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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집

이론 음운론

sleepy_wug 2024. 3. 4. 01:36

 

0. 들어가는 말

제 블로그에 용어집 카테고리를 두면서, 거기에 (이론) 음운론이 뭐하는 건지가 빠지면 이상하겠죠. 하지만 음운론에 대해 쓰려면 두꺼운 책 한권이 부족할 것입니다. (전상범 교수님의 "음운론"이 1,000페이지 가량 돼요[책링크] )

 

고작 블로그 포스팅 하나로 모두 훑는 건 언감생심, 감히 생각도 못할 일이기 때문에, 제 깜냥에 맞게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수학처럼 딱딱 떨어진다고 알려져있는 음운론에서 전통적으로 관심갖는 언어현상들에 대해 소개합니다. (이론) 음운론이 뭐하는 건가 정도 흐릿하게 감 잡으시면 좋겠어요. 한국어 용어는 전상범 교수님의 용어번역을 대체로 가져와서 썼습니다.

 

작성중인 글입니다.

 

수학처럼 딱딱 떨어진다고 알려진 그것

 

목차

     

    1. 현상이 우선 

    어떠한 학문 분야든 '과학'이라면 그것이 설명하고자 하는 현상으로부터 시작합니다. 물체는 땅으로 떨어집니다. 그런데 천체는 땅에 안 떨어지고 주기운동을 합니다. 이런 자연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물리학은 도구와 프레임워크로 이론을 구성합니다. 소금은 고체이지만 물에 녹지만 모래는 녹지 않습니다. 철을 냅두면 녹이 습니다. 이런 자연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화학도 도구와 프레임워크로 이론을 구성합니다.

     

    마찬가지로 이론 음운론도 설명대상이 되는 언어현상으로부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걸 설명하기 위해 도구프레임워크를 사용해서 음운이론을 구성합니다. 이때 '도구' 그리고 '프레임워크'를 구분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 글의 섹션2에서는 언어 현상들을 소개하고, 섹션3에서는 도구, 섹션4에서는 프레임워크를 소개합니다.

     

    형식주의 이론 음운론에서 전통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언어현상들은 모두 패턴 편향적 분포(skewed distribution)에 관한 것입니다. 의미나 기능들을 다 제외해놓고 말소리 자체에는 어떠한 패턴이 있습니다. 아주 거시적으로는 막힌 소리(자음)-뚫린 소리(모음)가 왔다갔다하면서 말소리가 구성되는 것부터 점점 미시적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음운론은 통사론/의미론보다 상대적으로 의미나 기능 등 뜬구름 잡는 이야기에서 자유롭고, 형식화된 단위들을 더 많이 다루기 때문에, 만약 수학이나 논리학 등 형식과학에 흥미를 느끼신다면 음운론도 재밌게 느낄 수 있습니다. 아주 추상적인 음운론 문제는 아이큐 테스트 문제 같이 보이기도 합니다. CIWMCIWMCIWM_ 에서 빈칸 _ 채우기 등 말이죠.

     

     

     

    2. 음운론적 현상들

    음운론에서 전통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현상들은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거시적인 주제부터 차츰차츰 미시적인 주제로 내려가지만, 거시와 미시가 무자르듯이 나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현상은 절대적이고 현실에 존재하는 것이지만, (조금 더 아래에서 설명될) 개념과 도구는 허상이라서 늘 바뀔 수 있고 파기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고전물리학에서 자연 그자체를 분석하지 않고 진공 상태나 마찰없는 매끄러운 표면 등 통제된 상태를 상정하듯, 이론 언어학에서 '이상적 상태의 언어'를 상정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를 '일반화'라고 부릅니다. 아래에 언급된 '현상'들은 모두 일반화를 거친 자료를 의미합니다.[각주:1]

     

     

    2.1 성조와 강세

    자연언어의 사용자들이 말을 할 때는 리듬있고 노래부르듯 합니다. '한국어는 단조롭고 강세도 없는데?' 생각하신다면, 모르스 부호를 치는 것과 비교해보세요. 어떤 언어든 리듬과 높낮이가 있습니다. 한 문장을 말할 때 높낮이가 달라지기도 하고 어떤 부분은 큰 소리로 발음해야 하기도 합니다.

     

    "블루베리 스무디"를 동남방언에서 발음하는 것을 생각해보세요. 그리고 거기서 성조를 잘못 넣었을 때 얼마나 어색해지는 지를 생각해보세요. 혹은 "초등학생 자기소개"에서 나오는 노래부르듯한 '웅변체'를 생각해보세요. [그것에 대해 다룬 글]

     

    성조와 강세는 전근대 시절부터 연구되어 온 주제입니다. 그만큼 역사가 깊고 음운론의 '운' 부분을 담당하는 만큼 음운론을 공부한다면 결코 피할 수 없는 토픽입니다.

     

    2.2 동화

    동화(assimilation)는 바로 인접한 소리의 성질에 이끌려서 소리가 닮아버리는 현상입니다.

     

    2.3 조화

    조화(harmony)는 똑같은 의미의 형태소인데 비인접 소리에 따라 다른 소리가 선택되는 현상입니다. 농담으로 '스테로이드 맞은 동화현상'(assimilation on steroid), '비접촉식 동화'(contactless assimilation)라고도 부릅니다. 크게 모음조화(vowel harmony)와 자음조화(consonant harmony)로 분류하지만, 궁극적으로는 특정 자질의 일치현상입니다. 예를들어, 한국어의 음성상징어와 동사 곡용에서 모음조화가 나타납니다.[각주:2] 한국어 예시를 아래 표로 제시하였습니다. 음성상징어는 깡총깡총 껑충껑충 에서와 ㅏ-ㅗ 가 같이 다니고 ㅓ-ㅜ가 같이 다닙니다. 그러나 생산적이지 않습니다. 반면 동사 곡용에서는 생산적인 모음조화가 나타납니다. 먹- 지만 닫- 입니다.[각주:3] 

     

    음성상징어에서 모음조화

    양성모음 음성모음
    퐁당퐁당 풍덩풍덩
    반짝반짝 번쩍번쩍
    찰싹찰싹 철썩철썩
    꼴깍꼴깍 꿀꺽꿀꺽

     

    동사 곡용에서 모음조화 (어간의 마지막 모음이 ㅏ 혹은 ㅗ 면 이형태 선택)

    어간 -어/-아 -어서/-아서 -었다/-았다
    기본형 먹-
    신-
    마지막 모음
    ㅏ/ㅗ
    막-
    잡-
    좁- 좁아 좁아서 좁았

     

     

    2.4 이화

    이화(dissimilation)는 동화와 반대되는 현상으로, 인접소리와 달라지는 방향으로 소리가 변하는 현상입니다.

     

    2.5 삽입, 삭제, 교체

    삽입, 삭제, 교체(epenthesis, deletion, metathesis)는 동화/조화/이화에 포섭되지 않는 분절음 소리 변화입니다. 삽입은 없었던 소리가 특정 환경에서 들어가는 것으로 한국어에도 ㄴ삽입 같은 현상이 있습니다.  

     

    2.6 중첩/첩어

    중첩/첩어(reduplication)은 했던 소리 또하는 것입니다. "떼굴"이라고 말해도 되는데, "떼굴떼굴"이라고도 말하고 심지어 "떽떼굴"이라고도 합니다. 이렇게 중첩은 한 단위("떼굴")를 오롯이 반복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한 단위 중 일부만 반복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국어 중첩에 관한 글재밌는 부분중첩에 대한 글을 읽어주세요.

     

    2.7 차용

    두 언어가 접촉할 때 다른 언어의 말소리를 받아들이게 됩니다. 언어 접촉은 늘 있었고 따라서 외국어의 차용(빌려씀)도 끊임없이 이루어졌습니다. 문제는 다른 언어에는 익숙하지 않은 소리가 있을 수 있고, 그 소리를 조합하는 방식도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럴 때 사람은 앵무새와는 달리 원어의 소리를 재조합해서 새로운 단어를 만듭니다. 

     

    2.8 말소리의 배열

    차용과 매우 인접한 현상인데 자연언어에서 말소리를 조립해서 표현을 만들 때 어떤 건 되고 어떤 건 안됩니다. 영어는 한국어보다 자음-자음 연쇄가 더 자유롭게 나타납니다. strike 와 같은 단어는 [s]-[t]-[ɹ] 이렇게 세 개의 자음이 연달아 나타납니다. 그렇지만 모든 종류의 자음이 줄줄이 나올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똑같이 존재하지 않는 단어지만 [blik]은 괜찮은 영어 단어같지만 [bnik]은 죽었다 깨어나도 영어단어가 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런식으로 자연언어에서 어떤 소리 연쇄는 가능하고 어떤 소리는 안 됩니다.

      

     

    3. 설명 도구로서의 '개념'

    위에서 언급된 음운론적 현상들을 분석하고 설명하기 위해 아래와 같은 '개념' 내지는 '도구'를 사용합니다.

     

    3.1 관측 도구: 음성학과 형태론

    음성학적 방법론과 음성학 성과를 관측 도구와 설명 기제로 사용합니다. 물리학에서 물리적 단위의 관계성을 수학을 이용하여 수학 공식으로 구성하는 것과 비슷한 것 같아요. IPA를 포함한 기호의 사용과 전사(transcription) 역시 여기에 해당할 것 같아서 따로 구분하지 않겠습니다. 음성학적 방법론과 도구를 사용하는 가장 큰 목적은 두 가지입니다. 자연과학의 '분자' 수준의 중간 단위에 해당하는 '음'(phone, 말소리)을 정의하는 것이 이 부분의 가장 큰 목적입니다. 또한 언어현상 자체를 포착하기 위해 음성학적 방법론이 사용됩니다. 

     

    음운론에서는 음에 인격(?)을 부여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음의 '행동' 같은 표현도 사용합니다. 어찌저찌 행동한다... 

     

    형태론도 마찬가지입니다. 형태론은 형태소를 포착하는 형태소분석과 형태소들의 결합을 다루는데, 형태론적 연구성과들을 음운론에서 패턴을 관측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합니다.

     

    3.2 음운론적 관계

    음운론적 관계(phonological relationships)는 음 사이의 관계를 의미합니다. 물리학적 단위로서 음은 모두 제각각입니다. 그러나 인간언어는 어떤 음들은 하나의 단위로 묶고, 음향적/조음적으로 비슷한 음이더라도 다른 단위로 묶습니다. 이러한 관계를 음운론적 관계라고 말하는데, 전통적으로 이음-음소-자유변이 등의 관계를 상정합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음운론적 관계가 각각 무자르듯이 딱 잘리지가 않는다고 봅니다. 무슨 소리냐 하면, 아주 딱 자르듯이 두 음소로 나뉘지 않는 소리도 있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한국어에서 기식음인 ㅋ ㅊ 는 종종 혼동됩니다. 치킨, 키친 혼동하는 말실수가 꽤나 나옵니다. 어떤 평음과 경음 쌍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어는 무성장애음 p t k 를 상당히 예민하게 나누는 언어로 유명합니다. 예를들어 영어권 화자들은 한국어의 평음(ㅂㄷㄱ)과 경음(ㅃㄸㄲ)을 잘 구분하지 못하지만 한국어가 제1언어인 사람들은 이를 예민하게 구분합니다. 얼마나 예민하냐하면 영어권 화자들이 stop 의 t의 조음과 tie의 t의 소리를 하나의 음소로 쓰는 것과 달리 한국어 화자들은 s뒤의 t를 ㄷ 또는 ㄸ로 인식합니다. 화투로 하는 게임인 "고스돕"을 생각해보시요. (물론 "고스톱"이라고 부르는 분들도 많습니다.) stop을 외칠 때 "스돕" 혹은 "스똡"이라고 발음하고 이는 tie를 "다이"라고 하지 않는 것과 비교했을 때 신기합니다.

     

    3.3 자질이론

    자질이론(feature theory)에서는 자질을 다룹니다. 자연과학에서 '분자'보다 더 세부적인 '원자'단위와 '아원자'(subatomic) 단위를 상정하듯, 음운론에서도 더 기본적인 수준을 상정하는데 자질이라고 부릅니다.

     

    자연부류(natural class), 기하학적자질도형(feature geometry), 불완전표시(under-specification), 자립분절이론(autosegmental theory) 등을 다룹니다. 누차 언급하지만 이것들 그 자체는 영양가가 전혀 없는 '허상'입니다. 그런데 이런 장치들을 이용하는 이유는, 섹션 2에 언급된 언어 현상들을 잘 설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3.4 모라와 음절

    음절(syllables) 공명도이론(sonority theory), 공명순 배열(sonority sequencing)

     

    4. 프레임워크

    섹션 3에서 언급된 도구들을 잘 엮어서 현상을 설명하는 것을 프레임워크라고 부릅니다. 오늘날 이론 음운론에는 크게 두 가지 프레임워크가 있습니다. '규칙기반'과 '제약기반'이 그것입니다. 두 프레임워크 모두 음운부가 자연어의 형태를 도출하는 방식을 설명하고 또 예측도 합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도출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에 차이가 있습니다.

     

    규칙기반 프레임워크는 Sound Pattern of English에서 도입된 틀을 기본으로 하고 도출이 선형적으로 이루어집니다. 반면 '최적성이론' 등 제약기반 프레임워크는 가능한 후보군들 중 다양한 제약을 가장 적절하게 만족하는 형태를 고르는 방식으로 도출합니다. 규칙기반을 직렬(serialism), 제약기반을 병렬(parallelism)로 구분하기도 합니다.

     

    5. 다시 강조하는 결론

    현상과 도구는 독립적입니다. 현상은 절대적이지만 도구는 필요에 따라 사용됩니다. 

    프레임워크와 도구 역시 독립적입니다. 저 역시 예전에 착각했었던 것인데, 저는 autosegmental theory를 Optimality Theory를 프레임워크를 통해 접했기 때문에 두 개가 세트로 가는 줄로 착각했었습니다. Autosegmental theory를 SPE 프레임워크로 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Autosegmental theory는 표상에 대한 이론이고 SPE는 도출에 대한 이론이기 때문에 호환이 됩니다.😆

    1. (통사론에서 말하듯) 이분법적 문법성 따위의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 것에서 눈치 채셨을 수도 있지만, 음운론에서 다루는 현상들은 일반화 이전에는 모두 패턴과 편향적 분포로 나타납니다. 강세법칙이 있지만, 그걸 따르지 않는다 해서 "삐빅 오류입니다"하고 언어가 셧다운 되거나 그러지 않아요. 강세 잘못해도 문제없고 동화, 조화, 이화... 모두 그렇습니다. 말하자면 '경향'인데 아주 강력한 경향입니다. [본문으로]
    2. 특정 자질의 일치라고 써놓고선 한국어 예시 제시하는 건 부적절할 수 있습니다. 한국어 모음조화는 '양성/음성'의 일치인데 양성음성이 정확하게 이게 어떤 자질인지는 이견이 있습니다. [본문으로]
    3. 물론 닫어 라고도 할 수 있지만 먹아 는 어색합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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