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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학으로 박사유학/언어학 박사 생활하기

밤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 랩

sleepy_wug 2024. 4. 27.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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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요약

밤산책을 하다가 불이 꺼지지 않은 건물을 보았습니다. 불현듯 불안해졌습니다.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마도 일하고있지 않는다는 자각이 불안감으로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목차

     

    1. 악몽

    지도교수님과 몇 년동안 지속적으로 미팅을 하고 같이 일을 하게되면, 일 말고도 사적인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됩니다. 제 지도교수님은 테뉴어를 받은지 몇년 되지 않으신 분이신데, 한번은 악몽을 꾼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꿈속에서 박사과정 시절로 돌아갔었는데, 꿈 속에서 너무 고통스러웠다고 합니다. 그래서 잠에서 깼는데, 순간 "아니 나 분명 졸업한 것 같은데 아니었나? 졸업한 게 꿈이었나?" 했었답니다. 

     

    상상을 돕기 위한 그림입니다. 사실과는 다릅니다.

     

    이론언어학은 순수학문으로 분류되고, 박사학위를 따는 게 만렙 찍는 것입니다. 박사학위를 따서 공식적으로 언어학자 타이틀을 얻고 나면 그 이후론 위계 없이 평등합니다. 언어학자들의 사회는 약간 길드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박사학위를 따고 언어학자가 되고나면 그 이후론 누가 더 우월하고 그런 게 없는 듯합니다. 그렇다보니 이론언어학은  박사과정을 깐깐하게 진행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보니 박사과정을 마치고 나서도 영원한 림보에 빠져있는듯한 악몽을 꾸는 게 일반적인가 봅니다. 일종의 PTSD 같습니다.

     

    2. 밤산책

    밤산책을 매일 하는데, 저녁밥을 먹고 하루를 마무리 짓는 느낌으로 학교 안 여기저기를 걸어다닙니다. 밤 9시쯤 되면 학교도 조용하고 좋습니다.

     

    밤산책

     

    학교 캠퍼스에는 언어학과의 별채라고 할까? 언어학과 랩실들만 입주한 1층짜리 건물이 있는데, 며칠 전에는 밤 산책을 하다가 그 앞을 지나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건물에 방 하나만 불이 켜져 있었습니다. 그 방이 어떤 랩인지 알기 때문인지 불 켜진 걸 깨달은 순간 깜짝 놀라고 불안감이 찾아왔습니다.

     

    아마도 그 불안감은 "나도 일을 하고 있어야 하는데", "due date이 오늘까지인 일들이 아직 남았는데" 하는 데에서 오는 것이었습니다. 더 나아가서 "저 랩은 밤 늦게까지 일하는데 나만 게으른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인 것 같기도 합니다. 후자는 코로나 당시 한창 사회적 화두가 되었던 FOMO (Fear of Missing Out)와 관련이 있는 듯합니다.

     

    생각해보면 박사과정을 한다는 것은 불안감을 이겨내는 과정의 연속인 것 같습니다. 사실 박사과정생들은 서로 잘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성적 같은 척도로 줄세우기가 되는 것도 아니고, 각자의 연구주제가 서로 다릅니다. 같은 랩에 있는 사람들도 각자의 할일을 독립적으로 할 뿐이지 서로 경쟁하며 일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비교를 '망상'하기 쉬운 듯합니다. 차라리 수치화된 성적이 나오면 나을텐데 그렇지 않으니 나만 망해가고 있고 다른 모든 이들은 잘나가는 듯합니다. 저 뿐만 아니라 많은 박사과정생들이 이런 불안감 속에 살아간다고 합니다. 또한 모든 박사과정생이 임포스터 신드롬(Imposter Syndrome)을 한번씩은 경험합니다.

     

     

    3. 결론: 정말로 이또한 지나갈까?

    어떠한 고통이라도, 어떠한 즐거움이라도 그저 지나갈 뿐이라고 합디다. 그러니 집착하거나 미련을 두지 않는 게 행복을 위한 방향이라고도 들었습니다.

     

    얼마전에 알았는데 심지어 "이또한 지나가리" 노래도 있더라고요.ㅋㅋㅋ 뉴진스님 이야기가 나온김에, 야옹스님은 진짜로 있는 정식 스님인 것을 아시나요? [관련 글 링크][각주:1]

     

     

     

     

    그러나 정말로 견디고 기다리다보면 그 끝 어디선가 내게 허락된 안정감이 찾아올까요? 불안함이 없어질까요?

     

    박사과정을 오래동안 하다보면 졸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들, 특히 포닥을 많이 접합니다. 그런데 포닥들은 우리보다 더 불안한 환경인 게 사실입니다. 적어도 과정생들은 정해진 작업공간(라운지)이 있고, 마음껏 활용할 수 있습니다만 포닥들은 그마저도 없습니다. 어떤 분은 일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서 주차장의 본인 차 안에서 논문 읽고 수업 준비하시던 분도 있었습니다. 

     

    테뉴어 받기 전의 교수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글의 앞에서 언급된 지도교수님의 악몽처럼, 아마도 테뉴어를 받아도 크게 다르지 않을지 모릅니다.

     

    아마 불안하려면 평생 불안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 시대에 불안하지 않은 사람은 또 누구일까 생각해보면, 겸손해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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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음주운전만 아니었으면 알렉스님 도 있었을 듯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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