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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아래의 글을 봤는데, 이것만큼 '왜 갑자기 분위기 언어학임???' 스러운 순간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출처: https://blog.naver.com/mjpark2005/223015195767
아마도 사랑에 관한 멋진 시인 것 같은데, 마지막 연에서 갑자기 잠이 번뜩 깼습니다. (이용자명 sleepy_wug에서 눈치 채셨겠지만, 저의 기본상태는 sleepy입니닼ㅋㅋㅋ)
"나는 너의 최소 대립쌍이 되고싶다 / 우리 둘 사이에 단 하나의 소리만 허락하고 싶다"라니요!
설레다니 민망하네요. '하나의 소리만 다른 두 형태'라는 음운론적 최소대립쌍 개념을 모르면 설레지 못할텐데.
하지만! 낭만적인 건 낭만적인 것이고, 몇 가지 생각이 잇달아서 포스팅을 팠습니다.
첫째, 최소 대립쌍이 아니더라도 하나의 소리(phone)만 다른 두 형태가 있습니다. 자유변이(free variation) 관계에 있는 소리를 가질 경우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서 한국어에서 어두 ㅎ의 실현은 원순모음 앞에서 [h]와 [ɸʷ] 사이의 자유변이를 보일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단어를 들자면, [hubo]와 [ɸʷubo]는 단 하나의 소리만 다른데 이는 의미차이를 유발하지 않으므로 (둘 다 동일한 단어 '후보'의 발음입니다) 최소대립쌍이 아닙니다. ('낭만'을 깨버리는 걸 보니 언어학은 사실 '문과'는 아니라는 사실이 명확하네요ㅋㅋㅋ)
둘째, 낯-낮-낟-낫 은 최소대립쌍인가요? 모두 [낟]으로 발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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