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요약
'Literally', 'I know right?' 그리고 'Whatever' 이렇게 세 가지 표현은 너무 진부하고 아무때나 쓰여서 사람들이 좀 거슬려하는 것 같습니다.
이를 반대로 돌려서 말하자면, 이 세가지 표현을 적절하게 넣으면 천박한 말습관 원어민 느낌을 더할 수 있을 것입니다.
목차
1. 표현도 너무 많이쓰이면 닳는다
한국어에서 사람들이 '-것 같아요'를 많이 쓴다고, 규범주의자(문법나치들)들은 불만을 표현하는 일이 많다. '저는 이게 좋은 것 같아요' 등,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인데 '-것 같다'를 사용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주장이다.
혹은, "아메리카노 나오셨습니다"와 같은 소위 '물건 높임법'을 단속하고 다니는 규범주의자들도 많다.
물론 언어학은 언어에 대해 규범주의가 아닌 기술주의적 입장을 취한다. 언어학은 (유행하는) 언어표현에 대해 옳다, 그르다 판단하지 않고 단지 관찰하고 설명할 뿐이다. '-것 같아요'의 경우도, 겸양의 표현이나 특히 상대방과 위계 차이가 날 경우에 흔하다는 점을 보면 아마도 화용론적 문법장치인 것 같다. 그리고 "아메리카노 나오셨습니다" 역시 주체높임이 아니라 화용적 맥락에 따른 청자높임으로 볼 여지가 있다.
(사실 "아메리카노 나오셨습니다" 구문에 대해서는 할 말이 더 많은데, 별도의 포스팅을 조만간 팔 생각이다. 요컨대, "선생님, 따님이 용감하십니다" 와 "선생님, 따님께서(?) 용감하십니다" 를 비교해보면, -시-를 붙이는 게 반드시 주체높임인지는 따져볼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Kim (2019)도 참고해볼 만하다.) 1
각설하고, 어떤 표현이 너무 많이 쓰이게 되면, 그것의 강도(?) 신선도(?)가 떨어지게 되고 심할 경우 원래 의미를 잃어버리게 된다. 단기적으로는 의미포화semantic satiation 라고 하고 통시적으로(세대에 걸쳐) 어떤 표현이 너무 많이 사용되어 의미를 상실하는 것을 문법화grammaticalization이라고도 한다.
한국어 사용자 중에서 '-것 같아요'를 혐오하는 사람들이 있듯이, 영어에서도 '이거 너무 무분별하게 쓰는 거 아니야?' 해서 사람들이 싫어하는 표현들이 있다. 여러가지가 있을 것 같은데 세 가지가 대표적이다. Whatever, literally 그리고 I know right? (IKR?) 을 소개하고자 한다.
2. 오늘날 북미 영어에서 진부해서 성가시게 느끼는 표현들
2.1 Whatever
Whatever은 '어찌되었든' 정도로 번역되는 표현인데, 특유의 억양으로 발음하면 '누가 물어봄?', '안물안궁', '신경안씀' 정도의 뉘앙스를 가지는 듯하다.
이렇게 사용되는 whatever의 가장 전형적인 예시가 영화 Clueless (1995)에서 나온다. 위의 GIF가 그 영화의 일부이다. 아래 영상에서는 1:30 부분부터 해당 씬이 나온다.
그럼 화제를 돌리기 위해 '어쨌든!' 이라고 말하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대안으로 'anyway'를 많이 쓰는 것 같다.
2.2 Literally
아마 한국어 규범주의들이 '-것 같다' 싫어하는 정도로 영어권 규범주의자들도 맥락에 적절하지 않은 literally를 혐오하는 것 같다.
Literally는 한국어의 '말 그대로'와 대응되는 듯하다. 한국어의 '말 그대로'가 아직 semantic satiation을 겪지 않아서 말그대로 '표현이 의미하는 바 그대로'(de dicto)를 의미하는 것과는, 달리 영어에서 literally는 어디에나 붙어서 그냥 [강조] 라는 기능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러한 용법은 상당히 게으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한국어에 굳이 비교하자면 부사 '되게'와 비슷한 것 같다. 한국어의 '되게'는 나쁜 것의 정도가 심함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되었으나 오늘날에는 되게 아무 곳에나 붙는다.
그런데 규범주의가 literally를 혐오하는 현상을 곰곰히 생각해보면 하나 재미있는 게 있다. really 도 옛날엔 "내 말은 사실과 비교하였을 때 동치이다" 라는 의미로 쓰였다. 정말 'real'-ly 였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것이 오늘날에는 [강조] 기능을 하는 영양가 없는 부사가 되어버렸고 신기하게도 규범주의자들은 이에 대해서는 literally만큼 혐오하는 것 같지는 않다.
아마도 불쾌한 골짜기처럼 semantic satiation에도 중간 쯤 갔을 때 화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Literally를 사람들이 싫어하는 현상에 관하여 더 읽고 싶다면 Spectator 에세이를 추천한다. [링크]
2.3 I know right? (IKR?)
I know right?은 동의표현이다. 한국어로는 '그쵸?', '제 말이 그겁니다', '응 맞말.' 등등에 대응할 수 있겠다.
A: I can't believe this course turned out to be the easiest one.
B: I know right? It's literally a GPA booster.
A: 이 과목이 가장 개꿀이네.
B: 응 맞아. 학점 평균 끌어올려줄 듯.
(슬쩍 끼어든 literally)
흔히 영어엔 존댓말이 없다고들 하던데 I know right는 분명히 반말이지 싶다. 모르겠다. 적어도 나에게는 (나는 밀리니얼 세대다) Gen Z가 I know right? 하면 좀 예의없이 느껴진다.
한국어의 경우 나이가 존댓말 반말의 거의 절대적 기준인 것에 비해, 많은 언어에서는 친소(가깝고 멀고)에 따라 경어체(존댓말)와 평어체(반말)를 쓴다. 영어로 그런데, 최근에 한 학생이 자기도 모르게 I know right? 했을 때 서로 '헉?' 했던 순간이 있었다. 내 입장에서는 "지금 이 학생과 내가 친한 관계 아닌 것 같은데?" 했었고, 아마 그 학생도 적잖이 당황한 것 같았다.
나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I know right? 를 성가시게 생각하는 듯하다.
3. 반대로 이용하면 유창해보일지도
언어유창성의 척도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게으르게 말할수록 유창하게 들리기도 한다는 건 사실인 것 같다. 이 사실을 이용한다면 역으로 '너무 많이 사용되는 표현을 넣음'으로써 유창하게 들릴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부작용은 성가시게 들릴 수도 있다는 것)
만약 대화하는 맥락이 캐주얼하다면 Whatever, literally, i know right? 막 섞어가며 쓰면 좋을 것 같다. 아 whatever는 정말 대화상대방이 짜증낼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하겠다.
- 아래에 댓글창이 열려있습니다. 로그인 없이도 댓글 다실 수 있습니다.
- 글과 관련된 것, 혹은 글을 읽고 궁금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댓글을 달아주세요.
- 반박이나 오류 수정을 특히 환영합니다.
- 로그인 없이 비밀글을 다시면, 거기에 답변이 달려도 보실 수 없습니다. 답변을 받기 원하시는 이메일 주소 등을 비밀글로 남겨주시면 이메일로 답변드리겠습니다.
- Allocutive agreement in Korean under cyclic Agree. (2019). Proceedings of the Linguistic Society of America, 4(1), 56:1–15. [본문으로]
'생각나는대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층위에 따른 양순음 뒤 고모음 실현 (0) | 2024.01.03 |
---|---|
학부졸업논문 혹은 텀페이퍼 수준 논문주제 리스트 (5) | 2023.11.09 |
음성학과 음운론의 차이: 단편적인 인상들 (0) | 2023.08.24 |
한국어 의문사 중첩과 중의성 해소(disambiguation) (0) | 2023.07.19 |
음성학과 음운론의 차이: 접면과 관심의 문제 (8) | 2023.04.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