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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학으로 박사유학/언어학 박사 생활하기

외부심사자 External examiner 고르기

sleepy_wug 2026. 2. 3. 19:02

내 학위논문의 외부심사를 해주세요 하고 부탁할 교수님들을 고르는 중이다.

 

박사논문 심사진은 약간 세 겹? 으로 구성되는데, core 위원회 - 학교 내 사람들 - 그리고 외부심사자들 이렇게 구성된다.

 

core 위원회 교수님들이랑은 나랑 너무 잘 아는 사람이라 서로서로 붙어먹는(?!)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우려일텐데, 그래서 '나를 모르는' 외부심사자들이 들어오는 것이다.

 

논문심사를 해달라 의뢰를 보내야 하는데, 누구한테 보내고 싶은지 나랑 위원회 교수님들이랑 만나서 논의하기로 했다.

 

그 전까지 좀 생각을 해두란다.

 

그래서 생각을 하고 있는데, 참 흥미로운 대목이 있다.

 

난 어떤 프로젝트를 하건 간에 교수님들에게 들었던 코멘트가 '그 언어로 된 연구'를 더 보라는 것이었다. 논문을 보라는 말이기도 하지만, 예를들어 한국어에 대한 분석이라면 한국인 학자들이 한국 학계에서는 그걸 어떻게 분석했는지 (그러므로 대체로 한국어로 쓰여진 논문과 책)를 말하는 것이다. 개별언어에 대해서는 helicopter linguist(여기저기 언어 찍먹하는 언어학자)보다는 진득하게 개별언어를 파는 사람들의 분석을 더 신뢰하는 건데,

 

근데 정작 External examiner에 초빙하기로 그런 학자들에게 연락을 할 수 있는지가 참 애매하다.

그 둘을 굳이 연결을 시킬 필요가 없는건가? 그러나 상식적으로 선행연구 저자 A가 상당히 논의되고 있는 논문이라면 그 저자 A가 초청되는 편이 가장 자연스럽지 않을까?ㅋㅋㅋㅋ

 

솔직히 나는 지도교수님이 누구를 추천하자고 할지를 얼추 짐작이 간다. 내가 굳이 같은 사람을 언급할 필요는 없으므로, 내가 발굴(?)해서 추천해야 할 사람들은 대체로 한국 학계에서 나랑 밀접한 연구를 하고있는 시니어 연구자들일 것이다.

 

사실 진짜진짜 '어떻게 생각하세요?' 라고 묻고싶은 사람들이 몇 분 떠오른다. Prospectus쓸 때(실제 인용여부 무관하게 넓게 연구를 읽던 시기) 선행연구를 읽으면서 진짜 재밌었던 분들이다. 그런데 영문 CV조차 안 찾아지는 사람들이 많다. KRI한국연구자정보 등의 플랫폼에서 정보를 찾을 수 있긴 한데, 다 한글로 되어있어서 이걸 기반으로 추천을 할 수는 없다. 

 

J of Phonetics, Phonology 이런 영어로 출간되는 저널에 적극 참여하고 계시다면 안심하고 추천할텐데 딱히 그런것 같지도 않다. 사실 내 주제나 논문의 내용과 상관없이 '한국 학계를 염두에 둔다'라는 목적이라면 한국의 대학에 소속되어있되 국제적으로 active한 분들을 초빙하면 될텐데, 그것만 보고 막 조건 만족하는 교수님들에거 전부 부탁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ㅋㅋㅋ

 

그건 borderline 인종편견일것 같다는 생각까지 든다. 서양인이 "어? 너 한국인이야? 그럼 이 (한자로 표기된 중국어 메뉴명) 읽을 수 있겠네?" 하는 게 이상하듯이. "이 논문 한국어 음운론 다뤄. 너 한국인 음운론 학자고 국제적으로 활동하잖아. 심사할래?" 도 좀... 이상하다. 지금이 무슨 1970년대라서 한국인 언어학자가 몇명 없는 것도 아니고. 어쨌든 내가 그런 의뢰를 받는다면 싫을 것 같다.

 

내가 너무 생각이 많은건가. 그냥 이름이랑 소속 연락처 목록화하고 왜 이사람을 추천하는지만 말해주고 턴을 종료한다 하면 되는건가? 연락이 되는지, 그분들이 수락을 할지 그런거 다 상관없이 trust the process?

 

덧: (2026-02-04 추가)

생각을 해보니 개별언어학(국어학/영어학...) 연구자를 외부 심사자로 포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같다.

지도교수님들이랑 좀 심도있는 이야기를 해봤는데, 두 가지 지점이 두드러졌다.

 

첫째, 외부심사자 선정은 결국 내가 무엇을 해왔고 앞으로 나를 어떻게 market할 것인지의 문제로 귀결된다.

만약 내가 국어학 백그라운드를 가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한국어를 연구하는 사람으로 살 것이면 개별언어 연구자를 초빙하는 게 타당하다. 그러나 나는 그렇지 않다. 과거도 지향점도 결국 나는 (그리고 core 심사위원회 구성원들은) 가시적이지 않은 추상적 '언어'가 관심사인데, 그게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개별언어를 통해 '추정'할 뿐이다. 이게 초심이다. 초심을 유지하는 게 항상 옳은 건 아니지만 (환경 변화 속에서 초심타령하다가 멸종하는 건 어리석다) 하나의 베이스라인은 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외부심사자는 내 논문을 탈락시킬 수 있는 사람이다. 무모해서는 안 된다.

외부심사자가 외부인이어도 너무 외부인인 건 문제가 될 수 있다. 조금만 초점을 바꾸어서 생각했을 때, 나는 결코 인지언어학자에게 외부심사자 되어달라고 부탁하지 않을 것이다. 개별언어학자에 대해서도 똑같다. 더군다나 암암리에 개별언어학자들은 이론언어학에 비판적이다. 특히 피해망상이 한강처럼 흐르는 국어학계 사람에게 접촉하는 것은 너무 무모한 짓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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