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요약
김경아 "한국어 음운론"에서는 이중모음을 구성하는 반모음(활음)과 핵모음 모두를 음소로 봅니다.
이 글의 나머지 부분에서는 이 교과서에서 이중모음과 반모음(활음)을 다룬 부분을 인용하며 또 잡다한 이야기도 하겠습니다.
1. 이중모음과 활음의 지위
서울여대 국문과 김경아 교수님의 교과서 '한국어 음운론'을 구했습니다. 아주 콤팩트하게 기본 개념들을 명확하게 설명해 주신 것 같고 도표와 표도 도움이 많이 되어서 좋네요.
교과서 읽는 것에는 독특한 재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교과서를 쓴다는 것은 정말 큰 그림을 본다는 것이므로 어떤 분야든 대학교 학부 교과서를 쓸 수 있는 저자들은 그 분야의 진정한 대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https://kobic.net/book/bookInfo/view.do?isbn=9791166850844
저는 이전에 "이중모음과 반모음(활음)의 음소적 지위"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는데 [링크], 나름 유입이 있더라고요.
그렇다보니, 이 책을 편 김에 이중모음에 대해 어떻게 서술하나 궁금해져서 찾아보았습니다. 김경아 교수님은 이중모음의 구성요소 활음을 음소로 보신 듯하나 단순히 훑어본 바로는 명확한 근거를 찾을 수는 없었습니다.
"국어에는 (...) 반모음 음소로 /j/와 /w/가 존재하며, 이들이 단모음과 결합하여... 이중모음은 분절음 두 개로 구성되어 있다. (...) 한국어의 반모음은 음소로서 (...)" (137쪽)
이 책에서는 음운론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이전에 음성학 파트가 따로 있는데, 활음이 음소여야 하는 근거가 혹시 거기에 제시되어 있나 찾기 위해 음성학 파트 중 이중모음에 대한 서술을 확인하였습니다. 그 부분에서는 반모음/활음의 음운론적 지위가 다소 불확실하게 서술된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그 챕터가 음운론보다 앞에 오기 때문에 거기에서는 음운론적 개념인 음소를 다루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이중모음은 단모음과 반모음이 덧붙여져서 이루어진다. 여기서 반모음은 말 그대로 반만 모음인 음성으로..." (59쪽)
'음절'을 다루는 챕터에서는, 음절의 하위단위(onset, nucleus, coda)의 구성을 표로 정리해주셨는데, 여기서도 이중모음에 대한 언급이 나왔습니다.
그 표에서는, 음절핵의 활음을 '부음'(peak satelite)으로 정리하셨습니다. 따라서 반드시 음소로 보았다고 보기에는 불확실합니다. (147쪽)
(이하 여담)
2. 여담: 커리큘럼의 구성
여담이지만 음운론 교과서의 구성이 음성학 -> 음운론 순서로 되는 게 항상 옳은지에 대한 고민이 있습니다. 많은 교과서가 음성학부터 다루고 음운론을 얹습니다. 얹는다는 표현이 좀 그렇다면, 음성학을 서론? 맛보기? 준비운동? 으로 한다음 본론으로 음운론에 들어갑니다.
아주 개인적으로는 제가 음운론자라서인지 음운론이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고, 음성학적 분석보다는 패턴을 보는 편에 더 흥미를 느끼기 때문입니다. 또한 음운론이 메인이고 음운론적 연구의 수단으로서 음성학을 사용하는 입장이라면, 우선 음운론적 개념체계를 잡아놓고 그 다음에 음성학을 이야기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음운론 연구가 음성에 묶여있을 시기는 끝났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학문은 익어갈수록 그 발아지점으로 (진앙으로부터) 멀어집니다. 그리하여 학문의 이름과 그 연구대상/연구양상은 멀어지게 마련입니다. 아무리 소리의 관찰에 대한 이론적 설명이 그 뿌리라고 해도, 음운론도 다른 이론언어학 분야와 마찬가지로 불연속적 인지단위의 분포가 어떤 패턴을 이루는지 왜 그렇게 이루는지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음성학은 단지 하나의 실현(instance) 방식에 대한 관찰을 제공할 뿐이고, 수화 등의 실현에서는 전통적 음성학이 할 말이 별로 없습니다. 따라서 한국어의 비음동화나 자음군단순화처럼 (음성분석 없이도 직관적으로 알수있는) 거시적 패턴을 분석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 다음에 더 상세한 분석을 위한 음성학을 나중에 알려주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입니다. 1
사실 많은 음운론 교수님들이 이 문제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음성학과의 관계에 있어 다양한 음운론 커리큘럼이 있었습니다. 우리학교에서는 2학년 수준 전공과목으로 음운론 개론을 가르치는데, 그 과목 커리큘럼에서는 두 가지를 다 본 듯합니다. 음운론적 패턴분석부터 시작한 다음 중간에 조음음성학 음향음성학 배우는 주(week)를 넣는 교수님도 계셨고, 최근의 많은 교과서들처럼 조음음성학부터 시작하여 그 위에 음운론을 다루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3학년 과목에서는 한번은 아예 매우 거시적인 성조패턴 분류부터 시작한다음(음이 높다 음이 낮다는 아무래도 본능적으로 알 수 있는 부분이므로 2음치가 아닌 이상) 차츰차츰 작은 단위로 내려오는 커리큘럼 구성도 본 적 있습니다.
만약, 음운론 다음에 음성학이 오는 식의 구성이라면 이중모음과 한정하여 말하자면, 활음의 음소적 지위에 대한 근거로서 음성학적 근거를 제시할 수 있는 장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음성학자가 아니라 정확하게 어떤 근거가 제시될 수 있을까 모르겠지만, 파찰음의 파열부분과 비교하여 이중모음의 활음부분의 지속시간이 길다?? 정도면 근거가 되지 않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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