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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학에 기반한 음운론에서의 개론수업은

sleepy_wug 2025. 10. 3. 23:56

0. 요약 

음성학에 기반한 음운론(Phonetically-based phonology) 경향으로 커리큘럼을 구성한다면 2학년 '음운론 개론' 수업은 음성학을 더 많이 다루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학생들은 대체로 음성학을 어려워하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목차

     

    1. 음성학을 더 많이 다루자

    이번학기에는 Zsiga 교과서[각주:1] 쓰는 개론 수업 조교를 맡게 되었는데, 음성학에 기반한 음운론을 하도록 만드는 기반작업이 진짜 엄청나다. 사실 과목명이 애초에 '음성음운론 개론'이었으나 '음성학' 부분에 대한 비중이 여태까진 떨어졌던 게 사실이다. 이 개론 수업에서 동일 위상을 가져야 할 음성학이 상대적으로 천대받아왔다는 걸 전혀 몰랐었는데, 이번학기 조교를 하면서 깨닫고 있다. 아예 처음부터 강의하는 교수님이 음성학에 기반한 음운론 연구자인데, '이 과목은 음운론의 prerequisite이기도 하지만 음성학의 prerequisite이다. 이번 학기는 이걸 분명히 한다'고 못을 박아버렸다.

     

    3학년 음운론 과목에서는 자질론, 음운론적관계, 음운규칙서술법 정도를 개론과목에서 다 배우고 온 것을 전제하고 그 위에 이론을 쌓는다. 그런데 3학년 음성학 과목에서는 마치 '음성음운론개론'이 존재하지 않은 양 아예 기초부터 가르친다. 이건 문제가 있다..... 이런 요지였다. 

     

    아예 조교임용도 음성학 전공자들로 채웠다. 나는 반쪽짜리 조교로 유일한 음운론 연구자다.

     

    2. 학생들에게는 음성학이 어려운 듯

    이 과목에 들어오는 수강생들은 아무래도 수강신청 전에는 과목의 평판(?)을 듣고 들어오게 마련이라, 이정도의 음성학적 디테일은 예상하지 못한 듯하다. 그래서 첫 조음음성학 과제의 퀄리티가 진짜 개판이다. 조음음성학 기초에서는 말소리를 크게 4개 차원으로 분석한다. airstream mechanism, oro-nasal process, place of articulation, manner of articulation 이렇게 4개 차원이다. 각각이 다소 독립적으로 작동한다(고 전제한다). 그래서 말소리들이 주어졌을 때 4가지를 각각 기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airstream은 날숨 폐소리(pumonic egressive)가 있는가하면 들숨 폐소리(pulmonic ingressive)도 있다.[한국어 예시] 횡경막을 조작하여 둘중 하나를 실현한다. glottalic 같이 폐소리 아닌(non-pulmonic) 소리들도 있다. 한편, 연구개를 조작하면 공기를 비강(콧구멍)으로 보낼 건지 안보낼건지를 결정할 수 있다. 이게 oro-nasal process다. place/manner는 성문 위(supraglottic)에서 active articulator와 passive articulator를 어떻게 조작하는지를 기술하는데, 비교적 운용이 자유로운 혀나 입술이 active articulator이고 가만히 있어서 접촉/접근 당하는(?) 입천장(경구개 연구개)이나 이빨이 passive articulator다. 

     

    그런데 많은 학생들이 성대가 진동했다 안했다 이렇게 서술한다. 마치 자연현상인양. 실상은 '주체적으로 성대를 조작하여' 긴장상태를 만들고 공기를 통과시켜 진동 시키거나 공기가 나가는 길을 넓혀 진동 안시키거나 하는데 말이다. 조음음성학의 분석대상이 되는 것들은 사람이 조작하는 것들이다. 무슨 심장박동이나 동공확대 같은걸 사용해서 소통하는 언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혓바닥의 위치를 조작한다는 건 직관적으로 이해하는데, velar port를 열고 닫는다든지 이런 조작을 한다는 건 이해를 잘 못하는 듯하다.

     

    그러나 사실 음운론이라고 뭐 다를까싶다. 4주차, 5주차 들어가서 자질 다루면 그게 아마 더 어렵겠짘ㅋㅋㅋ

     

    덕분에 학생들이 우수수 드롭하고 있다. 조교 입장에선 환영할 일.ㅋㅋㅋ

     

    3. 결국은 내가 뭘 가르치고 싶은가

    궁극적인 고민은 "나는 음운론개론 수업을 어떻게 가르치고 싶은가"인 것같다. 음성학에 기반한 음운론 커리큘럼도 접해봤고, 아주 정반대로 성조나 운율부터 시작하는 거시 → 미시 커리큘럼도 접해봤다.

     

    나 자체가 음성학자도 음성음운론자도 아니기 때문인지 Zsiga는 신기하긴 하지만 매력적이지 않다. 이걸 참 설명하기 어려운데, 약간 이런거다. 교육 유튜브 보면 뭔가 신기방기한 역사라든가 기계의 작동이라든가 자연과학이라던가 그런거 막 설명이 나오는데, 영상 끝나고나면 남는 게 없다. 나에겐 Zsiga가 그런 느낌이다. 뭔가 다채롭고 유익...하고 많은 것들이 있는데, 정작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지 않는다.

     

    그에 비해서 Kenstowicz[각주:2], Hayes 교과서[각주:3]는 음운론적인 재미가 있다. 두 교과서가 음운론 개론의 세대를 초월하여 표준적인 교과서로 받아들여지고 있는게 괜한 게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아직 이론의 '맛'을 모르는 초심자들은 진가를 알 수 없다는 것. 조금 절여진 후에 봐야 진가를 더 알수 있는 것같다. 

     

    난 사실 음운론은 부딪쳐가며 깨져가며 배우는 게 제일인 것같다. (강하게 키우는 타입) 음운론이 뭐하는거냐? 자연 언어 현상에 나타나는 패턴과 그 편향적 분포를 논리적으로 설명하자는 거 아니냐? [여기] 

     

    이론 음운론

    0. 들어가는 말제 블로그에 용어집 카테고리를 두면서, 거기에 (이론) 음운론이 뭐하는 건지가 빠지면 이상하겠죠. 하지만 음운론에 대해 쓰려면 두꺼운 책 한권이 부족할 것입니다. (전상범 교

    linguisting.tistory.com

     

     

    막 정리되지 않은 데이터가 있는데, 일반화나 이론으로 그게 딱 정리되는 그런 맛이 있다. 그런 퍼즐 맞추는 재미를 느껴야 음운론에 흥미를 느끼게 되는 것같다. 그래서 Halle & Clements 의 Problem Book in Phonology나 Long Peng 교과서[각주:4]처럼 언어데이터 많이 나오고 그걸 종이위에다가 막 정리해가며 풀이하는 과정에서 음운론을 배우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이 블로그에 글이 너무 많이 쌓여서 내가 어느 글에다가 적었는지 모르겠는데, 이런 얘기도 적은 것으로 기억한다.

     

    음운론 문제 낼때, 단계별로 데이터를 제공한다.
    우선, 일반화1로 설명되는 데이터셋을 준다.
    학생들이 일반화1을 도출해서 깔꼼하게 설명한다.

    "아 맞다 이것도 있어" 라는 톤으로 '겉보기에 예외'가 되는 데이터를 추가적으로 준다. 아주 많이 준다. 사실은 일반화1가 잘못된 것이었고, 단순 예외처리할 일이 아니었던 것임.

    그래서 일반화1을 수정하도록 시킨다. 일반화2가 나왔다.
    이제 일반화는 그만. 그걸 가지고 예측을 시킨다.

    그리고 예측한 것과 실제 언어데이터를 대조한다. 맞췄다. "이맛에 음운론하지."를 느끼게 한다.

     

    Long Peng 교과서, 다시 펴봐서 확인해야 하겠지만, 기억하기로는 막 챕터 뒤에 데이터 분석하는 연습문제가 많았다. 오타도 많았고 그런걸 과제로 내는 거다.

    너무... 중고등학교 수학같은가? 연습문제 1번부터 20번까지 풀어오세요. 이런 숙제내고?ㅋㅋㅋㅋ 

    비록 음운론은 결과가 수학처럼 딱딱 떨어지는 경우가 드물지만,[링크] 수학처럼 공부할 수는 있는 것이다.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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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Zsiga 교과서: Sounds of Language [본문으로]
    2. Kenstowicz교과서: Phonology in Generative Grammar. 여담이지만 XXX in Generative Grammar 시리즈다. 의미론 쪽 Semantics in Generative Grammar는 Irene Heim이 썼다. [본문으로]
    3. Hayes 교과서: Introductory Phonology [본문으로]
    4. Long Peng 교과서: Analyzing Sound Patterns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