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이야기: 싫어도 실험을 해야 해 🤪 [시리즈 보기])
내가 탐구하던 주제는 한국어의 유음화였다. 한국어에서 /nl/ 연쇄는 음소배열 상 이유로 표면형에서 투명하게 실현될 수 없기 때문에 유음화(/nl/ → [ll])된다. 교과서적으로는 깔끔한데, 사람마다 유음화의 적용 양상이 다르다. 유음화의 예시는 칼날 → [칼랄], 설날 → [설랄] 정도가 있다.
그런데 현실발음에서는 세대별로 다른 양상이 나온다.
위 표는 박선우 이주희(2017)에 수록된 임수록(2013)이다. 1
갈수록 해당 규칙이 덜 적용되는 방향으로 언어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아주 최근 내가 진행한 다른 실험에서 사용한 연습단어 인류/일류를 실험참가자들(20대)이 발음으로 구별하기도 했다.[링크] 규범주의적으로는 '인류'에 유음화가 적용되기 때문에 두 단어가 동음이의어로 예측된다.
(그러나 내가 유음화 실험을 계획하던 때는 이 논문이 나오기 전이었고, 일개 과정생 조무래기였던 나는 느낌적인 느낌만 가지고 있었다.)
방법론에 관해서는...
당연한 말이지만 일단 적자면, 이론언어학은 언어기관에 관심을 가진다. 데이터와 그 데이터를 처리하는 기계/애플리케이션, 혹은 정의역과 함수의 관계를 통해 비유하자면, 이론언어학은 기계/애플리케이션, 혹은 함수를 탐구하고, 그 탐구의 방법에서 데이터와 정의역을 취급한다. 포커스가 어느쪽에 가는지 명확하다.
음운현상을 관찰하는 방법은 참 여러가지지만 사람들한테 발음을 시켜보고 그 발음을 녹음하여 음향분석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것말고도 설문조사를 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고, 기계장치를 조음기관에 부착시킨 후 발음을 시키는 조음음성학적 방법도 있을 수 있다.
자 이제 "주제: 유음화의 선택적 작용", "방법론: 이론언어학적 포커스, 음향적 관찰" 이게 고정되었다.
이 주제와 방법론에 따른 실험은 이러한 형태를 가질 것이다: "한국어 화자에게 한글 철자로 표시된 비단어를 읽힌 후 녹음된 결과를 음향 분석하기"
다음에 할 일은 이 주제/방법론에 부합하는 실험단어군(비단어)을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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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수록. 2013. /ᄂ+ᄅ/과 /ᄅ+ᄂ/ 연접형 발음 실태 연구: 창원지역 화자를 대상으로. 창원대학교 석사학위논문.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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