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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분위기 언어학

인명 Alasdair의 음절화

sleepy_wug 2024. 3. 11.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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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요약

저의 지인 중에 이름이 Alasdair인 어른이 계신데, 이름 철자를 처음 보면서 -ter 가 아니라 -dair 이라서 깜짝 놀랐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여태껏 그 이름을 부르면서 [æ . lə . stɹ̩] 로 음절화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철자의 <d>를 충실히 살린다고 전제한다면 sd 연쇄를 음절초성으로 둘 수 없으므로 [æ . ləs . dɹ̩] 로 음절화되는 것이 타당합니다. 이 글에서는 영어에서 /s/뒤 환경에서 폐쇄음(stop)의 후두자질이 중화되는 상황에서 음절화 문제를 생각해봅니다.

 

a confused student of linguistics
음절화는 너무 어려워요. 심지어 이 친구는 syllable이라는 철자까지도 어려워하는듯.

 

목차

     

    1. Alasdair

    Alasdair는 영어권에서 흔한 이름은 아니지만 남녀 공히 흔하게 쓰이는 이름인 Alex와 유래가 같습니다. 두 이름 모두 그리스어 '알렉산드로스(Ἀλέξανδρος)'에서 유래된 이름으로, '인류의 수호자'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스코틀랜드계 사람들 사이에서 많이 쓰이고 (이름에 Mac- 이 들어가거나 O- 가 들어가면 아이리시 계열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래서 Alasdair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 중에는 스코틀랜드 출신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Alasdair Gray는 스코틀랜드의 유명한 작가이자 예술가이며, Alasdair MacIntyre는 영향력 있는 스코틀랜드 태생의 철학자입니다.

     

    저의 지인 Alasdair 역시 조상이 스코틀랜드에서 건너왔고 그 heritage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하기에 따로 nickname을 쓰지 않고 [æ . lə . stɹ̩]라고 호칭합니다. 사실 서로 계약서를 쓰거나 할 일이 없기 때문에 이름 철자를 여태껏 몰랐었고, toaster, poster, rooster 등 -[stɹ̩] 라임을 가지는 단어가 영어에 많기 때문에 철자를 Alasdair로 쓸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철자를 상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앞서 언급한 다른 일반단어처럼 -ster 를 쓰지 않을까 했었나봅니다.

     

    2. /s/ 뒤에서의 후두자질

    영어학개론이나 영어음운론에서는 무성폐쇄음(voiceless stop sounds)인 /p, t, k/의 분포를 다룹니다. 음운론적 관계에 대해 설명하면서 꼭 빠지지 않는 샘플이지요. 무성폐쇄음의 분포는 음절 위치의 영향을 받습니다. 음절 두음 위치에서 이 말소리들은 기식성(aspiration)을 갖지만 음절 말음에서는 불파하며 /s/ 뒤에서는 흥미롭게도 기식성을 절대 가질 수 없습니다. 기식성이란, 폐쇄음이 발음될 때 성대의 진동이 시작하기 전에, 공기가 폐에서 빠져나오면서 발생하는 추가적인 공기 흐름을 말합니다.

     

    음절 두음 위치에서 이들 무성폐쇄음은 'pin'이나 'tin'에서의 /p/, /t/와 같습니다. 이들 음소는 [pʰ][tʰ]로 소리납니다. 반면 음절말이나 어말에서는 'cap'이나 'bat'에서의 /p/와 /t/처럼 터지는 소리가 나지 않을 수 있고 입을 다문 채 단어 발음을 마칠 수 있습니다. 무성 마찰음 /s/ 뒤에서의 /p, t, k/는 기식할 수 없습니다. 'spin', 'stay', 'skin'과 같은 단어에서는 /p, t, k/가 기식 없이 발음됩니다.

     

    그런데 사실 영어의 장애음을 '유성'(voiced)와 '무성'(voiceless)으로 분류하는 것은 음성학적으로 옳지 않습니다.[각주:1] 왜냐면 음운론자들이 흔히 영어자음체계에 대해 유성-무성 변별로 보는 것은 사실 음성학적으로는 기식의 유무이기 때문입니다. 기식이 있을 수 있으면 무성음, 기식이 있을 수 없으면 유성음입니다. 이것은 로망스어에서 실제로 성대진동으로 찐 유성음 찐 무성음 나뉘는 것이랑 대조적입니다.

     

    어쨌든, 잠시 유성 무성이라는 레이블을 버리고 s뒤에서의 분포를 다시 일반화하면, 영어 폐쇄음에서는 s 뒤 기식성이 중화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를 음소배열적으로 고쳐 말하면 /s/-/T/ (/T/는 무성폐쇄음의 대표) 는 가능하되 /s/-/D/ 는 불가능합니다.

     

    아래 영상에서 s뒤에는 사실 유성폐쇄음이 온다고 재미있게 이야기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바쁘신 분들은 [이 클립]을 보세요

     

     

     

    3. 초성이냐 아니냐 그것이 문제

    이 모든 것을 고려했을 때, 음절화(syllabification)를 실제로 적용할 때, /s/ - [-voice] 연쇄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의 문제에 봉착합니다. 구체적으로 사람 이름 Alasdair는 [æ . ləs . dɹ̩]로 음절화하나요 아니면 [æ . lə . sdɹ̩]일까요? [æ . lə . stɹ̩] 는 어떤가요? 

     

    3가지 음절형 후보

    1. [æ . ləs . dɹ̩]
    2. [æ . lə . sdɹ̩]
    3. [æ . lə . stɹ̩] 

     

     

    음절화는 표면형에서 이루어집니다. 그러므로 섹션 2에서 설명된 것처럼 /...sd.../와 /...st.../가 표면형에서 중화되어 [...sD...]의 형태를 가진다면, /..Vstɹ/ 연쇄를 가지는 rooster나 /..Vsdɹ/ 연쇄를 가지는 Alasdair나 마지막 음절을 똑같이 음절화해야 할 것입니다. 이 상황에서 rooster를 [ɹu . stɹ̩]와 같이 음절화해야 한다는 데 생각을 달리할 사람은 없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Alasdair의 /s/도 마지막 음절의 초성으로 음절화해야 할 것입니다.

     

     

    4. 다시 s 뒤의 치경폐쇄음: 코퍼스 스터디

    다시 s에 후행하는 환경에서 치경폐쇄음(alveolar stops)을 생각해봅시다. s __ ɹ̩ 환경에서 /d/같은 유성치경폐쇄음이 오는 것이 영어에서 가능할까요?

     

    저는 직관이 없어서 코퍼스를 찾아봤습니다. Phonological CorpusTools 1.5.1 [링크] 에서 제공하는 영어 코퍼스인 iPhod에서 s 뒤 유무성 관계없이 치경폐쇄음이 출현한 경우들을 검색해보았습니다.

     

    검색 파라미터 설정은 아래와 같이 했습니다.

     

    파라미터 설정을 사람이 쓰는 말로 풀어서 설명하자면, "치경폐쇄음[각주:2]을 찾는데, 환경은 '모음-s ____ ɹ'로 해라" 입니다.

     

    아래에 있는 스크린캡처와 첨부파일은 검색 결과입니다. 총 297개 단어가 검색되었네요. 참고로 iPhod에 수록된 단어의 총 개수는 54,000개입니다. 그런데 해당 297개 단어 중 우리가 원하는 환경에서 [d]가 출현한 경우는 단 한건도 진짜로 단 한건도 없었습니다. 

     

    st sd.txt
    0.04MB

     

     

    5. 설명과 제안과 결론

    이 결과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영어에서 아예 범주적 음소배열제약 *sd 같은 게 있어서 단일어에서는 s뒤에 유성음 [d]가 출현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만약 그렇다면 Alasdair라는 단어는 Scot에서 차용될 때 [æləstɹ̩]로 차용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음절화도 [æ . lə . stɹ̩]로 이루어져야 하겠지요. [각주:3]

     

    더 나아가 조금 phonetically-based🌟 [각주:4]하고 어쩌면  더 래디컬한 설명일 수도 있는데, s뒤 환경에서의 유무성에 대하여 유성을 default로 두는 전제로 미명세(unspecified) 할 수도 있겠습니다. 예컨대 그 미명세 자음을 T로 표기한다면, distrust [dɪ . sTɹʌst] 와 disdain [dɪ . sTeɪn] 처럼 전사 및 음절화하겠죠. disdain에서도 s가 음절두음이라는 것을 주목해주세요. 즉, 섹션 2에서 언급한 것과 같음 음성학적 근거로,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해당 환경에서 폐쇄음이 항상 유성이고 외부적 요인으로 반드시 무성치경폐쇄음으로 봐야할 때에만 무성으로 보게 됩니다. 어떤 경우에도 폐쇄음과 s는 음절초성이 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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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안자랑: 실제로 한번 학회에서 발표할 때 제발 좀 영어 자음체계에서 유무성 용어 쓰지 말라고 음성학자한테 쿠사리 들음. 😢 하지만 이거 의외로 업계포상 (음성학자한테 혼나는 거 좋아하는 음운론 연구자들 몇 있음) [본문으로]
    2. 구체적인 음소를 찾는 게 아니므로 자질로 검색합니다. 사용한 음운자질은 [+anterior, -nasal, -continuant, +coronal]입니다. [CORONAL]과 [+anterior]는 alveolar sounds만 걸러내기 위해 썼고, [-cont]는 stop sounds만 뽑아내기 위해 썼습니다. 마지막으로 [n]을 배제하기 위해 [-nasal]을 넣었습니다. [본문으로]
    3. 이 사례는 영어에서 *sɹ 연쇄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Sri Lanka 등 외래어 차용시 반드시 ʃɹ 연쇄로 차용된다는 점과 유사합니다. Sri 에서 /s/가 후행하는 /ɹ/의 자질에 동화되어 [ʃ]가 되는 것이죠. 음운 규칙으로는 [+srident +anterior] → [-anterior] / __ [-anterior] 정도로 설명할 수 있겠고, 음성학적으로는 retracted 되었다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쯤되면 음성학과 음운론의 경계에 마주하게 됩니다. dry, try 도 sri 와 마찬가지로 r앞에서 자음의 조음점이 변하는 현상입니다. 음성학적으로는 Sri 사례나 dry 사례나 똑같이 retraction이지만 (즉, r의 조음점에 닮아서 s, d, t의 조음점이 입 뒤쪽으로 당겨짐) dry의 사례는 음운론적인 현상이 아니라 순수하게 음성학적입니다. [d]와 [d̠] (retracted [d])는 영어에서 변별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더 명확하게 말하자면 자질명세로 두 소리를 구분하지 않고, 음운작용은 소리 그 자체가 아니라 자질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본문으로]
    4. 입벌려 buzzword 들어간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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