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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나는대로

20대 발화에서 인류 일류 구별

sleepy_wug 2024. 5. 8.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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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요약

이것저것 아주 겉핥기 글입니다.👅

 

수집한 발화 데이터를 보다가, 토픽과는 관련없는데, 비실험단어(filler)에 포함한 '인류,' '일류' 이 두 단어를 20대 실험참가자들이 한 명도 빠짐없이 구별해서 발음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표준발음에서 이 두 단어는 구분이 안 되고 모두 [일류]로 발음됩니다.

 

이러한 발음차이는 아주 교과서적인 최적성이론 제약서열(constraint ranking)의 예시인 것처럼 보여서 핥핥하는 글을 씁니다. 최적성이론(OT)적으로 설명하는 걸 스스로 연습하는 글? 정도입니다. 진지한 글 아니에요. 

 

이 글을 다 쓰고 (답안지 찾아보는 기분으로) 선행연구를 찾아보았습니다. 박선우 교수님의 논문 추천합니다. 박선우 (2006)[각주:1]

 

목차

     

     

     

    음성녹음 데이터라는 건 참 신기함. 잘 녹음된 데이터는 듣는 것만으로도 즐거움
    음성녹음 데이터라는 건 참 신기함. 잘 녹음된 데이터는 듣는 것만으로도 즐거움

     

    1. '인류'와 '일류'

    표준 발음에서 인류와 일류는 똑같이 발음된다. 모두 역행동화가 적용되어 [일류]로 발음된다.

     

    그러나 내가 최근 수집한 음성발화 실험데이터를 보는데, 20대 참여자들이 한 명도 빠짐없이 이 두 단어를 구별하는 것을 발견했다. 인류는 [인뉴], 일류는 [일류]로 발음한다. 형태론적으로 어간 '인(人)'과 '일(一)' 각각에 -류 가 접미되었다면, 20대 실험참여자가 표면형에서 인류와 일류를 구별하는 것은 어간의 기저형을 유지하려는 제약의 효과로 보인다.

     

    물론 문자의 영향이 있을 수 있고, 일뉴(?) 등의 단어도 보아야 하는 것 안다. 그러나 단편적으로 보았을 때, 입력형 "인류"의 발음차이는 아주 교과서적인 최적성이론 제약서열 차이의 예시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2. Iᴅᴇɴᴛ-IO ≫ Aɢʀᴇᴇ(F)

    최적성이론에서 동화(Assimilation)을 설명하는 데 사용하는 유표성 제약은 Aɢʀᴇᴇ(F)이다. 정의는 *[αF] [−αF] 이다. 음운규칙이나 제약에서 자질과 함께 사용되는 α는 + 혹은 −의 값을 의미한다. F는 Feature의 약자로, 자질을 지칭하는 변수다. 정의 가장 처음에 나오는 *는 통사론에서 '비문법적이다'를 표현할 때 쓰는 기호와 같다. 음운론자들은 게을러서 그냥 "No"라고 읽거나 "Star"라고 읽고 "좋지 않다" 정도로 해석한다. 따라서 이 정의를 사람이 쓰는 말로 풀어쓰면 "자질 F에 대하여, 그 자질의 양극값이 다른 연쇄가 있을 때, 이 제약을 위반한다." 정도가 될 것이다.

     

    여담이지만, 통사론에서 move alpha 등의 용어가 있는 걸 생각해보면 그리스 알파벳을 자리차지(placeholder) 변수로 사용하는 건 단지 음운론만의 특징은 아닌 듯하다.

     

    이 유표성 제약이 다른 제약들 (특히 충실성 제약들)과 어떠한 제약서열을 이루는가에 따라 양상이 결정된다. Iᴅᴇɴᴛ-IO같은 충실성제약이 Aɢʀᴇᴇ(F)보다 서열이 높으면(outrank) 출력형에서 Aɢʀᴇᴇ(F)의 효과를 볼 수 없다.

     

    3. 다른 제약 서열

    입력형 '인류'가 [일류]로 발음되려면 입력형의 ㄴ을 ㄹ로 바꾸어주는 작용이 있어야 하고, 그것은 후행하는 유음ㄹ과 동화되기 위함이다. 따라서 Aɢʀᴇᴇ(Lateral) ≫ Faithful 정도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인류를 [인뉴]로 도출하려면, 어간 "인"의 종성을 유지하기 위해 Faithful ≫ Agree(Lateral) 서열이 필요하고, 구체적으로 Faithful은 어간과 관련된 Iᴅᴇɴᴛ-IO(Stem) 정도가 될 것이다. 또한 접사(로 정의할 수 있다면) "-류"의 초성을 순행동화시키기 위해서는  Iᴅᴇɴᴛ-IO(Affix) 정도의 Faithful constraint 가 낮은 낮은 서열에 배치되어야 할 것이다.

     

    정리하자면 20대(편의상 Gen Z)랑 20대가 아닌 사람(편의상 Boomer)이랑 다른 제약서열을 가졌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Gen Z: Iᴅᴇɴᴛ-IO(Stem) Aɢʀᴇᴇ(Nasal), Iᴅᴇɴᴛ-IO(Affix), Aɢʀᴇᴇ(Lateral) 

    /in-lju/ Iᴅᴇɴᴛ-IO(Stem) Aɢʀᴇᴇ(Nasal) Iᴅᴇɴᴛ-IO(Affix) Aɢʀᴇᴇ(Lateral)
    [inlju]   *!   *
    ☞    [innju]     *  
    [illju] *!      

     

     

    Boomer: Aɢʀᴇᴇ(Lateral)  Iᴅᴇɴᴛ-IO(Affix) Aɢʀᴇᴇ(Nasal)    Iᴅᴇɴᴛ-IO(Stem)

    /in-lju/ Aɢʀᴇᴇ(Lateral) Iᴅᴇɴᴛ-IO(Affix) Aɢʀᴇᴇ(Nasal)  Iᴅᴇɴᴛ-IO(Stem)
    [inlju] *!   *  
    [innju]   *!    
    ☞     [illju]       *

     

     

    4. 문제점

    뒷구르기하면서 대충 만든 제약 서열이므로 정밀화할 필요가 있지만, 위 설명에는 이미 두 가지 엄청 큰 문제가 있다. 첫째,  Iᴅᴇɴᴛ-IO(Affix)  ≫ ...  ≫   Iᴅᴇɴᴛ-IO(Stem) 제약순은 지지받기 어렵다. 사실 작년엔가 3학년 수업하면서 어떤 창의력 많은 학생이 이런 제약서열 순을 왜 상정하면 안 되냐고 질문을 한 적이 있었는데, 이유는 당연하다. 관념적으로, 어간의 선명도가 형태론적으로 더 높고 어간에 대한 충실성 제약이 상위에 위치하는 게 더 타당하다. 실증적으로 저런 제약서열 순을 정당화하는 데이터는 없다. 둘때, Iᴅᴇɴᴛ-IO(Affix)  Aɢʀᴇᴇ(Nasal) 이 서열이랑  Aɢʀᴇᴇ(Nasal)    Iᴅᴇɴᴛ-IO(Stem) 이 서열이 정당화되지 못한다. 두번째 문제는 다른 데이터를 가져와서 해결해야 한다.

     

    아마도 Boomer의 한국어에서는 Iᴅᴇɴᴛ-IO(Affix) 와 Iᴅᴇɴᴛ-IO(Stem) 을 구분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해보인다. 그렇다면  Aɢʀᴇᴇ(Lateral)  Iᴅᴇɴᴛ-IO, Aɢʀᴇᴇ(Nasal) 정도가 되려나? 결국 유음화 대 비음화가 적용되는 더 많은 사례들을 가져다놓고 더 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딱 보니 문제의 초점이 형태론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 즉, 왜 Gen Z는 "인류"를 "인-류"로 분석하고, Boomer는 "인류"를 (유음화/비음화의 관점에서) 단일어같이 분석하냐는 것이다. 

     

    분명 선행연구 중에 이 연구를 한 것이 있을 것이다. 세대별 유음화 비음화 차이 최적성이론 이런 키워드로 찾으면 나올 것이다.

     

    그런데 아마도 높은확률로 세대 구분없이 제약서열은 Iᴅᴇɴᴛ-IO(Stem) ≫ Aɢʀᴇᴇ(Nasal), Iᴅᴇɴᴛ-IO(Affix), Aɢʀᴇᴇ(Lateral) 이고, 인류-일류 문제는 형태분석 차이일 것같다. '의견란' 같은 사례 생각해보라. 의견란은 죽었다 깨어나도 '의견-란'이고, 이때는 Iᴅᴇɴᴛ-IO(Stem)가 유효해서 표준발음(Boomer의 발음)에서도 [의견난]이 다. 

     

    uike/n-l/an Iᴅᴇɴᴛ-IO(Stem) Aɢʀᴇᴇ(Nasal) Iᴅᴇɴᴛ-IO(Affix) Aɢʀᴇᴇ(Lateral)
    uike[nl]an   *!   *
    ☞    uike[nn]an     *  
    uike[ll]an *!      

    주의: 위 Tableau에서 내가 게을러서 다 Yale쓰고 관심부분만 transcribe했다. 근데 뭐 어때. 이거 페이퍼 아님.

     

    그니까 어쩌면 UR 상정을 세대별로 다르게 한다는 음운론자가 불행한 결론일 가능성이 매우 높음. 😢 실제로 김태경(2000)[각주:2], Um (2003)[각주:3] 등이 그렇게 보는 듯하다.

     

    아몰랑. 내 문제 아님. (놀랍게도 이것은 권위있는 음운론자도 종종 하는 전략임. 나중에 유튜브 공개강연 같은데에서 이 전략 구사하는 거 발견하면 여기다가 링크 달아놔야지.ㅋㅋ)

     

    5. 결론

    그냥 생각나는대로 써보았다. (카테고리부터 이미 '생각나는대로'...) 최적성이론이 그저 공통교양처럼 느껴지는 요즘이다. 내가 학교에서 이론음운론 전공하는 과정생인데 나부터가 그리고 내 지도교수님부터가 더 이상 최적성이론 그 자체를 하지는 않는다. categorical하게 제약서열이 고정된 OT는 학부 고학년 수업할 때 가르칠 뿐이다. 그러면서 "니들 대학원 오면 이거 다 뒤집힌다"라고 말하지는 못함.ㅋㅋㅋ

     

    최적성이론을 처음 접했을 때 그 반짝반짝 ✨✨ 했던 느낌이 아직도 기억난다. 고전적인 최적성이론과 그 고전적 최적성이론으로 설명되는 데이터는 마치 직소퍼즐 맞추는 느낌이라 지적 유희로 이만한 게 없는 것 같다. 섹션3의 Tableaux 오랜만에 그려보면서 나는 즐거웠다. 이제는 아무도 비음화/유음화를 고전OT로 설명하지 않으리라는 걸 안다. 그래서 아마 섹션4 말미에 떠올린 키워드로 검색해도 만족할만한 최신논문은 안 나올지도 모른다. 그냥 즐거웠다. 즐거웠으면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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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박선우. (2006). 한국어/nl/의 비음화에 대한 유추적 분석. 언어연구, 23(1), 1-34. [본문으로]
    2. 김태경. (2000). 비음화와 유음화의 적용 기제에 대하여. 한국어학, 11, 227-259. [본문으로]
    3. Um, Yongnam. 2003. An ordering paradox as constraint interaction: alternation of n and l in Korean. Studies in Phonetics, Phonology and Morphology 9-1, 111-133. The Phonology-Morphology Circle of Korea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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