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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분위기 언어학

언어변화의 풍경: banned 그리고 non-binary

sleepy_wug 2023. 2. 17.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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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요약

코로나가 끝나고 대학교로 돌아온 Gen Z들을 보면서 흥미로운 언어 패턴이 보여서 메모합니다. banned와 non-binary를 학업과 관련된 맥락에서 사용되는 양상이 신기합니다. 아마도 이러한 것이 의미확장의 출발이 아닐까합니다.

 

1. Banned from the school

모국어가 한국어인 채로 외국어로서 영어를 배우면서 느낀 한국어와 영어의 큰 차이 중 하나는, 언어표현의 사용이 얼마나 register의존적이냐 하는 것이다. 십대때는 영어사전을 보면 단어 하나에 뜻이 주렁주렁 달린 것이 낯설었다.

 

특히 여기 살면서 사람들이 영어 (특히 입말)가 실제로 사용되는 양상을 보면 formal / informal 정도의 register차이만 있고 장르를 넘나들며 표현을 사용한다. tip of the tongue에 대한 용인도 한국어에 비해 높은 편인 것 같다. 아마 이건 영어가 하도 다양하다보니 한번의 표현 그자체보다는 여러차례의 paraphrasing을 통해 맥락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의사소통을 하기 때문인 것 같다.

 

아래 quora 질문에서, 퇴학을 당했다는 표현을 paraphrasing하면서 kicked out 이라고 썼다가 다음엔 "banned from the college"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건 무슨 트위치 채널에서 밴 당한 것도 아니고, 퇴학을 이런식으로 표현할까 싶었다. 낯설면서도 한편으로는 재미있었다. 

 

 

님들, 나 학교에서 밴당함

 

원본링크 아카이브

 

한국어라면 "학교에서 밴당했다"는 물론, "학교에서 강퇴됐다"도 결코 쓰이지 않을 것이다. '퇴학' 내지는 '쫓겨나다' 정도로 한정되어 사용될 듯. 그만큼 한국어는 매우 경직되어 있는 언어인 것 같다. 아마도 언어사용자의 배경이 다양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즉, 어떠한 단일성이 전제되어 있기에, 매우 맥락과 상황별로 엄밀하게 정형화된 표현들만이 소통의 도구로 사용되는 것이 아닐까한다.

 

2. non-binary feat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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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학에서는 변별자질(distinctive features)을 다룬다. 자질의 분류는 대체로 양극값을 가지는 binary feature와 값이 없이 자질의 있고 없고가 지정되는 privative feature로 나뉜다. 예컨대 Clements and Hume (1995)[각주:1]의feature geometry에서는 [+/- anterior]나 [+/- distributed]가 binary feature이고, 그것들을 지배하는 [CORONAL]은 privative feature이다. privative feature는 unary feature라고도 한다.

 

음운론 강의에서 이러한 이야기를 하면서 3학년? 4학년 학생들이 메모하는 것을 보았는데, privative 라는 단어가 너무 어려웠는지, non-binary feature라고 필기하는 것을 보았다.

 

Non-binary feature라.. Non-binary는 보통 젠더이슈를 다룰 때 사용하는 용어라 privative feature를 그렇게 부르는 것은 나에게는 어색하다. 어쩌면 내가 나이가 든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젠더이슈에서 non-binary는 젠더가 남과 녀라는 두 개의 binomial한 분포가 아니라 스펙트럼을 이룬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분법적인 구분을 거부한다는 맥락이 아닌가? 어떠한 변별자질이 non-binary하다고 하면, 그것이 어떠한 gradient한 값을 가진다는 뉘앙스로 받아들여진다. (역시, 내가 나이가 든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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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lements, G. N. & Elizabeth Hume, 1995. "The Internal Organization of Speech Sounds" In John Goldsmith, ed., Handbook of Phonological Theory. Oxford: Basil Blackwell, Oxford, pp. 245–306.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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