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에 제시된 유튜브 영상에서 나오는 장동민의 멘트에 관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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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https://youtu.be/DE1T6x60IUc
김국진: [군기반장]을 누가 시키는 거에요? 선배중에?
장동민: 아니 저기.... 안기부에서...
(2021년 3월 31일에 방영된 라디오스타 714회의 일부)
김국진의 질문에 대한 장동민의 "안기부에서.." 라는 대답은 질의 격률을 유쾌하게 깨뜨리고, 이를 통해 화용적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이것은 한국어에서 질의격률을 위반한 아주 재미있는 사례이다.
화용론의 기초 중, 그라이스의 대화격률(Gricean Maxims)이라는 개념이 있다. 사람들 사이에서 대화가 진행될 때, 명시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대화상대방끼리 지키는 일종의 약속같은 것이다.
그라이스는 총 4가지의 격률을 제시했는데, 이것은 '규칙'이 아니라 깨질 수 있는 것이다. 격률이 깨지면 대부분의 경우 대화가 어색하게 흐르는데, 격률을 아주 영리하게 깰 경우, '말하지 않아도 전달되는 행간의 효과'가 일어난다. 이런식으로 영리하게 격률을 깨는 것을 특별히 'flouting'이라고 한다.
4가지 격률 중 질의 격률(Maxim of quality)이라고 있다. 정상적인 대화에서 화자들은 상대방이 진실, 혹은 진실이라고 믿는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만약 누군가가 격률을 고의적으로 위반(flouting)하면 행간에 말하지 않는 (말하고 싶지 않은) 뭔가가 있음을 암시한다.
위 대화에서 장동민는 질의 격률을 의식적으로 위반함으로써 어떠한 효과를 유발한다.
아마도 행간에 담으려한 의미는 '말할 수 없다' 혹은 '말하고 싶지 않다' 정도일 것이다.
이것을 직접적으로 말하는 것은 매끄러운 대화맥락을 방해하고, 특히 대화의 분위기를 지나치게 어둡게 만들 우려가 있다. 토크쇼라는 맥락을 고려했을 때, 이는 좋은 대화전략이 아니다. 따라서 장동민은 질의 격률을 위반flouting하는 방식으로 본의를 행간에 숨기는 것을 택한다.
그리고 이 flouting이 잘 작동했다는 증거는 장동민의 해당 발언 이어지는 맥락을 통해 분명히 나타난다. 모두가 웃으며 그 행간의 의미를 읽은 것이다.
화용론의 연구분야 중 하나는 이 대화격률을 어떻게 잘 위반해가며 대화 이면의 *말하지않는 의미*를 전달하는지 여부다.
만약 격률위반으로 발생하는 효과를 읽어내지 못하고 "거기서 안기부가 왜나와?"라고 한다면, 이런 사람들은 '말귀를 잘 못알아듣는 사람,' '사회적지능이 떨어지는 사람' 취급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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