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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나는대로

학부 언어학 개론 수업에서 초청강연을 했습니다.

sleepy_wug 2019. 3. 26. 12:27

학부에 개설된 Ling101에서 한국어를 소개했습니다. Ling101은 언어학과 이외의 타과생 대상으로 하는 교양 수업인데, 언어학 이론보다는 세계 언어의 여러 모습에 초점을 맞추는 과목입니다. 

 

여기 캐나다는 학기가 4월 초에 끝납니다. 그래서 말하자면 지금 (3월말)이 학기말인 셈인데, 우리 학교에 가설된 언어학과 학부 개론수업의 담당교수는 대학원생을 초청해서 개별언어에 대해 소개를 듣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여러 대학원생들이 와서 자신의 연구언어를 소개했고 제가 마지막 타자였습니다. 저는 한국어에 대해 20분정도 소개를 하고 15분정도 질문을 받았습니다.

 

학생들이 재미있게 여긴 것 같고, 특히 한글에 대해 질문을 받았습니다. 한국어의 음소배열론(phonotactics)에 대해서도 강연에서 언급했는데, 자음연쇄가 회피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나봅니다. 심지어는 영어의 strike 를 예로 들면서 모음을 삽입하면서까지 자음연쇄를 파괴한다는 이야기를 했으니 좀 구미가 당겼나봅니다. (이렇게 음운론 영업을 하는건가요?ㅋㅋㅋㅋ) 이와 관련해서 이미 한국어에 대해 조금 알고 있는 학생은 '한국어에서 자음연쇄가 허락되지 않는다고 했는데 닭 같은 단어는 자음연쇄 아닌가?" 라는 질문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학생은, 삽입되는 ㅡ(으) 모음이 단지 외래어 차용의 경우만 사용되는건지 궁금해했습니다. 또 다른 학생은 자음연쇄가 항상 존재하지 않는건지 궁금해했습니다. 저는 자음연쇄자체는 가능한 경우가 있다. 연쇄 앞과 뒤에 모음이 받쳐주면 자음이 연쇄될 수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개론수업이라 어려운 용어를 쓰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suffix, morpheme 이런단어를 아직 배우지 않았으므로 지양해달라고 교수가 이야기를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국어의 교착어적인 성격을 이야기할 때, "먹으시었겠습니다" 의 -으, -시, -었, -겠, -습니다 등을 tiny chunk 같은 단어로 바꿔서 설명했습니다.

 

또한 한국어의 계통에 관한 이야기에서, 저는 고대 중국어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부분과, 한국어는 계통이 없는 고립어(isolated language)라고 했는데, 그부분에서 혼란스러워하는 질문도 있었습니다. 

 

부족한 게 많지만 그래도 뭔가 뜻깊은 일을 한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한반도 지도를 띄우고, "남과 북은 정치적 역사적 이유로 분쟁중이지만 사실 두 곳의 언어는 완전히 같아서 남북정상이 통역 없이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 이야기와 더불어 문재인-김정은 두 정상이 산책하며 이야기하는 사진도 넣었습니다. 이 부분에서 학생들이 매우 흥미있어하는 것이 보여서 좋았습니다.

 

보람이 있네요. 힘들어서 다시 하고 싶지는 않지만.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