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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분위기 언어학

이름 뒤에 쓰는 의존명사와 언어변화

sleepy_wug 2022. 3. 31.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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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요약

사람을 높여 부르기 위해서 이름 뒤에 의존명사 '분'을 사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예를 들어 '윤계상'을 높여 부르기 위해서 '윤계상 님'이나 '윤계상 씨'가 아니라 '윤계상 분' 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것은 언어변화의 사례이다.

 

목차

     

    1. 한국어에서는 높은 사람을 이름으로만 부를 수 없다.

    한국어에서 사람 이름을 직접 부르는 것은 실례이다. 일본어에서도 그러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선생님', '판사님', '신부님', '스님', '어머니', '아버지' 등의 호칭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아래와 같이 이름 석자와 존칭을 사용하는 것은 비문법적이다. (1)과 같은 표현은 비문법적이다.

     

    (1) *강슬기께서 식사를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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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순히 '수용될수없다'(unacceptable)라거나 '자연스럽지않다'(infelicitous)라고 하지 않고 비문법적이다(ungrammatical)라고 하는 것은, 주어 높임을 한국어의 주술일치현상의 일환으로 이해하는 통사론 연구들에 기반한 것이다. 이러한 연구들은 많이 있지만, Choe (1988)[각주:1]의 112-113페이지와 Kang (1988)[각주:2]에서 언급이 되었고, 최근에 와서도 유동석(1994, 1995), Choi (2010), 그리고 한국어 통사론 교과서인 김용하, 박소영, 이정훈, 최기용 (2018) "한국어 생성 통사론"에서도 이러한 입장을 드러낸다.예컨대, 최기용 교수님의 2010년 논문에 따르면 한국어의 주어 높임(subject honorification)을 '-님'과 '-시' 사이의 일치현상으로 볼 수 있다. 논문링크 이것에 비추어보면, 사람 이름 석자에는 '-님'으로 표상되는 [주어존경] 자질이 존재하지 않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술부에 '-시'로 표상되는 [주어존경] 자질이 있으면 호응 내지는 일치가 되지 않아서 비문법적인 문장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 이름을 주어로 쓰더라도 아래의 (1') 혹은 (1'')와 같이 의존명사를 붙이면 문법적인 문장이 된다.

     

    (1') 강슬기 께서 식사를 하셨다.
    (1'') 강슬기 께서 식사를 하셨다.

     

    이 포스팅은 이와 같은 경우, 이름 뒤에 붙는 의존명사인 '님'이나 '씨' 등에 대해서 다루는데, 어떤 의존명사를 사용해서 높임을 표현하는지가 바뀌고 있는 것 같다고 소개한다.

     

    2. 이전 세대와 나의 차이 - 나의 세대가 주도했던 언어변화

    2000년대 중후반에 20대를 경험한 세대로서, 우리세대 혹은 우리보다 조금 앞선 세대부터 존칭의 '씨'를 회피하는 경향이 생기지 않았는가 생각한다.

     

    혹은 -씨 를 사용하는 것이 존칭이라기보다는 공식적인 connotation을 가진다는 생각이 들고, 지나치게 사무적이라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병원에서 환자 이름을 호출할 때 정도??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은 '님'이다. 사람의 이름 혹은 닉네임에조차 '님'을 붙여서 호칭하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2) 강유미 께서 오셨습니다.
    (3) 지구최강귀요미께서 오셨습니다.

     

    법정공방 맥락에서 사용된 이름 뒤 '님'의 예시


    위에서 보는 것과 같이, 나와 같은 세대인 안재현은 구혜선과의 법정 공방이라는 공식적인 맥락 속에서도 이름 뒤 '씨'를 사용하지 않고 '님'을 사용한다.

     

    즉, 이름 뒤 '-님'을 사용해서 존칭하는 것은 나의 세대가 주도했던 언어변화의 사례이다. 사실 '하느님', '부처님', '선생님' 등을 생각하면, 원래 '-님'은 사람이름 뒤에 붙이기에 어색하다.

     

    그래서 아래 '더보기...' 에 제시된 다양한 사례와 같이 실제로 고연령층에서는 이름 뒤 -님 을 어색해한다.

    더보기

     

    이름 뒤에 -님 쓰는 것이 어법 상 맞지 않다는 느낌

    아카이브 링크

     

    언어변화를 단지 '젊은이 문화'로 취급하는 경우

    아카이브 링크

     

    아카이브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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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 씨와 님에 대한 여담

    형수과 제수를 생각해본다. 제수씨와 형수님을 상용어휘로 사용한 게 오래되었다고 상정했을 때, 애초에 -님-씨 보다 더 높임의 수준이 높은 것이 아닌가 한다. 

     

    그렇다면 (이름)-씨 에서 (이름)-님 으로 이행한 것은 아마 명목상으로나마 이름을 더 높이는 것인가?

     

     

    3. 나의 세대와 이후 세대의 차이 - 진행 중인 언어변화

    그런데 최근들어 흥미로운 변화를 발견했다. 나보다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맥락에서 이름 뒤에 '분'을 붙이는 것 같다.

     

    인터넷 게시판 등에서만 보아서 인상적으로만 느낌을 가지고 있다가 가장 처음 살아있는 언어로 '기록'된 사례로 발견한 것은 아래의 유튜브 영상이다.

     

     

     

    5:56에서 "윤계상 분"이라고 말한다.

     

    배우 윤계상을 높여서 호칭하는 경우인데, 이러한 경우에 우리 세대는 '윤계상 '이라고 할 것이고 윗 세대는 '윤계상 '라고 할 것이다.

     

    8:51에서 "지석진 분"

     

    여기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지석진 "나 "지석진 "을 사용할 부분에서 '분'이 사용되었다.

     

    해당영상에서 마지막으로..

     

    15:21 에서 '윤계상 분'

     

    남자 화자 한 명에게서도 '윤계상 '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단순히 한 사람의 개인어(idiolect)가 아니라는 뜻.

     

    이 유튜브 영상 이전에는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나 커뮤니티에서 간혹가다가 '-분'이 사용된 사례를 보곤 했다. 2016년 8월, 커뮤니티 '인스티즈'에 올라온 아래의 글을 보면 아마도 새로운 세대도 우리와 같은 이유로 '-님' 대신 '-분'을 사용하는 것 같다. 다시 말해서, '-님'이 너무 격식을 차리고 너무 높이는 느낌이 들어서 부담스럽다는 것이 이유인 것같다. (글 출처) (아카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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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같은 '인스티즈' 커뮤니티 내에서도 '-분'의 사용이 불편한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이런 사람들은 '-님'을 선호한다. (아마 나랑 같은 세대인 걸까🤔) 2017년 6월에 올라온 글이다. (링크) (아카이브)

     

    '-분'이 사용된 다른 사례로 아래와 같은 트위터 트윗도 있다. (내용이 불쾌할 수 있으니 '더보기...' 로 처리한다. 중요한 것은 트윗의 내용이 아니라 의존명사의 사용이다.)

    더보기

     

     

    해당 트윗의 링크 (아카이브): https://archive.ph/qgqj7

     

    마지막으로 2022년 3월 무렵 유튜브에서 아래와 같은 댓글을 발견했다.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NVj3UhNLDtw&lc=UgxMXLs-BgurHPP5nW94AaABAg 그리고 아카이브)

     

    주디스 슈클라는 서양인의 이름이다. 마찬가지로 '분'을 붙여서 존칭하였다. 또한 한국인명이 아닌데도 뒤에 '분'을 붙였다. 흔히 외국인 이름에는 '님'이나 '씨'를 잘 붙이지 않고 그냥 이름만 쓴다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4. 의존명사 '님', '씨', '분'에 대한 분포 정리

    나의 문법에서 존칭의 의존명사 '님', '씨', '분'의 분포는 아래와 같다. 체크마크는 가능하다는 의미이고 별표는 불가능하다는 의미이다. 예를들어 '의사 분'이나 '의사 님'은 가능해도 '남편 씨'는 불가능.

      대명사 (이, 그, 저) 일반명사 (남편, 의사) 인명 (김개똥, 도민준)
    *
    * *
    *

     

     

    반면, 젊은 세대의 문법에서 '님' '씨' '분'의 분포는 아래와 같을 것이다. 나의 문법과 다른 부분을 붉은 색으로 표시했다.

      대명사 (이, 그, 저) 일반명사 (남편, 의사) 인명 (김개똥, 도민준)
    *
    * *

     

     

    5. 변화의 방향

    의존명사 '분'의 사용 맥락이 확산되는 방향으로 언어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의 문법에서도 '분'의 사용은 '그분'이나 '의사분' 등에서 자연스러운 것을 생각하면, 아마도 이러한 용례에서 재분석을 통해 '분'의 문법자질이 바뀌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님' 같은 다른 의존명사들이 그러하듯 '분' 역시 독립적으로 쓰이다가 문법화되었고, 아예 접사화되는 방향으로 발전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젊은 세대가 '분'을 이렇게 사용하는 양상은, 지금 나에게는 어색할지 모르겠지만 차츰 이러한 사용이 표준이 되어가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그것에 대해서는 옳다 그르다 말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 (기술주의적 입장에서는 너무 당연한 것인데, 그래도 노파심에 적는다.) 규범주의적으로 접근하자면 나의 세대가 사용하는 '아이린 ' 등에 대해서도 어쩌면 과거세대는 의아하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하느 부처 등에서나 쓸 정도로 '님'은 연모의 대상? 내지는 지극히 높은 대상을 지칭할 때 사용하는 표현이었고, 그러한 그것을 사람이름 뒤에 붙이는 것은 부자연스러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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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hoe, Hyon Sook. (1988). Restructuring parameters and complex predicates - a transformational approach (dissertation). 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 [본문으로]
    2. Kang, Myung-Yoon. (1988). Topics in Korean syntax: Phrase structure, variable binding and movement (dissertation). 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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