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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학 기타등등

조언 듣지 마세요

sleepy_wug 2025. 1. 22.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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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instagram.com/reel/DCRUDUPAVnP/?igsh=eXRlN3IxaXlwOHk0

제가 [대학교] 1학년 때 지도교수님이 [...] 제가 철학과에 가고 싶다고 하니까
"요즘 유의미한 철학은 과학 철학밖에 없어"
그러는 거에요.
"너도 앞으로 먹고살려면 과학 철학해야 돼"
그냥 되게 쉽게 이렇게 말을 하는 거예요.

근데 그때도 저는 듣고 되게 의아했어요.
"그럼 지금 이 철학과에 존재하는 다른 교수님들은 다 뭐하고 있는 거지?
다른 분야 교수님들은? 다 뭔가 유의미하니까 하고 있을 텐데."

그 교수님 본인이 철학에 대해서 그렇게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냥 철학과 간다고 하는 새파란 스무살 학생한테 그런 식으로 본인의 되게 좁은 시야로 조언을 한 거에요.

근데 저는 이런 경우가 되게 많다 생각하거든요.
어른이라고 해서 다 시야가 넓은 건 아니잖아요. 다 지혜로운 것도 아니고.
서울대 교수라고 해서 다 지혜로운 것도 아니고 그러니까.
이런 것 진짜 조심해야 되는 거 같아요.

나의 이십대 중반을 돌아보면 조언을 참 많이 구하고 다녔던 것같다.

한번은 소설가 황석영 선생님께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거냐고 물었던 적이 있었다. 우리는 낙담하고 좌절하고 포기한 88만원 세대인데 무엇이라도 의미가 있는 것이냐고. 비오는 날 광화문이었는데 우산이 없으셔서 에디터 차까지 우산을 같이 쓰고 가던 길이었다.

이것저것 많이 말씀해주셨지만 대체로 내 '실용적' 질문과는 동떨어져 있었다. 다만, "그걸 내가 어떻게 아냐. 나도 잘 몰라!" 그리고 "늙은사람 조언 듣지 말아라." 이 두가지를 꼭 새겨들으라고 두 번씩 말씀하셨다.

 



다른사람의 말을 듣고 그 말대로 따르려고 했던 건, 자신이 없어서가 우선이요 내심 책임을 지기 싫었던 게 둘째였던 것같다. (자기 인생인데도 내가 책임지고 싶지 않고 누가 정해주길 바랐었다. 부끄럽지만.)

그때보다 조금 더 나이가 들고 보니, 어른들도 모르고 고민하고 깜깜한 가운데 더듬더듬 살아갈 뿐이다. 내가 전부 아니까, 해봐서 아는데, 그니까 넌 내말대로 해, 이것만큼 오만한 게 있을까?

물론 타인의 경험에 대해 듣는 건 매우 중요하다. 나이가 많건 적건 타인의 경험은 소중하다. 하지만 스스로 생각을 하고 그걸 소화하는 게 중요한 것같다.

 

 

아무도 구하지 않았지만 내가 억지로 조언을 하나 한다면 "내가 판단하고 선택하여 잘못되는 것이, 다른사람 말을 맹종해서 잘 되는 것보다 낫다." 

 

물론, 조언 듣지 마세요. (이 조언 포함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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