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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집

채록 elicitation

sleepy_wug 2024. 2. 9. 05:49

채록(elicitation)은 그 언어를 사용하는 화자로부터 데이터를 얻어내는 모든 과정을 포함합니다. 가장 이상적으로 모든 언어데이터는 채록을 통해 수집됩니다. 따라서 광의(넓은 의미)의 채록은 원어민 화자로부터 데이터를 수집하는 과정 일체를 지칭합니다.

 

협의(좁은 의미)로 채록은 덜 연구된(under-studied) 언어의 화자로부터 음성 녹음을 수집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국제화/국가주의/민족주의의 영향으로 인해, 사용의 측면에서 언어간의 간극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일종의 사다리 걷어차기인데, 이미 화자가 많은 언어들이 앞으로도 사멸할 위험이 없는 것과 달리, 이미 화자가 적은 언어는 갈수록 사멸의 길로 들어서게 됩니다. 실용적 목적에서 자녀에게 모국어가 아닌 인근 주요언어를 가르치기도 하고, 그 뿐만 아니라 국가주의와 민족주의 폭력으로 인해 소위 '표준어'로 귀속되도록 강요받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위협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채록은 언어학 연구에서 매우 중요하고 가치있는 과정입니다. 죽어가는 언어를 재생시키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지기도 하는데 이때도 채록된 데이터를 중심으로 교재 제작 등이 이루어집니다. 

 

제국주의 확장기에 많은 언어학자들이 채록의 과정을 통해 제국 논리에 복무했습니다. 이 당시 이루어진 채록 자료들은 원어민의 동의 없이 수집되거나 공유되었고, 이는 지역사회 고유문화를 크게 침해하는 활동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아메리카 원주민 중에는 knowledge bearer를 따로 두고 오직 이렇게 지정된 사람만 비밀 이야기를 전수받을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국주의 시기 언어학자들은 이러한 문화를 무시하고 원주민의 비밀 이야기를 저널에 실어버리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습니다. 또한 호주의 원주민 중에는 죽은 이의 이름을 입이나 글에 올리는 것을 터부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문화를 무시한 언어학자들은 (나쁜 의도는 아니었겠지만) 원어민 화자의 이름을 기록하여 다음 세대 원주민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습니다.

 

채록
채록

 

이러한 아픈 과거가 있는 언어학과에서는 채록을 엄밀하게 가르칩니다. 단순히 사람들로부터 데이터를 '추출'해내는 것이 아니라, 커뮤니티를 위해 봉사한다는 생각으로 임해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채록 과정에서의 윤리를 포함한 모든 절차를 훌륭하게 수행할 줄 아는 언어학자는 현장언어학(field linguistics)에서 늘 각광받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전사 병목(transcription bottleneck)이라는 현상도 있습니다. 현장에 나가서 녹음을 따오거나 데이터를 수집해오는 사람은 많은데 그것을 전사하고 정리하는 사람이 적은 것입니다. 따라서 오늘날에는 기계학습 등을 이용해서 전사 병목 현상을 해소하려는 노력도 많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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