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도입
몇주 전에 숲속 하이킹하다가 처음 들어보는 새 소리가 나서 폰으로 녹음했습니다. 찾아보니 common raven이 내는 소리 중에서 'knocking sound' 라고 부르는 건가봅니다. 이 글은 새소리를 '언어학하고 있네'하는 글입니다.
목차
1. Praat에서 열어보기
일단 새가 내는 소리 한번 들어보세요 (볼륨 작음 주의)
Raven은 까마귀처럼 생겼는데 소리도 다르게 내고 생긴것도 엄청 큽니다. 한국에서는 본 적이 없고, 여기서도 자주는 아니고 숲속에 들어가면 한번씩 봅니다.
나름 신기해서 녹음한 파일 (본 포스팅 최상단에 첨부함)을 praat에서 열어봤습니다 (엥?)
스펙트로그램이 무척 못생겼습니다.
보기 좋게 만들어봅시다.
2. 보기 좋게 Spectrogram 설정
2.1 Dynamic rage: 밝기? 조정
우선, 소음이 너무 많아서 배경 회색이 진합니다. 실제 새가 낸 소리가 검은 색으로 두드러지게 하고 싶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Spectrogram settings의 Dynamic range (dB)를 수정해주면 됩니다. 소리 창에서 차례대로 Spectrogram > Spectrogram settings에 들어가면
아래와 같은 창이 나오는데, 거기에서 Dynamic range (dB)를 30이나 40정도로 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기본값은 70dB)
저는 40을 주었는데 아래와 같이 새 소리가 나름 두드러지게 되었습니다.
이제 색감(?)은 만족스럽네요.
2.2 Window length: 선명도 조정
그 다음으로 너무 찍찍 세로 선이 날카롭게 표현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것 역시 소음이 많은 소리파일에서 자주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소음이 뭡니까? 소리를 구성하는 단순파들의 편차가 너무 크고 너무 빠르게 달라지고 불안정한 것이 아닙니까? 제가 음성학자는 아니지만 음운론자이기는 하기 때문에, 개체간 편차가 너무 크면 범주를 넓게 잡고 평균을 내야 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에도 덩어리를 크게 만들어서 스펙트로그램을 다시 그리면 됩니다. 1
스펙트로그램 그릴 때 덩어리를 크게 잡아서 평균을 내게 하려면 window size 값을 높여주면 됩니다. 다시 settings 창 캡처한 것을 가져오면 기본값이 0.005s입니다. 즉, 소리 파일을 5 milisecond씩 잘라서 그 범위 내에서 푸리에 변환을 통해 구성 기본파를 추출하여 스펙트로그램을 그린다는 뜻입니다.
이 값을 높여주면, 소리파일을 더 듬성듬성 자른 후 구성 기본파를 뽑아냅니다. 당연히 시차에 따른 편차 (즉 소음) 에 덜 민감한 스펙트로그램이 나오게 됩니다. 대신 정보량은 줄어들겠죠.
하지만 우리는 소음이 많은 환경에서 녹음된 새소리 분석이 목적이니 (아니 근데 애초에 이걸 왜 하는건데) Window length (s) 값을 0.02 즉 20ms로 줘봅시다.
3. 분석
이제 스펙트로그램은 아주 예뻐요. 그리고 새소리 발화(?)의 주요 구성요소들을 단번에 파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_ -- _ _ - _ _ -- _ - _ - _
저는 음운론 연구자이기 때문인지, 세 단위로 구성되는 하나의 음운절을 생각했습니다.
까마귀어(Ravenese)는 3단계의 울음소리를 가집니다. Low Mid High (앞으로 LMH) 라고 하겠습니다.
음향적으로 아래와 같은 주파수로 구현됩니다.
음운론적 단위 | 음성학적 실현(Hz) |
L | 727 Hz |
M | 1236 Hz |
H | 2731 Hz |
흥미롭게도 Raven은 다음과 같이 정형화된 음운절로 말합니다.
MHHLLHLL
MHHLHLHL
아래의 annotation을 참고해주세요.
Ravenese의 음운절은 M으로 시작하고 8개의 단위로 구성되며 L로 끝납니다. 중간의 구성단위는 교체될 수 있습니다.
더 많은 샘플이 필요하겠지만, 상당히 흥미롭지 않나요? 그냥 까악! 까악! 하는 소리보다 신기해서 녹음했는데, 내부구조가 있는 걸 확인하니 즐겁습니다.
4. 마무리
물리학이 단순 역학이 아니듯 음운론도 '말소리'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음운론은 근본적으로 최소단위의 파악과 그 결합 양상에 대한 연구입니다. 딱히 말소리에 국한될 이유가 없습니다. 굳이 소리에 국한될 이유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결국 음파와 소리를 다루는 것은 음성학의 일이고, 음운론은, 위에서 보았듯, '어떤 단위가 어떻게 조합되느냐'를 연구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아는 사람 중 이론언어학을 하다가 조류 연구가가 된 분이 적어도 두 분은 됩니다. 심지어 통사론 습득 논문에서 새소리 분석한 스펙트로그램을 만나기도 합니다.
왜냐면 새들도 '언어'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때 (약 10년전) 촘스키가 말한 '언어 유전자'가 발견되었다고 호들갑 떨었던 FOXP2 단백질이라고 있습니다. 통사론자들에게는 미안하게도 FOXP2는 음운론✨에 관여하는 유전체로 발성(구조를 갖춘 소리내기)에 관여합니다. 일부 조류와 인간에게서 발견됩니다. 인간 중에도 언어를 다 이해하고 읽고 쓰는데도 문제가 없으나 말을 하지 못하는 장애를 가지신 분들 중 FOXP2 유전자가 부재한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런 분들도 통사론자들이 말하는 언어(즉 문법)는 문제없이 사용합니다.
제 직관상으로는 Common Raven은 FOXP2를 가지는 것으로 보입니다만 NCBI Orthologs에서 검색했을 때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FOXP2 orthologs
Computed orthologs for FOXP2 - forkhead box P2
www.ncbi.nlm.nih.gov
챗GPT에게 물어보니 (모델 o3) 아마 데이터베이스가 최신 정보를 반영하지 못하는 듯하다며 다른 논문을 추천해주었습니다.
[이 논문]을 추천해주었는데, 저는 진화생물학에 문외한이라 잘 이해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Raven (그리고 다른 새들과 그것들의 조상)이 FOXP2를 가진다는 것을 전제하는 듯합니다.
Genomic bases underlying the adaptive radiation of core landbirds - PMC
We used target enrichment sequencing to obtain the coding sequences of 308 genes related to vision, hearing, language, temperature sensation, beak shape, taste transduction, and carbohydrate, protein and fat digestion and absorption (Additional file 1, Tab
pmc.ncbi.nlm.nih.g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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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음향 처리에서, 소리는 푸리에 변환을 통해 특정 주파수를 가지는 단순 음파들의 구성으로 분석됩니다. 저는 음성학 전공자가 아니니 자세한 내용은 주변의 음성학 전공자나 음향음성학 교과서를 참고해주세요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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