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들어가는 말
제가 2018년 가을학기 즈음 텀페이퍼로 Hindi의 부분첩어를 분석한 논문을 쓴 적이 있었습니다. Echo compounding이라는 키워드로 불리는 현상이었는데, 일단 완전중첩(total reduplication) 이후 음소배열적 이유로 인해 중첩부위에 voiced bilabial fricative [β]가 삽입되거나 base initial consonant가 [β]로 교체되는 현상입니다. 현상에 대한 기술은 그 페이퍼에서 사용한 표로 갈음합니다.
표 상에 굵게표시 된 것이 base이고 그것이 중첩되어 suffixation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발음형 [β]는 철자로는 v로 표기됩니다. 첫째, 둘째, 그리고 셋째줄은 매우 규칙적입니다. reduplicant의 첫 자리에 v를 넣는다. 그러나 마지막줄과 같이 v로 시작하는 base가 중첩될 때는 흥미롭게도 v를 탈락시킵니다.
a. Echo compounding (fixed segmentism)
kitāb-vitāb | ‘books and the like’ | cəlnā-vəlnā | ‘to walk and the like’ |
istrī-vistrī | ‘iron and the like’ | udās-vudās | ‘sad and the like’ |
presiɖenʈ-vresiɖenʈ | ‘president, etc.’ | prem-vrem | ‘love and the like’ |
kvārā-vārā | ‘unmarried, etc.’ | khvāb-vāb | ‘dream and the like’ |
vəkil-ukil | ‘lawyer and the like’ | vāyu-āyu | ‘wind and the like’ |
이것은 생산성이 있는 것으로 보이고 특히 힌디의 영어 차용어에도 적용되는 것 같습니다. 2012년 인도 영화 중 English-Vinglish 이 있었는데 이 제목 역시 동일한 echo compounding에 속합니다. 한국어로 번역한다면 "영어와 기타등등" 혹은 "영어 그까짓 것" 정도 되지 않을까요?
한국 시장에서는 이 영화 제목을 "굿모닝 맨하탄"이라고 지었는데, Good Morning Manhattan은 영어이기 때문에, 한국어 화자들을 대상으로 한 소위 '번역'이 이상한 꼴이 된 것입니다.
Hindi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사실 저는 한국어에서 나타나는 echo compounding에 더 흥미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한국어가 모국어라서 자연스레 부분첩어에 관심이 생기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살다가 만나게 되는 흥미로운 사례를 생각나는대로 모으기 위해서 본 포스팅을 씁니다. 언어별로 큰 단위를 나누고 그 아래에 루즈하게 분류도 하려고 합니다.
목차
1. 한국어의 부분중첩 유형들
1.1 중첩후 제거 (어중 단위 제거)
- 떽떼굴
(<-떼굴 + 떼굴, 이것이 부분첩어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사례입니다. "떽떼굴" 은 귀여운 느낌입니다. ) - 떽떼굴떽떼굴
(표준국어대사전 보니 있습니다. 떼굴 -> 떼굴떼굴 -> 떽떼굴 -> 떽떼굴떽떼굴 이라니! 귀여움이 2 x 2배!) - 두둥실
(<-둥실 + 둥실)
1.2 중첩후 제거 (어두 단위 제거)
- 울그락 불그락 / 울긋 불긋
(완전중첩(total reduplication) 이후 어두 ㅂ탈락) - 울퉁불퉁
("불퉁하다"라는 표현이 표준국어대사전에 있네요. 완전중첩 후 ㅂ탈락) - 아등바등 / 아득바득
(완전중첩 후 ㅂ탈락)
위에 나온 두가지 범주에 대해서는 논문을 많이 본 것 같습니다. right off the bat으로는 음성음운형태론에 게재된 김정연 (2020)이 생각납니다. [논문링크]
1.3 모음교체?
삐뚤빼뚤?
1.4 완전중첩 후 첨가/교체 (중첩 juncture에 첨가)
이게 저는 정말 흥미롭고 이 포스팅을 판 이유도 이것 때문입니다.
- 세상에 마상에
(<- 세상에 + 세상에) - 질색 팔색
(<- 질색 + 질색) - 알쏭달쏭
(*달쏭달쏭 이후 ㄷ 탈락이 아닙니다. 알쏭하다 (아리송하다) 중첩 이후 ㄷ삽입입니다) - 싱글벙글
(<- 싱글+싱글) - 옹기종기
(<- *종기종기 가 아니라 옹기옹기 이후 ㅈ삽입입니다) - 알록달록
("알록하다"라는 표현이 있다고 하네요. 중첩 이후 ㄷ삽입) - 앙증깡증↓
이론적으로는 OCP나 기타 자음 하위범주에 대한 분류 문제로 설명하고 싶습니다. 특히 자음의 하위범주 분류를 통한 설명이란 이런 것을 말합니다. 모음에 '전형적인 모음' (영어의 경우 /ə/, 한국어의 경우 ㅡ 모음 /ɯ/)이 있듯이, 자음에도 그런 자음이 있고, 바로 그 자음이 부분첩어 연결부위 부분에 삽입되지 않을까 한다는 것입니다.
1.5 완전중첩 후 교체인지 모호한 경우
1.5.1 음소단위
- 우락부락
1.5.2 음절단위
2. 중첩과 "-거리다" 와의 연관성
이번에는 초점을 돌려서 중첩현상의 S-side (syntax/semantics)측면을 생각해보도록 합시다.
아래와 같이 한국어의 중첩현상은 특정한 의미적 효과를 가집니다. Base의 속성 중 일부를 증폭시키는 것 같습니다.
- 소녀소녀하다: '소녀'의 어떠한 특성이 강화된 모양을 가지고 있다? "소녀스럽다"와 유사한 의미를 가집니다.
- 구석구석: 어떤 행동이 '구석'에 닿기 어렵다는 특성에서 '구석구석'은 "어느 곳도 빠짐없이"와 유사한 의미를 지닙니다.
혹은 아래와 같은 형용사의 중첩의 경우 모양새가 작거나 귀여운 느낌을 수반하는 것 같습니다.
- 말랑말랑하다
여기서 특히 형용사 중첩과 관련한 흥미로운 관찰이 있습니다.
- 한국어 형용사 중첩 후 "-거리다"를 붙일 수 없습니다.
- 예컨대, "가물가물하다" 랑 "가물거리다"는 가능하지만, "*가물가물거리다"는 비문입니다.
- 따라서 음운론적으로 중첩으로 실현되는 것과, 형태론적으로 "-거리다" 붙이는 것이 같은 효과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의미적으로 '가물가물하다'와 '가물거리다'는 같은 뜻으로 생각되지 않습니다.
- 따라서 아마도 '-거리다'는 중첩이 되지 않게 막는 기능을 하는 것 같습니다.
3. 영어
3.1 어절 초성 교체
- easy peasy (lemon sqeezy) 어원에 대한 블로그 글
- holy moly
- nitty-gritty
- oopsie-poopsie (출처)
- lovey-dovey
(티아라 노래 생각나네요)
- Roly-poly
(다른 티아라 노래가 생각나네요ㅋㅋ)
3.2 어절 첫 음절 교체
- oopsie daisy
- mambo-jumbo
(이번엔 쿨 노래가 생각나네요)
3.3 기타
- bada bing, bada boom 출처
4. 헝가리어
- cica [t͡sit͡sɒ] “cat” → cica-mica [t͡sit͡sɒ-mit͡sɒ] “cat.dim” (논문링크) 1
5. 튀르키예어(터키어 Turkish)
- 어간 앞에 C1-V-C2 음절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중첩되는데, 이때 중첩되는 C1-V 는 어간의 맨 처음 C-V이고, C2는 -p, -m, -s, -r 이렇게 4가지 중 하나가 선택.
- [논문링크] 2
6. 광동어 (Cantonese)
이것을 부분첩어로 보는 게 맞을 지 확신이 안 서지만 일단 나열해봅니다. 음절의 교체라면 음운론적인 중첩으로 볼 여지가 있지만, 중국어(광동어는 물론 만다린 역시) 각 음절이 의미단위를 지니기 때문에 의미단위의 배열로 볼 여지가 있습니다.
- 講呢講囉 gong2ne1 gong2lo1
7. Mande Kusik
Base | Reduplicated |
tik | tik-tak |
grɔp | grɔp-grap |
zechi | zechi-zachi |
daran | daran-maran |
kakket | kakket-makk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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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óskuthy, M., & Rácz, P. (2021). Beyond Plain and Extra-Grammatical Morphology: Echo-Pairs in Hungarian. Language and Speech, 64(3), 625–653.
[본문으로] - Tang, K. & Akkuş, F., (2023) “Identity Avoidance in Turkish Partial Reduplication: Feature Specificity and Locality”, Laboratory Phonology 14(1). doi: https://doi.org/10.16995/labphon.6459 [본문으로]
- Boro, Jaydev, and Chainary Swarna Prabha. (2020). Ablaut and rhyme reduplication in Bodo and Garo language. IOSR Journal of Humanities and Social Science (IOSR-JHSS), 25(11). pp. 33-40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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