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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나는대로

[실험은 어려워] 10. 논의하기

sleepy_wug 2024. 11. 23.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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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이야기: 한국어 화자들을 대상으로 비단어에 유음화를 적용하는지 안하는지 실험했다. 세대가 내려갈수록 유음화 안한다. ['실험은어려워' 시리즈 보기])

 

실험에 대한 분석을 마치면 그걸 글로 풀어내는 일을 한다. 늘 하는 생각이지만, 아마도 실험의 진행과 글 쓰기는 시간상 같이 진행되어야 하는 것같다. 실험디자인하는 과정에서 실험디자인 섹션을 작성하고, 실험을 진행하는 와중에 실험 절차에 대해 기술하고 등등. 하지만 그렇게 하는 건 "일찍자고 일찍일어난다"처럼 지켜지기 힘든 계획 같음.(주로 "일찍 자고.." 부분을 못함)

 

어쨌든 실험결과를 논의하는 것은, 내가 했던 실험을 맥락화하는 과정이다. 단순한 실험이었고, 확실한 가설(세대별로 차이있음)과 어느정도 예상되는 결론(젊은 세대가 유음화 안함)이 있었다. 즉, 선행연구들에서 이미 알려진 결과를 replicate하는 데 목적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맥락화는 그닥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더 깊은 질문은 대답하지 못했다. "왜 유음화를 덜 적용하는 방향으로 언어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인가?" 외국어(특히 영어)에 대한 노출이 이유라는 결론은 쉽다. 그러나 문제는 20대나 30대나 외국어에 노출된 정도 상 차이가 있을리가 없다는 것이다. 지금 한국이 막 문호를 개방하는 상황도 아니고, 20대가 특별히 외국어에 더 노출될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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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지금의 30대는 10년전 실험에서 20대였다. 이 사람들은 20대 때 (적어도 설문조사에서) 유음화를 안하는 것으로 '보였던' 사람들이다. 특정 세대가 시간이 갈수록 Faithful한 발음에서 Unmarked한 발음으로 이행한다는 일반화는 이상하다. 적어도 언어습득 literature에서는 그 방향이 반대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미 존재하는 한국어 단어들에서, 20대들이 유음화를 안하고 30대들이 유음화를 했다는 결과가 나왔다면 UR재설정 혹은 UR복수 설정 등으로 설명될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특정 단어가 유음화된 샘플을 많이 만나므로 그 단어의 UR을 이에 따라 수정한다. exemplar theory다. 그러나 문제는 실험이 비단어를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 설명도 타당성이 없다.

 

위에 적은 문단들이 그 실험 페이퍼의 마지막 섹션의 요지다. 즉 이상한 점과 질문과 석연치 않음 등등이었음. 

 

그리고 이렇게 잇닫는 질문(그리고 아쉬움)이 다음 실험할 결심을 하게 만드는 요인이 아닐까 한다.

 

 ['실험은어려워' 시리즈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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