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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나는대로

한국어 의문사 중첩과 중의성 해소(disambiguation)

sleepy_wug 2023. 7. 19. 05:47

0.

[본론으로 가기]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블로그 글이 뜸해진 이유에 관하여..

 

한 동안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을 주저하게 된 이유는, 글을 시작하는 것이 부담스럽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특히, '균형을 잃었다'는 느낌이 있었다.

 

'균형'에 관해 설명하자면 이렇다. 어떤 글을 쓰는 이유의 한쪽 끝에는 "나를 위함"이 있을 것이고, 다른쪽 끝에는 "다른 사람을 위함"이 있을 것이다. 일기가 한 극단이고, 교과서가 다른 극단에 있는 글이다. 만인이 보는 블로그에다가 나 매일 똥싸고 밥먹는 얘기를 올릴 수 없는 일이고, 만인이 본다는 이유로 블로그에 '교과서'를 쓸 일도 없다. 결국 둘 사이의 균형의 문제일테다.

 

나는 이 블로그를 처음 시작했을 때 썼던 제1호 글에 "허심탄회하게 적겠다"고 했는데, 그것은 '나를 위함이되, 예의는 지키겠다' 정도의 뜻이었던 것 같다. 특히 '생각나는대로' 카테고리는 말그대로 부담없이 생각나는대로 글을 올리려던 곳인데, 오히려 '다른사람 보라는 글'만 싸지르고 있었다. 그 이유는 아마도 다른 사람들이 댓글을 달고, 특히 현실 세계에서 날 알아보는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런데 '다른사람 보여주는 글' 쓰는 것은 답답하게 느껴지기 시작하여서, 블로그에 글을 비공개로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했다. 그리고 다른 블로그를 새로 파서 광고도 안달고 나 하고싶은 얘기만 줄창 쓰기도 했다.

 

본질/초심을 잃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요컨대, 내가 생각하는 이 카테고리에 올릴 글의 원형은 아래와 같은 것이다.

 

2021.11.17 - [생각나는대로] - 좀비의 차용

2020.08.24 - [생각나는대로] - (물건을 어디에) "싣다"의 기저형

 

그래서, 예전처럼, 다시 '생각나는 대로' 편하게 써보기로 했다. 즉, 다른 사람을 위한 글보다 좀 더 나를 위한 글을 쓰겠다는 뜻. 그래서 반말로 쓴다.

 

1. 

 

 

 

위와 같은 트윗을 보았다. 요컨대, 한국어에서 의문사 '누가' 혹은 '뭐'를 중첩함으로써 복수형의 의미를 전달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래와 같은 대화에서 B'는 비문법적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A: 누가누가 왔어?
B: 지영이랑 민주가 왔어.
B': *지영이가 왔어.

 

그러나 내 직관에서 B'는 비문법적이지 않은 것 같다. 그런데 이것과는 독립적으로, 흥미롭게도 의문사의 중첩은 한국어 의문문에서 나타나는 중의성을 해소하는 듯하다.

 

2. 중의적인 의문사

 

 

의문사 '누가'를 포함하는 의문문 '누가 왔어?'는 중의적이다. 그것은 "누군가가 왔는지 안왔는지" 물어보는 문장이기도 하고 동시에 "온 사람이 누구인지" 물어보는 문장이기도 하다. 따라서 아래와 같은 대화쌍 두 개가 다 가능하다.

 

A: 누가 왔어?
B: 응 왔어.

A: 누가 왔어?
B: 지은이가 왔어

 

여담으로 동남방언의 경우, interrogative C가 두 가지 있기 때문에 중의적이지 않다. Yes/No Question에는 "-나?"를 쓰고 content question에는 "-노?"를 쓴다.

 

A: 누가 왔나?
B: 응 왔다.
B': *지은이 왔다.

A: 누가 왔노?
B: 지은이 왔다.
B': *응 왔다.

 

위 문장에서 B'는 비문법적이다.   '-나?' 로 물어보면 대답은 네/아니오 가 되어야 하고, '-노?'로 물어보면, 내용이 있는 답변을 해야 한다.

 

 

3. 중첩을 통한 중의성 해소

그런데, 아래와 같이 의문사 '누가'를 중첩해보자. 그러면 흥미롭게도 content question으로만 가능하다.

 

A: 누가누가 왔어?
B: *응 왔어.

A: 누가누가 왔어?
B: 지은이가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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