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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분위기 언어학

양의 격률 위반 사례 노주현의 차기작

sleepy_wug 2024. 8. 26.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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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요약

이번 포스팅에서는 시트콤의 한 장면에서 양의 격률을 의도적으로 위반(floating)하여 화용적 효과를 내는 사례를 소개합니다. 유튜브 영상과 대화 전사 그리고 왜 양의 격률 위반인지를 설명합니다.

 

 

목차

     

     

    양의 격률을 위반하는 중인 노주현

     

    1. 대화소개

    The item included is used under the principles of "fair use" as outlined in Section 107 of the Copyright Act of 1976. It is provided solely for educational purposes to facilitate learning, research, and the advancement of knowledge. 여기 포함된 자료는 미국 1976년 저작권법 제107조에 명시된 "공정 이용" 원칙에 따라 사용됩니다. 학습, 연구 및 지식 증진을 촉진하기 위해 오직 교육 목적으로 제공됩니다.

     

    팬1: 정말 너무 잘 생기셨어요!
    팬2: 정말!
    노주현: 아 예...
    팬2: 근데 요새 왜 그렇게 TV에 안 나오세요?
    노주현: 아 예...
    팬2: 다른 거, 뭐 안 하세요?
    노주현: 아 예. 조만간에 뭐 좋은 작품에서 다시 찾아 뵐 겁니다.
    팬1: 언제요?
    팬2: 새거 뭐 들어가세요?
    노주현: 예...


     

    위 영상은 2002년 11월 6일에 SBS에서 방영된 시트콤 "똑바로 살아라" 2화의 일부이다. 어떤 새로운 작품에 들어가느냐는 팬의 질문에 노주현은 "예..." 라고만 대답하고 자리를 뜬다. 이 대답은 그라이스의 대화 격률(Gricean Maxims) 중 양의 격률(Maxim of quantity)을 고의적으로 위반(flouting)한 사례이다.

     

    노주현은 이 맥락에서 "예" 라고만 답하는 것으로는 상대가 원하는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렇게 대답한 것인데, 이것은 화용적 효과를 내기 위함이다. 

     

     

    2. 대화격률이 뭐지?

    대화격률은 언어학의 분야 중 화용론(pragmatics)에서 다루는 주제 중 하나이다. 이론언어학의 타분과들이 대화문맥과 무관한 개별 문장이나 단어의 형태와 구조를 연구하는 것과 달리, 화용론은 대화문맥과 맥락 속에서 언어가 어떻게 실제로 사용되는지에 관심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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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어를 이용해 대화가 이루어질 때에는 간혹 체면을 지키기 위해서 혹은 공손하기 위해서 지나치게 직설적이거나 문자적인 표현을 피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표현은 문맥으로부터 독립시켜서 생각했을 때는 말이 되지 않으나, 문맥을 고려하였을 때에는 화자의 숨겨진 의도가 드러나게 된다. '대화격률을 고의적으로 위반하기'(flouting a maxim) 역시 이러한 화용적 목적에서 사용되는 전략이다.

     

    대화격률은 두 사람이 대화할 때 암묵적으로 지키도록 기대되는 요건들로, 이것들이 지켜지는 것이 기본이고 위반되었을 때 특별한 화용적 효과를 야기한다. 대표적으로 아래와 같은 네 가지 격률이 있다.

     

    1. 양의 격률(Maxim of quantity): 필요한 정도의 정보를 제공한다. (더 많은 정보를 말하거나 더 적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이것을 위반한다.)
    2. 질의 격률(Maxim of quality): 근거가 있고, 참된 말을 한다. (거짓말을 하는 것은 이것을 위반한다.)
    3. 관련성의 격률(Maxim of relation): 진행되고 있는 맥락에 관련된 말을 한다. (갑자기 관련없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이를 위반한다.)
    4. 태도의 격률(Maxim of manner): 명료하고 논리적으로 말한다 (애매모호하게 말하거나 비논리적인 말을 하는 것은 이를 위반한다.)

     

    "이런 격률 안 지키면 대화 안할거야!" 이런 규칙이 아니고 다만 상대방이 지켜줄 것으로 기대하는 요건들이다. 예를 들어서, 내가 지금 누군가랑 대화를 하고 있다고 쳤을 때, 상대방은 기본적으로 관련있는 말을 필요한 정도의 정보를 담아 얼버무리지 않고 할 것이다. 여기서 "기본적으로"가 중요할 수 있는데, 만약 상대방이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있거나 여타 특별한 상황이라면 이것들이 지켜지지 않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애인이 삐쳤다면 나와 대화할 때 애매모호하게 말하거나 퉁명스럽게 말하는 등 "태도의 격률"에 어긋나는 말을 할 수 있다. 이 때 애인은 자신이 화가 났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입밖에 내지 않고 "태도의 격률을 의도적으로 위반"하면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의도적으로 격률을 위반하는 것을 flouting이라고 부른다.

     

     

    3. 격률 의도적으로 깨기 (flouting)

    다시 노주현과 팬 사이의 대화로 돌아가자.

     

    차기작을 궁금해하는 팬의 질문 "새거 뭐 들어가세요?"에 대하여 자연스러운 대답은 "어떤 어떤 작품입니다"라는 식으로 차기작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나 혹은 "아직 고민중입니다" 와 같이 자신의 현상황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나 노주현은 다만 "예." 라고만 대답한다. 이 대답은 어떠한 정보도 가지고 있지 않고, 다만 [질문에 대답하기] 라는 화용적 기능만 수행하는 알맹이 없는 말이다. 속이 비어있다고 해서 흔히 '빈말'이라고도 한다. [빈말에 대해 더 알아보기]

     

    따라서 노주현은 대화맥락상 기대되는 정보량보다 훨씬 적은 정보만을 제공할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때 노주현의 대답은 '양의 격률을 고의적으로 위반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앞서 서술했다시피 격률은 규칙이 아니라 위반하더라도 대화가 성립된다. 다만 화용적 효과를 낼 뿐이다. 노주현의 짧은 대답의 경우, "더 이상 물어보지 마세요" 정도의 행간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4. 격률 위반하면 장땡인가?

    대화상대가 격률을 위반하였을 때, 맞받아치는 경우도 있다.

     

    자신의 본뜻을 행간에 숨기는 대화상대방에게 "그러지 말고 행간을 명시적으로 말해라"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다른 글에서 소개한 바 있듯이, 관련성의 격률을 위반한 이장우에게 기안84가 응답하는 방식이 그러했다. 다만 이 경우 사회적 맥락에 따라 불쾌하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이장우와 기안84가 어느정도 친한 사이이기 때문에 가능한 대화였다.
    https://linguisting.tistory.com/176

     

    관련성의 격률 위반 사례 이장우의 재치있는 대답

    0. 요약기안84의 유튜브 채널 "인생84"에 출연한 이장우가 관련성의 격률을 위반 flouting 하면서 재치있는 대답을 했습니다. 아래 영상에 나오는 대화입니다. https://youtu.be/fH7Bc0IOrzI?si=cMKVy2LnP5bcRfnF&t

    linguisting.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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