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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나는대로

층위에 따른 양순음 뒤 고모음 실현

sleepy_wug 2024. 1. 3.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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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요약

한국어는 양순음 ㅂ, ㅁ 뒤에서 고모음 /ㅡ/와 /ㅜ/가 변별되지 않습니다.

 

또한 현대 서울 한국어에서는 모음의 음장 구분 (먹는 "밤"과 어두운 "밤"의 구분)이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외래어냐 고유어냐에 따라 양순음 뒤 고모음 /ㅡ/ /ㅜ/이 실현될 때 음장으로 구분이 되는 게 아닌가 하는 감(hunch)이 있습니다. 이것은 음향음성학적 실험으로 검증할 수 있는 주제입니다.

 

진짜 생각나는 대로 적는 글입니다. 미래의 저 자신을 위해 혹은 지나가다 흥미롭게 느낄 다른 사람들을 위해 남깁니다.

 

 

프-푸 대립이라고 해두죠.

 

 

1. 더 자세히

여담으로 저의 교수님은 "음운론자는 hunch로 논문 시작하면 안 된다"고 누누이 말씀하시곤 하는데, 아마 한국어에 관해서는 제가 모국어화자이다 보니까 '이거 한국어에서 이런거 아닌가?' 하는 느낌적인 느낌이 있는 게 사실인 것 같습니다. 직관이라 하긴 거창한 것들입니다. 그러나 논증을 통해 hunch가 정당화된다면 그건 더 이상 hunch가 아니고 epiphany 아닐까요? 실패하면 반역, 성공하면 혁명!

 

물론 논문에는 "내가 이런 감이 있는데 맞는지 검증해보자" 이런 소리를 적진 않습니다. ㅋㅋㅋㅋ '당위'적 setting the scene (밑밥깔기)를 하겠죠. SPE에 나오는 불어의 glide 사례 (외래어에서는 [+cons], 고유어에서는 [-cons] 자질을 보인다)나 일본어에서 어원층위에 따라 동일음향신호가 다르게 범주화되는 사례들을 주섬주섬 엮으며 밑밥을 깔고 시작하겠죠.

 

어쨌든 분위기잡기는 그만하고, 요는 이렇게습니다. "프랑스"의 /프/와 "푸세식"의 /푸/의 실현은 다른 것 같습니다. 

 

2. 더 맥락화

아주 옛날 제가 어렸을 때 한국어 차용어 음운론 논문 하나를 읽고 있었는데 거기에서 "bus"와 "벗"은 UR이 /bʌs/로 같은데, 실현이 다르다. 무슨 차량을 탔는지 할 때는 /ㅡ/ 삽입해서 [버스를] 이러고, 그걸 누구랑 탔는지는 /ㅡ/ 삽입 안해서 [버슬] 이런다. 하는 걸 보았습니다. 음운 대 음운 차용을 전제해서 이런 요상한 논리가 나오는구나 생각했습니다. 그 논문을 읽을 때는 "당연히 차용은 음성 대 음운 차용 아닌가?" 생각했었드랬죠. 

 

'음운 대 음운 차용'과 '음성 대 음운 차용'은, 외국어 단어를 차용(소리를 빌려 받아들임)할 때, 그 외국어 소리의 구체적으로 어떤 걸 빌려쓰지에 대한 이론들입니다.

 

'음운 대 음운 차용'은 외국어의 음소를 한국어의 음소로 대응시켜 차용된다는 입장으로, 영어의 /k/가 cat과 sky에서 다르게 실현됨에도 한국어로는 동일하게 '캣', '스카이' 이런식으로 ㅋ로 받아들여진다는 사례 등을 근거로 합니다. '음성 대 음운 차용'은 외국어의 음소 실현된 소리, 즉 음성을 한국어로 빌려쓴다는 입장입니다. 대표적으로 영어의 /s/가 scanner에서는 ㅅ을 써서 '스캐너,' force에서는 ㅆ을 써서 '포쓰'로 받아들여진다는 사례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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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bus'와 '벗' 사례에서는 당연히 음성 대 음운인 것처럼 보이는데, 문제는 bus의 기저형에 모음 /ㅡ/를 담는 게 '이상하다'는 것입니다. 존재하지도 않는 소리를 듣는다? 그래서 음성 대 음운 논지를 펼칠 때에는 음향신호가 재분석되어 범주화되는 과정이 고려됩니다. 영어의 [ʃ] 소리는 한국어에서 s자음+구개음 으로 재분석됩니다. shrimp가 '슈림프'든 '쉬림프'든 어쨌든 두 음소로 분석됩니다.

 

다시 '프랑스'와 '푸세식'으로 돌아와서, 저의 질문은 "정말 UR수준에서 모음삽입이 이루어진 건가?"로 다시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프랑스와 푸세식의 첫 모음 실현은 같겠죠. 그러나 저는 프랑스의 ㅡ 실현이 더 미미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나의 사례 추가한다면 '프러시아' 등 덜 익숙한 외래어 (혹은 비단어) 는 첫모음 실현이 더더욱 약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만약 그렇다면, 외래어 차용에서 모음은 UR수준에서 들어가지 않는 것이고, 층위의존작용으로 모음이 삽입되는 것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세대가 지나 외래어가 정착되는 과정에서 모음이 삽입된 형태에 노출된 학습자에게는 모음이 삽입된 형태가 UR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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