서 어떤 단어가 이 혹은 j계열 이중모음으로 된다면 그것의 기저형을 ㄴ이 포함된 것으로 생각해서, 어중에 그 단어가 나올 때에는 그것의 추정되는 원형 즉 ㄴ이 들어간 형태를 쓴다는 것입니다.

 

한편 '이어폰'이라는 단어에는 100프로 범주적으로 (즉, 예외없이) ㄴ삽입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왜 ㄴ삽입이 이루어지지 않는지는 아마도 이어폰이 외래어라는 걸 화자들이 알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만약 이 외래어가 원래 ㄴ으로 시작했다면 두음법칙의 적용을 받지 않기에 어두에서도 '니어폰'이라고 발음되었을 것입니다.

 

즉, 외래어인데 어두에서 ㅣ 혹은 j계열 이중모음으로 시작하는 단어라면, 그것이 어중에 나타날 때에도 안심하고 그것의 기저형을 onsetless, 즉 모음으로 시작하는 형태로 상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어중에 올 때도 ㄴ삽입을 할 이유가 없겠지요.

 

3. 혹은, ㄴ삽입이 사라져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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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g & Dalola (2019) [각주:1] [논문링크] 은 ㄴ삽입에 관한 실험연구입니다.

이 연구에서는 고연령층에서 ㄴ삽입이 더 빈번하게 나타났고, 젊은여성에게서 ㄴ삽입이 덜 빈번하게 일어났다고 보고했습니다. 사회언어학에서는 여성이 언어변화를 선도한다고 하는데 (Labov, 1966) 이에 따르면 ㄴ삽입은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현상인 것입니다.

또한, Song & Dalola (2019)에서 발견한 가장 중요한 효과는 '어휘친숙도'인데, 어휘친숙도가 낮을수록, 즉 낯선 단어일수록 ㄴ삽입을 덜 빈번하게 한다고 보고합니다.

이 두가지 관찰에 따르면 '줄이어폰'의 사례는 ㄴ삽입을 안하는 방향으로 발음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측됩니다. 외래어처럼 새로 유입되거나 새로이 조합(즉, 기존에 존재하는 '줄'과 '이어폰'을 결합합) 된다면, 선도적 패턴을 따를 가능성이 높고, 또 "낯선" 단어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4. '어원적' 어종의 효과만을 보기 위해서는? 

'이어폰'이 가지는 '외래어'라는 자질은 ㄴ삽입 여부에 얼마나 효과를 주는 것일까요? 즉, "외래어이기 때문에 ㄴ을 넣지 않는다"라는 가설을 실험을 통해 증명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다른 알려진 요인들을 통제한 다음에 실험을 해야할 것입니다.

어종 말고 ㄴ삽입 여부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은 연령, 성별, 방언, 음운적환경, 어휘친숙도입니다. 

종류 요인 ㄴ삽입을....
연령 저연령일수록 덜한다
성별 여성이 덜한다
방언 서울말 화자가 덜한다
음운적환경 M1종성이 sonorant 면, 더한다
M2가 /j/계열 이중모음이면, 더한다
어휘친숙도 낯선 어휘일수록 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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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ong, Jiyeon, and Amanda Dalola. 2019. Linguistic entrenchment and the effect of subjective lexical familiarity in Korean /n/-insertion. Proceedings of the Linguistic Society of America 4.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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