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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분위기 언어학

친족명사 의미 내부 구조 있나?

sleepy_wug 2024. 7. 30.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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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요약

"아빠, 엄마, 누나, 언니, 오빠" 같은 친족명사들 가운데 어떤 것들은 사실 등급성 형용사이거나 혹은 명사내부구조가 있는 것 같습니다.

 

목차

     

    1. "내가 너무 누나"

    갑자기 어디서 접한 데이터인데 이런 대화쌍이 있었다.

     

    A: "누나, 오늘 너무 고마웠습니다."
    B: "누나라기엔 내가 너무 누나인데?"

     

    "너무 누나"라는 표현의 의미는, 내 직관 상, "내가 너보다 나이가 너무 많다"인 듯하다. 혹은 대화맥락 상으로는, 누나-동생과 같은 호칭은 나이 터울이 일정정도 나는 한도내에서 사용되는 게 일반적인데, A가 나이많은 나에게 누나라고 부르니 놀랍다 정도를 의도했을 수도 있다.

     

    비슷한 용례가 또 있다.

    2020년 예능 '놀면뭐하니'에 나온 장면인데, 김종민이 엄정화를 좋아했지만 "너무 누나라서" 좋아한다 말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출처: https://news.zum.com/articles/63062395?c=06 (아카이브)

     

    `놀면 뭐하니` 김종민 `댄서 시절, 엄정화 좋아했지만 너무 누나였다`

    [OSEN=지민경 기자] `놀면 뭐하니?` 김종민이 엄정황와의 추억을 ㄸ떠올렸다. 26일 오후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서는 첫 만남

    news.zum.com

     

     

     

     

    "너무 누나"가 가능하면 형, 오빠, 누나, 언니, 동생 등 (타당한 표현이 생각나지 않아 '친족명사'로 범주화할 수 있을 듯)에 통사적으로 접근 가능한 [연상] [연하] 등의 의미자질이 있는 것이 아닐까? 이걸 점검할 수 있는 테스트가 있을까? 

     

     

    2. 혹은 등급성 형용사일 수 있을까?

    이 섹션은 아래 댓글에서 '누에고치'님께서 이야기하신 것에 기반하여 추가되었다.

     

    '누에고치'님 말씀처럼, 아마 "내가 너무 누나" 에서 '누나'는 등급성 형용사로 사용된 것 같다. 나는 내 한국어 직관을 믿을 수 없어서 고려대한국어대사전을 찾아보았다. 사전에서는 오직 명사로만 등재하고 있다.

     

    여담으로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한국어 사전을 참고할 때 고려대한국어대사전을 보는데, 그 이유는 기술주의(descriptivism)적 관점의 현대 한국어 사전 중 고려대한국어대사전이 가장 방대하고 객관적으로 집필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고려대 언어학과가 data-driven semantics나 코퍼스언어학으로 유명하기도 하다. 지금도 하는지 모르겠지만 여름마다 코퍼스언어학 워크샵도 했었다.

     

    2.1 등급성 형용사가 뭔데

    등급성 형용사가 뭔데

     

     

    어쨌든, 다시 등급성 형용사 이야기로 돌아오자. 등급성 형용사(gradable adjective)는 짧다, 길다, 넓다 등과 같이 비교를 통한 정도를 묘사하는 형용사의 한 종류이다. 반대로 "맞다 틀리다" 할때 '맞다' 같은 형용사는 등급성 형용사가 아니다. 요즘 "이게 맞아?"가 유행하는 것 같아서 '맞다'가 당장 생각났다. 🤣 [각주:1]

     

    등급성 형용사와 다른 종류의 형용사를 나누는 통사적 테스트로는 두 가지가 있다. 첫번째로는 말그대로 "너무" 등의 부사로 수식할 수 있는지 여부이고 두번째는 비교급이 가능한지 여부이다. 등급성 형용사는 '너무' 수식이 가능하고 비교급도 가능하다. 아래 테스트를 예시했다. 등급성 형용사 "작다"와 그렇지 않은 "맞다"를 비교했다.

     

     

    (1) 등급성 형용사 테스트1: '너무'
    a. 선인장이 (너무) 작다.
    b. 선인장이 (*너무) 맞다.

    (2) 등급성 형용사 테스트2: 비교급
    a. 소나무보다 선인장이 더 작다.
    b. *소나무보다 선인장이 더 맞다.

     

    등급성 형용사인 '작다' 가 사용된 (1a)와 (2a)는 모두 문법적이다. 반면, 등급성 형용사가 아닌 '맞다' 가 사용된 (1b)와 (2b)는 비문법적이다.

     

    1b에서, (*너무) 는, 문장에 "너무"를 넣으면 비문법적인 문장이 되는데, 넣지 않으면 좋은 문장이라는 기호이다. 통사의미론 세미나 들으면서 처음 알게된 표기법인데 편리해서 기회될 때마다 사용하는 중.

     

    반면 2b는 어떻게 해도 비문법적이다. 

     

     

    2.2 '누나'에 적용해보자

    자 이제 위에서 언급한 등급성 형용사 테스트를 누나한테(?) 적용하자. '누나' 자체는 체언이기 때문에 형용사일 수가 없다. 다만 '누나이다'를 대상으로 테스트할 수 있다. 

     

    (3) '누나이다'에 적용
    a. 민정이는 너무 누나이다.
    b. 민정이는 진영이보다 너무 누나이다.
    c. 민정이는 진영이보다 더 누나이다.

     

    내 직관 상 (3a)는 어색하지만 나머지는 모두 괜찮다. 그런데 3a가 어색한 것은 딱히 '너무' 때문은 아닌듯하다. 왜냐하면 너무를 뺀 "민정이는 누나이다" 자체가 어색하기 때문이다. 

     

    3. I'm VERY 누나!

    그리고 아래의 영상. https://youtu.be/yl5eU8iUy6s

    The item included is used under the principles of "fair use" as outlined in Section 107 of the Copyright Act of 1976. It is provided solely for educational purposes to facilitate learning, research, and the advancement of knowledge. 여기 포함된 자료는 미국 1976년 저작권법 제107조에 명시된 "공정 이용" 원칙에 따라 사용됩니다. 학습, 연구 및 지식 증진을 촉진하기 위해 오직 교육 목적으로 제공됩니다.

     

    심지어 한국어적 직관이 영어로 코드스위칭되어서도 작동한다.

     

    [맥락: 영어화자 남성(Darcy Oake)이 여성(김소현)에게 자신이 아는 한국어 단어들을 이야기한다.]

    남성: ... and (김소현을 가리키면서) 누나
    여성: Yeah, I'm 누나 I think. I'm VERY 누나.
    남성: So, I'm learning, I'm learning.
    (김소현이 어색한 표정을 짓는다)

     

    남성(Darcy Oake)는 1987년 생이고, 여성(김소현)은 1975년 생이므로 12살 차이가 난다. 이 맥락에서 김소현이 "I'm very 누나" 라고 한다. '누나'의 내부 의미자질이 [연상][여성][친밀] 등이라고 할 때, 'very'가 강조할 수 있는 자질은 [연상] 밖에 없지 않나 생각된다.

     

     

     

    4. 여담과 결론

    여담이다.

    김소현 님 표정이 ::awesome:: 같다.

     

     

    약간 아래와 같은 느낌?

    아임 베리 누나에요

     

    결론이다:

    이 글을 써놓고 며칠이 지난 지금 다시 읽어보니, "너무"가 명사 "누나"를 수식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둘 중 하나일텐데 아마 후자인 듯하다. 1번은 이론적으로 말이 안 될 수 있으니 지나가는 전공자분들께서는 팥으로 메주쑨대도 잘 넘겨들어주시길. 내가 S-side 사람이라면 더 말이 되는 설명을 할텐데, 이럴 땐 데이터한테 미안하다 😢

     

    1. '너무'는 '-이'를 수식한다?

     

    2. '누나'는 형용사, 특히 등급성 형용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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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기준이나 규칙에 부합하느냐라는 뜻으로가 아니라 "이게 합당하냐", "합리적이냐," "온당하냐" 등의 뜻으로 쓰는 경우를 말한다. 아무래도 내가 한국어를 평소에 쓰지 않다보니, 이런 식으로 '맞다'의 주변의미가 중심으로 들어오면 어색하다. 그러나 아예 없는 의미는 아니고 내 세대 코퍼스와의 빈도적 차이에 내가 민감한 것일 수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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