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요약
이 블로그에서 (즉, 저 개인적으로) 기본값(?)으로 전제하는 변별자질 체계를 소개합니다. Gussenhoven & Jacobs (2011)* 의 자질체계에 기초하나 약간 다를 수도 있습니다. 자립분절이론(Autosegmental)과, 기하학적자질도형(feature geometry) 이론을 따릅니다. 자질론 전공자가 아니라서 '통용되는' 시스템을 가져다 씁니다. 즉, 이 글에 나오는 논증은 제 논증이 아닙니다. 간혹 "이건 좀 이상한 것같다"라던가 취소선처리되어있는 부분이 나오는데, 그건 "내 스스로는 납득이 잘 안가고 이상하지만 자질체계 상 그렇다고들 하시니까 그런줄 알겠다." 정도의 의미입니다.
*: Gussenhoven, C., & Jacobs, H. (2011). Understanding Phonology (3rd ed.). Routledge. (좀 이상한 교과서인 것 같아요. 근데 자질부분 설명이 체계적이에요. 4판이 나왔더라고요.)

목차
1. 자질이 뭐냐
우선, 이 글에서는 '자질' 'feature' '변별자질' 'distinctive feature'를 섞어서 쓸 거다. 모두 같은 말을 의도한 것이다.
자질은 말소리보다 작은 단위인데, 말소리가 분자라면 자질은 원소다. 분자가 성질을 가지는 가장 작은 단위이고 원소로 구성되듯, 말소리가 발음/청취될 수 있는 가장 작은 단위이고 자질로 구성된다. (값이 정해진) 자질들의 묶음으로 자연부류와 개별 분절음 그리고 음소를 형식적으로 정의한다.
실제 음운 작용 설명할 때 자질 쓰는 예시를 하나 들어보자. 예를 들어 북미영어에는 flapping 작용이 있다. 두 단어 metal 과 medal이 me[ɾ]al 이렇게 똑같이 발음되는 것이 flapping의 결과다. Flapping의 대상이 되는 자연부류는 치경파열음으로 구성되는데, 이 자연부류는 [-sonorant, CORONAL, +anterior, -continuant] 로 정의한다.1 즉 Flapping 이라고 불리는 규칙이 있다면 그 규칙이 적용되는 대상은 [-sonorant, CORONAL, +anterior, -continuant]로 정의하는 집합이다. 특정 2개의 음소 각각에 따로 적용되는 게 아니라 말이다. 각 음소에 규칙이 적용된다고 하면 논리적으로 이상한데, 왜 음소 X, 음소 Y에는 적용되는지 음소 Z에는 적용이 안되는가를 설명할 수 없고 음소 X와 음소 Y사이의 공통점을 포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규칙은 A라는 집합(자연부류)에 적용된다"라고 하는 게 타당하다.
전상범 선생님 음운론 책에 보니, 처음으로 변별자질이 제안된 것은 1928년 Jakobson의 국제언어학회 발표논문이었다고 나와있다. 2 이 자질 체계(Jakobsonian feature system) 이후, 고전적으로 음운론의 변별자질은 +/- 음양(ㅋㅋㅋ)의 값을 가지는 binary features들이었다. 전상범 교수님은 binary를 '2원적' 이라고 번역하셨다. 자질이 2원적(binary)이라는 건 [+voice], [-voice] 이런식으로 지정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합리적인 이유로 2원적이 아니라 1원적 (privative 혹은 univalent, unary라고도 불림)인 자질들이 제안되기도 했는데, 어떤 자질 시스템에선 모든 자질을 다 1원적 자질로만 쓰기도 한다.
이 블로그의 자질체계는 자립분절이론(autosegmental theory)과 기하학적자질도형(feature geometry)을 따른다. 이 프레임워크에서는 말소리를 자질로 정의하나 자질들 사이에 위계가 존재하고 기저형에서 자질이 최소명시된다. 또한 이 자질 시스템에서 어떤 자질은 2원적이고 다른 자질은 1원적이다. 주요위치자질(Place features) 들이 privative이다. 이런 자질들은 존재 여부에 따라 종속된 자녀 자질들도 존재 여부가 결정되는 식이다. 이런 자질들은 있다/없다 만 지정될 뿐, 음양의 값을 가지지 않는다. 이런 자질들은 [LABIAL], [CORONAL], [DORSAL], [RADICAL] 처럼 대문자로 표기하겠다.3
마지막 곁다리로, 음양(-/+), 있음/없음 이렇게 두 단계가 아니라 0, 1, 2, 3, 4, ... 이런식으로 단계가 많은 자질을 상정하는 체계도 있다. 이산적(discrete) 자질이라고 하는데, SPE에서 영어 강세 설명 하기 위해 모음에 이산적인 [n stress] 자질을 할당하기도 했다. n은 자연수. 그러나 이것은 음운론적이라기보다는 음성학적이다. 그리고 SPE의 강세 설명은 좀 이상하다. '음절'이라는 개념이 1960년대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도 아닌데, 일부러인지 음절 개념을 안 쓰려고 했던 것 같아서 시쳇말로 mental gymnastics 다.

어쨌든, 이렇게 자질의 종류에 대해 밑밥을 열심히 까는 이유는, 자질의 큰 틀을 연구자마다 다르게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좀 과장해서 말한다면 자질론을 다루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각자 개별적인 제안을"(전상범 선생님 <음운론> 616쪽)하기에 이른다. 또 당연하게도 개별언어에 따라 유효한 자질이 다르다 (이 글의 섹션 3 참조).
노파심에 적지만, 자질은 무슨 하느님이 내려주신 십계명이나 경전같은 게 아니다. 음운론은 현상이 짱먹는다. 자질을 포함한 '개념'들은 부수적이다.
2. 변별자질의 집합
2.0 전체 그림: Feature geometry
한땀 한땀 그려보았다.🥰

분절음의 내부구조는 위와 같이 분석된다. 컴퓨터 파일 시스템을 도식화할 때, 맨 위에 있는 절점을 root라고 부르듯 feature geometry에서도 맨 위에 있는 네모가 바로 root다.
root에서 세 갈래로 뻗어나온다.
첫번째는 [continuant] [nasal] [strident] [lateral] 이렇게 네 개의 2원자질로 되어있는 manner features.
두번째는 우리가 말할 때 세세하게 운용하지 못하는 후두 (목구멍)에 관련된 자질인 [LARYNGEAL] 그리고 그 아래에 3형제 [voice] [constricted glottis] [spread glottis]
세번째는 우리가 말할 때 아주 세세하게 운용할 수 있는 입술과 혀에 관련된 자질인 [LABIAL] [CORONAL] [DORSAL] [RADICAL]이다. 각각의 아래에 세세하게 2원자질들이 있다.
2.1 Major class features

Major class features는 자음, 모음, 장애음, 공명음, 반모음(활음) 등 큼직큼직한 덩어리들을 숭덩숭덩 잘라내는 도끼와 같다.
4가지 있다. [consonantal], [syllabic], [sonorant], [approximant]
[consonantal]: [+cons]는 /h/ 제외한 자음, [-cons]는 자음 아닌 것 (=활음, 모음, 성문음)
[syllabic]: [+syll]은 모음과 (영어의 경우) 일부 특수한 공명음, [-syll]은 나머지. 결정적으로 활음과 모음을 구분짓는 결정적 자질.
[sonorant]: [+son]는 공명음 [-son]는 장애음
[approxiamant]: [+approx]는 모음과 구강 공명음 [l, r] 따위이고, [-approx]는 나머지다.
Gussenhoven & Jacobs (2011)는 각 자질에 대해 음성학적 기반도 서술해놓았다. 구강 조음기관(=아마도 혓몸부터 그보다 앞부분?)에 fricatives 이상의 constriction(조임)이 생기는가 삐빅! 순환논리입니다! [±cons], 막힌 지점 전방 후방 사이의 공기압 차이가 어떠하나[±son] 조음기관에 공기 흐름이 방해받지 않고 나가느냐 [±approx] 등등이다. [syllabic]에 대해서는 아주 만족스러운 음성학적 기반이 없는데, 그래서 [syllabic]은 종종 제외된다. Gussenhoven & Jacobs (2011)도 [±syllabic]을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있으면 활음 발라내는 데 아주 편함
Sonority sequencing 이라는 개념이 있다. 아마도 음절 가르치면서 가장 중요하게 언급되는 개념일텐데, 말소리를 큰 범주로 덩어리 지어주는 것이다. 단계단계가 있다고 이해하기 쉽게 나는 이런 예를 든다: 숲에서 혼자 트랙킹하는데 내는 소리의 단계라고. 지렁이 봤을 때 낼법한 소리 (예를들어 [k]), 뒤에서 갑자기 인기척이 느껴졌을때 낼법한 소리 (예를들어 [l]), 곰을 만났을 때 낼법한 소리 (예를들어 [o]), 다리가 잘렸을 때 도와달라고 소리치는 소리 (예를 들어 [a]). 구조신호를 낼때 아무리 큰소리를 내고싶어도 [k]나 [l]로는 할수없다. 이 소리들은 공명도가 낮다. 공명도가 높은건 곰을 만났을 때 놀라서 내거나 가장 높은 건 도와달라고 신호전달할 때다. 큰소리로 나올 수 있다.
Major class feature를 말소리의 공명도에 따라 정리하면 아래 표와 같을 것이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갈수록 공명도가 높아진다. 좀 함정이 있는데 [h], [ʔ] 같은 성문음(glottals)은 어떤 자질을 잘 확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론적으로 commit하지 않는다"라고 한다. 모호한 입장 취해서 불필요한 논쟁 피하기 같은거다. 학생들이 굳이 질문 안하면 언급을 안하는 편이다. 언어에 따라 다르다고도 하고 아예 특정 자질이 결여되어 있다고 보기도 한다. Gussenhoven & Jacobs (2011)는 [-son]를 부여한다.
| cons | syll | son | approx | |
| stops [p,t,k,b,d] | + | - | - | - |
| affricates [ts,dz] | ||||
| fricatives [f,v,s,z] | ||||
| nasal [m,n,ŋ] | + | |||
| (central) approximants [r,ɹ] |
+ | |||
| lateral approximants [l] |
||||
| glottal [h,ʔ] | - | ?? | ?? | |
| glides [j, w] |
+ | + | ||
| vowels [i, u, a] | + |
이걸로 major class features 끝! Major class features만 가지고도 특정 부류를 간단하게 추려낼 수 있다.
세계 언어들을 보면 비음만 딱 골라 관련되는 음운 작용들이 많다. 선행 혹은 후행하는 분절음에 자신의 자질 [+nasal]을 끼얹기도 하고, 자리보전을 잘 못해서 뒤에오는 자음의 조음자리를 따라해버리기도 한다. 그러니까 비음만 특정해보자.
간단하게 [+son, -approx] 하면 집어낼 수 있다. 손병호 게임 생각하면 좋은데 "공명음[+son] 중 접근음 아닌[-approx] 애 접어" 하면 딱 비음만 접는 거다.
이런 식으로, 국물[궁물] 자음동화 같은거 설명할 때 /(대상이 되는 자연부류)/ → [+nasal] / ___ [+son, -approx] 이렇게 규칙을 깔끔하게 쓸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실제 규칙을 구성할 때는 [+son, -approx] 보다는 [+nasal]을 trigger로 쓰는 게 더 자연스럽겠다. 그러나 일단 major class features 사용하는 법을 보여주기 위해서 '이렇게도 할 수 있다' 정도로 예시했다.
그리고 급하게 생각하다가 학부생들이 자주 실수하는 부분들이 몇 가지 있다:
모음이 급할 때 [+syll] 많이 쓰는데, 영어처럼 자음이 음절핵이 될 수 있는 언어에서는 급하다고 [+syll] 잘못 쓰면 안 된다. 그냥 모음 = [-cons,+syll] 이렇게 매크로 처럼 생각하는게 맘편할지도. [-cons]만 쓰면 모음과 활음도 포함되는데 이때 [+syll]이 진가를 발휘한다.
마지막으로 [+son]에는 모음이 포함된다는 것도 학부생들이 자주 놓치는 부분인 것같다. 장애음-공명음 구분이 자음 체계에서 중요해서인가보다. 영어의 [n,l,ɹ,m,ŋ,j,w] 자연부류를 정의하고 싶은데 [+son]으로 끝내버리는 경우가 종종있다. [+son]은 위 표에서 적었다시피 모음도 포함이다.
2.2 Manner features

Manner features는 root (major class features)에서 직접 내려오는 자질들인데 [continuant], [nasal], [strident], 그리고 [lateral] 이렇게 있다.
[continuant]: 쉽게 말해 이거다. 가상의 직선이 입밖에서 시작해서 두 앞니 사이를 지나 목구멍까지 이어져 있을 때, 그 선 위로 공기흐름 이어진다면 [+cont], 뭔가 막는 게 있다면 [-cont]다. 쉬운 것부터 생각해보자. 파열음 [p, t, k]은 [-cont]다. 비음[m,n,ŋ] 낼 때도 구강으로는 가운데고 측면이고 죄다 공기가 완전 막히니까 [-cont]다. 파찰음[ts]도 잠깐이나마 공기흐름 막히니까 [-cont]. [l] 같은 소리는 어떤가? 가상의 선 위에서 공기가 막힌다. 그래서 [-cont]다. 그리고 나머지는 다 [+cont].
실전(?)에서 [cont]가 가장 힘을 발휘하는 때는 stops/affricates나 fricatives를 발라내고 싶을 때다. Major class features 만 써서 장애음(stop/affricate/fricative) 까지 오는 것은 쉽다. 그러나 장애음 중에서도 fricatives만 특정하고 싶으면 [+cont]를 추가해주면 되고, 반대로 fricatives만 배제하고 싶으면 [-cont] 추가해주면 된다. 개꿀.
익숙한 음소체계인 한국어 음소체계를 전제해보자. 편의상 격음과 경음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치자. 한국어에서 공명음 사이에서 장애음은 유성음으로 나오는데 마찰음(fricatives)은 예외다. /p,t,k,tɕ,s/ 중 /s/가 마피아 같은거다. /s/만 빼고 /p,t,k,tɕ,s/는 공명음 사이에서 [b,d,ɡ,dʑ]로 실현된다. 그런데 /s/는 [z]가 되지는 않는다. 예컨대 '가보'를 [kɑbo]라고는 발음해도 '아사'를 [aza]로 발음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즉 '공명음 사이 유성음화' 같은 규칙(Voicing 이라고 하자)의 적용 대상은 '장애음, 근데 마찰음만 빼고'다. 이걸 자질로 정의하려면, 우선 큰 도끼부터 써서 [+cons, -son] 이렇게만 해도, 장애음 /p,t,k,tɕ,s/를 자연부류로 묶을 수있다 (평음,격음,경음 구분 없다고 치고.) 거기에 새로나온(?) [cont] 써서 [+cons, -son, -cont] 이렇게만 해주면 장애음 자연부류에서 /s/를 날릴 수 있다.
(1) Voicing (to be revised)
[+cons, -son, -cont] → [+voi] / [+son] ___ [+son]
"파열음과 파찰음은 두 공명음 사이에서 유성음이 된다"
이제까지 배운 자질만으로도 그럴싸한 음운규칙이 나왔다. 물론 한국어에는 평격경 구분 있으니까 좀더 내려가서 후두자질 배우면 규칙 (1)을 수정할 것이다.
[nasal]: [+nas]은 비음 [-nas]은 비음 아닌것들. 아래 표는 보기 편하도록 아주 단순하게 표현했는데, 사실 모음이니 활음이니 하는 범주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콧구멍으로 성대진동소리가 나오느냐로 결정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ẽ] 같은 비모음은 [+nasal]이다.
[strident]: [strid]는 장애음에 한정되어 유효한 자질이다. 거슬리게 시끄러우면 [+strid], 부드럽게 시끄러우면 [-strid]. 뱀이 낼법한 소리면 [+strid], 아니면 [-strid]. [f,s,ʃ,ʒ,v,z] 같은 게 [+strid]이고, [θ,ç,x]가 [-strid]다. fricatives까지 왔는데 [s,z]만 남기고 나머지 다 버리고 싶으면 [+strid], [s,z]를 없애(?) 버리고 싶으면 [-strid]를 주면 된다. [strid]의 효용을 가장 피부에 와닿게 설명할 수 있는 예시는 영어 복수형 접사 규칙이다. [+strident]인 자음으로 끝날 경우 모음을 삽입된다. (혹은 OT식으로 말해서, [+strident] 연쇄를 피하는 후보형 선택.)
[lateral]: [lat]는 공기가 중간에 막히고 측면으로 흐르는지랑 관련있다. [+lat]은 중간 (그 앞니 통과하는 가상선) 에서 막히고 공기가 옆으로 흐르는 소리, [-lat]는 그렇지 않은 모든 것. [l] 계열의 laterals를 뽑아내는 데 [+lat]가 아주 유용하다.
| continuant | nasal | strident | lateral | |
| nasal stops | - | + | N/A | - |
| (oral) stops | - | - | ||
| affricates | + | |||
| hard (?) fricatives [s, z, ʃ, ʒ] |
+ | |||
| soft (?) fricatives [θ, ð, x, ɣ] |
- | |||
| (central) approximants | N/A | |||
| lateral approximants | - | + | ||
| glides | + | ? | ||
| vowels |
?는 굳이 따지지 않겠다 일 수도 있고 '아몰랑'일 수도 있다. 망상일 수도 있지만 조음을 한다면 glide 중 [j]는 lateral로 조음이 가능할 것 같기도 하다 (조음음성학자가 아니라서 확답을 못하겠음). 그리고 lateral glide가 가능하다면 lateral vowel도 안 될 건 없지 않나? 물론 모음과 활음은 정의상 조임(constriction)이 없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lateral을 따질 수 없다.4
2.3 Laryngeal features

후두자질은 [voice], [constricted glottis], [spread glottis] 이렇게 세 가지다. 이 자질들은 모두 [LARYNGEAL]이라는 1원적 자질 밑에 있다. [LARYNGEAL]은 부모자질(parent feature)이고 그 밑에 있는 세 자질은 자녀자질(child features)이다. 부모님이 없으면 자녀도 존재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부모님 절점이 없으면 자녀절점 전체가 없다. 부모님이 움직이면 자녀도 모두 다 움직인다. 이거 진짜 중요하다. 알려진 자연어 중 그 어떤 언어에서도 어떤 음운 작용이 (예를들어) [voice], [c.g]는 타게팅하면서 [s.g.]는 그대로 냅두고 그런 거 없다. [LARYNGEAL]만 타게팅하든지 (그리고 그 결과 아래있는 세 자질 모두 빠짐없이 적용) 아니면 그 밑에 있는 자질 하나만을 타게팅하든지만 가능하다. 중요한 건 하나의 절점을 골라 공격한다는 것이다.5
[voice]: 성대가 진동하면 [+voi], 성대가 진동하지 않으면 [-voi]. 모든게 동일할 때 [d]는 [+voi]이고 [t]는 [-voi]이다.
[constricted glottis]: 성대를 쪼여서 (조여서가 아니라 꼭 쪼여서 라고 쓰고싶다) 조음하면 [+c.g.] 아니면 [-c.g.]. 방출음(ejectives)처럼 성대가 기여해서 공기흐름이 터지거나 막히거나 하면 [+c.g.]가 부여된다. 한국어 장애음 중 경음도 전통적으로 [+c.g.]를 가지는 것으로 본다.
[spread glottis]: 성대를 벌리면 [+s.g.] 그러지 않으면 [-s.g.]. 성대를 벌리는 것도 성대근육의 긴장을 준다. IPA로 쓸 때 ʰ 들어가는 것들이 [+s.g.]다. 힌디어가 유명한데, [b, bʰ, p, pʰ] 구분이 음소적이다. [bʰ, pʰ]가 [+s.g.]로 명세된다. 한국어 장애음 중 격음을 전통적으로 [+s.g.]로 본다.
| voice | c.g. | s.g. | |
| vowels (typically) | + | - | - |
| voiceless vowels (e.g., 일본어 [s]뒤 [ɯ̥ ]) |
- | - | - |
| sonorant consonants (typically) |
+ | - | - |
| voiceless sonorants (e.g., [n̥ ]) |
- | - | - |
| implosives [ɓ, ɠ] |
+ | + | - |
| 한국어 경음 | - | + | - |
| 한국어 평음 | - | - | - |
| 한국어 격음 | - | - | + |
| 영어의 [pʰ, tʰ, kʰ] (어두에서) |
- | - | + |
| 영어의 {p, t, k} (철자) ([s]뒤에서) |
? | - | - |
| ejectives | +/- | + | - |
| [h] | - | - | + |
Spy, scone, star 처럼 영어 [s] 뒤에 출현하는 파열음의 [voice] 자질이 왜 ? 냐 할수도 있는데, 현상적으로 특정될 수 없기 때문이다. 철자 (즉, 철자에 담긴 역사)를 보고 [-voice]라고 할 수도 있으나, 사실 영어 [s] 뒤에는 파열음의 유무성 변별이 되지 않는다. 변별이 되지 않으면 자질값을 정할 수 없다. 그래서 "알 수 없다"라고 하는 게 가장 정확할 것같다. 물론 음향적으로나 조음음성학적으로 [s]와 모음 사이에 성대가 진동하나 안하나 볼 수도 있겠다. 정확하게 해당 자음만 분절해낼 수 있다면 말이다. 직접 스펙트로그램을 보지 않더라도 뻔하다. [s]에 가까운 부분은 진동 없을거고 모음에 가까운 부분은 진동 있을거다.
마지막으로 후두자질까지 배운 이 시점, 위에서 언급한 규칙 (1)을 좀더 고도화(?)해보자. 한국어의 유성음화 규칙은 평음인 파열음/파찰음에 적용된다. 평음은 [-voice, -c.g., -s.g.]로 구획지어질 수 있다.
이미 언급했던 것처럼, [+cons, -son, -cont] 하면 문제가 있었다. 인벤토리에 평음만 있다고 가정했기에 괜찮았는데, 사실 한국어 인벤토리에는 평음 뿐만 아니라 격음과 경음도 있다. 그래서 [+cons, -son, -cont]는 음소집합 {ㄱㅋㄲㄷㅌㄸㅂㅍㅃㅈㅊㅉ}을 타겟한다. 실제로 한국어에서 유성음화는 평음에만 적용된다. 따라서 후두자질들을 써서 격음과 경음을 발라내보자.
(2) Voicing (to be revised)
[+cons, -son, -voi, -c.g., -s.g., -cont] → [+voi] / [+son] ___ [+son]
"평음인 파열음과 파찰음은 두 공명음 사이에서 유성음이 된다"
그런데 잠깐만 생각을 해보자. (to be revised 달린 거 보고 이미 눈치 챘을 수도 있겠지만...)
규칙적용대상의 명시인 [+cons, -son, -voi, -c.g., -s.g., -cont] 가운데 [-voi]가 정말 필요할까? [+voi]라고 할 경우나, 아싸리 [voi]를 안 썼을 때나, 규칙의 효과에는 전혀 차이가 없다. 따라서 규칙 구성할 때 [voi]는 제거해야 한다.
(3) Voicing (still to be revised)
[+cons, -son, -c.g., -s.g., -cont] → [+voi] / [+son] ___ [+son]
"평음인 파열음과 파찰음은 두 공명음 사이에서 유성음이 된다"
왜 [voi] 빼야하냐고 질문하면 "한국어에서 [voice]는 음소적 변별을 유발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해도 되겠지만, 사실 결과값이 [+voi]로 합류되기 때문에, 한국어 아니라 유무성 변별있는 다른 언어 인벤토리를 가져다놓아도 해당 규칙 적용 결과는 "공명음 사이 유성음"이다. 이때 target에 있는 [-voi]는 불가시적이다. 무슨말이냐면 [-voi]가 포함되어야 할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언어학은 종교가 아니기 때문에 Voicing 규칙이 하늘에서 내려왔다거나, UG에 박혀있다거나 생각하지 않는다. 규칙은 학습의 대상이고 학습이 되려면 효과가 관측되어야 한다. 그러나 [-voi]의 포함 효과는 관측이 되지 않는다.
자 이렇게까지 왔을 때 "아니 이거 모순이잖아" 했으면 음운론하는 맛을 아는 사람일 거다. 왜냐면 규칙 (3)은 금방 이 섹션 앞에 썼던 말이랑 모순되기 때문이다. 규칙은 feature geometry 도식 상의 node만 건드린다고 썼다. 근데 규칙 (3)은 [voi] 제외한 [cg] [sg]를 건드리고 있지 않은가?! 여기서 논증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은, 섹션 3에 적을 Feature Economy에 기반한다. 즉 한국어 장애음이 [voi] node 자체를 가지고 있지 않고, 평음은 아싸리 [LARYNGEAL] node가 부재하다고 말하면 된다. 물론 다른 방식의 논증도 가능하다.
(작성중.. 아이고 세상에. 변별자질만 알딸깔센하게 쓰려고 했는데 예시 들다가 죽겠네!!!!😵)
2.4 Place features

위 그림에서 보다시피 PLACE 에는 크게 4가지 '부모님절점'(parent node)이 있다. 이것들은 +/- 값을 갖지 않고 다만 있거나 없을 뿐이다. 부모님절점 밑에 자녀절점(child node)가 여러개 있고 얘네들은 2원적이다. 만약 부모가 없으면 그 밑에 자녀들도 다 없다. 이건 조금만 생각해보면 납득이 간다. [p] 같은 양순음에 대하여 혓바닥 자질을 지정해주는 것은 이상하다. 상식적으로 [p]와 관련해서는 혓바닥은 중립상태 (전혀 개입 없음)일 것이다. 이것이 자질론적으로 반영되는 것이 바로 [p]의 위치자질을 [LAB] 밑에 자질만 정해주고 [COR], [DOR], [RAD] (그리고 그 밑에 있는 자녀들까지)은 없는 것으로 처리하는 것이다.
[LABIAL]은 입술 쓰면 있는거고 입술 안쓰면 없는거다. 왜 이게 privative (1원적) 이어야 하는지 그 이유는 아주 직관적이다. 조음을 하려고 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입술 쓸 때만 특정 신호를 보낼 것이다. 막 [t], [k] 발음하는데 "입술은 개입하지 말 것", 즉 [-labial], 이런 심리적/인지적인 기제가 있을 리가 없다. "입술은 생각하지마" 라고 생각도 안할듯.
[CORONAL], [DORSAL], [RADICAL]은 혀를 뭉텅뭉텅 세 덩이로 잘라서(?!!!) 어떤 부분이 개입하는지에 관련된다. 나는 이 세 덩어리를 우리말로 "혓날, 혓몸, 혀뿌리" 이렇게 적었는데 국어학에서는 "설단, 설면, 설배"라고도 하나보다 [블로그 출처] 영어로는 그냥 coronal, dorsal, radical을 그대로 쓴다. 각각 왕관(crown???), 몸통(dorsum), 뿌리(root)에 해당한다. coronal은 코로나맥주나 코로나19 바이러스랑은 관련이 없....다 당연히...
[CORONAL]은 혓날을 쓰면 있는거고 안쓰면 없는거다.
[DORSAL]은 혓몸을 쓰면 있는거고 안쓰면 없는거다.
[RADICAL]은 혀뿌리를 쓰면 있는거고 안쓰면 없는거다.

위 그림은 조음기관 단면도 만들어주는 interactive sagittal section [링크]에다가 내가 레이블링을 넣은 것이다. 저 단면도는 [h] 조음할 때의 모습인 것같다. 참고로 조음음성학 수업하는 주에 칠판에다가 즉석으로 저런 단면도을 슥슥 그리곤 하는데, 화룡점정으로 눈👁️과 콧구멍👃을 그려주면 학부생들이 깔깔거리며 즐거워한다. 영락없는 애들이다.
혓날이 어딘지 혓몸이 어딘지 헷갈리면 아주 전형적인 자음 조음을 해보면 감이 잡힌다. 한글로 된 글을 읽고 있으니 한국어 자음 예를 들자면 어두 ㄷ이나 ㄹ 발음할 때 쓰는 부위가 혓날이고 ㄱㅋ 그리고 (받침)ㅇ 발음할 때 쓰는 부위가 혓몸이다. 혓몸보다 깊은 곳이 혀뿌리다.
2.4.1 [LABIAL]

[LABIAL]은 말 그대로 입술이 개입하는지 여부다. 자음 중 양순음(bilabial) [p, b], 순치음(labiodental) [f, v] 등이 [LABIAL] 자질을 가진다. 모음중에는 원순모음이 이 자질을 가진다.
[LABIAL]이 1원자질(privative feature)이라는 건 [-labial] 같은 부류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이다. 즉, "어떠한 PLACE 자질을 갖는 분절음 중 양순음,순치음, 원순모음 제외한 모든 소리" 같은 자연부류는 정의될 수 없다.
밑에는 자녀 하나를 두었다. [±round]이다.
[round]: [+rnd]는 입술 쓰는 소리 중 특히 입술을 둥글게 말아야 하는 소리다. 원순모음 [u, ø] 나 광둥어의 [kʷ] 같은 소리가 [+rnd]. 반면 [-rnd]는 입술을 둥글게 말지 않는 입술 소리다. [p, f] 같이 딱히 입술을 말지 않는 소리가 그렇다. [ROUND] 식으로 이 자질을 1원자질로 상정하는 시스템들도 있다. 최근 갔다온 학회 발표의 음성학 논문이 [round]의 2원성을 지지하는 것이었는데, [LABIAL]이 조음적으로 실현될 때 애초에 뺨 근육이었나 하여튼 입술을 운용하는 근육이 오므리기 벌리기 중 하나로 작동한다고 한다. 물론 나는 음성학자가 아니라 발표자 이름도 까먹었고 그 내용이 타당한지 검증할 깜냥이 못되지만, 할튼 그렇다고 한다.
| [LABIAL] | [round] | |
| [t] | ||
| [p] | ✔️ | - |
| [pʷ] | ✔️ | + |
| [tʷ] | ||
| [a, i, e] | ||
| [o, u, ø] | ✔️ | + |
자 여기서 학생들이 많이 혼란스러워하는 것이 (-)명세와 명세되지 않음의 차이다. 예컨대 [t]는 [LABIAL]이라는 자질이 아예 없고 따라서 [round]의 값도 아예 없다. [p]는 [LABIAL]자질이 있고 [round]의 값은 [-rnd]로 지정된 것이다. 컴퓨터과학 백그라운드를 가진 학생들이면 자연스럽게 다가올지도 모르는데, 아예 값이 없는 것과 (-)로 정의된 것은 엄연히 다르다. 아래 짤을 보자.

위 짤에서 0을 [-F] (F는 자질)로 대체해서 생각하면 되겠다.
2.4.2 [CORONAL]

[CORONAL]은 혓날을 쓰는 소리들이다. 밑에는 [±anterior]와 [±distributed]가 있다. 자연어의 말소리 중에는 [CORONAL] 밑에 할당되는 소리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ORONAL] 밑에는 자녀자질이 [ant][distr] 둘 뿐이다. 이것은 위치자질만 가지고는 2 x 2 하여 4개의 범주로밖에 나누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실 [CORONAL]에 배당되는 수많은 소리중 상당수는 root에서 곁다리로 내려오는 manner feature들의 개입으로 변별을 설명한다.
[anterior]: "거기 그 앞쪽"(anterior)은 조음음성학에서 배운 alveolar ridge를 말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사람의 혀는 alveolar ridge를 기준점으로 삼아 조음점을 앞뒤로 크게 나눈다고 한다. alveolar ridge혹은 그보다 앞으로 조음점을 잡는 소리들이 [+ant], 그렇지 않은 소리들이 [-ant]에 해당한다. 아주 평범한 alveolar stop은 [t]니까 [t] 기준으로 생각해보면 [t, θ] 가 [+ant], [ʃ, ɕ] 같은 게 [-ant]가 된다.
[distributed]: 사람의 혀를 보면 혓날은 평평하게 만들 수 있지만 혓몸은 평평하게 만들기가 어렵다 (불가능하지는 않다). 혓날을 나름 평평하게 만들면 조음점과 혀가 닿는 범위가 넓어지거나 혹은 공기가 혀의 넓은 부위를 스치며 지나가게 된다. [+distr]는 혓날을 나름 평평하게 만들어서 넓-게(?) 조음되는 소리들이고 [-distr]는 아주그냥 얄밉게 혀끝만 살짝 써서(ㅋㅋㅋㅋ) 내는 소리들이다.6 예를 들어 [t, s] 는 [-distr], [ʃ, ʒ]는 [+distr]다.
2원자질이 2개이므로 4가지 분류가 가능하다. 각각이 어떠한 조음음성학적 분류에 대응되는지를 적어보았다.
| [CORONAL] | [anterior] | [distributed] | |
| [p, b, f, v] | |||
| [k, ɡ, x] | |||
| interdental: [θ, ð] | ✔️ | + | + |
| alveolar: [t, s] | ✔️ | + | - |
| post-alveolar: [ʃ ʒ] | ✔️ | - | + |
| retroflex: [ʈ, ʂ] | ✔️ | - | - |
위의 두 행은 일부러 비워놓은 것이다. 이것들은 [CORONAL]과는 무관하고 이 섹션에 나온 자질들을 갖지 않는다.
2.4.3 [DORSAL]
[CORONAL]이 혀를 이용해 조음점을 날렵하게 정밀타격하는 느낌이라면, 혓몸을 이용하는 [DORSAL]은 마치 농구의 센터가 미리 골밑 자리 잡는듯한 느낌이다. 큰 덩어리가 자리를 떡하니 차지하고 움직이지 않는 이미지라는 뜻이다. 혓몸은 혓날에 비해 둔한데, 이 혓몸을 움직여서 어딘가에 위치시킨다. [high], [low], [back] 그리고 다소 추상적인 [tense]가 있다. 7
일단 모든 모음은 혓몸을 이리저리 위치시켜서 조음되므로 모두 [DORSAL]을 가진다. 연구개음(velar), 경구개음(palatal) 그리고 구개수음(uvular)들도 [DORSAL]을 가진다.
[high], [low], [back]은 아주 직관적일 것이다. 혓몸을 위로 움직여서 위치시키면 [+hi], 아니면 [-hi]. 혓몸을 밑으로 내리는 방향으로 움직이면 [+lo] 아니면 [-lo]. 혓몸을 뒤로 향하면 [+bk] 아니면 [-bk]. 모음은 대체로 조음음성학에서 배우는 분류와 상응하기 때문에 어려울 게 없다. 다만, 전후설 변별이 [bk] 자질 하나로 이루어진다는 것 주의. 자음의 경우는 [hi]와 [bk]의 값지정을 통해 음성학적 조음위치를 포착한다. 아래와 같이 4가지 가능성이 존재하는데 그 중 3가지가 실증적으로 존재한다.
| [DORSAL] | [high] | [back] | |
| 연구개음(velar) [k, ŋ, w] |
✔️ | + | + |
| 경구개음(palatal) [c] |
✔️ | + | - |
| 구개수음(uvular) [q, ʁ] |
✔️ | - | + |
| ???? | ✔️ | - | - |
[tense]는 아주 엄밀한 음성학적 정의가 없는 것으로 알고있다. 수업할 때는 이렇게 한다: 모음에는 두 종류가 있다. 조음점이 혀의 평상시(말 안할때) 위치보다 멀리 가야하는 바깥쪽 모음(peripheral) 과 그렇지 않은 안쪽 모음(non-peripheral) 이렇게 두 종류다. 혀를 멀리 보내려면 긴장(tense)을 줘야 한다. 그래서 바깥쪽 모음을 [+tense] 안쪽 모음을 [-tense]라고 한다. 물론 엉터리 설명이라는 걸 안다. 간혹 office hours에 와서 "난 여전히 이해가 안가요" 질문하는 친구가 있으면, 치트키(?)를 하나 알려준다: "똑바로 쓰면 [+tense], 흘려쓰면 [-tense]" 라고.. 이거 읽고 피식할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는데, 그냥 우연히 IPA 기호들의 생김새가 그렇다는 말이다. [+tense]는 정자체 [i, u, e, o]고 (ㅋㅋㅋㅋㅋ) [-tense]는 왠지 꾸불꾸불(?) 쓰는 [ɪ,ʊ,ɛ,ɔ]다. 물론 진짜 말도안되는 개엉터리 설명이라는 것 인정. 근데 개인적으로 이 자질 자체가 좀 엉터리 같다고 생각
학생들이 자주 실수하는 부분이 있다. 앞서, '모음 급할 때 [+syll]쓰면 안된다. [+syll,-cons] 쓰자' 라고 썼는데, 그것이랑 비슷하게 '모음 급할 때 [DORSAL]만 쓰면 안 된다.' 연구개음도 포함이기 때문이다. 또한 [back] 자질을 상정한다면 [front]는 자질이 아니다. 조음음성학적으로는 전설모음(front vowel)과 후설모음(back vowel)이 구분되기 때문에 혼동을 많이 하는 것같다. 음운자질로는 하나의 자질이다. [back]을 쓰거나 [front]를 쓰거나 둘 중 하나만 쓴다. 나는 (그리고 많은 사람들도) [back]을 쓴다.
[front] 자질을 별도로 설정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조금만 더 부연해보겠다. 왜 음운자질로는 하나냐면 혀에게 내리는 명령이 한가지이기 때문이다 (조음음성학적 논증). 또한 typology 논증도 가능한데 이렇다. [high] [low] 이렇게 두 자질이면 4가지 가능성이 나온다. [+hi, +lo], [+hi, -lo], [-hi, +lo], [-hi, -lo]. 각각 [조음 불가능], [고모음], [저모음], [중모음] 이다. [+hi, +lo]가 조음불가능인 이유는 간단하다. 무슨 뱀 혀처럼, 아니 뱀 혀보다 더 하게 혓몸까지 갈라져있지 않으면 혀의 위치가 동시에 위 아래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고모음-중모음-저모음] 구분은 많은 자연어에서 변별적이다. 그래서 음운론적으로도 구분이 필요하다. 그러나 전설 중설 후설은 혀높이만큼 세세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1차원적으로 혀의 앞뒤 위치만으로 판단하면 3단계 혹은 4단계 구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사실 높이자질([hi],[lo])을 썼을 때 더 잘 구분될 수 있거나, 이미 주어진 제3의자질 [tense] [ATR] [voice] ... 을 쓰는 게 더 타당하다.
| [DORSAL] | [high] | [low] | [back] | [tense] | |
| [t,s,d,z,n,l] | |||||
| [k, ɡ, x, ɣ] | ✔️ | + | - | + | |
| [c, j] | ✔️ | + | - | - | |
| [q, χ, ʁ] | ✔️ | - | - | + | |
| [i] | ✔️ | + | - | - | + |
| [ɪ] | ✔️ | + | - | - | - |
| [u] | ✔️ | + | - | + | + |
| [ʊ] | ✔️ | + | - | + | - |
| [e] | ✔️ | - | - | - | + |
| [ɛ] | ✔️ | - | - | - | - |
| [ə] | ✔️ | - | - | - | ? |
| [o] | ✔️ | - | - | + | + |
| [ɔ] | ✔️ | - | - | + | - |
| [æ] | ✔️ | - | + | - | ? |
| [ɑ] | ✔️ | - | + | + | ? |
? 표시한 곳은 말그대로 🤷 라는 뜻이다. 비어있는 곳은 자질이 없는 것이다. 특히 schwa [ə]의 경우, 진짜로 음운론적 정의를 가진 소리인가에 대해 내 개인적으로는 다소 회의적이다. 어쩌면 PLACE 이하 자질을 아무것도 안 가지고 있는 '추상적 기본모음'일지 모른다. 그리고 음운론이 이런식으로 '아 그냥 알잘딱깔센하게 모음 하나 내봐'라고 음성학에 토스했을 때, 언어별로 다른 소리가 나도 그걸 그냥 [ə]라고 부르는 걸지도 모르겠다.. 이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같은 [ə] 표기 모음이더라도 언어마다 들리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예컨대 불어의 [ə]와 영어의 [ə]는 들리는 소리 자체가 다른 것 같다. 이것에 대해서는 따로 글을 쓰던가 해야할 듯하다.
경구개음 [c, j]의 경우는 다소 이견이 있다. [DORSAL]에 둔 것은 Gussenhoven & Jacobs (2011)에 나온 걸 그냥 따른 것이다. 그런데 경구개음을 [CORONAL] [DORSAL] 두 major place features를 다 가진 것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비근하게, Wikipedia "소리나는 IPA표"가 그렇다. 그런데 같은 Wikipedia 내의 항목이더라도 다른 곳에서는 Gussenhoven & Jacobs (2011)처럼 경구개음을 [DORSAL]에만 두기도 한다. 아예 경구개음을 [CORONAL] 밑에만 두는 시스템도 있는데, 이런 곳에서는 manner features가 열일해서 post-alveolar랑 palatal을 구분해주기도 한다.
2.4.4 [RADICAL]
Gussenhoven & Jacobs (2011)은 아예 [RADICAL]은 "그런게 있다" 정도만 언급하고 아예 아무 설명도 안한다.
"[RADICAL] sounds are articulated with the root of the tongue. A voiceless fricative occurs in many varieties of Arabic, as does a pharyngeal approximant. See Ladefoged and Maddieson (1997) for more information"
[RADICAL]은 말그대로 혀뿌리가 개입하는 소리들이다. 그 밑에는 [±ATR]이 있다.
[ATR]: Advanced Tongue Root의 약자다 혀뿌리를 앞쪽으로 두어서 후두 공간을 넓히는 소리들이 [+ATR]이고, 그렇지 않은 소리들이 [-ATR]로 명세된다.
Feature Geometry의 핵심 논문인 Clements & Hume (1995)에는 [ATR]에 더불어 [RTR] (Retracted Tongue Root)도 상정한다. 그러나 많은 언어들에서는 [ATR]과 [RTR]의 값이 상보적으로밖에 나오지 않아서 둘중 하나가 불필요하다. 대체로 [ATR]만 있는 것으로 가정하는 듯하다.
[DORSAL]과 마찬가지로, 모음과 자음 모두 [RADICAL] 명세를 가질 수 있다. 자음 중 [RADICAL] 명세되는 건 [ħ] 같은 인두음이나 [ʡ]같은 후두개음이다. 아마도 [ATR]을 사용하면 인두음을 [+ATR], 후두개음을 [-ATR]로 변별할 수 있을 것이다. 모음의 경우 [ATR]에 따라 변별되는 말소리들이 [RADICAL] 명세를 가진다.
모음 중에는 혀뿌리를 긴장시키거나 긴장시키지 않아서 조음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으로 Igbo가 있는데, 내가 왜 많은 언어 중 Igbo를 대표로 드냐면 이전 글 중에 Igbo의 [ATR]을 언급한 글이 있기 때문이다. (재활용)
Ladefoged는 왜 모음 기호를 잘못 썼나
0. 요약 음성음운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Peter Ladefoged를 알 것입니다. 이 글에서는 Ladefoged가 책에서 음성기호를 잘못(?) 쓴 예시를 소개합니다. 음성학 발전의 한 단면을 소개하고 기호를 얼
linguisting.tistory.com

위 그림은 Igbo에서 변별되는 두 모음의 조음 양상을 나타내는 것이다. 'i', 'e'는 엄밀한 IPA 기호가 아니니 무시하고, 실선과 점선을 비교해보자. 두 모음의 차이는 혀뿌리를 긴장시키냐 긴장 안시키냐에 있다. 혀뿌리를 긴장시켜서 목구멍 공간을 늘리면, 실선으로 표시한 것처럼 발음되는 'i' 모음이 나온다. 이것은 [+ATR] 명세를 가진다. 반면 'e' 모음은 [-ATR]이다.
3. 자질은 값이 비싸다
지금까지 섹션 2는 자연어에 존재하는 말소리들을 음운론적으로 정의하기 위해 사용될 수있는 모든 자질들과 자질들 간의 구조였다.
그런데 언어에서 자질의 출현에 관하여 몇가지 흥미로운 관찰이 있다. 자질이 아무렇게나 랜덤하게 출현하는 게 아니다. (편향적 분포다. 그리고 편향적인 분포를 결정하는 패턴이 음운론의 관심이다.)
(1) 우선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자질조합이 있다. 인간의 혀는 하나의 덩어리로 오동통한(ㅋㅋㅋ) 생리학적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에 [+hi, +lo] 같은 건 논리적으로는 가능해도 실제로 존재할 수 없다. 혀가 동시에 입천장에 가까우면서 또한 입 바닥에 근접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런 물리적인 불가능성 말고도 [+son]이면 대체로 [+voi]이라거나, 비모음은 대체로 각각에 대응하는 구강모음(oral vowel)이 있다거나 하는 패턴이 존재한다. 이건 흥미롭다. 예컨대 [son]과 [voi]가 독립적이라면 유성모음(voiced vowel)만큼이나 무성모음(voiceless vowel)도 많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2) 또한 접사들 중에는 어간에 따라 비음성이나 위치자질이 쉽사리 바뀌는 경우들이 유독 많다. i[m]possible, i[n]tolerable, i[ŋ]grate 처럼 동일한 부정 접두사인데 후행하는 어간 첫 자음의 위치를 따라가버린다.
이러한 관찰들을 근거로, '새로운 자질이 너무 비싸서 언어는 꼭 필요할 때에만 새 자질을 도입하는 게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자질을 아껴쓰는 것은 언어습득 과정을 더 잘 설명한다. 모든 자질들과 그 값들이 독립적으로 학습된다고 설명하면 상당히 잉여적인 과정이 될 것이다. 즉, [son]의 값을 학습하고 또 독립적으로 [voi]의 값을 학습하는 것은, 애초에 [+son]이면 반드시 [+voi]인 언어에 대해서는 비효율적일 것이다.
또한 이론적으로도 자질을 아껴쓰는 게 더 타당하다. 형식주의 이론언어학에서는 전통적으로 렉시콘(어휘부)와 규칙(생성규칙 적용되는 부분)을 구분하는데, 언어데이터로부터 예측될 수 잇는 음소와 형태소는 렉시콘으로부터 주어진 것이고 규칙 적용의 대상이 된다. 렉시콘은 최소로 상정하고 규칙을 최대한 활용한다. 규칙은 (말그대로) 데이터 상의 규칙적인 부분을 모두 생성한다. 만약 어떠한 관측이 규칙적이라면 그건 렉시콘으로부터 온 것이 아니라 규칙 적용의 결과로 처리한다. 따라서 어떠한 자질이 규칙적으로 예측 가능한 양상으로 존재한다면, 그건 렉시콘 (음소, 형태소) 에 귀속시키지 않는다.
섹션 3.1에서는 (1)을 다루고, 섹션 3.2에서는 (2)를 다룬다.
3.1 Feature economy
(작성중: Pulleyblank 1989, Clements 2004 아 근데 왜 자꾸 이 토픽에 대해 한번 블로그에 글을 쓴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걸까.)
- 음소 인벤토리는 특정 언어에서 유효한 자질값들이 실현된 결과
-- Turkish 예시 아예 음소적 [lo] 자질이 불필요함
-- 마찬가지로 한국어의 [voice] 자질. (단, 왜 공명음이 음성적으로 [+voi]되는지도 적어야 함)
3.2 불완전표시(underspecification)
(작성중: 전상범 선생님 교과서에서 underspecify를 어떻게 우리말로 옮겼나 몰라서 영어로 적음. 과소명시? 이렇게 쓰지 않으셨을런지... 일본어 moraic nasal이 위치자질 underspecify되어서 spreading 받는 예시 포함할 것.)
- 전상범 선생님은 '불완전표시'라고 개념어를 사용하셨다. (제3부 18장)
3.2.1 음소의 불완전표시
-- /a,e,i,o,u/ 모음 인벤토리 가진 스페인어, 일본어 기본모음 삽입 규칙 예시. 두 언어에서 모음 관련 자질들[hi][lo][bk][rnd]이 어떻게 다른 양상으로 불완전표시되는지 예시.
3.2.2 형태소의 불완전표시
-- 각종 조화 예시들을 제시.
-- 영어의 [s]뒤 파열음 [voi] 불완전표시 예시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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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밀하게 [CORONAL]은 [+ant]가 주어졌을 때 당연히 존재하기 때문에 [CORONAL]은 redundant하다. 따라서 [-son, +ant, -cont]로 정의하는 게 더 타당하다. [본문으로]
- 2028년에 "변별자질 100주년 기념 행사" 이런거 하면 재밌겠다. [본문으로]
- 자립분절이론은 비선형음운론이라고도 하는데 Goldsmith의 1975년 MIT 학위논문이 시작이었다. 전상범 교수님이 <음운론>에서 서술하신 것을 빌려오자면 생성음운론 발전의 "2단계"(1단계는 SPE)이자, 그것이 가져온 효과는 "충격"이었다고 한다. 자립분절이론 이후 자질 간에는 구조가 주어지고 또 반드시 반드시 모든 자질들을 갖출 필요도 없게 되었다. 이러한 자질론에 상반되는 개념은 아마도 자질행렬(feature matrix) 이론일 것이다. 자질행렬이론이 SPE 시절의 표준이었다. 여담으로 '자립분절'이라는 번역어는 '분절음으로부터 자립했다' 라는 뜻인데, 자질간의 운용이 분절음과 독립적으로 이루어지는 이론이기 때문이다. OCP, 모음조화 등을 생각하면 분절음의 선형성에 매여있을 이유가 없다. 선형성에 매여있지 않기에 비선형 음운론이라고도 하나보다. [본문으로]
- 또한 조음을 할 수 있다고 무조건 자질로 인정되는 것도 아니다. 음향신호에서 변별이 되지 않으면 무의미하고, 그냥 조음이 편한 방식으로 고정된다. 이건 학부 자질론 진도 나갈때 에세이 과제로 나갈 수 있다. '조음할 수 있다고 다 자질로 인정될 수 있는가?' 음향신호 변별 안 되어서 조음 편한 방식으로 융합되는 대표적인 게, [f], [v]같은 순치음의 조음법이다. 이런 소리들은 발음할 때 윗니-아랫입술 사용하는데, 범언어적으로 그러하다. 순치음을 반대로 아랫니-윗입술로 조음할 수도 있다. 그런데 소리가 비슷하다. 그리고 당연히 윗니-아랫입술 쓰는 게 조음 상 쉬우니 그것만 사용한다. [본문으로]
- 이것이 기하학적자질도형(feature geometry)의 자질론이 고전(SPE)적 이해와 가장 크게 다른 지점이다. SPE 자질체계처럼 자질 사이 위계가 없으면 아무 규칙이나 가능한 문제가 있다. 훌륭한 프레임워크는 오직 자연어에 존재하는 규칙만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SPE식대로라면 막 아무거나 골라잡아 [c.g.], [s.g.], [nasal] 값을 수정하는 규칙도 [voi], [c.g.], [s.g.] 값 수정하는 규칙만큼이나 '타당한' 규칙이다. 그러나 자연언어에 후자로 설명되는 현상은 아주 많아도 전자와 같은 규칙으로 설명되는 현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결론은 SPE 안 좋고 feature geometry 좋다.👍 [본문으로]
- "혀끝만 살짝 써서"라고 적고보니 생각나는데 옛날 음운론의 apical, laminal 구분이 아마 [distr]에 대응될 것같다. 근데 나는 옛날 음운론 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그냥 느낌이 그렇다는 것이다. 전형적인 apical [t]는 [-distr], 전형적인 laminal [tʃ]는 [+distr]다. 그런데 다른 apical laminal 소리들도 그렇게 대응되는지 모르겠음. [본문으로]
- [tense]에 대해서는 좀 할말이 있다. 위에 적은 [syll]과 마찬가지로 [tense] 역시 인정하지 않는 연구자들이 많다. [tense]를 자질체계에 포함시키는 건 아마 영미 전통일 것이다. 서게르만언어군(West Germanic Languages) 연구에서 [tense]가 흔한데, 다른 언어군 연구자들이 사용하는 [ATR] (Advanced Tongue Root)과 사실 조음적으로 차이가 없을지도 모른다고 한다. 나로서는 약간 미지의 세계같은 곳이다. 그래서 안전하게(?) [tense]와 [ATR]을 같이 넣어놓았다. 논문들에서 두 자질은 뭐랄까, 상보적 분포를 지니는 것같다(이거 농담이다). [tense]쓰는 논문은 [ATR] 안쓰고, [ATR] 쓰는 논문에는 [tense]가 없는 것같다. [tense]는 [DORSAL] 밑에 있는 게 당연하고 [ATR]은 "Tongue Root"라고 아예 이름에서 대놓고 [RADICAL] 밑에 들어가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사실을 말하자면, 전체를 포괄하는 시스템으로서 다 욱여넣다보니 이런 일이 생긴 것이다. 근데 나 스스로 [tense]나 [ATR] 자질을 써서 분석할 일이 잘 없으니, 둘다 필요한지, 하나만 있어도 되는지 그렇다면 어느자질을 살려두어야(?) 하는지 딱히 의견이 있지는 않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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