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도입
아래 링크에 박제된 게시글에서 언급된 문장입니다.
일단은 의미없는(non-sensical) 문장이고 필수논항 중 비는 것이 많아 비문법적(ungrammatical)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언어학자로서 재능낭비? 차원에서 재미로 한번 파싱을 해보려고 합니다. 여러가지 상상의 나래를 펼쳐볼 수 있겠네요. 기대가 됩니다.
목차
전혀전혀 진지한 것이 아니므로 그냥 지적유희 내지는 장난이라고 생각해주세요. 다양한 전제와 추측에 살짝살짝 언어학적 개념들이 곁들여질 것이지만, 언어학적 개념을 제외하고는 모두 무시하셔도 되는 헛소리입니다.
무엇보다 저는 통사론자가 아니라 음운론자니까 통사론 관련하여 이 글에서 무슨 헛소리를 하더라도 대미지가 없기에 부담이 없는 걸수도
밑밥은 이정도로만 깔고, 일단 문제의 문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a. 나 아는사람 강다니엘 닮은 이모가 다시보게되는게 다시 그때처럼 안닮게 엄마보면 느껴질수도 있는거임?
이론(異論)의 여지가 없는 확실한 부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ㄱ. (a) 에서 굵은글씨로된 '느끼다'를 1항술어로 쓴 것을 보면, 성적인 뉘앙스를 의도했습니다. 즉, '느끼다'는 성적 감각을 느끼다, 즉 '흥분하다'와 유의어입니다. (예문: 야, 쟤 왜 갑자기 표정이 저래? 느끼는 거 아니야? = 흥분한 거 아니야?)
ㄴ. (a) 에서 밑줄 친 '강다니엘 닮-'은 이모를 수식합니다.
이 포스팅은 매우 긴 글이고 복잡하고 난잡하므로, 그냥 결론만 알고 싶으시면 아래 접은 글을 펴주세요.
아래의 논의의 결과로 문제의 문장 (a)를 좀더 이해하기 쉬운 문장 (z)로 다시쓰면:
a. 나 아는사람 강다니엘 닮은 이모가 다시보게되는게 다시 그때처럼 안닮게 엄마보면 느껴질수도 있는거임?
z. 강다니엘을 닮은 이모가, 내 지인을 다시 만나는데, 그 이유는 그 지인이 엄마랑 닮지 않았다고 생각해서 흥분했기 때문인가?
해설을 붙이자면:
이 문장이 어려운 이유는 통사구조가 난해한 까닭도 있지만, 다양한 언어외적이고 편향적 전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 이모가 레즈비언이고 지인이 여성이라고 가정했을 때, 지인은 엄마를 닮을 수도, 이모가 지인을 상대로 성적인 흥분을 할 수도 있습니다.
- 남성인 강다니엘이랑 여성인 이모가 닮을 수 없다는 것은 편견입니다.
- 지인이 남성일 경우, 남성과 엄마(여성)이 닮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모는 그렇게 생각 안하는 것이고요)
1. 모문 (matrix clause)의 구조: (b)하는 게 (c)인 거임?
일단 원문 (a)를 거칠게 절(phrase) 단위로 나눠보겠습니다.
a. 나 아는사람 강다니엘 닮은 이모가 다시보게되는게 다시 그때처럼 안닮게 엄마보면 느껴질수도 있는거임?
b. 나 아는 사람 강다니엘 닮은 이모가 다시보- (다)
c. 다시 그 때처럼 안 닮게 엄마보면 느껴질 수도 있- (다)
a'. (b)하는 게, (c)인 거임?
따라서 (a)를 다시 쓴 (a'), 즉 모문(matrix clause)은, 인과관계를 지시하는 문장으로 볼 여지가 있습니다. 그렇게 가정하겠습니다. (진실은 아무도 모르겠지만)
예컨대 (b) 자리에 "후배가 자꾸 카톡한다" (c)자리에 "나를 좋아한다"를 넣는다면
"후배가 자꾸 카톡하는 게 나를 좋아하는 거임?"
이건 자연스러운 문장처럼 보입니다. 따라서 (b)를 결과절, (c)를 원인절이라고 부르겠습니다. 물론, (c)자체가 원인을 나타내는 절로 보기 어렵다는 게 문제지만, 일단은 넘어갑시다. (스포일러 경고: 3절에서 상당히 거칠게 (c)를 원인절로 만들어버립니다)
2. 결과절(b): 이모와 나의 지인이 다시 만나
(b)를 봅시다.
'나 아는 사람 강다니엘 닮은 이모가 다시보-'
여기서 술어는 '다시보다'로 확실하고, '다시보다'는 2항술어로서 주어와 목적어가 필요합니다. 한국어는 논항 scramble (섞기)이 어느정도 유연한 언어입니다. "내가 밥을 먹었다"라는 표준적인 문장을 "밥을 내가 먹었다"라고 쓰더라도 화용적인 효과의 차이(즉, 어순을 바꾸면 '밥'으로 초점이 옮겨감) 외에는 문법적 의미가 같습니다. 따라서 (b)역시 이것처럼 목적어가 먼저 나오고 주어가 바로 뒤에 나온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나 아는사람'(내가 아는 사람 혹은 나를 아는 사람 -- 어쨌든 지인)이 목적어, '강다니엘 닮은 이모'가 주격을 받는걸로 보는 게 타당해보입니다. 여기까지는 확실합니다.
이제 b를 좀더 무표적인(일반적인) 문장형태로 다시 써봅시다. ('다시보다'의 경우, 문장 뒷부분에 나오는 동사 '-게 보다'와 형태가 같으므로, '다시 만나다'로 수정했습니다. 즉, 구별의 편의상 '다시보다'는 '다시 만나다'로 고쳐씁니다)
b'. 강다니엘을 닮은 이모가 내 지인을 다시 만나-
여기까지 생각하고 모문을 다시 보시면, '강다니엘을 닮은 이모가 나의 지인을 다시 만나는 사건'(b가 표상하는 사건)이 이미 일어났거나, 혹은 일어날 예정인데, 화자는 이에 대하여 왜그런지 이유를 (c)라고 추측하였고, 그것이 맞는 생각인지 확인하고 싶은 것입니다.
3. 추정된 원인(c): 지인에게 (이모가, 성적 흥분을) 느낌
이번엔 (c)입니다.
'다시 그 때처럼 안 닮게 엄마보면 느껴질 수도 있- (다)'
[다시 그 때처럼 안 닮게 엄마보면 느껴지]-ㄹ 수도 있-
ㄱ.에 따라 안긴문장의 느끼다는 흥분하다와 유의어입니다. 그렇다고 할 때 피동 표현 '느껴지다'는 '흥분되다'로 치환이 가능합니다.
안긴문장인 '다시 그 때처럼 안 닮게 엄마보면 느껴지-'에서, '그 때'가 지시하는 시기가 불명확합니다. 이 구조에서는 '다시보다' 외에 다른 술어는 볼 수 없으므로, '나랑 아는 사람'과 '이모'가 과거에 봤던 시기를 의미한다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여기까지 분석한 것을 기초로 안긴문장을 좀더 풀어쓴 문장으로 다시 써봅시다.
c'. [다시 전에 만났을 때처럼 안 닮게 엄마보면 흥분되]-ㄹ 수도 있-
다음으로 c'에서 밑줄 친 '안 닮게 엄마보면'입니다. 한국어의 '게-' 구문은 독특한데, 다양한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생각하다' 등이 취할 수 있는 소절(small clause)로 보는 게 지배적입니다. 예컨대, "[나를 착하]-게 생각한다" 와 같은 문장은 "[나는 착하다]-그렇게 생각한다"와 동일값을 가집니다.
밑줄친 부분이 이와 같은 소절구문이라면 두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 '닮다' 는 [누구]를 [누구]와 닮다 와 같이 2개의 논항을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아래의 (d)는 2개의 논항을 다 가진 유사문입니다. 문법적인 문장입니다.
d. 철수는 [어머니를 아버지와 안 닮]-게 보았다.
(d)를 다시 쓰면, '어머니랑 아버지는 닮지 않았다고 철수는 생각한다' 정도일 것입니다. 그러나 (c')에는 '-와'라는 조사를 받는 '아버지'와 같은 존재가 없을뿐더러, "어머니"에 해당하는 존재도 없...... 아.... 있는 것 같습니다. '엄마보면'을 띄어써서 '엄마 보면'이라고 다시 쓰면 명확해지는데,
c''. [다시 전에 만났을 때처럼 [(___)와 안 닮게 엄마(를)] 보면 흥분되]-ㄹ 수도 있-
굵게 표시한 부분의 빈칸 (d의 아버지 자리)에는, 일단 화제에 올라있는 '나의 지인'(문장 (a)의 나 아는 사람) 을 넣겠습니다. (화제에 오른 '이모'가 안 되는 이유는 "둘째, '보다'의 주어..." 에서 확실해집니다)
c'''. [다시 전에 만났을 때처럼 [나의 지인과 엄마를 안 닮게] 보면 흥분되]-ㄹ 수도 있-
둘째, '보다'의 주어가 불확실합니다. 문장 (d)의 '철수'와 같은 존재가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일단 화제에 오른 두 인물 중 '이모'가 그 자리에 들어가는 것이 적절해보입니다. 왜냐하면, 모문 술어 다시보다의 행위주체(agent)가 이모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모문의 구조로 돌아가서, 이모가 '지인을 다시 본다' 라는 행위를 적극적으로 실시하는 사건에 대하여, 화자는, 그 이유를 (c)로 추측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합시다. "이모가 어떠한 것을 지각(안 닮게 보다)했기 때문에 그 이모가 무언가 행동(지인을 다시 만나다)을 하는 것이다" 라는 논리는 합당해보입니다.
따라서 자리빠진 논항을 추정해서 c'''를 다시 풀어써보도록 합시다. c''' 맨 앞에 있는 '다시'는 '보다'를 수식하므로 편의상 문장 뒤로 빼겠습니다.
c''''. [전에 둘이 만났을 때처럼, [이모가 나의 지인이랑 엄마랑 닮지 않았다]고 다시 생각하면 흥분되]-ㄹ 수도 있-
(여기서부터 상당히 언어외적 지식에 의존하게 되는데, 추상적인 화용론과 '썰'의 영역으로 들어가고 있음을 경고합니다.)
사회학에서는 '베스터마르크 효과'(Westermarck effect)라고 하여 함께 자란 가족구성원에 대해서는 성적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는 가설이 있습니다. '엄마'는 이모의 언니(혹은 여동생)입니다. 만약 '나의 지인'과 '엄마'가 닮았으면 베스터마르크 효과에 의해 이모는 나의지인에게 성적 매력을 느끼지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모는 '나의 지인'과 자신의 언니가 닮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성적 매력을 느낄 수도 있겠지요.
4. 결론: 다시 모문
다시 모문입니다.
원문은 (a) 였습니다.
a. 나 아는사람 강다니엘 닮은 이모가 다시보게되는게 다시 그때처럼 안닮게 엄마보면 느껴질수도 있는거임?
(a)를 중심 논항-술어 구조만 남기고 홀라당 벗겨버리면 a'와 같습니다.
a'. (b)하는 게, (c)인 거임?
앞서 2절에서 논의한 것처럼 (b)를 쉽게쓰면: 강다니엘을 닮은 이모가 내 지인을 다시 만나(다)
앞서 3절에서 논의한 것처럼 (c)를 쉽게쓰면: 전에 둘이 만났을 때처럼, 이모가 나의 지인이랑 엄마랑 닮지 않았다고 다시 생각하면 흥분될 수도 있(다)
따라서 결론입니다.
강다니엘을 닮은 이모가 내 지인을 다시 만나는 게, 전에 둘이 만났을 때처럼 이모가 나의 지인이랑 엄마랑 안 닮았다고 또 생각해서 흥분된 걸 수도 있는 거임?
이것을 여러 문장으로 더 풀어쓰면,
강다니엘을 닮은 이모가 내 지인이랑 한 번 봤는데, 다시 만난다. 왜 이모가 내 지인을 또 보려 하는지 나는 그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 전에 둘이 만났을 때 이모는 나의 지인이랑 엄마랑 닮지 않았다고 생각했었다. 이렇게 생각을 했기 때문에 이모가 나의 지인이랑 다시 만나고 싶어하는 것일까? 베스터마르크 효과에 따르면 가족이랑 닮으면 성적 매력을 못 느낀다는데, 혹시 가족(엄마)이랑 안 닮아서 매력을 느낄수도 있는 것 아닌가?
재미로 진지하게 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긴 글 읽느라 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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