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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나는대로

국어학에서 쓰는 '음운'과 '음소' 개념: 언어학과 다르다

sleepy_wug 2021. 1. 18.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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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학부와 석사를 영어영문학과에서 하고 현재는 캐나다에서 언어학 박사과정에 있습니다. 일반언어학 연구자들이 늘 그러하듯 저도 개별언어학(영어학, 일어학, 국어학)에 대해 비판적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일반언어학과 개별언어학 간의 관계에 대해서도 간단히 소개해보고 싶습니다.

 

국어학에서 쓰는 개념중에 '음운'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몇년 전 수능 국어영역에서 이 개념을 보고 당황스러웠습니다. 아마 고등학교를 다니던 도중에는 배웠던 개념일텐데 학부와 석사를 거치면서 '덮어쓰기'했나봅니다.ㅋㅋㅋ 수능에서 나온 음운, 음소, 운소 개념에 대해 다룬 글은 여기 있습니다.

 

저는 너무나 당연하게 'phoneme'을 '음소'와 동일개념으로 생각했는데, 국어학에서는 phoneme을 '음운'으로 이해하더군요. '음운'의 하위요소로 '음소''운소'를 나누기 때문에 대체 국어학의 음운과 음소 개념의 차이가 뭔지 궁금했습니다.

 

요컨대 이것입니다.

  (저를 포함한) 언어학의 일부 연구자들 국어학
phoneme 음소 음운
segment 분절음 음소
suprasegmental features 초분절자질 운소

 

우선 언어학에서의 사용례를 설명하겠고 이어서 국어학에서의 사용례를 제시하겠습니다.

 


 

'의미를 구별하는 소리의 최소단위'라는 의미의 phoneme을 저를 포함한 언어학 연구자들은 음소라고 부릅니다. -neme 접미사를 -소 로 번역하는 관례에 따라 morpheme을 형태소로 번역하듯이, phoneme을 음소로 번역하는 것은 자연스러워보입니다. 또한 '음운'이라는 개념은 영어의 'phonological'과 대응되는 것이 자연스러워보입니다. phonological phrase 등을 '음운절'로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전상범 교수님이 교과서 "음운론" 에서 사용하시는 개념체계가 그러합니다. 사실 많은 한국인 음운론자들이 전상범 교수님의 개념어를 당연히 여기고 또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명확하게 체계가 잡혀있고, 또 교과서 상에 각 개념이 자세히 설명되어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김진우 교수님도 '의미를 구별하는 말의 최소단위'를 '음소'라고 호칭하십니다. 아래의 스크린캡처는 2008년에 게재된 김진우 교수님의 논문에서 가져온 것인데, 국어학의 용어체계에 따르면 '.... 음장이 현대국어에서 운소냐 아니냐' 혹은 '... 음장이 현대국어에서 음운이냐 아니냐'로 불러야할 것입니다. 

 

"음장이 현대국어에서 음소냐 아니냐"

 


이어서, 국어학에서 사용하는 '음소'와 '운소'의 개념은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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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

"

음운에 속하는 말소리들은 성격에 따라 음소와 운소의 두 가지로 구분한다. 음소와 운소에 속하는 음운의 종류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가. 음소: 자음, 모음, 반모음

나. 운소: 장단, 고저, 강약

"

(구본관, 박재연, 이선웅, 이진호, & 황선엽. 2015. 한국어 문법 총론 I. 서울:집문당. p. 41)

 


제가 가지고 있는 개념어 체계에서는 위에 제시된 음소 개념은 '분절음'에 해당하며, 운소의 개념은 '초분절자질'에 해당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1996년에 국어연구원(국립국어원의 전신)에서 출간한 "국어학의 번역 술어 연구"에 보면, 아래와 같이 phoneme의 번역어로 '음소'만이 발견된다고 보고한 것을 찾을 수 있습니다.

(국어연구원. 1996. 국어학의 번역 술어 연구(II) 가운데, 79페이지 발췌)

 

사실 실체를 어떻게 포착하느냐가 중요하지 어떤 이름표(개념어)가 붙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관련글) 하지만 국어학자가 쓴 논문을 읽을 때 조금 조심해야 할 필요는 있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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