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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분위기 언어학

뭐랑하맨 보다가 지시 표현 기저형 생각

sleepy_wug 2025. 5. 21. 14:01

0. 요약

유튜버 뭐랑하맨의 쇼츠에 나온 제주어 지시 표현을 보면서 이것저것 언어학 합니다. 

 

목차

     

     

    1. 제주어 속성 가이드

    제주어와 제주 문화 소개해주는 뭐랑하맨 재밌게 보고 있다.

    최근에 쇼츠가 하나 올라왔는데, 제주어 형태론을 표준어와 비교하여 빠르게 설명하는 내용이었다. (아래 영상)

     

     

     

    지시 표현인 '여기', '거기', '저기'도 언급되었다.

     

    나만 눈뽕당할 수 없으니 일단 공유.

     

     

     

     

     

     

     

    2. 지시 표현

    '그디'(=거기)와 '저디'(=저기)의 차이가 물리적 거리와 관련이 있는건가 잘 모르겠지만, 내 표준어 직관 상으로는 '거기'와 '저기'는 거리 차이로 구분되는 것 같지는 않다. 굳이 구분되더라도 내 직관으로는 '거기'가 더 먼 듯하다.

     

    만약 내가 (표준어를 가지고) 영상을 만들었으면 '여기'와 '저기'는 똑같이 하겠지만, '거기'는 아예 사람이 없고 글자만 떠있는 것 정도로 표현했을 것같다.

     

    어쨌든, 이전에 한국어 지시 표현의 기저형에 대한 생각을 했었기 때문에, 제주어 사례가 더 흥미로웠다. (아래 글 참조)

    https://linguisting.tistory.com/242

     

    한국어 지시 표현의 기저형 + 활음은 음소인가

    1. 지시표현한국어는 지시표현(demonstrative)을 세 종류로 나눈다.  일반명사 앞에서 이/그/저를 써서 해당 명사가 물리적, 문맥적으로 얼마나 멀고 가까운지 표현한다. 이 정류장 '대화가 이루어

    linguisting.tistory.com

     

     

    제주어의 지시 표현을 다시 정리하면 아래 표와 같다.

    제주어 표준어 대응
    이디 여기
    그디 거기
    저디 저기

     

     

    3. 다른 언어, 다른 기저형

    제주어는 육지 한국어와 다른 언어로 상정되기도 한다. 육지 한국어(표준어, 동남방언, 호남방언, 등등의 방언을 가진)와 제주어를 묶어 한국어군으로 보기도 한다.

     

    방언차이는 같은 기저형에 대한 음운작용 차이로 설명한다. 예를들어 영국영어와 미국영어는 방언 간 차이이고, 동일한 기저형에 Flapping 규칙 적용 여부로 나뉜다. Flapping은 북미 영어에서 water의 t를 [t]가 아닌 입천장 살짝 노크하는 [ɾ]로 발음되는 걸 말한다.

     

    3.1 곁다리: Flapping Rule과 자질체계 잡담

    잠시 Flapping Rule을 형식적으로 표현해보자. (왜냐하면 위키피디아에 나온 formalism을 긁어오려고 했는데 근본없는 자질들을 쓰길래..)

     

    Flapping
    [+cons, -son, +ant, -cont] → [ɾ] / [+stress, +son, DOR]   ______ [-stress, +son, DOR]
    "Alveolar stops become the flap when they occur between a stressed and an unstressed vowel."

     

    형식적 명징함에 다소 엄격하다. 형식주의 이론 음운론이 괜히 '형식'주의겠냐. 우선 음운규칙을 기술할 때는 이름 형식 설명 이렇게 3요소로 적는다. 하기 싫으면 대학원 오세요 ㅋㅋㅋㅋ [각주:1] 규칙이름은 아무렇게나 지어도 되는데, 나중에 그 규칙 부를 때 민망하지 않을 거면 된다. 무난하게 Flapping이라고 부르자. 이어지는 형식부는 자질을 이용해서 적는데 음운론은 자질의 놀음이라서 특히 규칙 적용 대상(target)의 변별자질이 아주 중요하다. 규칙은 자연부류에 적용되는 것이지 음소나 소리에 적용되는 게 아니다. 그리고 자연부류를 한정하는 도구가 바로 변별자질이다. 이어지는 세번째는 설명인데, 이때는 음성학적 용어를 사용해서 규칙의 효과를 풀어 쓴다.

     

    자질 시스템은 따로 얘기하지 않아도 많은 연구자들이 어느정도 기본적으로 따르는 변별자질의 체계가 있는데, SPE, Hayes, Gussenhoven & Jacobs 등이 널리 사용된다. SPE는 Chomsky & Halle의 The Sound Pattern of English 에서 나온 시스템인데, 사실 내 기억이 맞다면 챕터 7이랑 챕터 9에서 나오는 자질 체계가 다르다. [±vocalic] [±acute] 등 쓰는 옛날옛적 변별자질이 전제되었다가 뒤에 본격적인 데이터 분석에서는 약간 "아 이건 부적절하겠으니 [±consonantal]/[±syllabic] 을 자질로 상정합시다" 이런 얘기가 나오던 걸로 기억함. HayesGussenhoven & Jacobs 모두 SPE의 전통을 이어받은 좋은 자질 체계다. 다만 현대 자질론을 얼마나 받아들이느냐에 차이가 있는 것같다.

     

    Feature Geometry와 Underspecification Theory를 수용하는 현대 음운론의 자질론에서는 대체로 Hayes나 Gussenhoven & Jacobs의 체계가 출발점이다. 개인적으로 Hayes 시스템을 오래 썼기에 익숙하고 기술적으로 편안(?)하지만 사실 조잡한 면이 있다. Gussenhoven & Jacobs는 좀더 최근의 이론 음운론 경향을 따르고, '이론적으로 아름답다'. 우리 학교에서도 학부 음운론의 표준 자질 체계도 이것을 쓴다. (그러나 교과서는 Understanding Phonology 안쓴다!ㅋㅋㅋ)

     

    '학부 수업' 얘기가 나온 김에 만약 내가 학부 커리큘럼 짤 수 있다면 어떤 자질 시스템을 표준으로 쓸거냐 잠깐 고민해보자. 만약 언어병리학(Speech language pathology)과 음성학 진로 희망자들이 주로 듣는 수업이라면 Hayes 시스템으로 자질 '맛보기' 정도를 하면 좋을 것같다. 그러나 앞으로 OT나 이론 음운론 쪽으로 더 공부를 해야 한다면 꼭 Gussenhoven & Jacobs 식 자질체계를 다루는 게 좋을 것 같다. 어짜피 이론 테크트리 탈 사람들이라면 Halle & Clement (1983), Sagey (1986)[각주:2] 그리고 Clement & Hume (1995)[각주:3] 등 자질의 위계구조와 비선형 그리고 원거리작용 이런걸 언젠가 직면해야 하니까 그 첫걸음으로 G&J 가 매우 타당하다.

     

     

    3.1.1 곁다리의 곁다리: /t, d/ 자연부류

    위의 Flapping Rule의 형식화에도 G&J 체계를 사용했다. 이 규칙의 target은 음성학적으로 [t]와 [d], 즉 alveolar stop이다. 이는 자연부류인데, 변별자질을 이용해서 특정 자연부류를 특정할 때에는 큰 데에서 좁혀나가는 방식을 사용한다. 이제 [t]와 [d]로만 구성된 자연부류를 좁혀나가보자.

     

    일단 Major class feature인 [±cons] [±son] [±approx] 부터 써서 큰 덩어리들을 잘라낸다. [+cons, -son] 쓰면 [t], [d]는 물론 다른 모든 영어 장애음(obstruents)들을 얻게된다.

     

    [+cons, -son] = {p, b, t, d, k, ɡ, v, f, s, z, θ, ð, ʃ, ʒ, tʃ, dʒ}

     

     

    이어서 Manner features나 Place features를 써서 더 좁혀나가는데 이번엔 Place features를 써보자. [t]와 [d]모두 [COR]인데, 특히 [+ant]이다. [±ant]는 [COR]를 전제하므로, [+ant]를 명세하면 [COR]는 자동으로 상정된다. 따라서 [COR]는 이 음운규칙에서 운용되지 않는다.

     

    [+cons, -son, +ant] = {p, b, t, d, k, ɡ, v, f, s, z, θ, ð, ʃ, ʒ, tʃ, dʒ}

    ↑여기서 볼 수 있듯이 +ant 추가해주면 /p, b, k, g.../ 등등 많은 음소를 배제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s, z, θ, ð/ 가 동거중이다.

     

     

    마지막으로 [-cont] 를 추가해주면 Flapping Rule이 적용되는 자연부류인 /t, d/를 한정해낼 수 있다.

    [+cons, -son, +ant, -cont] = {t, d, s, z, θ, ð}

    마지막으로 [-cont] 를 추가해주면 Flapping Rule이 적용되는 자연부류인 /t, d/를 한정해낼 수 있다.

     

    3.2 규칙 차이가 방언 차이

    이상하게 글이 길어졌는데 요지는 이거다. 미국영어와 영국영어에서 water의 기저형은 /ˈwɔtəɹ/로 같다. 다만 적용되는 규칙이 달라서 방언차이가 발생한다. 미국영어에서는 Flapping을 적용하고 영국영어에서는 적용하지 않는다. 미국영어에서는 다른 규칙을 안 적용하지만 영국영어에서는 다른 규칙을 적용한다.

     

      미국영어 영국영어
    UR /ˈwɔtəɹ/
    Flapping ˈwɔɾəɹ ------
    Final R Dropping ------ ˈwɔtə
    SR [ˈwɔɾəɹ] [ˈwɔtə]

     

     

    그런데 제주어와 표준어의 지시 표현의 기저형도 동일할까? 

     

    다른 글에서 적었다시피, 일단 표준어의 지시 표현의 기저형을 아래와 같이 전제해보자. 만약 제주어가 별도의 언어가 아니라 방언이라면, 동일한 기저형을 어떤 음운작용을 사용해서 표면형으로 도출해낼 수 있어야 한다.

    표준어 상정한 기저형 I 어떤 작용 제주어
    여기 /i-ʌki/ ? 이디
    거기 /k-ʌki/ ? 그디
    저기 /-ʌki/ ? 저디

    /ʌk/ 가 [t] 로 교체되었다해도 '저기'에 대응되는 표현으로 '즈디'가 예측되고 '저디'를 도출할 수 없다. 그리고 /ʌk/를 [t]로 교체하는 건 무슨 아전인수 식이 아니면 말이 되기가 어렵다.

     

    좀더 표현적인(?) 기저형을 상정해볼까?

    표준어 상정한 기저형 II 어떤 작용 제주어
    여기 /i-ʌki/ ? 이디
    거기 /kɯ-ʌki/ ? 그디
    저기 /ʌ-ʌki/ ? 저디

     

    이때 기저형II에서 표준어 도출하려면 모음연쇄시 Glide로 바꾸거나 탈락하거나 하는 음운작용이 필요하다. 어쨌든 도출은 된다. 그러나 제주어 쪽으로는 여전히 /ʌk/를 [t]로 교체하는 도저히 지지받을 수 없는 규칙을 상정해야 하는데, 이건 말이 안 된다.

     

    서로 조상이 같지만 다른 두 언어의 사례가 대체로 그렇다. 역사적으로 상고하면 음대치표 따위를 만들 수 있다. 한국어와 일본어는 조상이 같지 않지만 두 나라에서 쓰는 한자어는 공통조상으로부터 나뉘어 독립되어 내려온다. 한국한자어 중 종성 /ŋ/가 나오는 한자의 발음이 일본어에서는 모음의 장음으로 음대치되는 것이 역사적으로 상고해서 음대치표 만드는 예시다. 그러나 그건 두 기저형 사이의 대응표일 따름이다.

     

    표준어와 제주어의 /ʌk/ : /t/ 가 어떤 공통 조상을 가졌을 것이고 독립적으로 발전한 것이다. 난 국어학 전공이 아니라 그 공통조상의 형태는 모르겠지만 아마 *ʌti 정도가 될 듯하다. 제주어는 발전과정에서 모음탈락했고 표준어는 *t 가 Palatalization을 거쳐 /k/ 까지 발전한 게 아닐까? (잘 모르니까 믿지 마세요.) 현대 표준어의 '어디' 등의 표현도 아마 이 조상을 공유하겠지.

     

     

     


    이어서 어떤 글을 읽을 건가요?

     

     

    한국어 지시 표현의 기저형 + 활음은 음소인가

    1. 지시표현한국어는 지시표현(demonstrative)을 세 종류로 나눈다.  일반명사 앞에서 이/그/저를 써서 해당 명사가 물리적, 문맥적으로 얼마나 멀고 가까운지 표현한다. 이 정류장 '대화가 이루어

    linguisting.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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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자매품: 통사론 수형도 그릴때 XP 수준에서 세모 치고 싶으면 대학원 오세요 ㅋㅋㅋㅋ [본문으로]
    2. 그 유명한 Elizabeth Sagey의 MIT 박사논문인데 Feature Hierarchy가 팀플이라면 Sagey는 이 팀에서 열일하는 조장 느낌. [본문으로]
    3. The internal organization of speech sounds. In J. Goldsmith (Ed.), The Handbook of Phonological Theory (pp. 245–306) 사실상 Feature Geometry라고 하면 곧 이 논문을 말하는 것이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