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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학으로 박사유학/언어학 박사 생활하기

based off?

sleepy_wug 2025. 11. 13. 09:18

0. 요약 

몇년 전부터 학부생들 답안지를 읽으며 흥미로운 변화를 몇 가지 관찰한다. 이 글은 그것들을 간단히 메모하는 목적이다.

 

 

1. Based off...?

based on 을 써야하는 맥락에 자꾸 based off라고 쓴다. 내가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약간 성가신데, 아무래도 on 쓸 때 off를 쓰는 언어변화가 진행중인 것같다. 

 

관련된 레딧 코멘트를 아래에 옮겨온다. 동부에 사는 중년 레딧 사용자가 "어렸을 때부터 based off라는 표현을 구어적으로 썼다"고 한다. 아마도 나의 '성가심'은 한국에서 배운 문법중심의 영어교육 때문인 것같다. ㅋㅋㅋㅋㅋㅋ

출처: https://www.reddit.com/r/grammar/comments/oi6wdt/based_off_vs_based_on/

 

(based off는 코너 속의 코너 "영어공부하고있네"에도 소개되었습니다)

 

영어 공부하고 있네

0. 이 포스팅은 무엇?이 포스팅에는 살면서 만나 본 영어 표현 중 재밌다고 생각했던, 혹은 한마디 보태고 싶었던 것들을 모아놓습니다. 저는 태어나서부터 학부/석사까지 한국에서만 공부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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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g., 대신 ex.

이건 오래전부터 종종 보이던 것. 코로나 전에 나는 굳이굳이 e.g., 라고 수정해주었으나, 이제는 그러려니 한다. 사실 e.g.,는 라틴어 exampli gratia 의 약자다. 말그대로 "예시를 들자면"이라는 뜻이다. 21세기 북미에서는 학부생들이 라틴어를 알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나역시도 라틴어를 모른다.[각주:1] 따라서 조만간 e.g.,는 사라지지 않을까 싶다. 

 

 

3. 필기체의 재유행

나는 millennial이라 중학교 때 필기체를 배웠다. 그때 한국의 영어 교육과정에는 알파벳 대소문자의 인쇄체와 필기체를 배웠다. 인쇄체-필기체 맞는 짝을 고르라는 시험문제가 1학년 1학기 중간고사에 나오기도 했는데, 그문제만 유독 영어교사의 손글씨가 시험지에 나왔기에 인상적이었던 기억.

 

이미 90년대부터 북미에서는 필기체 강요 안한 듯한데, 그러한 면에서 생각해보면 한국의 영어 교과 커리큘럼은 다소 보수적이었던 것같다. 나보다 나이가 어린 한국인들도 필기체를 모른다. 따라서 약간 세대차이(?) 같은 게 느껴지는데, 교수님과 나는 필기체로 쓴 답안을 술술 읽지만 나보다 살짝 나이가 어린 과정생들은 다소 버벅거린 적도 있었다.[각주:2]

 

The item included is used under the principles of "fair use" as outlined in Section 107 of the Copyright Act of 1976. It is provided solely for educational purposes to facilitate learning, research, and the advancement of knowledge. 여기 포함된 자료는 미국 1976년 저작권법 제107조에 명시된 "공정 이용" 원칙에 따라 사용됩니다. 학습, 연구 및 지식 증진을 촉진하기 위해 오직 교육 목적으로 제공됩니다.

출처: https://www.instagram.com/reel/DMyKYIEo_Fy

 

 

 

흥미로운 것은 학부생들이 다시 필기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코로나 전에는 한 두명의 학생 정도만 필기체로 답안지를 냈는데, 코로나 기간동안 다들 집에서 필기체 연습을 열심히 했는지 2020년 무렵부터는 필기체로 멋들어지게 쓴 답안지들이 제법 늘었다. 

 

위 그림은 그냥 인터넷에서 찾은 러시아 필기체 사진이다. 만약 어떤 학생이 저렇게 답안을 제출했으면 상담을 한다. 니가 뭐라고 썼는지 직접 설명해보라고.

 

중학교때 필기체를 배웠기에 나도 45도 기울인 필기체를 구사할 수 있다. 그러나 필기체로 코멘트를 쓰지는 않는다. 또박또박 print 해준다. 강의자 TA 그 누구도 필기체로 코멘트하지 않는다. 캐나다의 수작업으로 작성하는 공문서에는 PRINT하라고 하는데 인쇄하세요라는 뜻이 아니라 필기체 쓰지 말고 또박또박 쓰라는 것이다.

 

4. 한국어 예시가 늘었다

언어학과 학부생 답안지 논증 문제에는 실제 자연어 예시를 들어야 하는 것들이 있다. 영어에서의 예시를 쓰는 것이 보통이지만, 영어 말고 본인의 L1에서 예시를 가져오는(draw upon) 경우도 많다. 옛날엔 한국어 예시를 쓰는 사람이 극히 적었다. 한국 출신 학부생들이 적었기 때문도 있었지만, 애초에 한국어에 관심이 많이 없었던 것같다. 예전글에서도 적었지만, 적어도 2019년에는 한류가 그닥 주류가 아니었고, BTS 블랙핑크 등 케이팝 레퍼런스를 넣어도 반응이 좀 차가웠다. 오히려 김정은-문재인 산책 사진 등에 반응이 더 오던 시기였다.

 

학부 언어학 개론 수업에서 초청강연을 했습니다.

학부에 개설된 Ling101에서 한국어를 소개했습니다. Ling101은 언어학과 이외의 타과생 대상으로 하는 교양 수업인데, 언어학 이론보다는 세계 언어의 여러 모습에 초점을 맞추는 과목입니다.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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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최근들어 한국어 예시가 늘었다. 학생 이름을 보면 한국계는 아닌 것 같은데, 멋들어지게 한글을 쓴 답안지까지 종종 보인다. (물론 영어 gloss 안하면 감점.) 한국어 음소 /ㄹ/의 이음들이 어떻게 상보적 분포를 보이는지 예시를 들었던 답안지가 떠오른다.[각주: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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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 지점은 유럽에서만 공부한 언어학 대학원 과정생들이 좀 뜨악하는 부분인 것같다. 중고등학교에서 라틴어를 공부했다는 사람들이 있고 심지어 언어학으로 유입된 경로가 라틴어 공부를 통해서인 사람들도 있다. [본문으로]
  2. 물론 미국의 경우 초등교과과정에서 필기체가 공식적(?)으로 사라진 것은 Common Core State Standards (CCSS) 가 도입된 2010년이라고 한다. 그 전엔 학교에 따라서 필기체 빡세게 가르치던 곳이 있었을 것이다. [본문으로]
  3. 진짜로 답안지에 "/ㄹ/" 이렇게 썼고 이음 [l], [ɾ] 를 제시했다. /l/ 이렇게 썼어도 준수한데 심지어 음소가 추상적이라는 걸 강조하다니, 이런 답안은 내가 채점하면 가산점 받는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