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화자들이 영어 차용할 때 영어에는 존재하지 않던 모음을 삽입하는 경우가 있다. 한국어 음소배열론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연쇄에는 ㅡ를 삽입한다. 예를들어 strike /stɹaɪk/ 를 차용할 때, /st/, /tɹ/ 등에 ㅡ를 삽입하여 '스트라이크'로 차용한다.
그러나 항상 ㅡ를 삽입하는 건 아니다. ㅣ가 삽입될 경우도 있는데, 어말 파찰음 /t͡ʃ, d͡ʒ/ 나 마찰음 /ʃ/ 등이 그러하다. 예를들어 /ɹɪt͡ʃ/ 는 *리츠가 아니고 '리치'로 차용된다.
이렇게 없는데 삽입되는 모음의 정체는 뭘까? 한국어 화자들은 rich같은 단어의 끝에서 정말로 'ㅣ' (혹은 [j]) 소리를 들어서 넣는 것일까 아니면 그냥 스트라이크처럼 한국어 음운론에서 허용되지 않는 것을 해소하기 위해 (발화할때) 모음을 실시간으로 삽입하는 것일까?
이걸 판명할 수 있는 실험이 있을 것같다. 비교급 파생하기 위해 -er을 붙여보게 시켜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rich의 비교급은 richer인데, 2음절 혹은 3음절로 발음할 것으로 예상된다.
- 가설1: 만약 정말 차용시점에서 'ㅣ'를 들어서 그 모음이 들어가는 것이라면 richer를 3음절로 발음할 것으로 예상된다.
- 가설2: 만약 rich 자체에서는 'ㅣ' 모음을 듣지 않았는데, 발화시점에서 한국어에서 허용되지 않는 소리를 내기 위해 실시간으로 모음을 삽입하는 것이라면 richer는 한국어 발화에서 2음절이 될 것이다.
물론 rich, richer 모두 익숙한 단어일 수 있으므로 비단어로 실험을 해야 할 것이다. 단어 발음형을 들려주고, 비교급이 뭘까 말해보게 하는 것.
데이터 수집 후 음성분석할 때는 junction에서 /j/와 /i/를 판별하는 것이 중요할 듯하다. 만약 /j/라면 2음절이고, 가설2가 맞다. 만약 /i/라면 가설1이 맞다.
Epenthetic vowel, adaptation 등의 키워드로 선행연구들이 있다. Dupoux et al. (1999) 등을 참고할 수 있을 듯하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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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mmanuel Dupoux, Kazuhiko Kakehi, Yuki Hirose, Christophe C Pallier, Jacques Mehler. Epenthetic vowels in Japanese: A perceptual illusion?.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Human Perception and Performance, 1999, 25 (6), pp.1568-1578. ff10.1037/0096-1523.25.6.1568ff.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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