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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분위기 언어학

한국어의 초소형절 보문 sub-TP clausal complements

sleepy_wug 2025. 7. 1. 03:00

0. 요약 

왜 *"줘줘"는 안 되는데 "줘봐"는 물론 "봐봐"도 가능한 걸까요?

 

연속동사의 세부 유형에 따라 '보다'가 붙는 구문은 초소형절을 취하는 통사적 현상이지만 '주다'가 붙는 것은 형태론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통사적으로는 단일동사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목차

     

    1. 내놓아주다??

     

    잇선 작가의  웹툰 '천사개와 악마캣' 12화의 한 컷이 흥미롭다.

    https://comic.naver.com/webtoon/detail?titleId=839174&no=12

     

    천사개와 악마캣 - 12화 : 빡친 악마캣

     

    comic.naver.com

     

    The item included is used under the principles of "fair use" as outlined in Section 107 of the Copyright Act of 1976. It is provided solely for educational purposes to facilitate learning, research, and the advancement of knowledge. 여기 포함된 자료는 미국 1976년 저작권법 제107조에 명시된 "공정 이용" 원칙에 따라 사용됩니다. 학습, 연구 및 지식 증진을 촉진하기 위해 오직 교육 목적으로 제공됩니다.

     

     

    "내놔... 주세요" 는 내 한국어 직관으로는 연속동사가 아니다 앞서 나온 표현을 뒤에서 번복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내놔주다"는 비문이고, 아마도 화자는 처음에 '내놔' 라는 표현을 썼다가 부적당함(infelicitous)을 느끼고 '주세요' 로 말을 수정한 것이다.

     

    비슷한 사례를 소개한 적이 있다. 현재 동접자수가 236 인 것을 라이브 방송에서 전달하는데, 수량사가 부적당함을 느끼고 "이백 삼십 육 분? (웃음) 이백 삼십 육 명!" 으로 수정한 것이다.

    https://linguisting.tistory.com/167

     

    한국어 수량사 사용의 어종

    0. 요약[링크]에 나온 유튜브 공연 실황 중, 진행자가 현재 접속해있는 사람의 수 236을 표현하기 위해 "이백 삼십 육 분"이라고 했다가 어색함을 느끼고 "이백 삼십 육 명"으로 수정했습니다. 이

    linguisting.tistory.com

     

     

    그런데 "내놔주다"는 왜 어색한 걸까? 내놓다 - 주다 의  의미가 비슷하고 의미가 비슷한 것을 이어서 쓸 수 없기 때문인걸까? 소위 "언어의 경제성을 위반해 오류"인걸까?ㅋㅋ

     

    그럴리가.

     

    우선 언어의 경제성 위반하여 비문이 된다는 건 이상한 소리이고 (그 놈의 '언어의 경제성'타령..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더 이야기함) 

     

    (이 용례에서의) 주다가 본동사 내놓다와 의미가 비슷한지도 잘 모르겠다. 이 때의 주다는 물건을 전달하는 의미가 아니라 보조동사로서 다른 사람을 위해서 무언가를 해주는 의미다. [본동사]-아/어 주다 이렇게 쓴다.

     

    먹어주다, 앉아주다, 싸주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본동사를 '주다'로 쓸 수는 없다.

     

    *주어주다

     

    아마도 '내놓다'도 '주다'와 비슷하게 본동사로서 사용 될 수 없는 것일지 모른다.

     

    그런데 왜?? 

     

    막 OCP 같은건가?

     

    2. OCP 같은걸 끼얹나?

     

     

    웃자고 OCP 때문인가? 이런 말을 하는건데, 사실 통사론에도 OCP랑 상응하는 게 있어보이긴한다. Horror aequi 라고 부른다. 다른 글에서 소개한 바 있다.

    https://linguisting.tistory.com/135

     

    동일성에 대한 공포 horror aequi

    0. 요약 겸 글 전체 선행연구를 읽다가 horror aequi라는 용어를 보았다. S-side 사람들이 왜 이렇게 라틴어를 좋아하나 모르겠는데, horror는 모두 알다시피 두려움, 공포를 의미하고, aequi는 영어의 equi

    linguisting.tistory.com

     

     

    Horror aequi나 OCP나 비슷한 듯한데, 다만 통사론자들의 자존심 때문인지 OCP라고 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 사실 OCP의 어원이 Obligatory Contour Principle인 걸 생각하면, 음운론 내에서도 tone 이외의 영역에서 OCP를 사용하는 게 딱히 아주 정확하지는 않다.

     

    그런데 Horror aequi라고 하기에는 아주 대놓고 반례가 있다.

     

    "봐보다" 

     

    "어제 봐 봤다."

     

    천천히 말하면 보-아-보다 

     

    본동사와 보조동사 모두 '보다'인 사례이다.[각주:1]

     

    결국 가장 핵심 질문은 "왜 봐봐는 되는데 *줘줘는 안 되나?" 로 요약될 수 있다.

     

     

    3. Clausal complements

    동사에 따라 절을 complement(보문)으로 가질 수 있다. 예를 들자면 I think [that Alex is a genius]. 같은 거다. 동사 think가 문장 전체를 보문으로 가졌다. 이때 꺽쇠괄호 된 절은 통사론적으로 CP로 본다. 다시 말해 think가 C(omplementizer)인 that을 핵으로 가지는 CP를 complement로 취하는 것이다. Complementizer는 우리말로 보문자라고 부른다. 

     

    그런데 문제는 I want [Alex to be genius] 같은 문장이다. 전통적으로 want 역시 CP를 취한다고 해왔다. 다만 이때의 C는 뭔가 불완전한 친구다. 한국어도 그렇게 봐왔다. 연세대 남기심 교수님의 글인데,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23330 ‘-음, -기, -ㄴ, -지, -는, -고’ 모두를 보문자로 보아왔다.

     

    보문(補文)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encykorea.aks.ac.kr

     

    그런데 want가 CP가 아닌 TP를 complement로 취한다는 연구자들도 있고, 심지어는 더 극단적으로 가서 TP보다 작은 VP vP를 complement로 취할 수 있다는 연구들도 있다. 비엔나대학교의 Susanne Wurmbrand가 권위자인데 지금 검색해보니 최근에 깔쌈하게 정리해서 글 쓰셨다. Wurmbrand (2024)[각주:2]

     

    동사의 (대체로) 의미에 따라서 반드시 CP보다 작은 절(clausal)을 보문으로 취한다는 근거는, 모문과 내포문을 넘나들면서 막 통사작용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C가 중간에 껴 있다면 이런 통사작용은 이루어질 수 없다. 

     

    예를들어 절 단위를 넘어서 이루어지는 long passivization 같은 건 아주 작은 vP, VP 정도여야 이루어질 수 있다.

     

    (여담인데, 최근 재밌는 블로그를 구독하기 시작했다. 광고아닌 광고. 진짜 맛깔나게 글 써서 재밌게 읽었다. CP TP 그리고 넘나다는 통사작용 얘기하다 보니 생각나서 소개한다.)

    https://imyong-mangnani.tistory.com/35

     

    격 이론 - ECM 동사/ 예외적 격 표시 동사(Exceptional Case-marking)

    ECM 동사들은내포절의 주어가 TP를 넘어 주절의 동사로부터 case를 할당받는 경우를 말함 일케 올라가는건 raising이다 아니다 하는 이론이 많이 있지만일단 영어 전공 임용이랑 카니의 신택스에서

    imyong-mangnani.tistory.com

     

    왜 이런 얘길 장황하게 하느냐, 이게 '봐봐'와 '*줘줘' 의 차이를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가지 요소가 있다.

     

    첫째, 

    어떤 동사는 아주아주아주 작은 절을 complement로 가져올 수 있다. 그리고 전통적으로 '연속동사'라고 해왔던 것들이 사실 동사1를 포함한 아주 작은 절을 동사2가 complement로 취하는 걸 수도 있다.

     

    즉, "안아보다"는 

    [...안]-아 보다

    이렇게 본동사 '안-'이 포함된 아주 작은 절을 보조동사 '보다'가 complement로 취하는 것으로 분석될 수 있다. 즉, 동사 '보다'는 작은 절을 complement로 취할 수 있는 동사다.

     

    둘째, 

    아마도 -아/어 역시 남기심 교수님이 말씀하신 보문자 그 비스무래한 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다만 이때 보문자는 그냥 '안긴절을 이끄는 통사핵' 정도의 개념이지 C에 대응하지 않을 때 말이다.

     

     

    이 두가지를 전제할 때,

    결정적으로, 보조동사 '보다'는 작은 절을 취할 수 있고 보조동사 '주다'는 작은 절을 취할 수 없는 어휘적 차이가 존재한다. 따라서 '보다'는 의미적으로 이상하지 않으면 자유롭게 아무 동사나 들어간 작은 절을 취하고, '-주다' 계열 연속동사들은 형태론에서 '먹어주다' '안아주다' 등등이 하나의 서술어로 만들어진 채 통사론에 들어오는 것일 수 있다.

     

    이에 따르는 conjectures 가 좀 있다.

    1. '-주다' 계열 연속동사들은 의미가 compositional하지 않을 것이다. 
    → 아마도 맞는 것같다. "먹어준다"는 문자적으로 "오이를 먹어주었다"처럼 사용될 수도 있지만 "이 향수가 좀 먹어준다"(=이 향수를 뿌리면 호응이 좋음) 처럼 사용될수도 있다. [예시]

    2. '-주다' 계열 연속동사는 생산성이 떨어질 것이다.
    → 이건 모르겠다. *주어주다 말고는 생각나지 않음.

     

     

    4. 요약: 한마디로 원산지가 다르다 

    똑같이 생긴 물건 (연속동사) 인데, 원산지가 다르면 사용할 때 뭔가가 다르다. 

     

    '봐봐'와 *'줘줘'가 그렇다. '봐봐'는 (그리고 '줘봐'를 포함한 모든 '해보는' 동사들은) 통사론적으로 결합되어 만들어지고, '-줘' 계열 연속동사들은 형태론적으로 조립되어 수입(?)된다.

     

     

    5. Caveat 한쪽 발 빼는 소리

    아 물론, 동사가 CP보다 작은 절을 가질 수 있다는 건 Wumbrund 교수님의 주장일 뿐 본 블로그의 입장이 아닙니다... 라고 하기엔 본 블로그의 입장 따위가 있을 리가 없음.

     

    그러나 작은 절을 가질 수 있는지 아닌지를 두고 통사론자들이 싸운다. 즉, 명확하게 결론이 정해진 것이 아니다.

     

    아래 영상은 David Pesetsky와 Susanne Wurmbrand가 정확히 그 주제를 가지고 논쟁한 것이다. 

    https://youtu.be/At_uH9UCXN0

     

    이 영상은 통사-의미론 쪽의 뜨거운 논쟁 토픽에 대해 권위자 둘이서 싸우는(?) 시리즈인데, 재밌는 것 많음. 개인적으로 촘스키의 UCLA 강연과 더불어 유튜브가 통사론에 기여한 최대의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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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주 규범주의적인 국립국어원에서도 "응 가능"이라 할 정도니 나 혼자만의 직관은 아닐 것이다.

      [본문으로]

    2. Wurmbrand, S. 2024. The size of clausal complements. Annual Review of Linguistics, 10. 59-83. doi:10.1146/annurev-linguistics-031522-103802.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