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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분위기 언어학

어색한 문형 die by swimming

sleepy_wug 2025. 6. 25. 07:14

0. 요약 

Ithaca Falls에 있는 수영 금지 표지판이 어색합니다. 

 

목차

     

    1. People have died by swimming here

     

    이타카 폭포(Ithaca Falls)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위와 같은 수영 금지 표지판이 있다.

     

    People have died by swimming here.

     

    "여기서 수영하다가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라는 경고문인데, 나는 이 문형이 너무 어색해서 사진을 찍어왔다.

     

    People have died swimming here. 이렇게 by를 안 쓰는 게 내 직관에는 더 자연스러운 것 같은 것으로 보아 아마도 문제의 원인은 전치사 by의 사용에 있는 것 같다.

     

    이 글의 나머지에서는 이 문형에 대한 내 생각을 그냥 간단하게 정리해보겠다.

     

    그 전에 일단 문형을 schematic하게 적어보자.

     

    (A) have (B) by (C).
    이때, (B)와 (C)는 술어이다. (A)는 (B)와 (C)에서 표상하는 행위를 하는 주체다. (C)과 (B) 사이에는 잠정적 인과가 존재한다. 전체 문장의 의미는 "(A)는 (C)해서/(C)함으로써 (B)했다." 정도가 될 것이다. 

     

    자 이제 구조에 내용을 집어넣어보자.

     

    (A): People
    (B): die
    (C): swim here

     

    이렇게 주어졌을 때, 통사는 (표지판에서와 같이) People have died by swimming here 로 실현되고, 의미는 "사람들은 여기서 수영해서 죽었다" 정도가 될 것이다.

     

    2. 강한 의도(volition)가 필요한가

    일단 내 직관 상 (C)에는 강한 의도가 필요한 것같다.

     

    예를 들어 아래와 같이 "살을 빼기 위한 강한 의도로 수영을 했다"는 내용의 문장은 내 직관 상 아주 자연스럽다.

     

    People have lost weight by swmming here.

     

    여기서 수영을 막 열심히 해서 살이 빠졌다, 뭐 이런 뉘앙스다. 

     

    그렇다면 (B)를 die 로 고정하고 정문을 만들 수는 없을까? '죽음'에 이르는 아주 강한 의도를 수반하는 술어를 (C)에 넣으면 가능할 것 같다. 즉 아래와 같은 "자살하지 마세요"라는 문장은 내 직관 상 아주 좋다.

     

    People have died by intentionally drawning themselves.
    People have died by swimming in lava.

     

    그러나 표지판은 '자살하지 마세요'가 아니라 '수영하지 마세요'라는 의도였겠지.ㅋㅋㅋ

     

    정리하자면 (B)가 되도록 하기 위해서 강한 의도로 (C)를 하는 경우에 문장이 자연스럽다.

     

    이 구성요건을 분해하면 이렇게 두 구성요소가 있을 것이다.
    i. (C)를 강한 의도로 함. 막 염원을 담아서.
    ii. (C)를 하면 (B)가 일어날 것이라는 강력한 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믿음).

     

     

    3. 아니면 문장 외적 지식이 필요한가

    그런데 만약 (i)은 성립하지 않는데 (ii)만 성립할 경우엔 어떨까? 즉, 어쩔 수 없이 (C)를 하는데 (C)가 이루어지면 무조건 (B)가 된다. 

     

    (A): People
    (B): break their arms
    (C): falling from the tree

    People have broken their arms by falling from the tree.

     

    나무에서 떨어지는 건 의도치 않게 이루어지는데, 일단 나무에서 떨어지기만 하면 팔이 부러진다. 난 이문장이 아주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즉, 아마도 (C)의 강한 의도와는 무관하게 문법성/수용성이 결정되는 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B)와 (C) 사이의 인과가 결정요인일 것이다.

     

    그렇다면 인과관계가 애매한 경우엔 어떻게 될까? 예를들어 '이런데서 주무시면 얼어죽어요!' 같은 표현이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C5LOUJr0PM0

     

    추운 곳에서 자는 것은 의도치 않게 이루어진다. 그리고 추운 곳에서 자는 것과 사망하는 것 사이에는 '아마도' 인과관계가 있을 수 있지만, 반드시 그렇지 않을 수 있다.

     

    (A): People
    (B): die
    (C): sleep in the cold

    ? People have died by sleeping in the cold.

     

    나는 이 문장이 어색한 것같다. 아마도 "추운 데서 자면 사망한다"는 인과에 대한 믿음이 부족한 걸까?ㅋㅋㅋㅋ 

     

     

    그렇다면 이런 건 어떤가?

     

    (A): People
    (B): die
    (C): working too long

    People have died by working too long.

     

    '과로사'도 존재하듯이, 너무 일을 열심히 하다 사망할 수도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이 문장은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아마도 나한텐 "너무 열심히 일하면 죽을 수도 있다"는 믿음이 존재하나보다.)

     

    사실 어떤 게 사망을 유발할 수 있는지, 어떤 행위와 사망 사이에 인과가 확실한지 등은 언어 외적인 지식이다. 의미론에서는 때로 이런 걸 두고 언어 지식(linguistic knowledge)과 상반시키기 위해 encyclopedic knowledge '백과사전식 지식' 이라는 표현도 쓴다. 

     

    만약 이 문형의 수용성이 백과사전식 지식에 따라 결정된다면, 이것은 화용론의 연구대상이 되는 걸까? 

     

     

    4. 영어에 한정된 것일까?

    그렇다면 영어문형 (A) have (B) by (C)에 상응하는 것같은 한국어 문형 "A는 B하여서 C했다"를 생각해보자. 내 한국어 직관을 얼마나 믿을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사람들은 여기서 수영하여서 죽었다'는 나쁘지 않은 것같다. 그런데 약간 옛말투 내지는 북한 말투 같기는 하다. "여기서 수영하여 사람이 죽음" 정도의 표지판이 왠지 1980년대에는 있었을 것 같달까.

     

    여담이지만 북한의 정지표지판은 '섯' 이라고 되어있다고 한다.

     

    물론 영어로부터 출발해서 한국어 문형을 추정하는 것은 아주 아주 아주 나쁜 습관이다. 높은 확률로 번역체이고 부자연스럽다.

     

    난 내가 S-side 연구자가 아니라서 너무 다행인 것 같다. 이런 문제 너무 어렵다 근데 재밌음.

     

     

     


    이어서 어떤 글을 읽을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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