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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아 "한국어 음운론" 의 이중모음 활음 반모음

sleepy_wug 2023. 9. 22. 05:24

0. 요약

김경아 "한국어 음운론"에서는 이중모음을 구성하는 반모음(활음)과 핵모음 모두를 음소로 봅니다.

 

이 글의 나머지 부분에서는 이 교과서에서 이중모음과 반모음(활음)을 다룬 부분을 인용하며 또 잡다한 이야기도 하겠습니다.

 

 

1. 이중모음과 활음의 지위

서울여대 국문과 김경아 교수님의 교과서 '한국어 음운론'을 구했습니다. 아주 콤팩트하게 기본 개념들을 명확하게 설명해 주신 것 같고 도표와 표도 도움이 많이 되어서 좋네요.

 

교과서 읽는 것에는 독특한 재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교과서를 쓴다는 것은 정말 큰 그림을 본다는 것이므로 어떤 분야든 대학교 학부 교과서를 쓸 수 있는 저자들은 그 분야의 진정한 대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https://kobic.net/book/bookInfo/view.do?isbn=9791166850844 

 

KOBIC 한국도서출판정보

머리말 제1장 음운론의 개념과 연구목적 1.1 음운론의 개념 1.2 음운론 연구의 목적 제2장 음성학과 음운론 2.1 소리와 말소리 그리고 음성학 2.2 음성학과 음운론 2.3 음성기관의 진화 2.4 음성기관

kobic.net

 

 

저는 이전에 "이중모음과 반모음(활음)의 음소적 지위"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는데 [링크], 나름 유입이 있더라고요.

 

한국어 반모음은 음소인가?

0. 요약 한국어에는 반모음/활음 [w]와 [j]가 있습니다. 한국어에서 이 말소리들은 음절핵의 일부로만 출현합니다 (김진우 2008). 반모음/활음이 음소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정해진 결론이 없습니다.

linguisting.tistory.com

 

그렇다보니, 이 책을 편 김에 이중모음에 대해 어떻게 서술하나 궁금해져서 찾아보았습니다. 김경아 교수님은 이중모음의 구성요소 활음을 음소로 보신 듯하나 단순히 훑어본 바로는 명확한 근거를 찾을 수는 없었습니다.

 

"국어에는 (...) 반모음 음소로 /j/와 /w/가 존재하며, 이들이 단모음과 결합하여... 이중모음은 분절음 두 개로 구성되어 있다. (...) 한국어의 반모음은 음소로서 (...)" (137쪽)

 

이 책에서는 음운론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이전에 음성학 파트가 따로 있는데, 활음이 음소여야 하는 근거가 혹시 거기에 제시되어 있나 찾기 위해 음성학 파트 중 이중모음에 대한 서술을 확인하였습니다. 그 부분에서는 반모음/활음의 음운론적 지위가 다소 불확실하게 서술된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그 챕터가 음운론보다 앞에 오기 때문에 거기에서는 음운론적 개념인 음소를 다루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이중모음은 단모음과 반모음이 덧붙여져서 이루어진다. 여기서 반모음은 말 그대로 반만 모음인 음성으로..." (59쪽)

 

'음절'을 다루는 챕터에서는, 음절의 하위단위(onset, nucleus, coda)의 구성을 표로 정리해주셨는데, 여기서도 이중모음에 대한 언급이 나왔습니다.

 

그 표에서는, 음절핵의 활음을 '부음'(peak satelite)으로 정리하셨습니다. 따라서 반드시 음소로 보았다고 보기에는 불확실합니다. (147쪽)

 

(이하 여담)


2. 여담: 커리큘럼의 구성

여담이지만 음운론 교과서의 구성이 음성학 -> 음운론 순서로 되는 게 항상 옳은지에 대한 고민이 있습니다. 많은 교과서가 음성학부터 다루고 음운론을 얹습니다. 얹는다는 표현이 좀 그렇다면, 음성학을 서론? 맛보기? 준비운동? 으로 한다음 본론으로 음운론에 들어갑니다.

 

아주 개인적으로는 제가 음운론자라서인지 음운론이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고, 음성학적 분석보다는 패턴을 보는 편에 더 흥미를 느끼기 때문입니다. 또한 음운론이 메인이고 음운론적 연구의 수단으로서 음성학을 사용하는 입장이라면, 우선 음운론적 개념체계를 잡아놓고 그 다음에 음성학을 이야기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음운론 연구가 음성에 묶여있을 시기는 끝났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학문은 익어갈수록 그 발아지점으로 (진앙으로부터) 멀어집니다. 그리하여 학문의 이름과 그 연구대상/연구양상은 멀어지게 마련입니다. 아무리 소리의 관찰에 대한 이론적 설명이 그 뿌리라고 해도, 음운론도 다른 이론언어학 분야와 마찬가지로 불연속적 인지단위의 분포가 어떤 패턴을 이루는지 왜 그렇게 이루는지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음성학은 단지 하나의 실현(instance) 방식에 대한 관찰을 제공할 뿐이고, 수화 등의 실현에서는 전통적 음성학이 할 말이 별로 없습니다.[각주:1] 따라서 한국어의 비음동화나 자음군단순화처럼 (음성분석 없이도 직관적으로 알수있는) 거시적 패턴을 분석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 다음에 더 상세한 분석을 위한 음성학을 나중에 알려주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입니다.

 

사실 많은 음운론 교수님들이 이 문제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음성학과의 관계에 있어 다양한 음운론 커리큘럼이 있었습니다. 우리학교에서는 2학년 수준 전공과목으로 음운론 개론을 가르치는데, 그 과목 커리큘럼에서는 두 가지를 다 본 듯합니다. 음운론적 패턴분석부터 시작한 다음 중간에 조음음성학 음향음성학 배우는 주(week)를 넣는 교수님도 계셨고, 최근의 많은 교과서들처럼 조음음성학부터 시작하여 그 위에 음운론을 다루는 분들도 계셨습니다.[각주:2] 3학년 과목에서는 한번은 아예 매우 거시적인 성조패턴 분류부터 시작한다음(음이 높다 음이 낮다는 아무래도 본능적으로 알 수 있는 부분이므로 음치가 아닌 이상) 차츰차츰 작은 단위로 내려오는 커리큘럼 구성도 본 적 있습니다.

 

만약, 음운론 다음에 음성학이 오는 식의 구성이라면 이중모음과 한정하여 말하자면, 활음의 음소적 지위에 대한 근거로서 음성학적 근거를 제시할 수 있는 장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음성학자가 아니라 정확하게 어떤 근거가 제시될 수 있을까 모르겠지만, 파찰음의 파열부분과 비교하여 이중모음의 활음부분의 지속시간이 길다?? 정도면 근거가 되지 않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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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물론 음성과 수화의 차이는 인두를 통과하는 공기가 수반되느냐 양손의 물리적 위치와 이동이 수반되느냐의 차이일 뿐 모두 아날로그 제스처이기 때문에 signed phonetics도 연구됩니다. [링크] 그러나 한국에서 이걸 '수화음성학'이라고 부르는지는 저는 잘 모릅니다. [본문으로]
  2. 물론 어떤 경우든 언어학 개론에서 음성학->음운론->... 수순으로 공부를 하고, 따라서 기본적인 음성학적 개념들을 가지고 있다는 전제에서 음운론개론을 공부합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