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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나는대로

"었어서"의 분포

sleepy_wug 2024. 9. 9.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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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썼던 글 중에 "미쳤어서", "발려져있다" 등 선어말어미 선택에 관한 글이 있었다.

2022.10.06 - [갑자기 분위기 언어학] - "미쳤어서" "발려져있다": 선어말어미의 선택

 

"미쳤어서" "발려져있다": 선어말어미의 선택

이 포스팅은 아래의 유튜브 영상에 나오는 선어말어미의 과잉 선택을 소개하는 것입니다. 가장 처음부분 자막 "얼굴 트러블 미쳤어서 연고가 발려져있어요" 에서 사용된 선어말어미들이 화용론

linguisting.tistory.com

 

 

유튜브 영상 보다가 '-아/어서' 어미에 과거형을 사용한 것을 발견해서[클립링크], 그리고 젊은 세대들 사이에 더 빈번한 것 같아서, 누가 연구한 게 있나 찾아보았다. (이 문장에서 의도적으로 '-아/어서'를 사용함. "했어서", "같았어서"를 사용하지 않은 걸 보니 맞습니다. 늙었어요👵)

 

 

이영준(2018)[각주:1]을 찾아서 읽고 있다.

 

그런데 논문 내용보다 형식부터가 신기하다. 블로그 글도 아니고 논문인데, 논증도 citation없이 단정적으로 "뭐가 어떠하다"라고 말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인가? 비슷한 맥락에서 [출처필요] 코멘트를 받기도 많이 받았고 달기도 많이 달았기 때문에, 좀 위화감이 든다. 개별언어학이니까 가능한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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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잘 모르겠다. 형식적인 위화감이 든다. (P600 signal🤣🤣🤣) '증가하고 있다'는 '인상'인데, 어떠한 논증이라도 앞서서 일단 그게 '인상'이 아니라 '현상'임을 검증하는 관찰부터 시작하는 게 맞는 것같다. 적어도 나는 학부/석사 때 글쓰기를 그렇게 훈련받은 것같다. 흔히 "hunch로 논문쓰지 말라"고 그런다. 논문은 주장을 하는 게 주 목적이 아니라 탐구를 하는 게 주 목적이니까. 

 

아마도 내가 이 현상에 대해 논문을 쓰고싶은데, 데이터 자체를 소개한 선행연구가 없다면, (조금 비겁해보이겠지만) "최근들어 증가하고 있다"는 표현을 안하고 "어떠어떠한 균형코퍼스 보니 패턴이 관찰된다"로 시작할 것같다.

 

물론, 이 논문이 peer-review를 통과했다는 건 학계(적어도 저널이 유통되는 학계) 내부에서 타당하게 받아들여 진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더이상 할말이 없음.

 

저널 얘기 나온김에, 아마도 내가 느낀 위화감은, 그냥 익숙함의 함정 때문일지도.... 무슨 이야기냐하면 나는 보던 저널들만 계속 보고 있고, 거기 실리는 논문들은 열이면 아홉 아래와 같이 정형화된 introduction을 사용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현상] (citation) 은 [언어이름]에 나타나는 [현상에 대한 기술: 환경이 뭔지, 뭐가 어떻게 변하는지 등등] 현상이다. 예시는 (1).
(1) 현상의 데이터 (citation)

[현상]의 일반화는 어쩌고저쩌고 (혹은 이전 분석 연구가 있으면 이전 연구들을 언급)....

 

즉, 내가 논문에서 분석할 언어현상에 대해 "이런 현상이 존재한다"라고 인용없이 질러(?)버리는 게 약간 아래 그림처럼 부자연스러운 느낌적인 느낌..

 

 

근데 원래 하려던 말은 이건 아니고,

 

"-아/어서" phrase에 시제핵이 있어서 "었어서"로 사용할 수 있을 때 내 직관 상 그 시제는 matrix 시제와 일치해야 자연스러운 것 같다는 인상.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구체적인 문장으로 예시해보자. 일단 맥락부터 소개하자면, "학익진을 썼다." 그래서 "한산대첩에서 승리했다." 이 두 역사적 사실 묘사 문장을 이은문장으로 표현할때, "-아/어서"를 사용해서 이을 수 있다.

 

이렇게 (a-d)를 구성한다고 했을 때, 아래의 (d)처럼 모문이 T head를 가지지 않는 경우에는 "-아/어서" phrase에 시제를 쓰는 게 비문법적인 듯하다. [+T][-T]는 편의상의 기호고 시제핵이 있느냐 없느냐를 간단히 표시하려고 썼다. [-T]는 임홍빈 선생님이 말한 '절대문' 정도로 생각할 수 있겠다.[각주:2]

 

a. 학익진 써서 승리하다.        [-T]  [-T]
b. ?학익진 썼어서 승리했다.  [+T]  [+T]
c. 학익진 써서 승리했다.      [-T]  [+T]
d. *학익진 썼어서 승리하다.  [+T]  [-T]

 

(c)는 전통적인(?) 표준적인(?) 한국어 문법으로, '-아/어서' phrase가 TP 포함하지 않을정도로 작을 경우에 문법적이다. 그러나 만약 현대적인(?) 미래지향적인(?) 문법이라 '-아/어서' phrase 가 TP 이상 크기를 가진다면 비문법적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나는 그 세대가 아니라 단지 예측만 할뿐 직관이 없다. 즉 c는 점점 비문법적으로 판단되거나 혹은 화석화되어버릴 것이 예측된다.

 

한편 (b)는 점점 더 많이 사용될 수 있을 것 같다. 나에겐 여전히 * 지만, 후하게 쳐주어서 ? 를 줄 수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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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영준. (2018). 연결어미 ‘-아/어서’와 시간 표현 사용 양상 분석. 우리말글, 77, 1-21. [본문으로]
  2. 임홍빈. (1983). 국어의 '절대문(絶對文)'에 대하여. 진단학보, 56, 97-136.
    임홍빈. (2007). 절대문은 왜 세워야 하는가 (1)―고영근 (2006)에 답함―. 형태론, 9(2), 331-340.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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