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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학으로 박사유학/언어학 박사 생활하기

영미권 언어학 학부생들 수업 속어

sleepy_wug 2023. 9. 10.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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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요약

저는 한국에서 공부하다가 와서 대학 교육과 관련된 학교 내부 표현 (속어) 를 잘 몰랐습니다. 속어는 귀랑 입에 착 달라붙는 특징이 있는지, 막상 가르치면서 부딪치다보니 금방 익숙해졌습니다. 

 

이 글에서는 제가 몰랐던 표현들을 생각나는 대로 소개합니다. 소개하는 표현의 목록이 아래 있습니다. 그냥 흥미위주로 읽어주세요.

 

  • rubric: 채점기준
  • grading/marking: 채점
  • flag: 너무 잘했거나 이상하거나 답안을 따로 표시하는 것. (문자적으로 "압권")
  • roster: 출석부 (학생들한테 쓴 적은 없고 teaching team 내부에서만 사용함)
  • colour coding: 채점이나 코멘트 적을 때 색깔에 따라 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것
  • GPA booster: 학점 아주 쉽게 딸 수 있는 과목
  • back-to-back: '줄지어서.' 연강이나 혹은 연속으로 스케줄이 잡혀있을 때 잘 써요.

 

목차

     

     

    1. A rubric

    대형 강의를 진행할 경우 TA(Teaching Assistants)들 여러명이서 채점을 맡게 됩니다. 300명짜리 강의면 대략 6명의 TA들이이 붙게 됩니다. 그런데 시험문제가 객관식만 있는 것도 아니고 (애초에 객관식이면 사람이 채점할 필요가 없음) 다른 사람들이 채점을 할 때 서로 편차가 심하면 안되겠죠? 그렇다면 누가 채점하느냐에 따라 점수 차이가 클 테니까요.

     

    그래서 보통 채점 기준을 마련하는데 이를 rubric이라고 부릅니다. 보통 시험문제를 낼 때 rubric도 같이 정하는데, 강의자가 누구냐에 따라 rubric 정하는 방법도 천차만별입니다. 어떤 사람은 답안에 들어가야 하는 필수요소를 정해놓기도 하고, "일단 채점부터 시작..." 한다음 각 TA가 한 3명정도씩 채점한 다음 회의를 통해 어떤 부분에서 점수를 깔지 결정하기도 합니다.

     

    근데 혼란스럽게도, 기말고사볼 때 시험지에 적혀있는 '지시사항'을 rubric이라고 부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채점기준을 따로 scoring rubric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둘다 뭔가 시험 답안 그 자체랑은 무관하게 답안을 '규정' 한다는 측면에서 유사한 용법인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니 살면서 A+를 받아본 적이 별로 없네

     

    2. Grading / Marking

    채점의 기준이 rubric인데 채점은 뭐라고 할까요? 저는 처음에 왠지모르게 marking을 채점을 의미하는 단어로 써왔는데 (이유 모름) 사실 grading이 더 흔히 쓰인다는 걸 주변을 보면서 익혔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marking이라고 하면 왠지 flagging과 동의어로 쓰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채점을 하는 게 아니라 학생들 답안에 뭔가 "표시"를 해놓는다. 이런 느낌이랄까요? Flagging은 바로 아래 단락에 설명되어 있습니다.

     

    2.5 Letter grade

    Grade는 말그대로 점수를 말하는데, A, B, C, D, F 같은 문자 점수는 letter grade라고 부릅니다. 과목에 따라서 아주 rubric이 세세한 경우는 막 -0.5점씩 까고 난 다음 최종 숫자 점수를 환산표를 이용하여 letter grade로 환산하여 입력하기도 합니다.

     

    한국의 경우 제가 나온 학교는 학생들이 + 달리지 않은 A, B, C 등을 받으면 교수를 찾아가서 +를 달아달라고, 그래서 A+, B+, C+를 만들어달라고 상담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그런 일이 잘 없습니다. 그냥 환산표에 따라 환산하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A+는 "reserved되었다"라고 수업계획서(syllabus)에 대문짝만하게 써놓습니다. 무슨 뜻이냐 하면, A+는 아주 놀랍고 뛰어난 답변을 했을 경우 (go above and beyond) 에만 주는 것으로 못박아놓았다는 뜻입니다. 한 학기에 1명 혹은 2명 정도만 A+를 받습니다.

     

    사실 언어학의 경우는 시험문제에 답할 때 형식이 어느정도 정해져 있습니다. 길게 쓰면 왠만하면 점수 깎여요. 특히 음운론은 답안에 필요없는 말 쓰면 TA들이 싫어합니다. 😂  Go above and beyond하는 답변은 엄청 많은 내용을 쓰는 것이 아니라, 출제자조차 놓쳤던 지점을 파악하거나 아니면 기발한 가능성을 제시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3. Flagging

    Flagging은 말 그대로 깃발을 꽂아놓는다는 의미인데, 나중에 다시보려고 혹은 teaching team의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읽어보려고 표시를 해놓는다는 의미입니다. 대체로 답안이 너무 이상하다거나, 두 학생의 과제 제출본이 너무 유사할 경우 (특히 오답의 양상이 너무 유사할 경우) flagging한 다음 다른 사람들과 공유합니다. 필요하면 후속조치를 하기도 합니다.

     

     

    4. Roster

    학생 이름이 나와있는 출석부를 roster라고 합니다. 이곳에서는 roster에 개인정보가 가득하기 때문에 인쇄하지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전에는 뭐 사진까지 박힌 roster 인쇄해서 수업 들어가고 그랬었지요 (옛날 옛적 같네요). 

     

    Roster는 teaching team 내부에서만 속어적으로 사용하지, 실제로 학생들에게 roster 이야기를 꺼낸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출석부나 학생명단을 이야기할 때는 class list, student list 등이 올바른 표현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알기로 roster는 야구 속어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출전선수명단을 roster라고 불렀는데, 북미는 워낙에 야구를 좋아하니까 다양한 분야에서 '명단'을 의미하는 뜻으로 roster를 쓰게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표현 중에서 또 야구에서 유래한 표현이 있습니다. 즉석에서, 당장 이런 뜻으로 쓰는 표현으로 right off the bat 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당장 답이 생각 안나는 질문을 많이 많이 받는데 그럴 때 "지금 당장은 모르겠다 can't think of one right off the bat." 이라고 씁니다.

     

     

    5. Colour coding

    "뜻 있는 색"을 colour code라고 부릅니다. 아주 쉬운 예로 신호등이 colour code의 대표적인 예가 될 것입니다. 초록불에서는 건너고 빨간불에서는 서시오. 이것이 colour coding입니다. 

     

    공사장 헬멧도 colour-coded 되어있습니다!

     

    채점하는 맥락에서도 colour coding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채점할 때 간단히 코멘트를 달아주는데, 빨간색 노란색 그리고 초록색을 많이 씁니다. 검정색 코멘트 달 수도 있습니다. 이 때 각각의 색깔을 다른 의미로 쓴다면 colour coded 되었다고 합니다. 사람에 따라서 다르지만, 제 경우는 색깔을 이렇게 씁니다. 감점요인의 경우 빨간색으로 코멘트를 달아주고, 감점요인은 아니지만 경고의 의미에서 노란색으로 코멘트를 달기도 하고, 정말 기발한 생각이면 잘했다고 초록색으로 코멘트 해줍니다. 초록색 코멘트는 대체로 추가점수를 줄 때 씁니다.

     

     

    6. GPA Booster

    GPA는 grade point average의 약자로서, 학기의 성적 평균인 "평점"을 말합니다. GPA booster는 이 평점을 끌어올려주는 과목을 말하는데, 한국에서 말하는 "학점 잘주는 과목"입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암암리에 GPA booster 과목들에 대한 정보가 돌아다니고 있고, 이 사실을 교수들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이곳의 학생들은 reddit의 학생 커뮤니티나 비공개 discord 서버를 이용해서 이런 정보를 공유합니다. 옛날 옛적에는 ratemyprofessor 같은 사이트도 썼었는데 말이죠. 요즘엔 안 쓰나봅니다.

     

     

    7. Back-to-back

    등을 서로 맞대고 있는 이미지를 생각해보세요. 그것이 back-to-back의 의미입니다.😂 주로, 이 수업 끝나고 곧장 다른 수업이 있다거나, 이 미팅 끝나고 바로 뒤에 다른 미팅이 잡혀있다거나 할 때 back-to-back이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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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작년에 오랜만에 한국에 가서 엄청 감동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초청강연을 했었는데, 질의문답을 하다가 정해진 수업시간에서 5분 정도 더 시간을 썼었습니다. 그런데도 학생들이 자리를 뜨지 않고, 자리를 뜨면서도 "죄송스럽게 조용히" 강의실을 나갔다는 점이 너무 감동적이었습니다.

     

    그게 감동이었던 이유는, 여기서는 그렇지 않기 때문입니다. 강의시간은 정해진 약속이기 때문에, 딱 50분, 80분 되면 바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나갑니다. 시간을 오버하는 것은 '덤'이지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자리를 지키고 있을 필요도 없고 자리에서 일어나도 죄송스러울 이유가 없습니다. 이것이 충분히 이해가 가는게, 많은 경우 강의가 back-to-back으로 잡혀있기 때문에 10분동안 빨리빨리 이동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8. 그리고 결론

    결론..... 은 없습니다. 이렇게 나열해놓고 보니 정말 두서없는 이야기가 되어버렸네요. 제가 한국에서 석사까지 했던 촌놈이라 낯설었던 것이고 '뭐 이런게 신기할까' 할 수도 있겠지만, 아무쪼록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의 대학교에서는 어떻게 채점하고 어떻게 학부 학생들이 생활하는지 분위기라도 전달했다면 아주 기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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