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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나는대로

role-rule merger?

sleepy_wug 2025. 2. 27. 04:08

오늘 학부생 office hours 하면서 음운규칙(phonological rules) 설명해주는데, 그 학생의 /u/ (rule의 모음)이 상당히 특이했다. 그 학생은 캐나다, 구체적으로 Pacific Northwest 출신인데, 이 지역 화자들이 고모음 /i/ /u/ 를 매우 lax하게 발음한다는 건 이미 충분히 경험했지만 (Canadian Shift라고도 부른다) /u/ 모음의 조음점이 /o/랑 비슷하게 들리는 건 또 처음이었다.

 

Canadian Shift는 캐나다 영어에서 (특히 미국 영어와 비교해서) 특징적으로 발견되는 것인데, /i/, /u/ 같은 고모음의 조음점이 전통적인(?) 북미영어모음에 비해 내려가고 뒤로 가는 걸 말한다(Boberg 2008)[각주:1]. 아주 대중적이고 인상적인 관찰로, "캐나다인들을 kit을 cat처럼 발음한다 (그래서 캐나다 Kit Kat은 캣캣🤣켁켁)" 같은 선입견(?) 농담(?)이 있다.

 

Canadian Shift, 그리고 딱히 Canadian Shift 현상 자체랑은 관련없지만 그 학부생 출신지역 방언이 특징적으로 보여주는 모음체계 변화를 개략적으로 표현하면 아래와 같다.

 

 

파랑색은 이전에 논문이나 교과서에서 본 적 있는 조음점의 이동이고, 빨간색은 내가 이 포스팅에서 서술하고 있는, 인상적인 rule-role merger(병합)이다. 원래 발음 상 구별되던 두 단어 혹은 음소가 더 이상 구별되지 않게 되었을 때 merger되었다 라고 한다.

 

위 그림에서 IPA 기호 옆에 해당 모음이 출현하는 단음절 단어를 표시했다. 예를들어 /u/ 라는 IPA 기호는 boot /but/ 에 나오는 모음이라는 뜻이다.

 

다시 위 그림에서, 이 지역 사람들의 /æ/ 모음은 참 재밌는데, 한편으로는 [a]처럼 아주 전설저모음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다른편으로는 /ɛ/랑 merger되었다. 연구개음(velar consonant)앞에서는 조음점이 위로 올라가기 때문이다 (Swan 2016)[각주:2]. 이 현상은 음운론적으로 쉽게 설명된다. 연구개음은 모음과 같이 [DORSAL] 자질을 공유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것이다.

 

어쨌든 다시 rule-role merger로 돌아와서, 이렇게까지 /u/의 조음점이 내려와서 /o/ 모음과 변별이 (내가 듣기에) 어려웠던 건 상당히 색다른 경험이다. 사실상 조음점이 아니라 원순 여부만으로 rule과 role이 구분될 것같은 느낌이다. /u/ 모음을 더 원순모음으로 발음하고(입술을 둥글게 내미는 방식으로 조음), /o/모음이 입술이 좀 덜 긴장되는 것같다.

 

사실 rule과 role은 사용맥락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완전히 구별되지 않더라도 괜찮지 않을까?ㅋㅋㅋ 만약 그렇다면 rule-role 쌍에서 유독 /u-o/ merger가 가속화될 수도 있겠다.

 

통상적으로 음소 간 기능부담(functional load) 계산할 때 음운 외적 맥락을 고려하지 않는데, 만약 의미나 통사적 환경 등을 고려할 수 있다면 어떨까 궁금해진다.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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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oberg, C. (2008). Regional phonetic differentiation in standard Canadian English. Journal of English Linguistics, 36(2), 129-154. [본문으로]
  2. Swan, Julia Thomas. (2016). Canadian English in the Pacific Northwest: A phonetic comparison of Vancouver, BC and Seattle, WA. In Proceedings of the 2016 annual conference of the Canadian Linguistic Association (pp. 46-81).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