ㄴ-삽입 현상 survey 결과들(자료 링크)을 비교하면서 흥미로운 부분이 있었다. 요컨대 아래와 같은 부분이다.
Kook은 국경아 등 2005 논문이고 Kim은 2003년에 나온 표준발음실태조사 II이다. 숫자는 단어를 ㄴ삽입하여 발음한 비율이다. 즉, 감언이설을 [가먼니설], 공업용수를 [공엄뇽수] 라고 발음한 비율.
국경아 등에서는 우편을 통한 설문지 조사를 했고, 얼추 "다음 중 "감언이설"을 어떻게 발음하세요? 1. 감어니설 / 2. 감언니설 ..." 식으로 조사한 것 같다.
반면 표준발음실태조사에서는 음성녹음 후 (국어학 대학원 과정생들을 갈아서) 정밀전사했다.
설문지 조사 (내가 이렇게 발음한다 라고 스스로 제시) 와 음성녹음 (실제로 발음하는 양상) 사이에 괴리가 존재하는 건 신기하다.
'감언이설'을 실제로 [가먼니설] 이라고 발음하는 비율은 8.86%에 미치지 않는다. 그러나 설문지에서 "나는 [가먼니설] 이라고 발음한다" 라고 보고한 비율은 무려 49.3%가 넘는다.
공업용수도 마찬가지다. 무려 92.5%가 "나는 [공엄뇽수]라고 발음한다"고 보고했지만 실제로 그렇게 발음하는 비율은 그렇게 높지 않다.
내가 나이가 그렇게 많지 않아서인지 '음성학에 기반한 음운론'의 폭포를 직격으로 받은 세대이고 그래서 심정적으로는 음성학적 실험결과가 항상 우위에 서야한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음운론이 정말 '물리적 영향을 받지 않은 특정한 인지적 상태'를 묘사하는 학문이라면 발음에 대한 메타인지 문제를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일이다.
다시 말하자면, 음운론이나 언어학이나 "현상은 어떠해야한다"라고 인지하는 상태를 묘사하는 학문인데, 만약 그렇다면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이렇게 되어버렸다"가 어떤 의미가 있느냐다. 그렇다면 어떤 survey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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