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을 잘못해서 오블완 마지막날이 어제인지 알았지 뭡니까. 그래서 무안하게 어제 '완결'을 내버렸는데, 사실 글 하나를 더 써야한다고 합니다.
새로 쓸 글은 없고, 다른 채널에 썼던 4년묵은 글을 거의 그래도 올립니다.
아래 그림은 물결21 코퍼스 자료에서 나타난 '이미'와 '벌써'의 공기어 차이다. "이미"랑 많이 쓰이는 단어와 "벌써"랑 많이 쓰이는 단어가 다소 다르다.
명사 "상태"는 거의 독점적으로 "이미"하고만 쓰인다. 예컨대 "이미 ______한 상태" 와 같은 구문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반면, 높은 비중으로 "벌써"하고만 쓰이는 단어는 별로 없는 것같다. 다시 말하자면, 문법성과 무관하게 언어의 사용측면에서 문장 내에서 "벌써"는 많은 경우 "이미"로 바꿔쓸 수 있으나, "이미"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a. 벌써 소문이 퍼졌다.
a'. 이미 소문이 퍼졌다.
b. 이미 완료된 작업입니다.
b' ?? 벌써 완료된 작업입니다. (??는 어색하다는 의미)
따라서 첫번째로 얻을 수 있는 insight는, "이미"의 사용이 좀더 한정적이라는 것이다. 어쩌면 어휘의미와 관련될 수도 있겠지만, 잘 모르겠다.
다음으로 아래 그림은 "이미"하고만 쓰인 다른 명사들이다.
놀랍게도 "밝히다" "알리다" 제외하고는 한자어다. 물론 이미와 벌써 모두 어원 상 고유어다.
만약 한국어의 어휘 어원 지식이 음소배열에 대한 직관으로 환원될 수 있다면, 이 관찰을 이렇게 고쳐쓸 수 있을 것이다. "특정 자모배열을 가진 단어는 '이미'와 쓰고, 다른 자모배열을 가진 단어는 '벌써'와 쓴다."
마지막으로 아래 그림은 "벌써"와 공기하는 단어다. 기준선이 45도가 아닌데, 그 이뉴는 기준선을 양 파티션에 속하는 단어개수가 같도록 그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접근은 애초에 분포가 편중되어 있을 때 흔히 한다. 애초에 "벌써"보다 "이미"가 전반적으로 더 많이 사용된다는 점에서 "이미"쪽 영역이 작다.
음소배열 상 소위 '고유어'를 구성하는 층위 내에서의 상호선호는 소위 '한자어'에 비해 약한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통계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부분이다. 문제는 애초에 한자어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이것인 단순히 개별적인 사례가 아니라 좀더 보편적 패턴이 되려면 다른 사례들을 찾아야 한다.
무슨 말이냐면, "이미" vs "벌써" 처럼 부사 동의어인데 층위적 음소배열 차이를 보이는 단어들이 있는지 찾아보고 각각에 대해 편중이 있는지 관찰해야 한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1. 이미 vs 벌써,
2. 바로 vs 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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