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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uncing ideas 생각 작업실/선행연구 보다가 갑자기

한국어 IPA 전사하기

sleepy_wug 2021. 2. 5. 08:10

 

시작하기 전에:
한글을 입력하면 IPA로 자동 전사하는 '기계'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소개하였습니다. 본 글에서는 한국어의 전사 문제 자체에 대한 고민을 다룹니다. 혹시 "한글"을 쓰면 [hɑŋɡɯl]로 자동전사해주기 원하시면 아래 페이지를 참고해주세요.
https://linguisting.tistory.com/84

 

Convert Korean orthography into IPA transcriptions

Use 'Hangul to IPA' with the interface below See [readme] for more information. Scroll down a bit, and you'll find a cool web interface that lets you transcribe '한글' into IPA [hɑŋɡɯl]. Transcription is the first step for any phonological inquiries

linguisting.tistory.com

 


 

목차

     

     

    1. 들어가는 말

     

    나는 음운론 연구자이고 한국어가 연구언어에 포함되므로 한국어를 전사할 일이 많다. 말소리 그자체가 중요하지 않을 땐 Yale Romanization을 쓴다. Ikey enehakeyse pyocwuninikka (이게 언어학에서 표준이니까). 다만 말소리의 경우는 좀 복잡하다. 사실 한국어 연구자분들 사이에서 평음/경음과 'ㅡ' 모음의 기저형 표기가 매우 다양하다. 다만, 나는 이것이 별로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김미령 교수님의 "한국어 IPA 표기법 제언" 논문([링크])[각주:1]을 읽고 내 연구에서 한국어 음소의 기저형을 어떻게 전사해왔는지 되돌아보았다. 나는 평음의 기저형은 무성음 /p/, /t/, /k/로, 경음표기에는 별표 (C*)를 쓰고, 'ㅡ' 모음은 기저에서 /ɯ/를 쓴다. 

     

    나는 (음성학자가 아니라서일 수도 있지만) '엄청 엄밀한 기호를 써야 한다'는 문제에 다소 회의적이다.[각주:2] 일단 나의 가장 큰 전제는, 인벤토리 내에서 각 음소의 '변별'에 초점을 두자는 것이지 각 음소에 어떤 기호를 쓸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촘스키의 SPE 중에서 언급되었다시피, 기호와 레이블링은 결코 본질이 아니지 않은가? SPE 중에서 음소를 자질총(bundle of features)으로 재정의하는 부분에서 나온 언급으로 기억한다. 자음 음소를 표상하는 데 '1', '2', '3'을 쓰는 것과 /p/, /t/, /k/를 쓰는 것은 사실 많이 다르지 않다. 포커스는 자질에 있다.

     

    대신 어떤 기호가 어떤 자질총으로 매칭되는지를 글에서 명확하게 제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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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하여 나의 음성기호 체계는 나의 스승의 체계를 닮아있다. 아마 많은 음운론자가 그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마치 어미새가 나는 것을 보고 나는 방법을 배우는 아기새처럼, 음운론자로서 어떤 체계를 쓸까의 문제는 어느정도 도제식으로 결정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특정 체계는 반드시 한국어 말소리의 기저 구조에 대하여 어떤 전제를 가지는데, 이러한 전제에 대해서도 선생님에게 학생이 배우고 그걸 체화하는 것 같다.

     


    2. 한글자모 IPA 대응

    일단 내가 사용하는 한글자모-IPA 대응표를 하나씩 제시해보자. 자음과 관련하여서, 김미령 교수님의 제안과 비교해보면, 후두자질 (평음-격음-경음) 표기양식이 다르다. 각 용어는 -음 으로 끝나지만 아래 표에서는 생략한다. 예컨대, '파열' 이라고 쓴 건 '파열음' 이라는 뜻이고, '평', '격', '경'은 각각 '평음', '격음', '경음'이다.

     

    2.1 자음

    [자음]

        양순 (bilabial) 치경 (alveolar) 경구개 (palatal) 연구개 (velar) 성문 (glottal)
    파열
    (plosive)

    (plain)

    /p/

    /t/
     
    /k/
     

    (aspirated)

    /pʰ/

    /tʰ/

    /kʰ/

    (tense)

    /p*/

    /t*/

    /k*/
    마찰
    (fricative)

    (aspirated)
     
    /s/
       
    /h/

    (tense)

    /s*/
    파찰
    (affricate)

    (plain)
       
    /tɕ/
       

    (aspirated)

    /tɕʰ/

    (tense)

    /tɕ*/
    비음
    (nasal)

    /m/

    /n/
      받침ㅇ
    /ŋ/
     
    설측접근음
    (lateral approximant)
     
    /l/
         

     

    일단 자음체계 자체와 관련하여서는 아래와 같이 세 가지 질문이 있을 수 있겠다. 나는 후두자질에 대해서는 전통적인 '무성음의 3대조'를 전제하고, 마찰음에 대해서는 둘다 후두자질적으로 유표적이라고 전제한다. (마찰음 가운데에 평음은 없다고 전제한다.[각주:3])

     

    1. 후두자질의 이해 (경음이 기저에서는 평음의 geminate인지 여부 등)
    2. 만약 경음이 기저에서도 별도 범주로 존재한다면 어떤 기호로 표기할건지? 
    3. 마찰음의 분류 (평음-경음, 혹은 격음-경음, 혹은 제3의 분류 등)

     

    나의 경우 질문1에 관해서는 한국어가 기저에서도 경음-평음-격음을 가진다는 견해에 동조하며, 이어지는 질문2에 대해서는 *를 사용한다. 어포스트로피(')기호나 닫는 따옴표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경음을 p', t', k'로 표기하는 순간, 한국어에 대해 아는 사람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그것이 ejective인줄 전제한다는 것이다. 나는 음향음성학자가 아니지만 음향적으로는 유사하긴 하다. 그러나 나는 독자들을 misleading할 생각이 없으므로, 차라리 나중에 '이 기호는 무슨 의미니?' 하는 질문을 받더라도 무조건 *를 고수한다.

     

    * 파찰음 ㅈ,ㅊ,ㅉ의 IPA표기에 대한 코멘트 (펼치기)

    더보기

    이 글 을 보고 좀 의아해서 추가 코멘트를 적는다.

    해당 포스팅에서는 ㅈㅊㅉ의 구분을 영어의 무성파찰음 (voiceless affricate)인 /tʃ/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매우 sloppy한 방식인데, 의외로 영미권 유학하신 영문과 어문계열 교수님이나 음성음운론 비전공자들 사이에서 많이 사용되기도 한다. 물론 어떤 경우에서도 엄밀하게 사용되는 건 아니고 표기상 편의를 위해서 그리고 inventory상 전체 자음 대조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면 어떤 기호를 사용하느냐는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그 글에서 말한 것처럼 올바른 방식(즉, /tɕ/로 표기)적극적으로 버리고 sloppy한 방식을 추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한글 ㅈ이 상징하는 음소음성적으로 결코 [tʃ]로 발화되지 않기 때문이다. 교과서적인 ㅈ의 이음들(allophones)은 다음과 같다:

    [ts] (후설모음 앞에서),
    [t] (어말),
    [dʑ] (sonorant 및 모음 사이에서), (그리고 더 세부적으로는 후행하는 모음이 후설모음일 때 [dz])
    그리고 
    [tɕ] (나머지 모든 환경).

    따라서 가장 넓은 분포를 가진 [tɕ] 이음을 기저형(음소형)으로 사용해서 /tɕ/로 표기하는 건 상식적이다. 어디서 공부를 했든 무엇을 공부했든 (영어학, 불어학, 한국어학 등 개별언어학이든 일반언어학이든) 이것은 공감할 것이다.

    (여기서 간단척도(rule of thumb)하나. 음성음운론 관련 인터넷 자료를 볼 때, []나 //기호를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 건 거르는 게 좋은 것 같다. 위 자료도 다시보니 꺽쇠괄호 등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1학년때 습득하도록 요구되는 훈련조차 되어있지 않다면 대부분 부정확한 정보일 것이다.)

     

     

    2.2 단모음

    [단모음]

      전설 (front vowel) 후설 (back vowel)
    비원순 (unrounded) 원순 (rounded)
    고 (high vowel) ㅣ/i/ ㅡ /ɯ/ ㅜ /u/
    중 (mid vowel) ㅐㅔ /ɛ/ ㅓ /ʌ/ ㅗ /o/
    저 (low vowel) ㅏ /a/

    한국어 모음체계의 쟁점은 아래의 4가지. 나는 위에서 보듯이 7모음체계를 전제한다. (아마 신지영 교수님의 교과서에서도 동일하게 보는 것 같다.)

    1. ㅚ와 ㅟ는 단모음인가 이중모음인가? 
    2. ㅐ와 ㅔ는 중화되었는가? (하나의 음가를 갖는가?)
    3. ㅡ의 음가는 무엇인가? (후설모음인가 혹은 중설모음인가): 본 문서의 하단 참조
    4. 이중모음 ㅢ의 정체 [링크]

     

    나는 신지영 교수님을 따라 7모음체계를 전제하므로 ㅚ와 ㅟ는 이중모음에 해당한다. 따라서 아래의 이중모음 표에서 언급된다. 아래 표에 ㅢ도 나타나 있지만, 이부분 사실 매우 '위험'하고 자신이 없다.

     

    2.3 이중모음

    [이중모음]

    한글 IPA 한글 IPA
    /ju/ /wi/
    /jʌ/ /wʌ/
    /jo/ ㅚ ㅞ ㅙ /wɛ/
    ㅖㅒ /jɛ/ /wa/
    /ja/ /ɰi/

     

    이중모음에 대해서는 글을 몇 개 더 판적이 있다. 따로 더 이상 적을 말이 없다 🤣

    2022.07.02 - [Bouncing ideas 생각 작업실/선행연구 보다가 갑자기] - 한국어 반모음은 음소인가?

     

    한국어 반모음은 음소인가?

    0. 요약 한국어에는 반모음/활음 [w]와 [j]가 있습니다. 한국어에서 이 말소리들은 음절핵의 일부로만 출현합니다 (김진우 2008). 반모음/활음이 음소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정해진 결론이 없습니다.

    linguisting.tistory.com

     

    2023.09.22 - [Bouncing ideas 생각 작업실/선행연구 보다가 갑자기] - 김경아 "한국어 음운론" 의 이중모음 활음 반모음

     

    김경아 "한국어 음운론" 의 이중모음 활음 반모음

    0. 요약 김경아 "한국어 음운론"에서는 이중모음을 구성하는 반모음(활음)과 핵모음 모두를 음소로 봅니다. 이 글의 나머지 부분에서는 이 교과서에서 이중모음과 반모음(활음)을 다룬 부분을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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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기호 보다는 자질에 포커스

    개론수업을 강의하면서도 늘 느끼는 것인데, 음운론 초심자들은 기호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예컨대 /a/와 /ɑ/의 차이, /r/ /ɹ/의 차이가 무엇인지 집착하는 초심자들이 많다. 음운론에서 사용하는 IPA에 관하여 명심해야 할 것은 두 가지이다.

    • IPA 기호는 음운자질(phonological features)의 집합을 간단히 표현하기 위한 '단축키' 같은 것이다. 음운론에서 운용의 대상은 늘 음운자질이다.
    • 음운론에서 중요한 건 '변별성'이다. 그리고 변별성은 소리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소리가 어떤 언어 체계 내에서 논의되느냐 에 따라 결정된다. 즉, 그 언어에 어떤 음소들이 있느냐가 중요하지 개별 말소리를 독립적으로 논하기 어렵다.

    두 번째, '변별성'에 대해 부연하자면 이렇다. 예컨대 한국어라는 단일 체계를 묘사하는 상황이라면 /a/와 /ɑ/의 차이를 둘 이유가 없다. 또한 영어라면 결국 /r/ /ɹ/ 중 하나의 기호만을 통일해서 사용할 따름이다.[각주:4] 중요한 것은, 어떻게 전체적인 시스템에서 'ㅏ' 모음이 다른 모음과 변별된다는 사실을 기호의 차이로 표현하는 데 있다. 한편 두 언어를 비교하는 상황에서는 기호의 구분이 중요해진다. /a/와 /ɑ/의 차이는 한국어와 영어를 비교할 때 중요할수 있다. /r/ - /ɹ/의 구분은 영어와 스페인어의 rhotic sound가 아예 기저에서부터 다르다는 전제를 내포한다.

     

    어쨌든, 하고싶은 말은 그리하여 평음-경음 시리즈에 어떤 기호들을 사용하느냐는 연구자의 선택이고 중요한 것은 평음-경음-격음이 구분된다는 것이다. 다만 어떤 체계를 쓸 것인지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

     

     

    4. 여담

    김미령 교수님의 논문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고, 소위 통용되는 한국어의 전사방식에 대해 무척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지만, 아마도 나는 자음 전사와 관련한 나의 '습관'을 바꾸지는 않을 것 같다. 즉, 평음은 계속 /p/, /t/, /k/로 쓸 것이고, 경음은 /p*/, /t*/, /k*/를 쓸 것이다.

     

    하지만 모음의 경우는 이야기가 다르다. 나는 여태껏 'ㅡ' 모음을 /ɯ/로 썼는데 /ɨ/로 바꾸어야 하나 고민중이다. 연구자들 사이에서 /ㅡ/는 /ɨ/를 쓰는 경우와 /ɯ/를 쓰는 경우로 나뉜다. 나는 /ɯ/를 쓰는데, 많은 논문들에서 /ɨ/를 쓴다.

     


    한번은 내가 'ㅡ' 모음을 실제로 어떻게 발화하는지 궁금해서 나의 발화를 녹음하여 F2값을 분석한 적도 있었다. 음향음성학적 측정단위인 F2는 전설-후설 모음을 변별하는 단위이다. 그리고 [ɨ]와 [ɯ]의 차이는 조음할 때 혀의 비교적 앞쪽에 있느냐 뒤쪽에 있느냐에 달려있다. [영어권 화자는 'ㅡ' 모음 어떻게 발화하나]

    저 손가락 맘에든다. OT Tableaux에 저 손가락을 표준으로 하면 좋겠다.

     

     

    따라서 내 실제 발음을 녹음하여서 F2를 측정해보면 내가 'ㅡ' 모음을 발음할 때 혀를 어디에 두는지 간접적으로 추정할 수 있다. 만일 내가 'ㅡ' 모음을 'ㅜ' /u/ 정도로 후설모음으로 발화한다면 내가 /ɯ/를 쓰는 게 정당화될 것이다. 만일 F2값이 높다면 중설모음으로 발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고 아마도 /ɨ/를 쓰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이에 따라, 아래와 같은 세 문장을 여러차례 발화해서 타겟 모음의 F2값을 보았다.

    • 림을 리고 라치지 마
    • 드러기 러운 것이 가장 려워
    • 시한 포도를 려밟아 세요

    양순음 환경은 보지 않는다. 왜냐면 한국어에서 양순음 뒤에 오는 /ㅡ/ /ㅜ/ 모음은 완전 중화되었기 때문이다.

     

    결과는, ㅡ모음의 F2값이 ㅜ에 비해 유의미하게 높았다. 즉 나는 'ㅡ' 모음을 항상 [ɯ]가 아닌 [ɨ]로 발화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국어의 /ㅡ/ 모음의 기호를, 표면에서 결코 관찰되지 않는 /ɯ/로 설정할 이유는 전혀없다. /ɨ/를 쓰는 게 합당하다.

     

    참고로 나는 서울방언 화자다. 조부모와 부모님 두분 모두 서울 (서대문~강북) 출신이라 3대째 같은 지역 방언 화자인, 한국에서는 흔치않은 사회언어학적 샘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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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미령. (2020). 한글 IPA 표기법에 대한 제언. 언어, 45(4), 747-776. [본문으로]
    2. 네 맞습니다. 김미령 교수님의 논문에서 "또 어떤 이는 굳이 왜 통일된 한국어 음성기호체계가 필요하느냐 반문할 수 있다." 에서 제가 바로 그 "어떤 이"를 맡고 있는 것입니다.ㅠ

      [본문으로]

    3. 위 표에 나온 것처럼 나는 비경음 마찰음 ㅅ가 격음이라고 생각하지만 불행하게도 이것은 소수 견해일 것이다. 스스로 판단하고 싶으신 분들은 Boston University의 Charles Chang 교수님의 논문들을 읽어보면 좋을 것이다. [본문으로]
    4. 단, 북미 표준 영어에는 표면형에서 말소리 [r]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꺽쇠괄호(square bracket)을 쓰면서 [r]을 쓰는 것은 오류가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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