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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준 과자를 TA가 안 먹는 이유

sleepy_wug 2024. 2. 28.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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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요약

TA는 교수와 학생 사이의 중간 역할을 하고 학생들과 직접 대면합니다.

 

TA에게 먹을 걸 주는 학생들이 간혹 있는데, TA들은 절대로 받지 않습니다. 대부분 감사의 의미로 혹은 친해지고 싶어서 선의로 주는 것이겠지만, 악의적으로 이용하는 학생들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TA가 학생들에게 고통받는 경우를 소개합니다.

 

목차

     

    고통받는 TA
    고통받는 TA

     

     

    1. 만만한 화풀이 대상

    교육조교(TA)는 학생들과 가까운 위치이지만, 실질적으로 모든 평가를 합니다. 과목에 따라 TA들이 시험문제를 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TA들에 대한 내적 친밀감을 쌓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주 전형적인 유사관계(parasocial relationship)에 해당합니다. 왜냐하면, 학생들은 교수보다 TA를 더 자주보고, TA가 교수보다 더 어려서 대화가 편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어려운 개념들을 교수들은 어려운 용어와 공식적인 표현을 사용해 '정확하게' 설명하지만, TA들은 자기 세대의 말투로 여러차례 시간을 두고 설명해줍니다.[각주:1] 즉, 학생의 입장에서 TA는 접근성이 있죠. 그리고 바로 그게 한 과목에 여러 명의 TA들이 달라붙는 이유입니다.

     

    어쨌든, 내적친밀감 만땅 찍은 학생이 생각하기로는 "이 TA는 나랑 친하니까 점수를 잘 주겠지" 혹은 "친절하게 대해주겠지" 혹은 "편의를 봐주겠지" 혹은 "아는 척 해야겠다"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TA들은 애초에 그 학생을 모릅니다ㅋㅋ. 혹은 수많은 학생들 중에 한 명일 따름일 수도 있고요.

     

    무엇보다 TA들은 교수 혹은 커리큘럼 디자이너가 만든 커리큘럼을 '집행'하는 입장이고, 정해진 시간만큼 일하는 임금노동자입니다. 절대 절대 전일제가 아니에요! 그래서 그 시간 이외에는 본인 연구를 포함한 여러가지 일로 바쁘답니다.

     

    그래서 학부생들 reddit에 올라오는 말을 빌리자면 TA들은 다소 '뒤통수 때리는' 느낌이 있나봅니다. 평소에는 서글서글하고 친근하게 대해주다가, 결정적으로 도움이 필요할 때는 차갑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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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A한테 배신당했다'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은 TA들에게 화풀이를 많이합니다. 특히 채점을 포함한 평가를 실제로 진행하는 것이 TA들이고, 그 사실을 학생들도 알기 때문에, 과제나 시험의 점수가 공개되면 TA들은 항의성 메일을 많이 받습니다. 뿐만 아니라 본인의 문제를 TA들에게 투사해서 화풀이를 하곤 합니다. 평가기준을 만들고 평가방식을 정하는 건 교수의 일이고 TA는 목소리를 낼 수 없는데, 기준 자체에 문제제기하는 학생도 있었고, 아래 언급되지만 가스라이팅을 시도하거나 인격모독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2. 실제로 해하려고 물건을 주는 경우

    저도 학부생 시절을 겪어봤지만, TA를 해하려고 물건을 주는 건 생각조차 못해봤어요. 그런데 잊을만하면 종종 발생한다고 하네요. 아마도 학부생 시절 저는 점수에 충분히 목매지 않았을지도ㅋㅋㅋ 그래서 정책적으로 아예 TA에게 먹을 걸 주지말라고 정해놓는 경우도 있습니다.

     

    do not feed the TAs
    TA에게 먹이를 주지 마세요

     

    그래서 고학년 과목에서는 이런 문제가 잘 없지만, 1학년 수업에서는 종종 TA에게 초콜릿같은걸 들고와서 주고 가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제가 모든 종류의 학생들을 다 경험해본 것은 아니지만, 중국계 학생들이 감사의 의미로 먹을 걸 TA에게 주는 경우가 흔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본 섹션 도입부에서 적은 것처럼 학생들 입장에서는 앙심을 품고 TA한테 나쁜 먹을 것(?)을 주고 싶어지기도 하나봅니다. 영화 오펜하이머에도 로버트 오펜하이머가 자신의 실험물리학 TA에게 청산가리 묻은 사과 주는 씬이 있죠.ㅋㅋㅋㅋ

    영화 오펜하이머의 일부. 청산가리 사과.
    청산가리 묻은 사과

     

     

     

    3. 가스라이팅과 인격모독

    한번은 저와 같은 과목 TA하던 친구에게 이런 경우가 있었습니다. 학기마다 처음 시간에는 자기 반 학생들을 데리고 자기소개를 하는데, 주로 본인의 이름과 연구분야 그리고 기타 흥미로운 사실들을 소개합니다. TA가 석사과정 중인 학생임을 듣자 앞에 앉은 한 학생이 소리가 나게 피식 웃더니 "그렇다면 당신은 나를 평가할 자격이 없다. 강의자가 평가하게 해달라"라고 했다고 합니다.

     

    이럴 때 TA들은 단호하게 대처해야 하지만 그 TA는 그만 어버버하고 말았고, 그날 수업은 끝났습니다. 그런데 그 학생은 진심이었는지 자신의 생각을 교수에게 가져가서 이야기했습니다. "저 TA 말고 교수가 직접 나를 평가해야 한다." 교수는 조금 당황했지만, TA들이 강의를 하고 평가를 할 자격이 있다는 걸 분명히 이야기해주고 절대로 그 학생만 따로 평가할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그 학생은 결국 drop했습니다. 나중에 학생목록에서 그 학생을 찾아봤는데, 나이가 좀 많은 학생이었던 것으로 보였습니다. 추측하기로는, 해당 TA가 가진 강의능력이나 평가능력 때문이 아니라, TA가 여자이고, 자신보다 나이가 어려보이니 막 대해도 될 것이라고 생각했었나봅니다.

     

    여자여서 TA에게 가해진 인격모독이라고 생각하니, 사례가 한 건 더 생각나네요. 제가 TA했던 첫 학기의 일이었는데, 같이 일하던 TA는 키가 작고 동안인 여성 TA였습니다. 학기가 모두 끝나고 기말고사 채점을 하는데, 이번에는 한 학생이 채점 결과에 불만이었는지 그 TA 개인에게 이메일을 보내며 인격모독성 '위협'을 했습니다. 왜소한 여성인 것이 이유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남성 TA에게는 이런 위협이 없기 때문입니다.

     

     

    많은 경우 TA들은 residence 의무를 위해서, 혹은 그냥 편의상 캠퍼스 주변에서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생활공간과 업무공간이 나뉘지 않는 것입니다. 그리고 on-campus 가 의무인 학생들도 많죠. 따라서 비록 이런 사건이 단발적이라고 하더라도 그걸 당하는 TA에게는 큰 공포일 수 있습니다. 아주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음식물쓰레기 버리러 나갔다가 가해자 학생과 마주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군대 내 내무부조리가 PTSD를 주는 것과 같은 논리입니다. 

     

     

    4. 다행히도 노조가 있다

    제가 있는 지역에서는 TA가 교수도 학과도 아닌 학교에 직접 고용됩니다[각주:2]. 노조도 있습니다.

     

    TA는 학생과 교수 사이에 끼어있는 업무의 특성상 부당한 대우를 당해도 목소리를 내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노조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노조는 개별 TA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줄 뿐만 아니라, 심리상담이나 (물리적 상해를 입은 경우) 회복 지원을 위한 리소스를 제공해줍니다.

     

    5. 결론: TA는 당신을 모른다

    TA의 친절함은 자본주의의 미소라는 걸 잊지마세요.ㅋㅋㅋ 그리고 TA랑 내적친밀감 빌드업하지 마세요. TA에게 학생 개개인은 그저 지나가는 사람일 따름입니다. 어느정도냐 하면, 수업끝나고 같은 날 길 지나가다 TA를 만나서 반가운 마음에 인사하더라도 TA는 무시하고 지나갈 가능성이 높습니다.ㅋㅋㅋ (실제 있었던 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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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근한 예를 들자면, "교수님 이거 모르겠어요" 했는데, 교수님이 "이건 이러이러해서 이거이고 이러쿵저러쿵이란다" 라고 대답해줬다고 합시다. 학생 입장에서는 애초에 모르겠다고 질문하는 것도 용기가 필요한 일이고, 교수님이 답변해준 거도 못 알아듣겠다는 겁니다. 더 큰 문제는 교수님의 답변을 못 알아들어도 재질문하기 어렵다는 것이죠. 그래서 그냥 거짓말로 "네 이제 알겠습니다"라고 돌아가버리게 됩니다.😢 [본문으로]
    2. 계약은 학기별로, 계약조건은 노조에서 단체협상해서 결정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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