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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나는대로

한국어 지시 표현의 기저형 + 활음은 음소인가

sleepy_wug 2024. 12. 22.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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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시표현

한국어는 지시표현(demonstrative)을 세 종류로 나눈다. 

 

일반명사 앞에서 //를 써서 해당 명사가 물리적, 문맥적으로 얼마나 멀고 가까운지 표현한다.

 

정류장 '대화가 이루어지는 장소에서 물리적으로 가까운 정류장'
정류장 '대화가 이루어지는 장소에서 물리적으로 먼 정류장'
정류장 '문맥상 가까운(이미 언급 등) 정류장. 화자에게는 멀지만 청자에게는 가까울 수도 있음'

이 표현은 형태론적으로 다른 표현과 결합하기도 한다.

 

여기 '=이곳, 물리적으로 가까운 장소'
저기 '=저곳, 물리적으로 먼 장소'
거기 '=그곳, 문맥상 가깝거나 화자에겐 멀지만 청자에겐 가까운 장소'

 

2. 기저형 상정하기

이 표현들은 공통 형태를 가지는데, 그걸 기저형 /-ʌki/ 로 상정할 수 있다. 형태론적으로 의존형태소, 의미는 추상적 장소 정도가 될 것이다. "어디"? 의 대답의 기능으로 "Xʌki"의 패러다임.

 

예를 들어 '저기'의 도출은 /tɕʌ-ʌki/ → [tɕʌːɡi] 정도일 것이다.

 

 

만약 이/그/저가 그대로 형태를 유지한 채 /-ʌki/와 결합한다고 한다면, 흥미로운 도출이 나온다.

 

여기: /i-ʌki/ → [jʌɡi]
저기: /tɕʌ-ʌki/ → [tɕʌːɡi] 
거기: /kɯ-ʌki/ → [kʌɡi]

 

'여기'의 도출은 /기(-다) -어/ → [겨] 등과 패러다임을 이루는데, /i/ → [j] /_V 정도면 설명이 된다. 모음 하나를 반모음(활음)으로 바꾸는 것은 보편적으로 흔한 vowel hiatus resolution 전략이다. 영어의 예를 들자면 "see it."을 [sij(ɪ)t]으로 실현하는 것 등.

 

'거기'의 도출도 재밌다. 만약 /kɯ/ 가 그대로 기저형을 이룬다면, /ɯ/ 제거과정일 것이다. 한편으로 사실 '그'의 기저형이 /k/ 뿐이고, [ɯ]는 ephenthetic vowel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이 방향은 차용어음운론 데이터로 지지받는다. 명백하게 기저형이 /k/인 cry /kɹaɪ/ 의 차용은 반드시 [ɯ]-epenthesis를 수반한다.

 

 

3. 활음은 음소가 아니라는 결론

예전에 이중모음에 대한 글에서도 쓴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음성적으로는 같은 [jʌ]더라도, '겨자'에서처럼 기저에서부터 이중모음 /jʌ/인 경우와, 도출의 결과 표면상으로 이중모음으로 나타나는 경우 (예: '겨가다', '겨오다'의 'ㅕ')를 따로 생각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

 

기저부터 이중모음(예: 겨자)이라면 음성학적으로는 복잡하더라도 하나의 음소이지만, 표면상 이중모음 (예: '여기' [jʌɡi]의 [jʌ])은 두 분절음의 [j], [ʌ]의 연쇄로 보는 게 타당할 것같다. 이때 활음 [j]는 모음/i/의 이형태.

 

즉, 기저에서 다른 형태가 표면에서 중화(neutralization)된 데이터로 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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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이 논리가 타당하다면 "활음은 음소인가요?"라는 질문의 대답은 아니오가 될 것이다.

 


여기까지가 빗속에서 하이킹하다가 든 생각.

 

 

 

 

이것은 2024년의 마지막글입니다. 새해복많이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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