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수능 국어영역 11번 - 15번 언어학 문제 풀어보기

재미로 하는 포스팅입니다.

 

저는 고등학생때 + 재수할 때, 상경계열을 지망했던 사람이기 때문에, 국어영역(당시 언어영역) 가운데 '문법'에 해당하는 부분을 언어학적으로 접근하려고 한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기구한 운명에 휩쓸려 언어학과에 오게 되었네요. 자세한 이야기는 여기 참조.)

 

그때나 지금이나 수능 1교시 국어(언어) 영역의 '문법' 파트 기조는, "언어학적인 사전지식을 요구하지 않고 독해능력이 있으면 풀수있도록 한다"라고 합니다. 즉, 언어학 (국어학) 적인 지식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글을 읽고 그것을 적용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부분에 가깝지요.

 

2019년 대학수학능력시험 (18년 11월 실시)에서는 국어영역의 11번 - 15번이 언어학 (국어학)에 해당합니다. 이 문제들을, 지금 언어학을 몇 년동안 공부하고 있는 입장에서 한 번 풀어봤습니다.

 

흥미로 올리고 있지만, 혹시라도 틀리면 너무 쪽팔리게 되는 것이라 조금 두렵네요.

 

 

 

11번.

 

 

 

언어학에서는 흔히 모음삼각도를 상정하고, phoneme이라는 용어에 대해서도 '음소'라고 번역을 하는데, 국어학 내지는 국어교육학에서는 음소 대신 음운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나보군요. (상이한 용어 문제에 대한 포스팅을 했습니다)

 

답은 3번입니다.

 

 

 

12번.

 

 

"윗글"에 해당하는 것은 꽤나 긴 글이라, ㄱ, ㄴ, ㄷ이 어떤 예시인지만 참고했습니다. 간단히 말해서 한국어 복합어에서 단음절어 말음(coda) ㄹ과 형태소경계가 어떻게 처리되는지 3가지 패턴을 보여주는 대한 데이터입니다. 

 

발가락은 [발까락]으로 발음되고, 이것은 형태소 경계로 인해 경음화가 되는 것입니다. 경음화를 유발하는 형태소경계는 현대한국어 표준표기법에서는 사이시옷으로 적도록 되어있고, 받침이 있는 경우 사이시옷은 적지 않습니다. 형태소 경계에 따른 Tensification이라고 불립니다.

 

소나무는 솔+나무 에서 첫 명사의 ㄹ이 탈락한 경우입니다. 아드님(<아들+님), 부삽(<불+삽)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음소가 제거된elision 것입니다. 

 

이튿날은 이틀+날인데 ㄹ이 ㄷ으로 교체substitution된 것입니다. 사실 여기서 ㄷ은 중세한국어 관형격조사 ㅅ을 오표기한 게 고착된 것입니다. 참고로 숟가락도 이에 해당합니다. 과거에는 뭇사람 (무리+사람) 처럼 형태소 경계를 ㅅ으로 표기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다만 숟가락, 이튿날 같은 어휘들은 더 이상 합성어로 이해되지 않고 (즉, 술+가락, 이틀+날 로의 parsing이 더이상 이루어지지 않음) 공시적으로는 단일어로 보고 ㄷ 받침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보기 예시 중에서 T-E-S 순으로 정리한 것은 2번입니다.

 

낟알의 경우, 형태소경계를 표시하는 음소적 삽입/교체가 없네요. 

 

 

 

 

 

13번.

 

 

 

 

 

"왜 숟가락은 받침이 ㄷ인데 젓가락은 받침이 ㅅ이냐"라는 질문은 번지점프를하다 라는 영화에서 이은주가 던지는 질문이었습니다. 영화에 나오는 국문과 이병헌의 답변은 숟가락은 퍽 퍽 퍼먹는 모습이라 ㄷ을 쓰고 젓가락는 ㅅ 모양으로 사용하므로 ㅅ을 쓴다, 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저는 통시국어학을 공부해본 적이 없어서 숤가락 > 숟가락 이라는 것을 몰랐네요. 수능지문 보면서 배워갑니다.ㅎㅎ

 

 

 

 

14번.

 

 

 

쉬운 문제네요. 주어, 목적어, 문장성분 정도의 기본 용어들은 알고 있을 것을 요구하는 것 같습니다. 안긴문장 안은문장도요.. 사실 여기서 말하는 안긴문장이 embedded clause를 의미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c. 문장의 소위 안긴문장 [반짝이는 별]은 사실 관계절로 보이거든요. 

 

술어가 요구하는 논항의 개수는 valency라고 합니다. a.의 삼다는 3 place predicate입니다. 나머지 보기들은 그냥 시시하고... 

 

c.문장의 경우

 

...[[별 반짝이] 별]을... 로 분석됩니다.

 

https://linguisting.tistory.com/2 에서 소개한 수형도 그리는 방식으로 수형도를 그리면

 

이렇게 되겠지요. Spec-TP 의 "별"은 반짝이다의 주어이지만, relativization 되어 gap이 됩니다.

 

 

 

 

 

15번.

 

 

이건 그냥 눈치로 풀라는 거 같은데요? 너무 쉽게 답이 보여서 혹시라도 제가 함정에 빠진 게 아닌지 좀 걱정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