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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나는대로

영어학 학부 졸업논문 주제는 어떻게 정하지?

sleepy_wug 2021. 2. 7.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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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요약

이 글의 대상 독자는 영어영문학과 학부 3-4학년생입니다. 즉, 통사론, 음운론이 뭔지 아는 수준의, 졸업논문이 고민인 사람들을 위한 글입니다.

학부논문을 위해서는, 기존에 수업에 배운 것에 대해 여러 논문들에서 어떻게 주장했는지를 정리하는 게 중심입니다. 그리고 선택사항으로 그 이론을 새로운 데이터에 적용해보세요! 데이터에 적용하는 것은 "여기에 적용해보았다" 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정 주제를 모르겠으면, 저널이나 언어학 블로그에서 어슬렁거리면 좋은 주제를 잡을 수도 있습니다. 이 블로그도 언어학 블로그인데요,  [학부수준 논문 주제 리스트] 등의 포스팅이 있습니다.

 

목차

     

    논문 주제 선정 스트레스
    논문 주제 선정 스트레스

     

    1. 나는 왜 이 글을 쓰고 있는가

    대학생들이 일반언어학으로 유입되는 큰 경로 중 하나는 영어영문학과에서 영어학을 접하면서인 것 같습니다. 영어영문학과에는 영어권 국가에서 박사을 받고 오신 교수님들이 많은데, 영어영문학과 영어학을 가르치는 교수님들 중 많은 분들이 영미권 대학교에서 한국어 데이터로 박사학위를 받고 오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개별언어학인 영어학(English linguistics)을 영미권 대학에서 전공하고 오신 분들도 많이 있습니다.

    한국의 대학교에 있는 영어영문학과에 대한 여담과 학문편제에 대한 잡소리를 읽으시려면 아래의 '더보기'를 눌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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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담입니다만, 한국의 영어영문학과 편제는 다양한 전공들이 뒤죽박죽되어 있는 형국입니다. 세부전공들은 아래와 같고, 각 대학에 따라 이 세부전공들이 어떻게 융합되어 있는지가 다른 것 같습니다. 유기적으로 결합된 학과는 보기가 어렵습니다.

    • 영미 문학 전공
    • 영미 문화 및 일반 문화이론 전공 (소위, 스토리텔링이 여기에 포함되는 듯)
    • 일반언어학
    • 영어교육 및 외국어교육

    학문은 방법론에 따라 크게 Arts(인문학)와 Science(과학)으로 나뉩니다. 인문학은   학을 포함하고 법학도 포함합니다. (사실 법학은 응용인문학에 가까워서 대학원 수준에서 교육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편 과학은 과학적 방법론을 이용해 실증적 현상을 분석하는 모든 학문을 포괄합니다. 한국에서 과학은 협의의 의미로 자연과학만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은데, 엄밀하지는 않습니다. 경제학 등이 '사회과학'으로 불리기도 하고, 학문편제에서 계량사회학 경제학 수학 통계학 등이 함께 Science로 분류되기도 한다는 걸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아마도 옛날옛적에 버렸어야 했던 문이과 구분이 아직까지 이어져오기 때문에 문과=인문학, 이과=과학 이렇게 나뉘는 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일반언어학은 과학적 방법론을 사용하기 때문에 Science 과학에 해당합니다. 여기서 과학적 방법론은 지식의 확장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근대적 절차를 엄밀하게 밟는 것을 의미합니다.

    1. 관찰 (선행연구 검토 포함)
    2. 가설설정
    3. 실험을 통한 가설의 검증
    4. 법칙

    일반언어학에서는 반드시 실증적 언어자료를 실험을 통해 검증합니다. 심리학적 방법론을 적극 활용하는 음성음운론은 물론 심지어 가장 추상적이라는 촘스키 통사론에서도, 화자직관을 이용한 실험을 통해 가설을 검증합니다.

    어쨌든, 문제는 위에서 보다시피, 영어영문학과에서는 인문학에 해당하는 문학 내지는 문화이론 전공이 과학에 해당하는 교육학과 일반언어학과 동거중이라는 것입니다.

    영어교육과나 언어학과의 경우 이러한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일반언어학과 영어교육은 해당학과로 이관하거나 없을 경우 새로 창과를 하고, 가능하다면 영어영문학과는 문화와 문학을 연구하는 인문학 계열의 학문단위로 구성이 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불가능하다는 것 압니다.)

     

    어떤 것을 기대하고 영문과에 입학을 하였든, 영어영문학과에서 공부를 하다보니 문학보다는 언어학, 특히 언어학의 체계성(데이터를 일반화하여 규칙에 대한 가설을 세우고, 그 규칙이 새로운 데이터를 설명하는지 검증하는 과정)이 멋져보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학부 졸업논문으로 영어학 논문을 쓰고 싶은데, 문제는 대부분의 영어영문학과는 학생:교수 비율이 괴랄해서 제대로 된 논문지도를 받기 어렵다는 데 있습니다. 교수가 다 지도해줄 수는 없다고 해도, 이미 그 과정을 거친 대학원생이 지도할 수도 있는데 (그리고 대학원생은 소모품 취급을 받으며 동원될 수 있는 슬픈존재) 사실 몇몇 명문대학을 제외하고는 아니라면 대학원 교육조교 체계가 제대로 잡혀있지가 않아서 대학원생이 학부생 논문지도를 하는 경우를 잘 보지 봇한 것 같습니다.

    저 자신도 학부 졸업논문을 쓰면서, 교수님과 대화를 나누기는 했지만, 누구에게도 논문지도를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또한 졸업논문 자체도 그냥 형식에 그치는 모양새여서, 얼추 논문의 형식을 갖추었고, 카피킬러(표절여부검사)를 돌려서 표절만 아니면 졸업하는 데 문제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만약 공부를 계속하고 싶은 생각이시라면 학부논문은 중요한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심지어, 미국이나 캐나다의 대학 중에서는 학부를 졸업하고 곧바로 박사과정을 시작하거나, 혹은 석박사통합과정을 시작할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매력적인 학부 졸업논문을 입시 포트폴리오에 포함시킬 수 있다면, 미국이나 캐나다의 대학교로부터 학비를 초과하는 넉넉한 생활비(stipend)를 받으며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캐나다에 와서 박사과정을 거치면서 보게되는 학부생들은 종종 교수나 대학원생들에게 논문지도를 받아서 학부논문을 쓰곤 합니다. 여기는 학부졸업논문이 졸업의 필수는 아니지만 논문을 쓰고 졸업을 하게되면 Honours degree라고 하여서 "BA with honours" 학위를 받고, 대학원에 진학할 수 있게됩니다.

    그리하여 저도 학부 친구들 몇몇이 논문을 쓸때 도움(혹은 고나리)을 주기도 하였는데, 학부 졸업학기 때의 저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도 학부 졸업할 때 누군가로부터 이런 지도를 받았으면 좋았을텐데"

    그래서 혹시라도 지나가는 사람에게 도움이라도 될까봐 제 생각을 간단히 정리하려고 적습니다.

     

    2. 주제선정하기

    아마 모든사람들이 똑같이 입을 모아 하는 이야기가 이것일 겁니다. 학부 졸업논문 너무 어렵게 생각말고 수업중에 배운 걸 확장해라.

    말은 쉽지요.ㅋㅋ 하지만 저의 경우 교수님이 수업시간에 들었던 예시에서부터 학부논문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수업시간이 재미있었던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교수님을 괴롭혔기 때문입니다.

    아니라면 일단 15쪽짜리 논문들을 읽는 것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2.1 교수님을 괴롭히기

    교수님을 질문으로 괴롭히는 것은 좋은 것입니다. (물론 다른걸로 괴롭히는 건 안 좋은 것입니다. 외모나 별명 같은 걸로 교수님을 괴롭히지 마세요. 어떤 교수님은 좋아할지도). 저는 다른 한국인들처럼 교수님께 개인적으로 질문하기를 두려워하는 평범한 학생이었는데, 왜냐하면, 어리석은 질문일까 무서워서였습니다. 하지만 어리석은 질문은 정말로 없습니다. 저의 경우도 100수준 (1학년 수준) 개론수업을 진행하다가 학생들에게 받는 소위 '어리석은' 질문들은 대부분 참신한 질문들이었습니다. 몇년째 쩔어있어서 의심하지않고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초심자들은 질문합니다. 그리고 언어학은 당연한 것에 질문하는 학문입니다. 그래서 학부생들에게 질문을 받으면 오히려 교수나 조교들이 이득입니다. 기초적이고 '어리석은' 질문일수록 그렇습니다. 

    수업내용 중에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을 질문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근데 정 질문할 게 없으면 그냥 언어현상 자체에 대해 궁금한 것을 질문하세요. 제 경우는 통사론 교수님한테 '영어의 동명사는 통사론에서 명사에요? 동사에요?'를 질문했다가 촘스키의 Remarks on Nominalization을 추천받았고, 음운론 교수님한테 '17은 [여릴곱] 이라고 읽는데, 왜 18은 [열려덜] 처럼 ㄹ이 덧나요?'를 질문했다가 한국어음음론의 n-삽입 현상과 '여덟'의 역사적 기저형에 대해서 설명을 들었습니다. 

    대부분의 교수님들은 언어학 이야기를 하는 걸 좋아합니다. 논문을 쓰는 과정은 그 주제로 머리가 가득 찼다가 빠져나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언어학 논문을 쓰시는 교수님이라면 분명 최근에 깊이 판 주제가 있을 것입니다. 

     

    2.2 일단 아무 논문부터 읽어보자: 처음으로 논문 읽어보기

    논문을 써본적은 커녕 읽어본 적도 없다면, 졸업논문을 쓰기가 힘들 겁니다. 따라서 '감이라도 잡자'라는 느낌으로 일단 논문을 좀 읽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읽다는 말은 흔히말하는 read를 말하는 게 아니라 browse 를 말하는 것인데, 아무 논문이나 읽는 것은 주제를 고르거나 혹은 특정 주제에 대해 무엇이 쟁점인지 등을 알기위해 browse하는 것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서 다른사람들 하는 걸 보면서 분위기파악부터 하자는 겁니다.

     

    2.2.1 나는 이미 논문주제가 있다: KCI 활용하기

    만약 이미 관심주제가 있다면 KCI(한국학술지인용색인)를 이용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한국에서 발행되는 저널(=학술지)은 KCI라는 인덱스에 수록되는데, KCI 등재 학술지는 모두 무료로 제공됩니다. 그리고 KCI 등재 학술지는 일정한 수준 이상의 학술지들입니다.

    따라서 이제는 dbpia 그만보시고 kci.go.kr 에 들어가서 관심있는 주제로 검색해보세요. 일례로, 만약 한국 학생들이 외국어로서 영어를 어떻게 배우는지에 관심있다면 아래와같이 "영어학습자의" 등의 키워드로 검색해보면 좋습니다. 

    저는 음운론자라서 1번 논문 흥미로워 보이네요.

     

    2.2.2 무슨 주제로 써야할지도 모르겠다: 세부전공 분야의 저널 읽기

    만약 그냥 크게 '음운론', '통사론', '의미론'이 재밌다고만 생각하고 세부주제에 대해 결정을 하지 못했다면, 학술지 목차를 읽다가 재미있어 보이는 제목의 논문으로부터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저는 한국어가 모국어라서 한국 저널(=학술지)의 한국어 논문을 읽었습니다. 

    (영어가 편하다면 영어저널을 보시면 됩니다. 영문 저널 추천 펼쳐보기)

    더보기

    통사론은 Linguistic Inquiry, 음운론은 Phonology, 그냥 일반언어학 전반은 Natural Language & Linguistic Theory, Language, 혹은 Glossa 마지막으로 한국어 개별언어학 내지는 한국어-영어 비교 등은 Journal of East Asian Linguistics 등 추천합니다. 만약 심리언어학에 관심이 있다면 Journal of Memory and Language도 좋습니다.

     

    만약 통사론에 관심이 있다면 '생성문법연구'를 읽으세요. 음운론에 관심이 있다면 '음성음운형태론연구'나 '말소리와음성과학'을 읽으세요. 다만 여기서 '읽다'라는 말은, 세세하게 모든걸 이해하면서 '공부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 어라? 나는 서론을 쓰고 그 다음엔 선행연구를 정리해야 하는줄 알았는데, 음운론에서는 서론에서 선행연구도 언급하고 2절은 '방법론'으로 쓰는 게 유행이구나! 아하, 통사론에서는 서론을 쓰고난 다음에는 선행연구를 정리하는군. 
    • 목차에 보니 어떤어떤 주제를 많이 다루고 있네. 이 주제가 요즘 많이 연구되는 주제구나.
    • 어? 나는 부산사람인데 경상도 사투리에서는 이렇게 안하는데?

    등등의 '느낌'을 파악하기 위함입니다. (흔히 browse한다 라고도 합니다.)

    용어가 익숙하지 않은 것을 제외한다면, 언어학 논문들은 대체로 미사여구 없이 쉽게 쓰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용어등에 신경쓰지 않고 그냥 큰 줄기만 본다면 그럭저럭 읽을만 할 것입니다. 음성음운론 한정, 표와 도표만 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사실 표/도표만 봐도 이해될 수 있도록 하라고 저널 에디터들이 압박을 넣기도 함)

    개인적으로 초심자로 들어올때 가장 마음에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힘들었던 것은, 언어현상에 대한 '별명'들이었습니다. cot-caught merger, Canadian raising, tough construction 등등 언어 현상을 친근(?)하게 부르는 별명을 설명하지 않고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이런 별명들은 연구자 커뮤니티 전체에서 다 쓰는 것이니까, 다 알거라도 전제하는듯) 초심자의 경우는 알턱이 없지요. 하나하나 위키백과에 찾아보는 데에도 한계가 있고.ㅋㅋㅋ

    어쨌든 일단 한국의 언어학 연구자들이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살펴보면 논문주제로 뭘 하고 싶다라는 막연한 생각이 들지도 모릅니다.

     

    2.3 아직도 무슨 주제로 써야할지도 모르겠다: 이 바닥에서 기웃기웃거려보기

    모든 주제가 다 어렵고 남 얘기처럼 멀게만 느껴진다면, 언어학을 다루는 블로그/유튜브채널/팟캐스트는 어떤가요? 다루는 내용이 언어학이면 가랑비에 옷이 젖듯 뭔가 "이거 이상한데?" 하는 주제가 생각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연구자와 댓글 등을 통해 직접 소통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이 질문이 너무 무식하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은 안 하셔도 됩니다. 대부분의 언어학자들은 설명충이기 때문입니다. 상대의 수준에 맞게 설명해주는 걸 좋아합니다. 

    뭐 말하자면 이 블로그도 언어학 블로그인데 말이죠.ㅋㅋㅋ 심지어 [학부수준 논문 주제 리스트]라는 포스팅도 있습니다!

    또한 "생각나는대로" 그리고 "Bouncing ideas 생각작업실" 이 두 카테고리들이 주로 논문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주제들을 캐주얼하게 올리는 곳입니다. "생각나는대로"는 말그대로 생각나는대로 아무 포스팅이나 올리는 곳이고, "Bouncing ideas 생각작업실"은 진지하게 연구할 (혹은 하고있는) 주제들에 대한 생각들을 내뱉어보는 곳입니다. 말그대로 벽에다 대고 테니스공을 튕기듯 생각들을 튕기는 곳이죠. 

    그리고 아래의 언어학 블로그/팟캐스트도 추천합니다. 영어 블로그/팟캐스트입니다. (애초에 해당 포스팅은 예상독자가 영어영문학과 3-4학년이니 상관없겠죠...?)

    1. All things linguistic
    2. Lingthusiasm (팟캐스트입니다)
    3. Language Log
    4. Linguistics Research Digest
    5. Superlinguo
    6. Langfocus (유튜브채널입니다)

    리스트는, 생각나면 더 추가하겠습니다.

     

    3. 주제선정 후 깊이있게 파기

    사실 학부졸업논문에서 많은 것을 기대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선행연구를 몇편을 읽고 정리하는 것 정도는 요구됩니다.

    출발점이 교수님과의 대화가 되었든, 꽂히는 논문을 훑어본 게 되었든, 선행연구를 읽어야하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어떤 선행연구를 어떻게 읽어야할까요? 다음의 순서를 따르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 꽂혀서 읽었든 교수님께 추천받아 읽었든 아님 그냥 dbpia검색 젤 위에 나와 읽은 논문이든, 그 논문(출발논문)에서 인용된 '선행연구'의 서지정보 (저자, 연도, 저널이름 등등)를 목록으로 만들기
    • 선행연구 목록 중에서 가장 '영향력 있고 중요한' 논문부터 보기
      어떻게? Google Scholar 혹은 KCI 에서 각 논문의 인용지수 보기. 인용지수가 높을수록 읽어야할 논문
    • 이 논문은 너무 길고 대체 뭔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 '출발논문'에서 그 논문을 요약해준 것을 컨닝하기

    사실 이 부분은 어떤 주제를 선정하냐에 따라 얼마나 깊이 팔 것이냐, 몇 개의 논문을 팔 것이냐 등이 천차만별일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이론적으로 많이 연구된 주제라면 선행연구도 많고 따라서 파야할 논문도 많습니다. 반면 의외로 연구가 별로 안된 것이라면 논문 자체가 별로 없겠죠. 다만 기억할 것은, 논문이 많아서 혹은 적어서 겁먹을 일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학부 졸업논문은, 그 주제에 대해 교실밖에서도 공부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냥 어떤 주제에 대해 어떤사람이 어떤 얘기를 했다는 그림만 그리셔도 학부 졸업논문으로는 충분할지도 모르겠습니다.

     

    4. 나만의 데이터에 이론 적용하기 (힘들지만 하면 좋음)

    세상에 언어들은 많고 이론도 많고 데이터의 종류도 너무 다양합니다. 따라서 기존 이론을 단순히 데이터에 적용해보는 논문은 저널에 잘 실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러한 수준이 학부 졸업논문 수준에서 가장 우수한 논문입니다. 따라서 기존의 이론을 자신의 데이터에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세요.

    말은 쉽죠. 문제는 '나만의 데이터'가 어디있냐는 겁니다. 언어 데이터를 확보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첫째, Reference Grammar 책을 보는 등 선행연구에서 뽑아내든가. 둘째, 실험을 통해 실험데이터를 확보하는 것.

    하지만 이미 그런 작업이 다 되어있으면 이 글을 여기까지 보고 있을까요?ㅋㅋㅋㅋㅋ 따라서 이렇게 해봅시다.

    코퍼스 자료를 보세요.

    만약 학교에서 LDC (Linguistic Data Consortium)를 구독하고 있다면 금상첨화입니다. 반드시 학교 도서관에 물어봐서 LDC를 구독하고 있는지 알아보세요. 만약 그렇다면, 학교 도서관을 통해 LDC에 접근하셔서 많은 코퍼스자료를 확보하실 수 있습니다. 특히 나 CALLHOME corpus 추천합니다. LDC의 일부는 아니지만 Buckeye Corpus나 COCA (Corpus of Contemporary American English)도 좋습니다.

    혹은 교수님께서 언급하시는 다른 언어학 데이터베이스가 있으면 그것을 사용하세요.

    만에하나 '서울코퍼스'를 구하실 수 있으면 그것을 사용해서 한국어 분석을 하면 좋습니다.

    만약 모두 해당되지 않는다면, 트위터 트윗을 수집해보세요! (친절하게 안내된 트위터 수집 과정: rachelsdotcom.tistory.com/72 )

    페이스북의 KRSG, KRUG 등의 커뮤니티에도 물어보면 트윗을 수집하여 정리하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제가 음운론자라서 음운론 주제로 한정한다면, 미국 사람들은 트윗을 쓸 때 종종 방언형을 그대로 철자에 반영해서 씁니다. lickin' , f**kin' 등의 표현은 물론 -ed 형태소도 발음나는대로 적거나 생략하거나 하지요. 이를 이용해서, 트윗이 생성된 지역에 따라 그 트윗에 반영된 언어변화/방언변화가 묻어납니다. 그것을 이용한다면 사회언어학 선행연구의 주장 (예: 뉴욕영어와 LA영어의 차이 등등)을 검증할 수 있겠죠?

    차용어음운론에서, 한국인은 차용어의 ㅐㅔ를 혼동해서 씁니다. 두 음가가 사실상 같기 때문이지요. 예컨대 밴쿠버를 벤쿠버라고 쓴다거나 렌즈를 랜즈라고 쓴다거나 배드민턴을 베드민턴이라고 쓰기도 하지요. damage [dæmɪdʒ]는, 외래어표기법에 따른다면 /æ/를 'ㅐ'로 옮겨야 하므로, '대미지'라고 써야 맞지만 영 어색하고 '데미지'라고 더 많이 씁니다. 왜 그런걸까요? 여기에 음운환경이 영향을 줄까요? 트위터 수집을 통해 '규범에서 벗어난 비율'과 음운환경 등을 볼수 있습니다.

    유행어는 어떤가요? 요즘 많이 사용하는 유행어들이 사회언어학 교과서에서 배운 패턴을 따르는지 알아보려면 트위터를 보시면 됩니다! (이 정도 되면 트위터 만병통치약 설

     

    만약 이게 너무 힘들다면, '데이터에 적용하기'는 학부 논문 수준에서는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특정 주제에 대해 선행연구를 검토하고 거기에 자신의 의문점을 제시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모음에 대한 주제를 가지고 선행연구가 모두 미국영어를 대상으로만 이루어졌다면, "하지만 rhotic vowel을 쓰지 않는 호주영어나 영국영어 등의 방언에서도 이런지는 좀 생각해볼 문제임" 이라고 한마디 붙일 수 있겠죠.ㅋㅋㅋ 아마 본인이 대학원 진학한 다음 그 연구를 할 수도 있구요.

     

    긴 글이 되었습니다. 여전히 알쏭달쏭하고 감이 잡히지 않는다면, 비밀댓글을 남겨주세요. 보는대로 도움을 드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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