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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분위기 언어학

언어학으로 보는 슈스케2 모태솔로 (양의 격률 위반 사례)

sleepy_wug 2022. 5. 6. 14:21

이 포스팅은 한국의 인터넷 문화에서 유명한 소위 '슈스케2 모태솔로' 대화를 화용론의 관점에서 다시 보는 글입니다. '갑자기 분위기 언어학(?)' 스러운 포스팅이 될 것입니다.

 

일단 해당 영상은 아래에 있습니다. '양의 격률' 위반입니다.
(참고로 '질의 격률'을 재치있게 위반한 사례는 여기에 있습니다)

 

슈스케2 모태솔로 화용론으로 읽기

 

 

0. 요약

해당 참가자의 반복된 대답 "없어요"는 양의 격률(Maxim of quantity)을 유쾌하고 고의적으로 위반한(flouting) 사례로 볼 수 있다.

 

1. 대화

슈스케2 심사위원인 가수 길은 참가자에게 일상적인 질문으로 '여자친구 있어요?' 라고 물어본다. 이에 대해 참가자는 '있었던 적이 없었다.' 라는 의미를 전달하는데, 직접적인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없어요'를 반복한다. 화용론에서 말하는 격률 위반 효과가 드러난 상황이다. 특히, '양의 격률'이 깨뜨려진(flouted) 사례이다.

길: 여자친구 있어요?
참가자: 아니, 없어요.
길: 없었어요?
참가자: 없어요.
길: 없었어요?
참가자: 아니, 없어요.

 

2. 왜 대화격률 위반인가?

개론 수준에서 배우는 화용론 개념 중에서 대화 격률이라는 것이 있다. 사람 간의 대화는 정보의 교환이나 기타 등등 어떠한 주제와 목적을 가지고 이루어지는데, 격률(Maxim)은 이 과정에서 명시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아도 대화 참가자 간에 협력하기 위해 지키는 약속 같은 것이다.

대화에서 기본값은 격률을 지키면서 대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격률은 '규칙'이 아니기 때문에 대화에 참여하는 사람은 의도적으로 격률을 깰 수 있다. 그러나 격률이 지켜지면서 대화가 이루어지는 것이 기본적이기 때문에, 누군가 격률을 위반하면 상대방은 '이 사람의 말에는 숨겨진 다른 의미가 있구나'를 깨닫게 된다. 

 

그라이스는 4가지 격률을 이야기했는데, 위에 소개된 대화에서는 그 중 특별히 양의 격룰(Maxim of quantity)이 의도적으로 위반되었다.

양의 격률은 "상대방에게 필요한 만큼, 더도 말고 더도 말고 그만큼의 정보를 말하라"는 격률이다. 예를 들어, "오늘 점심 뭐 먹었냐?" 라고 묻는 친구에게 "철원평야에서 농부 김덕진 씨가 손수 재배한 쌀을 도정해서 각종 잡곡과 섞어서 만든 밥에다가, 태평양의 원양어선이 잡은 참치를 매콤한 고추향과 고춧기름으로 양념해서 통조림 처리한 동원 고추참치를 함께 먹었다" 라고 말하는 것은 전형적으로 양의 격률을 위반한 것이다. 

유행어로 TMI (Too much information) 라고 하는데, 이런 식으로 단지 '정보를 너무 많이 전하는 것' 말고도 정보를 너무 적게 주는 것도 양의 격률 위반이다.

 

길의 질문에 참가자는 "없어요"라고 대답하였고, 길은 추가적으로 "과거에 있었느냐?"를 묻기 위해 "없어요?" 라고 말한다. 그러나 참가자는 추가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같은 말을 반복한다. 길은 다시 확인하고자 같은 질문을 하지만 참가자가 다시 같은 말을 반복하자 이런 식으로 격률을 flouting함으로서 발생한 '행간의 의도'를 파악한다.

 

그리고 이 flouting이 잘 작동했다는 증거는, 시청자들이 이 대화에 "슈스케2 모태솔로" 라는 레이블을 붙여주었다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다. 만약 누군가가 '이게 왜 남자가 모태솔로라는 이야기야?' 라고 묻는다면 이런 사람들은 '말귀를 잘 못알아듣는 사람' 등으로 불린다.

 

화용론의 연구 주제 중 하나는 이런 식으로 대화 참여자들이 어떻게 대화격률을 재치있게 위반해가며 대화의 이면에서 "말하지 않은 의미"를 전달하는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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