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요약
너무나 당연하지만 인종/국가/사용언어에 무관하게 인간은 인지능력 상 동일하고 평등한 존재이며 그래서 언어는 보편적이다. 인간의 한계는 언어적 한계로 나타나고, 인간의 능력만큼 언어는 활용된다. 언어보편적으로 공통된 특성은 여러가지지만 어떤것은 계산적인 방법을 통해서야 관측되는 것들이 있다. 음운이웃네트워크의 네트워크적 특성이 그것이다.
1. 음운이웃
음운이웃은 두 단어 사이의 관계를 말한다. 어떤 두 단어가 있을 때, 음소 하나를 교체하거나 추가했을 때 그 두 단어가 완전히 같은 단어가 된다면 이 단어의 관계를 음운이웃관계라고 한다.
예를 들어 '아빠'와 '오빠'는 음운이웃이다. '아빠'와 '나빠'도 음운이웃이다. '아빠-나빠'는 최소대립쌍이 되지 않지만, '아빠-오빠'는 모음의 측면에서 최소대립쌍이기도 하다. 즉, 최소대립쌍과 음운이웃은 늘 동일한 개념이 아니다.
음운이웃의 개념은 심리학에서 시작되었다. 심리언어학자들이 음운이웃, 특히 음운이웃 개수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그것이 음성언어처리의 과정에서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Neighbourhood Activation Model (Luce and Pisoni, 1998) 1[PubMed링크]이라는 심리언어학적 모형이 있는데, 이에 따르면 음운이웃이 많은 단어는 느리고 부정확하게 인지된다고 한다. 왜냐하면 어떤 목표단어를 들을 때, 그 목표단어랑 비슷한 단어들이 경쟁관계에 있는데, 비슷한 단어들(즉 음운이웃)이 많으면 한번에 떠오르는 많은 유사한 단어들 사이에서 목표단어를 판단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음운론자들이 음운이웃에 관심을 가지는 부분이 있다. 물론 화자가 어떻게 음성신호를 처리하느냐도 관심을 가질 수 있겠지만, 어떤 언어에 있는 모든 단어들을 대상으로 음운이웃관계를 계산했을 때 특정한 보편성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남성현, 김선회 (2018) 2[논문링크]은 컴퓨터를 이용해서 한국어와 영어의 단어들을 대상으로 음운이웃쌍을 추려냈고, 이 음운이웃쌍들을 연결한 네트워크를 구성했다. 그런데 이 두 언어의 '음운이웃네트워크'는 유의미하게 유사하다고 한다.
2. 언어를 빚어가는 과정으로서의 소통
한국어와 영어는 음소배열의 방식도 다르고 계통적으로도 달라서 단어도 공유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시스템 안에 있는 단어들 간의 유사성을 기반으로 구성한 네트워크는 유사하다. 다시 말하면, 너무 가까이 보지 않고 한걸음 떨어져서 한국어와 영어의 렉시콘을 보면 비슷해보인다는 것이다.
더 흥미로운 것은, Turnbull and Peperkamp (2017) 3[논문링크]에 따르면, 이렇게 여러 자연언어에서 발견되는 특성이 기계적으로 만든 렉시콘에선 안 나타난다는 것이다. 음소배열방식만 가지고 기계적으로 가짜 렉시콘을 만들어보았는데, 자연언어의 단어로 구성한 네트워크와는 양상이 달랐다.
왜 그런것일까? Turnbull and Peperkamp (2017)도, 남성현 and 김선회 (2018)도 이것에 대해서는 확실한 답을 내리지 않는다.
아마도 기계적 음소배열로 가짜 렉시콘을 '생성'하면 실제 언어와 달리 하나의 요소가 결여되기 때문은 아닐까? Graff의 2012년 MIT 박사논문 4[논문링크] 은 여러 언어에서 의사소통적 효율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렉시콘이 구성된다고 주장하였다. 제목부터 Communicative efficiency in the lexicon 이다. 즉, 소통의 과정에서 효율적인 렉시콘을 구성된 결과 중 하나가 '유사한 네트워크적 특성'이 아닐까? 어휘가 취사선택되는 과정이 역사적으로 중첩되고, 그 결과 서로 독립적인 언어들이라고 하더라도 네트워크적으로는 유사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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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uce, Paul A., Pisoni, David B. Recognizing spoken words: The neighborhood activation model. Ear and Hearing. 19(1). 1-36 [본문으로]
- 남성현, 김선회. (2018). 영어와 한국어 음운이웃 네트워크의 정량적 분석. 음성음운형태론연구 24.1. 3-28. doi: 10.17959/sppm.2018.24.1.3 [본문으로]
- Turnbull, R., & Peperkamp, S. (2017). What governs a language’s lexicon? Determining the organizing principles of phonological neighbourhood networks. In International workshop on complex networks and their applications (pp. 83-94). Springer. [본문으로]
- Graff, P. (2012). Communicative efficiency in the lexicon (Doctoral dissertation, MIT).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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