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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 8

role-rule merger?

오늘 학부생 office hours 하면서 음운규칙(phonological rules) 설명해주는데, 그 학생의 /u/ (rule의 모음)이 상당히 특이했다. 그 학생은 캐나다, 구체적으로 Pacific Northwest 출신인데, 이 지역 화자들이 고모음 /i/ /u/ 를 매우 lax하게 발음한다는 건 이미 충분히 경험했지만 (Canadian Shift라고도 부른다) /u/ 모음의 조음점이 /o/랑 비슷하게 들리는 건 또 처음이었다. Canadian Shift는 캐나다 영어에서 (특히 미국 영어와 비교해서) 특징적으로 발견되는 것인데, /i/, /u/ 같은 고모음의 조음점이 전통적인(?) 북미영어모음에 비해 내려가고 뒤로 가는 걸 말한다(Boberg 2008). 아주 대중적이고 인상적인 관찰로, "캐나..

생각나는대로 2025.02.27

평음-격음이 VOT만으로 구분되던 시절?

한국어에서는 달/딸/탈 이 구분되는데, 이때 음소 ㄷ/ㄸ/ㅌ가 후두에 있는 조음기관을 어떻게 조작하느냐로 구분된다. 대부분의 자음이 입과 코의 수준에서 결정된다는 점에서 이건 특별하고, 그래서 별도로 '후두자질 변별'이라고 부른다. VOT는 후두자질의 차이가 음성적으로 어떻게 구현됐는가를 측정하는 음향음성학적 측정도구다. 이건 Voice Onset Time의 약자로 한국말로는 '성대진동개시시간'이라고도 하는데, 후두에 공기가 통과한 후 얼마 뒤에 성대의 진동이 시작되느냐를 측정한 것이다. "타"라고 아주 천천히 발음하고 "따"라고 아주 천천히 발음해서 비교하면, "타"를 발음할 때는 ㅌ..ㅎ....ㅏ, "따"를 발음할 때는 ㄸ...ㅏ 정도로 발음될 것이다. 자음을 발음하기 시작했을 때 (후두에 공기가 통..

'-습니다'와 '-읍니다'

0. 요약1988년 한글맞춤법 이전에 표기상으로 구분되던 '-습니다'와 '-읍니다' 의 분포에 대한 글입니다. 곁다리로 율/률의 문제도 언급합니다.막 40년 가까이 뒷북치는 글이 되겠네요. 목차 1.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니 "설문조사에 응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 설문조사의 목적은 인간의 언어 이해와 인지 과정을 연구하는 데 필요한 data를 수집하는 것입니다. 각각의 설문은 정답이 따로 없읍니다. 그냥 여러분이 느끼는 대로 알맞은 난에 답하시면 설문조사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니(???) 이 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핸드폰 저장공간 정리하다가 위와 같은 스크린캡처 파일을 발견했다. 옛날 논문의 일부인데, 부록으로 "설문지는 이걸 사용했노라"라고 인용한 부분이다. 저 부분을 읽고 내가 얼마나 어이가 없..

생각나는대로 2025.02.23

모든 것은 자신 혹은 타인과의 협업

0. 요약지도교수님 K에게 배운 그리고 배우고있는 교훈들이 많은데, 그 중 가장 인상적인 것 중 하나는 모든 일들을 협업으로 관념화하는 것이다. Documentation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다. 여러사람들이 함께 일하는 랩은 물론이고 혼자서 작업하는 과정에서도 그렇다. 랩에서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명시적인 documentation을 남기는 것이다. 대면소통도 좋지만, 인상과 직관을 주는 데 한정적이다. 진짜 '지식'은 다른 사람이 읽고 곱씹어서 스스로 학습하여야만 한다. '말을 물가에 데려다놓을 수는 있지만 물을 먹일 수는 없듯이' 아무리 대면하여 가르치려 해도 스스로 그런 지식은 전달할 수 없다. 잘 쓰여진 documentation, 그리고 documentation을 읽고 스스로 ..

a couple of 에서 자꾸 of 생략하기

0. 요약 요즘 학부생들 그리고 과정생들 사이에서 a couple of 에서 of를 빼고 쓰는 걸 자주 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a couple of에서 of 를 생략하는 음운론적인 이유(motivation)를 생각해봅니다. (이 글의 내용은 언어학하고있네 블로그의 '코너 속의 코너'인 "영어공부 하고있네"에도 추가되었습니다. [링크])  영어 공부하고 있네0. 이 포스팅은 무엇?이 포스팅에는 살면서 만나 본 영어 표현 중 재밌다고 생각했던, 혹은 한마디 보태고 싶었던 것들을 모아놓습니다. 저는 태어나서부터 학부/석사까지 한국에서만 공부했기linguisting.tistory.com   목차 1. A couple (of)당연하지만 관사 'a'를 수반하는 couple은 명사다. 그래서 "A couple d..

생각나는대로 2025.02.12

mfm31 fringe meeting 'sublexica across languages'

https://mfm2025fringe.sciencesconf.org/?lang=en Sublexica across languages - Sciencesconf.org mfm2025fringe.sciencesconf.org  세상에. 맨체스터는 너무 멀어서 생각조차 하지 못했는데, 자꾸 메일이 와서 금욜밤에 공지를 읽으니 이런걸 다 하네? 살면서 이렇게 내 주제랑 안성맞춤(tailor-made)인 fringe meeting은 처음이다. 이건 abstract 안 내면 죽어서 '음운론자의 지옥'에 가게될지도 모름.ㅋㅋㅋ synchronically, those subsets of the lexicon have different behaviours which cannot be attributed to knowl..

생각나는대로 2025.02.09

폰트와 스타일의 문제

0. 요약내용과는 하등 관련없는 '틀'에 집착하는 이야기입니다.  아마 형식주의 이론언어학(특히 음운론)이 '틀'(형식)에 대한 공부이기 때문에 집착을 더 하게되는 것 같습니다. 결론은, 조금 집착을 내려놓아야겠다는 스스로에 대한 반성입니다. 목차 1. 폰트음운론에서는 아무래도 IPA에 포함된 온갖 기호를 쓰기 때문에 나는 폰트 고민이 무척 많다. 사실 오늘날에는 Arial이나 Times New Roman 같은 주요 폰트들은 IPA를 모두 커버하기 때문에 그냥 쓰면 대체로 왠만큼 제대로 표현된다. 그러나 문제는 예쁘지 않다는 것.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아주 보편적인 문제다. 적어도 내 세대나 심지어 학부생들도 모두 온갖 폰트를 다운로드 받았다가 지웠다가 하는 과정을 수도 없이 거친다. 아예 음운론자들 폰..

생각나는대로 2025.02.04

Paramore (2025) - 종성은 항상 moraic?

0. 요약 Paramore, J. C. (2025). Codas are universally moraic. Phonology, 42. doi:10.1017/S0952675724000204 핵심 주장: Uniform Moraic Quantity (UMQ) - 음절 종성(coda)은 범언어적으로 항상 박(mora)의 지위를 가진다. 그렇다면 coda moraicity 차이로 설명되어온 weight sensitivity 현상들을 어떡하냐? sonority로 환원한다.핵심 데이터: Kwakw’ala (Wakashan, Kwakiutlan), Lhasa Tibetan 사실 이 포스팅의 포커스는 논문 소개하고 mora가 뭔지 그리고 종성 mora가 뭔지 정리하는 겁니다.당연한 주의사항이지만, 이 포스팅은 제가 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