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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nk you에 어떻게 대답하지? 세대별 차이

sleepy_wug 2023. 1. 31.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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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요약

영어에서 Thank you에 대해 대답하는 방법이 세대별로 다르다. 나보다 윗세대인 Boomers나 Gen Xers은 "You're welcome"을 선호하고, 나를 포함한 Millenials는 "No problem"이라고 한다. 나보다 어린 Gen Z (zoomers)에서는 "Of course"를 널리 쓰는 것 같다.

 

Thank you에 대한 대답:

  • Boomer to Gen X (1980년 이전 출생자): "You are welcome!"
  • Millenials (1981년 - 1996년 출생자): "No problem!" / "That's OK!"
  • Gen Z (1997년 - 2012년 출생자): "Of course!"

 

더 흥미로운 것은 다른 세대의 표현이 '무례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것은 사회언어학적으로 매우 흥미로운 현상이다.

 

Thank you에는 뭐라고 답할까?

 

목차

     

     

    1. 사회언어학: 언어와 정체성

    사회언어학은 정체성이 언어 다양성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분과이다. 사회언어학에서 보는 대표적인 요인으로 '지역,' '성별,' '나이' 이렇게 세 가지가 있다.

     

    우선 '성별'의 경우를 살펴보자. 노파심에 덧붙이지만 성별은 생물학적 성을 말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자아정체성으로서의 성(gender)를 말하는 것이다. 우선 가장 비근한 예로 일본어에서 1인칭 대명사 '나'를 어떻게 부르냐 하는 데이터가 있다. あたし (atashi)는 여성이 스스로를 지칭할 때 사용하는 표현인 반면[각주:1] 俺 (ore) 나 僕 (boku)는 남성이 사용한다.

     

    유사하게 오늘날 한국어에서는 2인칭 (대화상대방을 지칭하는 말)의 사용에 있어서 성별 차이가 분명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남성은 여성 대화상대방을 지칭하면서 '기집애', '이 년'과 같은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 참고로 중세한국어에서 '계집'은 '사내'에 대응되는 표현으로서 원래 비칭이 아니었다.[각주:2] 참고할만한 논문으로 조남민 (2010)[각주:3]이 있다. 또한 "어머머" 라든가 "별꼴이야" 등 여성의 정체성을 가진 화자가 주로 사용하는 표현들이 있다. 또한 "소녀소녀"라든가 "몰라몰라" 등 중첩어를 많이 사용한다. 

     

    '지역'과 '나이' 요인 역시 마찬가지로 하나의 언어 내에서 나타나는 다양성을 기술한다. '지역' 요인은 방언을 말하는 것으로, 어느 지역 출신이냐에 따라 (소통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언어의 양상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나이'는 출생연도에 따라 언어사용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을 말하는데, 언어변화의 과정을 포착하기 때문에 이론언어학자들도 관심이 많다. 나는 음운론자가 되어가지고, '나이'에 따른 한국어의 언어변화 하면 평음-격음의 VOT사용 차이가 제일 먼저 생각난다. 한국어에서는 나이가 많을수록 평음과 격음을 VOT로 구분하고 나이가 어릴수록 평음과 격음을 pitch로 구분한다. Silva (2006)[각주:4] 이후로 굉장히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다. 아마 한국어에서 세대별 음성음운론적 차이에 관해 가장 깊게 연구된 주제가 아닐까한다. 이에 대해서는 글을 따로 써야 할 듯.

     

     

    2. 어떤 말은 의미가 없다: 화용적 기능만 하는 표현들

    한국어에 '빈말'이라는 표현이 있다. 고려대 한국어 대사전에 따르면 빈말은 "실질적인 뜻을 담지 않고 그냥 해 본 말"을 말한다. 빈말은 다분히 부정적인 뉘앙스를 가지지만, 언어를 이용한 소통을 위해서 우리는 빈말을 참 많이 한다.

     

    "안녕하세요?" 는 상대방의 안녕(아무 탈이 없음)이 궁금해서 물어보는 말이 아니고 그냥 인삿말이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역시 도움이 필요한 부분을 조사해 가기 위한 말이 아니라, 그냥 도와드리겠다는 뜻의 빈말이다. 즉 '안부전하기', '도와줄 의사 표현하기' 등 화용적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빈칸에 아무 말이나 빈말을 집어넣는 것이다. 여전히 감이 안 온다면, 영어로 문자적으로 번역할 때 어색한 이유를 생각해보자. 안녕하세요?를 문자 그대로 Are you in peace? 라고 번역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를 What do you need help with? 라고 번역하는 것도 부자연스럽다.

     

    영어의 'Thank you,' 한국어의 '감사합니다'에 대답하는 표현 역시 마찬가지다. 말하자면 대화의 맥락에서 그냥 "적당하고 무의미한" 빈말을 넣는 것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Kaplan (2004)[각주:5]이 말한 expressive와 궤를 같이 하는 듯하다. 

     

    대화자A: Thank you. | 감사합니다.
    대화자B: [빈칸]

     

    [빈칸]에는 "감사합니다에 대답하기"라는 기능을 수행하는 아무말이나 들어간다. 정말 아무말이나 들어간다! 심지어 한국어 교재에서도 고맙습니다에 "아니오", "아니에요", "천만에요", "별말씀을다하네요"로 대답한다.  

     

    "고맙습니다"에는 어떻게 대답해야 하나?

     

    "별말씀을다하네요"는 너무 어색하다. 나는 개인적으로 "넹" 혹은 "넵"을 선호한다. "그래요"도 가끔 쓰는 듯하다.

     

    영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You are welcome," "Anytime," "Don't mention it," "Not at all" 등등이 90년대 한국에서 영어를 배운 사람들이 교과서에서 봤을 표현이고, 실제로 내 주위에서는 "No problem," "Sure thing," "Of course"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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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나이에 따라 다른 대답

    바로 이 순간 사회언어학이 끼어든다. 특히 연령대에 따라 Thank you에 대한 대답인 [빈칸]에 뭘 집어넣는지가 달라지는 것이다.

     

    나와 미팅하는 교수님들은 X세대 (Gen Xer)에 해당하고 나이가 60년대 후반에서 70년대 초반 생이다. 그 사람들은 늘 "You're welcome"이다. 

    "Thank you!"
    "You're welcome!"

     

    나는 밀레니얼 세대 (Millenials)에 해당한다. 내 주위에서는 서로서로 "No problem" "That's OK" 라고 한다. (다른분 블로그에서도 "캐나다에 오니 [No problem]을 무진장 쓰더군요"라고 함.)

    "Thanks, man!"
    "No problem!"

     

    내가 가르치는 친구들은 2000년대 초반 출생자들이다. Gen Z다! 그런데 이 친구들은 모두 "Of course" 라고 하더라.

    "Thanks!"
    "Of course!"

     

     

    4. 왜 무례하게 느껴지지?

    한국어에서 이름 뒤에 붙이는 -씨, -님, -분 ... 에 대한 글(링크)을 쓴 적이 있다. 거기서 나는 "-씨"의 사용이 무례하게 느껴져서 그것을 "-님"으로 대체한 것 같다고 썼다. 나에게는 Thank you의 대답 또한 마찬가지다.

     

    우리 세대(Millenials)에게 You're welcome은 무례하게 느껴진다. 왜냐면 "너의 감사를 내가 수용하겠노라" 라는 고압적 뉘앙스가 느껴져서 무례한 것 같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세대의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HuffPost 기사) 그래서 대신 사용할 수 있는 표현이 바로 "No problem"이 아닐까한다.

     

    그런데, 오히려 나의 이전 세대들에게는 "No problem"이 무례하게 느껴지나보다. (요즘것들은!! 엣헴!!) 어떤 boomer는 Thank you 에 "No problem!"이라고 대답하는 것을 "moronic response"(덜떨어진 대답)라고 부르기도 했다. 나는 그 세대에 속해본 적이 없으니, 이게 왜 무례하게 들리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그런데 에티켓 가이드여성잡지 Marie Claire 등을 보면 뭐 각종 이유가 있긴 한가보다.

     

    No problem은 고마워하는 사람한테 "에이 그거 별일아니니까 너무 신경쓰지 마" 라는 뉘앙스로 대답하는 건데 그게 뭐가 문제일까? (본격적으로 자기 세대 옹호하는 발언ㅋㅋㅋ)

     

    그런데 생각해보면 나 역시 후속세대 (Gen Z)가 사용하는 "Of course!" 라는 대답이 무척 거슬린다. Thank you에 "Of course!"라고 대답하는 건 마치 "네가 당연히 감사해야 해!"라고 대답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물론, 그 뜻이 아니라 "내가 당연히 할 일을 한거야" 라는 뜻이란 걸 잘 안다.

     

     

    5. 단순히 세대차이일 뿐?

    앞서 사회언어학을 소개하면서, '사회언어학은 정체성이 언어현상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분과'라고 하였다. 세대 역시 정체성이다. 즉, 스스로를 어떤 세대에 속하는지에 따라 언어 사용을 달리하는 것일 따름이다. 

     

    Thank you에 어떤 대답을 사용하는지는 뭐 논리적이고 타당한 근거가 있어서가 아니라, 마치 일본 여성이 atashi를 사용하고, 한국 여성 끼리 서로를 "기집애"라고 부르는 것처럼 그냥 스스로 어떤 사회집단에 소속되어있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일 따름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GrxRWm5hRoE

    우리 밀레니얼이 이제는 틀딱이라니

     

     

    그리고 생각해보면 세대 간 서로 무례하게 느끼는 부분은 단순히 언어 표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수업시간 학생들의 '자세' 혹은 '태도'에 있어서도 그러하다.

     

    한국에서 좀 이해가 가지 않았던 부분 중에 하나는 대학교 수업시간에 껌을 씹거나 모자를 써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특히 boomer 세대 교수들은 수업시간에 껌을 씹거나 모자를 쓰는 것을 "예의 없다"고 말하며 금지했다. 물론, X세대가 대부분인 지금의 강단에서는 뭐 껌을 씹거나 모자를 쓰거나 그닥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인 것 같다. (물론 수업중 식사를 하는 건 시끄럽거나 냄새가 나는 것이 타인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에 대부분 금지겠지만)

     

    마찬가지로 나는 내가 수업을 할 때 Gen Z 애들이 에어팟을 귀에 꼽고 있는 것이 조금 "예의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에어팟 빼라'는 식으로 말한 적은 결코 없다. 그냥 조금 거슬리는 정도? 논리적으로 생각하자면, 어짜피 수업시간에 참여 잘하고 대화가 잘 된다면 귀에 에어팟을 껴건 보청기를 껴건 아무 상관이 없다. 또한 괜히 에어팟 뺐다가 한 쪽 잃어버리는 것보다는 계속 끼고 있는 편이 낫다. 

     

    반대로 내가 수업을 하는데 에어팟을 껸 채로 한다면 학생들은 쿨하게 넘어갈까? 이건 나로서는 답을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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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일본어 화자 친구가 "아타시"는 젊은 여성 중에서도 여걸, 깡패같은 느낌이라고 알려주었습니다. [본문으로]
    2. 이와 같이 한국어에서 여성 비칭의 사용은 북미영어에서의 n-word의 사용과 유사한 양상을 띄는 것 같다. 나는 사회언어학자가 아니라 확실히 모르겠지만 누가 연구좀 해줬으면 좋겠다. [본문으로]
    3. 조남민. 2010. 여성어의 변화에 관한 연구. 한민족문화연구, 33, 143-181. [본문으로]
    4. Silva, David. 2006. Acoustic evidence for the emergence of tonal contrast in contemporary Korean. Phonology 23. 287-308. [본문으로]
    5. Kaplan, David. (2004). The Meaning of ‘Ouch’ and ‘Oops’. UCLA, ms.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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