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 Analytics Made Easy - Statcounter

갑자기 분위기 언어학

졸린다 인가 아니면 졸리다 인가

sleepy_wug 2025. 5. 6. 09:47

0. 요약 

한 웹툰에서 '졸린다'라는 표현이 사용되었는데, 제 직관 상 다소 어색했습니다.

 

'졸리다'는 동사와 형용사 다의어인데, 제 직관 상 형용사 의미만 있는 것 같습니다. 이 계기를 통해 한국어의 형용사 범주를 생각해봅니다.

 

목차

     

     

    1. '졸린다'는 비문인가 

    웹툰 '유미의 세포들' 347화 ^_^ 에 나오는 한 장면이다.

    회식을 하고 늦게 집에 귀가하는 김유미가 "아... 졸린다" 라고 생각한다.

    The item included is used under the principles of "fair use" as outlined in Section 107 of the Copyright Act of 1976. It is provided solely for educational purposes to facilitate learning, research, and the advancement of knowledge. 여기 포함된 자료는 미국 1976년 저작권법 제107조에 명시된 "공정 이용" 원칙에 따라 사용됩니다. 학습, 연구 및 지식 증진을 촉진하기 위해 오직 교육 목적으로 제공됩니다.

     

    잠을 자고 싶어지는 신체 상태를 묘사하는 '졸리-'는 내 직관 상 종결어미 '-ㄴ다'를 가질 수 없고, 이건 아래 표에 제시된 용언들 중에서 a-c와 패턴을 같이한다.

     

    (1) '-ㄴ다'와 '-다' 접미하기

      용언 어간 '-ㄴ다' 활용  '-다' 활용
    a. 예쁘- *예쁜다 예쁘다
    b. 푸르- *푸른다 푸르다
    c. 붉- *붉는다 붉다
    d. 가- 간다 가다
    e. 오- 온다 오다
    f. 먹- 먹는다 먹다

     

    흔히 1a-c를 학교문법에서는 형용사로 분류하고 한국어의 경우 동사와 함께 용언적 성격을 가지는 품사로 본다. 또한 학교문법에 따르면 형용사는 동사와 달리 '-ㄴ다' 접미가 불가능하고 명령형이 안되고 (*지금 당장 예뻐라! *이제부터 붉어라! 등 불가능) 어쩌고저쩌고 이런 구분들이 있다. 만약 학교문법을 따른다면, 내 직관 상 '졸리-'는 형용사이기 때문에 '졸린다'가 비문법적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한편 '졸린다'가 자연스럽다면 '졸리-'는 동사로 범주화.

     

    그러나 한국어에 형용사가 (동사 및 명사와 구별되는) 별도의 범주로 존재하는지, 아니면 그냥 인도-유럽어에 형용사가 있으니까 한국어도 형용사가 있을 것이라는 (혹은 있어야 한다는) 당위로 범주설정을 하는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내 기억이 맞다면, 구본관 (2010)[각주:1]에서도 어쩌면 형용사가 독립된 범주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형용사 존립(?) 관련 논의가 통사론에서 나름 뜨거운 것으로 알고있다. 사실 학부생 시절 통사론에서 '비대격/비능격 동사'(unaccusative/unergative verbs) 개념을 처음 접하고 텀페이퍼를 쓰던 와중 유현경 (1998) "국어 형용사 연구"를 읽었었는데, 상당히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한국어 형용사 중 적어도 일부는 사실 비대격 동사라는 내용이었다. 형용사 얘기를 하려니 그게 생각 나서 검색을 하니, 최근 논문으로 홍대 이은경 교수님의 '형용사의 품사론'이 있었다. 이 논문 재밌다.[논문링크][각주:2] 품사라는 개념자체를 해체하여 comparative concept와 descriptive category로 나누는구나 싶었고, 이에 따르면 형용사 자체가 동질적 범주가 아니라 내부 구분이 가능하다는 논지로 이해했다.

     

    어쨌든! 형용사라는 범주 자체의 존립(?) 문제와는 별개로 한국어의 용언 어간은 통사적 패턴(어말어미 접미 양상)에 따라 a-c가 한 부류를 이루고 d-f가 다른 한 부류를 이룬다는 것은 확실하다. 

     

    이제 다시 '졸리-'의 문제. 나의 직관에 따르면 '졸리-'가 a-c의 부류에 속하지만, 유미의 세포들을 집필한 이동건 작가의 직관에 따르면 '졸리-'가 d-f의 부류에 속한다. 

     

     

    2. 어쩌면 '잠온다'로부터의 유추?

    그러나 비슷한 의미와 기능을 가지면서 '-ㄴ다'의 접미가 자연스러운 표현이 있다. 바로 '잠온다'이다. '잠+오다'의 합성인데, 위 표의 1e에서 예시했듯, 어간 '오-'는 '오다'와 '온다' 둘다 아주 자연스럽다.

     

    '잠온다'는 '졸리다'에 대응되는 표현으로 동남방언에서 주로 사용된다. 주변 지인들에게 들은 바로는 부산에서는 '졸리다'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아마도 이동건 작가가 동남방언 화자라면 '잠온다'로부터 유추하여 '졸린다'라는 표현을 사용했을지도 모르겠다. 하나의 가설이다.

     

    그러나 이동건 작가의 인터뷰를 보니, 동남방언 화자로 들리지는 않는다.

    https://youtu.be/8lcrNkeHHCw

     

     

    3. 알고보니 동사

    뒤늦게 사전을 찾아보니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자고 싶은 느낌과 관련된 '졸리다'를 동사와 형용사 이렇게 다의어로 처리하고 있었다.

     

    예문 중에 '졸린다'는 없었지만, "자고 싶은 느낌이 든다"라는 의미로 "졸린다"도 사용이 가능할 것이다.

     

    심지어 구체적 시간 맥락이 주어질 경우 '졸리다'는 비문이라고 규정하는 듯하다.

     

    출처: https://ko.dict.naver.com/#/correct/korean/info?seq=2020 [아카이브]

    "점심시간 직후는 정말 졸린다."라고 적는 것이 맞습니다. 동사 '졸리다'의 현재 상황을 서술하는 것이라면, 현재 사건이나 사실을 서술하는 종결 어미 '-ㄴ다'를 붙여 '졸린다'로 적어야 합니다.

     

     

     

    4. 동사와 형용사의 경계

    그렇다면 왜 나의 직관에 '졸리다'는 동사가 아닌 형용사이기만 한 걸까? 비단 나뿐만이 아닌 것같다. 위 스크린캡처한 질의를 한 사람도 "... 전 늘 '졸리다'로 써 왔거든요"란다.

     

    통사론적 범주는 생득적이지 않고 오직 언어 내적 데이터를 통해 창출(emergent)될 뿐이다. 즉, 언어습득의 과정에서, 어떤 어근은 동사, 어떤건 형용사 이런식으로 내재된 것이 아니라, 특정 어간이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보고 범주를 학습하는 것이다.

     

    물론, 의미 특성 자체 때문에 특정 통사범주가 자동으로 주어지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움직임의 의미를 가진 단어는 높은 확률로 동사일 것이고 변화의 의미가 분명한 (말그대로) "변화" 역시 동사적 패턴을 보일 것이다. 반면 상태를 나타내는 표현은 통사적 패턴에 따라 통사범주가 나중에 학습될 것이다. 예를들어 영어의 fear와 afriad는 둘다 무서워하는 상태를 나타내는 표현이지만, 전자는 동사와 같은 패턴을 보이고 후자는 형용사와 같은 패턴을 보인다. 따라서 전자는 동사의 범주를 가지고 후자는 형용사의 범주를 가진다.

     

    한국어의 "잠오다"라는 의미의 "졸리다"가 fear/afraid의 사례와 비슷한 것같다. 즉, "자고싶은 느낌이 있는지"(형용사 '졸리다') 아니면 "자고싶은 느낌이 드는지"(동사 '졸리다')의 차이는 쉽게 포착되기 어려울 것이다. S-Side 아닌 나같은 사람은 의미 쪽에는 둔감해서 더더욱이 그럴지 모르겠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동사로 '졸리다'가 사용된 예문들은 모두 한국 근대소설들인데, 어쩌면 '졸리다'가 형용사로만 사용되는 방향으로 언어변화가 진행되는 중일지도 모르겠다.

     

    (머쓱하게 글을 마무리 함. 난 죽어도 국어학자는 못 되겠다.)

     

     

     


    이어서 어떤 글을 읽을 건가요?

     

     

    2020년대 말뭉치에서 졸리다 의 품사

    0. 요약 한국어 어휘 '졸리다'는 규범문법에서 동사 형용사 다의어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전 글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제 직관 상 (그리고 다른 여러분들의 직관 상) '졸리다'를 동사로

    linguisting.tistory.com

     


    • 글이 유익했다면 후원해주세요 (최소100원). 투네이션 || BuyMeACoffee (해외카드필요)
    • 아래 댓글창이 열려있습니다. 로그인 없이도 댓글 다실 수 있습니다.
    • 글과 관련된 것, 혹은 글을 읽고 궁금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댓글을 달아주세요.
    • 반박이나 오류 수정을 특히 환영합니다.
    • 로그인 없이 비밀글을 다시면, 거기에 답변이 달려도 보실 수 없습니다. 답변을 받기 원하시는 이메일 주소 등을 비밀글로 남겨주시면 이메일로 답변드리겠습니다.

     

     

    1. 구본관. (2010). 국어 품사 분류와 관련한 몇 가지 문제. 형태론, 12, 179-199. [본문으로]
    2. 이은경. (2025). 형용사의 품사론. 한국어학 연구, 76, 283-312.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